00084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 최강의 보스몹]
헌터 협회장 사무실.
장산길은 황동수가 건네준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골목길에 설치된 CCTV 영상이었다.
한 명의 남자가 필사적으로 길을 따라 도망치는 중이었다.
장산길도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황동수와 함께 긴급대처과 소속 헌터 협회 직원이었다.
남자는 한눈에 봐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
부상을 당한 듯 피를 흘리면서 몸을 비척였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헐떡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그런 남자를 쫓는 이들이 있었다.
사냥감을 쫓듯 뒤에서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골목의 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넘으며 손톱을 들어 남자를 막아 세웠다.
비정상적으로 긴 붉은 손톱과 송곳니가 보였다.
“뱀파이어!”
장산길이 신음같이 말을 내뱉었다.
얼핏 봐도 상당한 수의 뱀파이어들은 남자를 둘러쌓다.
상처를 입은 남자는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였다.
남자는 결국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렸다.
온몸을 물어뜯기는 남자의 시선이 CCTV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주위의 벽이 모두 무너져 내릴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다.
남자를 중심으로 반경 5M에 있던 모든 뱀파이어들은 피떡이 되어 사라졌다.
“뱀파이어들의 근원지는 확인이 되었나?”
장길산이 분노로 인해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라앉히며 물었다.
“이클립스 길드로 확인되지만..”
황동수가 뒷말을 끌었다.
처음에야 그랬지만 지금은 어디서 나타나는지 확인이 안될 정도로 뱀파이어가 많아졌다.
심지어 일반인들 중에서는 뱀파이어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지경이었다.
헌터가 못된 이들이라도 뱀파이어가 되면 초인적인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무지한 이들은 스스로 이들의 편을 주장하며 대중 앞에 서기도 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장길산이 스스로 충고하듯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헌터 협회는 이미 상당수의 전투 요원들을 잃은 상태였다.
계속되는 뱀파이어의 전쟁으로 인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북한 게이트에서의 승리로 너무 자만하고 있었어.”
그건 헌터 협회의 힘으로 이룬 승리가 아니었지만.
장길산은 스스로 너무 자만했다.
게이트 발생률이 줄어들었다고 방심한 탓이었다.
지방에서는 악마를 모시는 종교가 일어나고,도시에서는 뱀파이어들이 난리를 쳤다.
수습하려고 나섰을 때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차라리 그때 내가 죽었어야 됐거늘!”
“아닙니다!
협회장님!”
장길산은 한없이 무력해질 때마다 재준을 떠올렸다.
최재준 헌터가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후우!’
대신 죽은 재준을 생각해서라도 약해지면 안 되겠지.
장길산은 두 주먹을 꾹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5대 길드와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게.
어떻게든 적들을 막아야 해.”
“네 알겠습니다.”
철컥.
황동수가 나가자 장길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협회장실의 한쪽 벽면에 설치된 비밀장소로 들어갔다.
위잉―
철컥!
비밀 장소는 엘리베이터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특수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협회장인 장길산 이외의 다른 사람이 타면 자동으로 폭파하게 되어 있었다.
장길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소리 없이 헌터 협회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터엉!
움직임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마찬가지로 굉장히 협소한 방이었다.
사방은 막혀있고 방 중앙에는 딱 하나의 물건이 놓여있었다.
‘마왕의 뿔!’
이중 삼중으로 강력하게 봉인된 물건은 거대한 뿔이었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장길산은 이것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꿀꺽
일반인이라도 S급 헌터로 만들어주는 뿔.
하지만 자신조차도 악마가 되는 뿔.
‘내가 악마가 되더라도 놈들을 물리칠 수 있다면.’
장길산의 눈이 순간 몽롱해지며 악마의 뿔로 손을 뻗었다.
그때
귀를 찢는 경보음과 함께 장길산의 몸에 강력한 전류가 방출되었다.
파지지짓!
삐이삐이―
‘헉.
내가 또?’
장길산은 다급히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힘을 주겠다.
누구도 너의 것을 빼앗지 못할 힘을!]
장길산은 머리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떨쳐 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힘을 얻고 싶다면!
나 사탄의 뿔을 가져라!]
‘나를 유혹하지 말아라!’
장길산이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는 자신을 느끼며 절망했다.
―
“다들 모였어?”
덩치는 게이트 앞에서 인원을 점검했다.
게이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덩치 앞으로 모여들었다.
“12명 맞습니다!”
마법사이자 부길드장인 정환이 인원수를 점검하고 소리쳤다.
덩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장비 다들 체크 했지?”
“네.
확인했어요.”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만 확인해봐들!
저번에도 그 누구야!
곡괭이 안 챙겨서 마정석 많이 못 캤던 거 기억 안 나?”
“형님!
그거 우리 길드 만들기도 전 이야기라고요!”
길드원들의 원성이 빗발쳤지만 덩치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길드원들은 구시렁대면서 다시 장비를 확인했다.
덩치는 재준과의 만남 이전에는 길드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인원도 겨우 6명뿐이 안되었고 관리할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재준의 활약상이 나올 때마다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뭔가를 느꼈다.
어느새 재준을 닮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일본 새끼만 아니었어도.’
지금이라도 쿠라다 싱고가 눈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열불이 치솟았다.
듣기로는 폐인이 되어서 어디에 처박혀있다던데.
퉷!
하여튼.
덩치가 만든 이 길드 또한 재준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든 길드였다.
덩치뿐만 아니라 길드원 전부가 재준을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길드의 이름도 드래곤 나이츠!
용기사의 영어버전이었다.
대부분 C급 언저리에 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게이트 공략을 꾸준히 하면서 사회봉사니 뭐니 착한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아직 살아있을지도 몰라.’
재준이 공식적으로 죽은 지 벌써 1달째지만.
덩치는 아직도 재준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형님!
출발 안 합니까?”
정환이 덩치를 불렀다.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난 덩치는 게이트로 향했다.
이번 게이트는 C급 버려진 신전이었다.
협회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나오는 몬스터는 자이언트 스파이더.
보스 몬스터인 포이즌 스파이더의 독과 거미줄만 조심하면 무난히 깰 수 있는 던전이었다.
“형님!
뭐 하세요?”
“형님만 준비하면 됩니다!”
덩치는 서둘러 게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패를 텅텅 내리치면서 외쳤다.
“자자!
그럼 들어가자고!”
덩치가 앞서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드래곤 나이츠 길드원들이 뒤따랐다.
모두를 삼킨 게이트가 출렁였다.
잠시 후.
게이트에서 발하는 에너지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파란색의 게이트가 붉게 변하면서 모습을 바꿨다.
“어?
어?”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헌터 협회 직원은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줄 몰라고 했다.
손에든 마력 계측기에는 S급을 넘어 측정 불가라고 떠 있었다.
―
‘여긴 어디지?’
재준은 게이트를 넘자마자 감각을 끌어올리며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몬스터들이나 파악하지 못한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재준이 있는 장소는 오래되어 보이는 신전이었다.
여기저기 신들의 모습을 조각한 석상들이 보였다.
하지만 상당히 오래됐는지 제대로 된 석상들은 없고 전부다 한두 군데씩 부서져 있었다.
‘흐음.’
재준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분위기였다.
벽에 여기저기 박혀있는 빛을 내는 마정석이나.
퀴퀴한 곰팡내.
던전에 오면 자주 보고 맡는 것들이었다.
‘설마 던전 안인가?’
뒤따라온 타라사나 헤스티아도 주변을 살폈다.
[거미들이군.]
타라사가 어둠을 꿰뚫어 보며 말했다.
일반적인 거미는 아니었고 커다란 황소만 한 거미였다.
거미는 재준 일행을 보면서 겁을 먹었는지 구석에서 다를 접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녹색의 머리에 여러 개의 눈이 재준을 눈치를 살폈다.
‘흐음.
이놈이 보스 몬스터인가?’
재준이 거미를 살폈다.
다른 거미들에 비해 몸은 작지만 비릿한 독의 냄새가 풍겼다.
[죽일 건가?]
“죽일 수밖에 없지.
던전을 깨려면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 되거든.”
포이즌 스파이더는 다가오는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는지 길게 소리를 질렀다.
끼이이이익!
치이이익!
죽더라도 발버둥을 쳐보려는 건지 재준을 향해 산성 독액을 뿜었다.
하지만 독액이 뿜어지는 속도보다 재준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재준은 검을 들것도 없이 주먹을 포이즌 스파이더를 후려 갈겼다.
퍼억!
근력 4000의 수치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포이즌 스파이더의 머리는 형체도 남김없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리고 신호음이 들려왔다.
띠링―
[포이즌 스파이더를 처치했습니다.]
[던전이 오픈하기 전에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바뀝니다!]
.
.
.
[던전 내 적합한 보스 몬스터를 선택합니다.]
재준은 기대했던 시스템창이 아니라 순간 당황했다.
‘던전이 오픈하기 전이였다고?’
그것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새롭게 보스 몬스터가 태어나는 건가?
재준의 머리가 의문으로 가득 찰 때쯤.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던전 내 보스 몬스터가 정해졌습니다.]
[던전 내 보스 몬스터는 최재준으로 정해집니다.]
[던전이 SSS급으로 변경됩니다.]
“뭐?”
재준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던전 내 필드 몬스터로 레드 드래곤 헤스티아가 정해집니다.]
[던전 내 필드 몬스터로 히드라 타라사가 정해집니다.]
[던전 내 필드 몬스터로 미노타우로스 미노가 정해집니다.]
‘아.’
재준은 혹시라도 이 던전에 들어올 사람들이 갑자기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