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3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 최강의 보스몹]
[차원이동이 뭐야?]
“...뭐?”
재준은 정말로 당황했다.
‘내가 스킬명을 잘못 봤나?’
다시 한번 헤스티아의 창을 열어서 확인해봤지만 차원이동이 맞았다.
“...헤스티아 그 우리 맨날 이동하던 푸른색의 빛나던 게이트 알지?”
헤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스킬 말이야.”
그제야 헤스티아가 알겠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나 그거 할 줄 알아!]
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뒤이어 말하는 헤스티아의 말에 또다시 절망했다.
[근데 그거 한 번이라도 가본 곳만 쓸 수 있어.
지금은 아무 데도 사용 못 해.]
“뭐?”
재준은 해맑게 웃고 있는 헤스티아의 얼굴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갇힌 건가?
재준이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그때 재준의 고개가 홱 하고 미노에게로 돌아갔다.
아니지.
미노도 레라지에의 마왕성에 게이트를 열었었잖아.
“미노.
마왕성에 열었던 게이트는 어떻게 만든 거지?”
[내가 안 만들었다.]
재준의 인상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후우.’
“미노야.
앞으로는 존댓말 써라.
그 외모에 어린애 같은 말투 쓰지 말고.”
재준은 괜히 미노에게 화풀이했다.
[알겠어,아니 알겠습니다.]
재준이 바닥에 철퍽 누웠다.
하늘을 쳐다보는데 더럽게 맑기만 했다.
“혹시 이 근처에 게이트가 또 있나?”
[게이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잘못 들어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재준은 두 눈을 빛냈다.
일단 게이트가 모여 있다는 곳으로 미노를 따라 이동했다.
헤스티아를 타고 날아가려고 했지만 하늘에서 보면 알 수가 없다고 해서 걸어가는 중이었다.
미노는 가끔가다가 멈춰서서 냄새를 맡으며 이동했다.
어떻게 길을 찾아내냐는 재준의 질문에 대답 대신 미노가 땅을 팠다.
‘...’
땅속에는 미노가 먹고 싼 배변들이 한가득 파묻혀 있었다.
그렇게 일행은 미노의 배변들을 따라 한동안 이동했다.
하도 풀의 벽과 잔디만 보며 걸었더니 이제 녹색으로 된 것만 봐도 멀미가 올라올 것 같았다.
“멀었냐?”
[다왔습니다!
저기입니다!]
미노가 가리키는 방향에 바위틈에 난 제법 큰 구멍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땅굴이었다.
가까이 가서 본 땅굴의 크기는 제법 컸다.
입구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구조였다.
‘자연적인 땅굴이 아니야.’
바닥부터 천장까지 일부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흔적이 남아있었다.
특히 재준이 모르는 특이한 문양이 벽의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었다.
[이건 마왕의 문양이야.]
타라사가 벽에 새겨진 무늬를 살피더니 말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7대 마왕의 문양이 전부다 새겨져 있다.
아마 미노타우로스를 이곳에 가둬둘 때 만들어놓은 땅굴 같군.]
재준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미노를 쳐다봤다.
‘7대 마왕 전부의 속을 썩일 정도였으면 어지간히 문제를 일으키긴 했나 보군.’
7대 마왕 전부가 달려들어도 못 죽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답은 이어지는 타라사의 말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아주 강력한 약화의 주문도 걸려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서서히 몸을 말리고 원기를 소모하게 하는 저주다.
각 마왕들이 하나씩 새겨둔 것들이야.]
‘흐음.’
하긴.
7대 마왕 전부가 달려들어서도 죽이지 못한 미노타우로스를 재준이 혼자서 죽였다는 건 좀 의문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긴 세월 동안 이곳에 갇혀있으면서 많이 약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나로서는 천만 다행인 샘이군.’
재준은 땅굴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노가 말하길 원래는 입구에 커다란 바위가 막혀있었다고 했다.
그 바위가 오랜 풍파에 부서지면서 발견한 것이다.
땅굴 옆에는 부서진 바위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게이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무서운 게이트들도 있습니다.]
미노가 덩치답지 않게 몸을 떨면서 말했다.
‘무서운 게이트?’
그게 뭐지.
미노의 말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땅굴 안쪽에서 마력의 흐름이 미세하게나마 느껴졌다.
“우선은 내려가 보자.”
재준은 앞장서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땅굴은 생각보다 훨씬 어두웠다.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은 땅굴의 입구 정도만 밝혀줄 뿐,나머지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화염이 어둠을 멀리 밀어내며 주변을 밝혔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던 재준은 어느 순간 기이한 감각을 느끼고 몸을 멈췄다.
‘뭐지?’
분명히 똑같은 땅굴 안쪽인데 몸이 심해 깊숙이 빠지기라도 한 듯 무거웠다.
무엇인가가 재준은 거부하는 것처럼 엄청난 압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흐음!’
재준이 어둠의 장막을 길게 퍼뜨려서 길을 막아낸 후에야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쪽에 엄청난 마나가 압축되어 있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거대한 석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놀랍게도 수십,아니 수백 개의 빛나는 게이트들로 가득했다.
게이트들은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사라지거나 생겨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뿜어나오는 마나의 정체가 바로 게이트이었군.]
게이트는 한가지 종류가 아니었다.
크기부터 모양,색상까지 모두 제각각이었다.
크르르르르르―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헤스티아가 입구 가까이에 있는 검은색 게이트로 다가갔다.
그때 검은색 게이트에서 수십 개의 촉수가 뻗어 나와 헤스티아를 끌어당기려고 했다.
타라사가 급하게 헤스티아를 끌어안으면서 빙백의 창을 시전했다.
[빙백의 창!]
얼음송곳들이 촉수들은 모조리 끊어내며 게이트 안쪽으로 쏘아 들어갔다.
끄아아아아악!
거친 괴성과 함께 촉수들이 다시 게이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함부로 게이트에 다가가지마.”
[응!]
헤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재준의 의문 섞인 물음에 타라사가 벽 쪽에 새겨져 있는 각각의 마왕의 문양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마왕들이 이동하기 위해 게이트를 만들어놨던 장소인 것 같다.]
타라사의 가정은 이거였다.
원래는 7대 마왕들이 이동하기 위한 게이트를 만들어 놨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방치되거나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른 차원의 게이트들이 차지한 것이다.
“흐음 그래?
그럼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도 있을까?”
[장담할 순 없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
타라사가 수백 개의 점멸하는 게이트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문제는 찾을 수 있냐는 거야.]
재준은 게이트에서 멀리 떨어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어떻게든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를 찾아야 했다.
‘지금은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한참을 앉아서 게이트를 쳐다보던 재준은 몇 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게이트들은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색깔은 정확하게 5가지 색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빨간색,노란색,파란색,검은색,하얀색이었다.
‘혹시 색이 각각의 차원을 뜻하는 게 아닐까?’
재준이 지구에 있었을 때는 항상 파란색 게이트만 통과했었다.
그리고 마계로 와서는 붉은색 게이트만 통과했었다.
혹시나 하고 다른 색의 게이트들을 관찰했다.
재준의 생각대로 게이트들은 색마다 풍겨오는 기운도 달랐다.
촉수가 뻗어 나왔던 검은색 게이트에서는 평소에 재준이 느끼지 못했던 차갑고 괴이한 기운이 풍겨왔다.
가끔가다 게이트 밖으로 괴이한 생명체의 팔이나 다리가 뻗어 나오기도 했다.
‘가장 피해야 할 게이트다.’
몬스터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괴이한 생명체들이었다.
흡사 영화에서 나오는 외계 생명체 같았다.
노란색 게이트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짐승의 노린내가 심하게 풍겨왔다.
빨간색 게이트는 마기가 풍겨오는 것이 마계임이 분명했고 파란색 게이트는 비교적 얌전했다.
하얀색 게이트는 열에 하나씩 생겨났는데 가끔 수증기 같은 기운이 풍겨오는 걸 제외하면 별 특징이 없었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파란색 게이트가 지구로 향하는 거야.’
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무턱대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우선은 재준의 이론이 맞는지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스톤골렘!’
재준은 스톤골렘 1기를 소환했다.
조그만 아공간이 생겨나면서 스톤골렘 1기가 떨어져 내렸다.
쿠웅!
스톤골렘이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정확한 의사소통은 힘들어도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어떤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입구 근처에 파란색 게이트가 나타나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알았지?”
우우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 근처에 파란색 게이트가 생겨났다.
“저기다!”
재준이 가리키자 스톤골렘이 파란색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스톤골렘은 마나가 끊기거나 하지 않았다.
‘돌아와!’
재준이 외치자 [피의 연대]로 이어져 있는 스톤골렘이 다시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좋았어!’
[저 안으로 들어갈 텐가?]
타라사는 재준을 쳐다보며 물었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계속 있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파란색 게이트가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재준의 신형이 곧 일렁이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졌다.
나머지 일행들도 뒤를 잇따랐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