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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80화 (80/143)

00080 [EP9.미노타우로스]―

[EP9.미노타우로스]

지축을 울리며 돌진해 오는 미노타우로스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땅이 푹푹 패이고 풀의 벽이 휘청휘청 댔다.

십여 미터를 훌쩍 넘을 정도로 커다란 몸.

그 커다란 몸에 자리 잡은 근육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그어오오!

미노타우로스가 입을 벌리고 길게 포효했다.

눈앞에 보이는 먹잇감들의 전의를 잃게 하는 가공할 기운에 주변의 공기마저 떨렸다.

쿠웅!

쿠웅!

하지만 재준과 타라사는 그다지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재준은 타라사를 힐끔 쳐다봤다.

인간 형태의 타라사의 공격능력을 보고 싶었다.

타라사는 재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빙백의 창!]

재준과 비슷하게 연창 없이 주문을 사용했다.

콰과과곽!

손끝을 타고 나간 마력이 땅 위에 거대한 얼음송곳을 만들며 미노타우로스를 찔렀다.

그오오오오오오!

퍼석!

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거친 가죽을 뚫기는 무리였다.

미노타우로스는 빙백의 창을 거침없이 몸으로 뚫었다.

‘역시.’

이 정도는 재준과 타라사도 예측했던 수준이었다.

타라사는 수준을 훨씬 높여서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스 메테오!]

타라사의 머리 위로 하얀 기운이 눈이 굴러가듯 천천히 뭉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점점 더 커지던 기운은 미노타우로스를 가릴 정도로 커다랗게 변했다.

[이것마저도 안 통하면 인간형태의 나는 견제 정도가 전부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타라사의 손이 미노타우로스에게로 향했다.

거대한 얼음의 메테오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오오오오오오!

[비켜라아아!]

미노타우로스는 겁도 없이 메테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메테오 가까이 다가가자 마자 모든 사물이 얼어붙었지만 미노타우로스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속성내성이군.’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미노타우로스와 메테오가 부딪혔다.

주르르륵!

미노타우로스는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반대쪽으로 밀려 나갔다.

두 다리가 순식간에 뒤로 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쏟아지는 아이스 메테오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 멈춰 섰다.

힘이 얼마나 센지 메테오를 붙잡은 곳이 쩌적 하고 갈라졌다.

그오오오오옥!

미노타우로스의 안광에서 이글거리는 불이 뿜어졌다.

화르르르륵!

아이스 메테오는 수증기를 지독하게 뿜어내면서 그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쩌저적!

콰아악!

미노타우로스의 손아귀에 잡힌 곳에서부터 아이스 메테오가 박살이 나면서 사라졌다.

희뿌연 수증기 사이에서 미노타우로스의 거친 숨결이 들려왔다.

“...엄청 터프하네.”

[아무래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군.]

타라사 작정하고 본체화해서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인간형태로서는 힘들어 보였다.

타라사는 고개를 흔들며 뒤로 물러섰다.

스으으으으―!

그때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이 이상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입안에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모여드는 중이었다.

눈과 입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화염이 끝도 없이 압축되어갔다.

“타라사 물러나 있어”

타라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 뒤편으로 몸을 이동했다.

재준은 어깨를 풀면서 앞으로 나섰다.

‘싸움이 덩치 크기로 하는 게 아니지.’

어느새 재준의 손에는 불완전한 마왕의 검이 들려있었다.

‘한번 해보자고!’

재준은 가볍게 검을 들어 올렸다.

‘몰아치는 폭풍!’

[몰아치는 폭풍을 시전합니다!]

재준이 치켜세운 검에서 마기가 풀풀 피어올랐다.

곧 마기들이 겁화의 검을 만들어내며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폭풍처럼 쏟아졌다.

콰과과과!

스걱!

피잇!

미노타우로스는 온몸이 겁화의 검으로 난도질 되는 중에도 끝없이 마력을 모으는 중이었다.

입안의 불꽃이 붉다 못해 밝은 태양빛을 띄었다.

‘공격하는 것도 생긴 것처럼 무식하네.’

재준의 몰아치는 폭풍은 쉴 새 없이 미노타우로스의 몸을 가르고 찔러댔다.

급소를 알아보기 위해 온몸 구석구석을 공격했지만 눈이나 급소도 모두 거친 가죽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털이 타는 것 외에는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

마침내 완성된 미노타우로스의 화염의 구가 전방을 향해 쏟아졌다.

양옆의 모든 풀의 벽을 불태우며 날아왔다.

전면으로 부딪치면 재준도 버티지 못할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다.

화르르륵!

하지만.

‘이렇게 느린데 맞을 리가 없잖아.’

재준은 가볍게 뒤로 물러나는가 싶더니 그림자 이동을 시전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희끗해지더니 미노타우로스의 뒤편에서 치솟았다.

동시에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향해 공간 베기를 시전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공간베기는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공격.

어떻게 보면 미노타우로스에게는 가장 상성인 공격이었다.

지이이잉!

목덜미의 공간이 아지랑이 피듯 갈라지면서 일그러졌다.

피잇!

그오오오오옷!

미노타우로스는 따끔하지만 머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화들짝 놀랐다.

살짝 가죽이 벗겨질 정도의 조그만 상처였지만 미노타우로스에게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었다.

부우우웅!

당황한 미노타우로스가 거대한 주먹을 연달아 재준을 향해 휘둘렀다.

‘그림자 이동!’

미노타우로스의 뒤편으로 다시 이동했지만.

생각보다 미노타우로스의 반사신경은 뛰어났다.

재준이 그림자에서 빠져나오는 사이에 몸을 돌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제길!’

재준의 몸을 어둠의 장막이 감쌌다.

퍼억!

‘크헉!’

엄청난 충격이었다.

순간 머리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재준은 정신없는 사이에도 다시 한번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서 거리를 벌렸다.

역시나 재준이 있던 자리에 다시 한번 주먹이 떨어졌다.

쿠아앙!

‘다른 건 몰라도 힘은 엄청나네.’

단지 휘두르는 주먹에 빗겨서 맞았을 뿐이었는데 순간 정신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만약 제 2격까지 제대로 맞았다면 온몸의 뼈가 가루가 될뻔했다.

‘상처 회복력은 어쩌려나.’

재준이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미노타우로스의 목 뒤의 상처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상처 회복력마저 최상급이었다.

상처가 있던 자리는 이미 깔끔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부우우웅!

재준이 거대한 주먹을 피하며 그 밑으로 재빠르게 파고들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연속으로 옆구리와 허벅지 안쪽을 베며 뒤로 돌아갔다.

그어어어어억!

‘엄살은 엄청 많네.’

겨우 살짝 베인 것 뿐인데도 미노타우로스는 화들짝 놀라며 온몸을 떨어댔다.

그리고 주먹을 아무리 휘저어도 재준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다시 한번 입을 벌리고 화염을 모으기 시작했다.

‘응?’

그때 재준의 머릿속을 번뜩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검은 번개!’

[검은 번개를 시전합니다!]

마력이 재준의 손끝으로 일렁이며 모여들었다.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의 벌어진 입으로 검은 번개가 번쩍이며 섬광만 남기고 쏟아졌다.

파지지지지직!

미노타우로스의 입안으로 전격이 타고 흘러가면서 엄청난 전류를 뿜어냈다.

그오오오오오옥!

미노타우로스가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고개가 흔들릴 때마다 바닥에 핏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찾았군.]

뒤에서 타라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약점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재준이 고통스러워하는 미노타우로스를 보며 씨익 웃었다.

후드득!

‘이제 어떻게 입안을 노리냐는 건데.’

힐끔 뒤를 돌아봤더니 타라사는 굉장히 재밌어하고 있었다.

[...남의 전투를 보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설마 지금 변명하는 건가?

‘의외의 모습도 있군.’

재준이 피식 웃으면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묵직한 주먹이 연달아 재준을 향해 날아왔다.

재준은 주먹 위로 높이 뛰어 올랐다.

파바바밧!

미노타우로스는 재준이 얼굴 바로 앞에 있자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며 재준을 삼키려고 했다.

입안에서 훅―하고 비릿한 피 냄새와 역겨운 침 냄새가 올라왔다.

‘흐음.’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더러운 악취였다.

재준은 온 몸을 어둠의 장막으로 감쌌다.

그리고 옅게나마 한숨을 내뱉고 그림자 이동을 시전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희끗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미노타우로스의 뒤편이나 타라사의 근처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미노타우로스의 입안이었다.

‘우욱!’

축축하고 불쾌한 냄새가 재준의 온몸을 감쌌다.

재준은 미노타우로스의 입안 닫히기 전에 재빨리 공간 베기를 혀를 향해 연속으로 시전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꿈틀거리는 붉은 혀 위로 재준의 검이 그어졌다.

푸아악!

피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입안이 피로 가득 찼다.

그어어어억!

미노타우로스는 비명을 지르며 재준을 어떻게든 뱉어내려고 했다.

‘어떻게 들어왔는데 못 나가지!’

재준이 검을 혀에 단단히 박고 버텼다.

동시에 몰아치는 폭풍을 다시 한번 시전했다.

검은 마기들로 이루어진 검날이 입안에 수백 개의 상처를 냈다.

‘마왕의 구원!’

[마왕의 구원을 시전합니다!]

재준은 바로 입안에서 마왕의 구원을 시전했다.

아군의 상처는 치료하지만 적의 상처는 악화시키는 오로라가 입안을 가득 메웠다.

퍼억!

퍼억!

입안의 작은 상처들이 누군가 강제로 찢는 것처럼 벌어졌다.

미노타우로스가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미안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재준이 벌어진 목구멍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무서울 정도로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이 식도 중간쯤에서 느껴졌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식도 벽에 공간 베기가 얇은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그 위에 마왕의 구원을 시전해서 상처를 악화시켰다.

살짝 벌어진 틈으로 재준의 키만 한 심장이 벌떡이는 게 보였다.

재준은 심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공검!’

[천공검을 시전합니다!]

우르르르!

제 1격이 심장의 외벽을 꿰뚫었다.

그리고 이어 쏟아진 폭격 같은 제 2격이 심장의 외벽뿐만 아니라 내벽까지도 완벽히 파괴했다.

조금 전까지도 몸을 떨어대던 미노타우로스의 움직임이 우뚝하고 멈춰 섰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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