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7 [EP9.미노타우로스]―
[EP9.미노타우로스]
“영지전?"
“네!
지금 마왕성에 다른 영지의 전령이 와있는 상태입니다.”
“일단 가보지.”
재준은 시트리와 함께 마왕성을 돌아왔다.
마왕성 안에는 시트리가 말하지 않아도 전령으로 보이는 마족이 보였다.
누구보다도 화려한 옷차림으로 시끄럽게 떠들어댔기 때문이었다.
“냄새나는군!
관리도 제대로 못 하다니!”
‘엘프?’
뾰족한 귀와 엘프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가 돋보였다.
투기장에서 봤던 나리엘과 굉장히 비슷했다.
다만 피부가 전체적으로 더 어두웠고 말이 굉장히 많았다.
[다크엘프로군.]
“다크엘프요?”
[엘프였다가 타락한 자들을 말한다.
더러운 수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지.]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엘프는 재준이 바로 뒤에 다가갈 때까지 계속해서 마왕성의 험담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그 옆에서 발퓨라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마왕님!
오셨습니까!”
발퓨라는 재준을 발견하자마자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다크 엘프는 재준을 보자마자 도발적인 눈으로 위아래로 훑더니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왕님.
처음 뵙습니다.
저는 레라지에 마왕님의 충실한 권속 드비일 이라고 합니다.”
“반갑군.
영지전 때문에 왔다고?”
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영지전에 관해 물었다.
드비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매우 직접적이시군요?”
인상을 쓰며 재준을 흘기는 모습에 시트리가 얼굴을 구겼다.
“맞습니다.
하지만 영지전이라는 표현 대신 레라지에 마왕님의 아량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겠군요.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는 마왕성에 권속들을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베풂이시겠습니까.”
마왕성이 사막이었을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고 습지가 되니까 어떻게든 먹어보겠다는 심보가 느껴졌다.
드비일은 손을 뻗어 마왕성을 가리켰다.
“뭐,이곳에 제대로 된 게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더러운 마왕성에,모자란 권속들.
그리고...”
드비일이 손으로 재준을 가리켰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재준이 모를 리 없었다.
“뭐라고?
이 다크 엘프 새끼가 미쳤구나?”
시트리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나섰다.
드비일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못 배운 마왕의 개새끼라 역시 목청만 크구나.
왜?
전령으로 온 나를 공격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재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못 배운 마왕의 개새끼?”
“아아.
제가 표현을 너무 격하게 사용했군요.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틀린 말은 아니니 아량으로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재준이 입술을 위로 말아 올리며 웃었다.
타라사가 뒤편에서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후우.’
“...너 나에 대해서 잘 모르지?”
“마왕님에 대해서 말입니까?”
드비일이 재준의 위아래를 노골적으로 훑으며 말했다.
“...미개한 인간의 외형에 어떻게 운이 좋게 마왕성을 차지하신 마왕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재준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미개한 이라는 표현은 재준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었다.
드비일도 재준을 보고 마주 웃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
재준이 성큼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미친개는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지.”
재준은 순식간에 드비일의 곱게 정돈된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미,미친!
뭐 하는 것이냐!”
드비일은 바로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재준은 바로 그림자 이동으로 드비일의 뒤편으로 몸을 움직인 참이었다.
“뭐하긴 미친개 잡잖아?”
퍼억!
재준이 냅다 드비일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드비일은 바닥에 머리가 박히고 몇 번을 바닥에서 구르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머리는 이미 흙과 먼지로 산발이 되고 입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감히!
레라지에 마왕님의 전령을 건드려?
그러고도 네놈이 온전하기를 바라냐?”
“이제 반말까지 하네.
허참.”
재준은 여유롭게 움직였다.
다만 두 눈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칫!
텔레포.
크헉!”
재준은 드비일이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바로 목을 움켜쥐었다.
“뭣 하러 아까운 마나를 쓰냐.
내가 곱게 보내줄 테니까.
그 레라지에 마왕인지 뭔지한테 전해라.
내가 곧 가겠다고.”
재준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드비일의 목이 수수깡처럼 부서지며 축 늘어졌다.
도도하고 아름다웠던 다크 엘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혀를 쭉 내민 봉두난발의 시체만 남았다.
“아.
근데 이 권속들도 죽으면 다시 마왕한테 돌아가는 거 맞지?”
“...아닙니다.”
“아니야?”
아무래도 그런 건 재준만 그런 모양이었다.
재준은 드비일의 시체를 더러운 먼지를 버리는 것처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쿠웅.
“어쩐지.
안 죽으려고 버티더라.”
재준은 황망해 하는 발퓨라와 시트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레라지에인가 뭔가 하는 마왕놈 마왕성으로 어떻게 가지?”
시트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포탈이 있어야 합니다만.
저희 마왕성에는 설치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준은 혹시나 해서 영지 건물창을 띄었다.
[영지 건물창]
[현재 지을 수 있는 건물이 표시됩니다.]
[상인] [장인] [교육] [기타]
‘어디에 있으려나.’
카테고리를 클릭하며 건물을 찾아보던 재준은 [기타] 칸에서 원하는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영지 포탈]
[영지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포탈이다.
좌표가 등록되어있는 영지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가격 : 150000골드]
[마법사 대여 시 : 이용료의 10프로]
재준은 바로 영지 포탈을 클릭했다.
혹시 몰라서 마법사 대여도 옵션으로 선택을 했다.
포탈은 설치할 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맵이 떠오르거나 재준이 위치 지정을 할 수 없었다.
[영지 포탈을 마왕성 대전에 설치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영지 포탈을 설치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러자 둥그런 아공간이 생겨나더니 그곳에서 각종 물건들이 순서대로 빠져나오며 자동으로 설치가 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마법사가 나올 때쯤에는 게이트 설치가 완료되었다.
“...”
대전에 같이 있던 권속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황당해했다.
[신기하군.
이것도 주인이 가진 힘 중의 하나인가?]
타라사가 아공간과 영지 포탈을 살피며 물었다.
‘힘 중에 하나라.’
“내가 가진 힘 전부라고 보는 게 맞을걸?”
이 것도 [더게이머]의 능력 중 일 부일 테니 말이다.
아공간에서 나온 마법사는 해골만 있는 스켈레톤 메이지였다.
푸른 로브를 입은 마법사는 재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게이트 옆에 섰다.
“게이트 이용은 지금 당장 가능한가?”
딸그락
“가능합니다.
대신 이동하실 영지의 좌표가 필요합니다.”
“좌표?”
시트리는 허겁지겁 어디선가 기다란 양피지를 하나 꺼내왔다.
“마왕님.
좌표는 여기 적혀있습니다!”
재준은 양피지를 받아서 스켈레톤 메이지에게 건넸다.
동시에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렸다.
띠링―
[불타오르는 철혈의 마왕성 영지의 좌표가 등록되었습니다!]
“등록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재준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넘어가서 레지아아 인지 레라지아
인지 하는 놈의 목을 베러 가고 싶었지만 그 전에 할게 있었다.
“아니.
지금은 이동 하지 않는다.”
재준은 권좌에 앉아서 다시금 영지 건물창을 띄었다.
이동하기 전에 설치 가능한 건물을 모두 사놓고서 갈 생각이었다.
재준은 다시 영지 건물창을 띄웠다.
[영지 건물창]
[현재 지을 수 있는 건물이 표시됩니다.]
[상인] [장인] [교육] [기타]
‘우선은 영지에 침략이 올 수도 있으니 방어건물부터 새운다.’
방어용 건물들은 전부 [기타] 카테고리에 있었다.
[감시탑]
[소형 및 중형 몬스터에게는 확실한 타격을 주지만 대형 몬스터에게나 마족에게는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한다.]
[가격 : 50000골드]
[포격탑]
[마나 포탄을 사용해 적들에게 타격을 주는 거대한 포격탑.
단단한 광석으로 겉면이 덮여있어서 대형몬스터의 공격에도 끄떡없다.]
[가격 : 150000골드]
[사용자가 없어도 스스로 가동되는 건물입니다.]
[용병막사]
[돈만 주면 어떤 짓이라도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용병들이 머무는 곳.
용병들을 고용해서 다양한 일을 맡길 수 있다.]
[가격 : 100000골드]
[용병 1명 고용 시 : 5000골드]
[기사막사]
[용병막사와 달리 애초에 충성도가 높은 데스나이트를 육성하는 곳.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인구수에 비례해서 데스나이트를 꾸준히 생성한다.]
[가격 : 600000골드]
‘이 정도인가.’
[서서히 회복되는 습지의 마왕성]
[마왕 : 최재준]
[마족 수 : 347명]
[몬스터 수 : 3779마리]
[예산 : 1501쩜500골드]
[충성도 : 93프로]
[영지 상태 : 안정]
[몬스터들의 숫자도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
그에 비해 마족들의 수가 너무 적다.
마족들의 수를 늘리고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재준이 현재 가지고 있는 예산 1500000골드 조금 넘는 돈이었다.
돈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낮은 단계의 감시탑은 설치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포격탑과 용병막사,기사막사 정도면 충분하겠군.’
무려 600000골드나 하는 기사막사는 1개만 구매하고,나머지 900000골드로 포격탑 4개와 용병막사를 구매했다.
[포격탑을 설치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포격탑을 설치하시겠습니까?]
‘그래’
재준의 앞에 마왕성의 맵이 떠올랐다.
포격탑은 마왕성에서 동서남북으로 4 방향으로 4개를 설치했다.
우우우우웅―
영지 포탈을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아공간이 열리더니 부속물들이 쏟아져나왔다.
부속물들이 스스로 조립되어 쌓여 포격탑이 만들어졌다.
포격탑은 조그만 모양으로 볼 때와 달리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꼭대기 제일 위쪽에는 마력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기사막사는 가능한 마왕성 근처에 설치했다.
띠링―
[기사막사의 데스나이트는 인구의 10프로로 유지됩니다.]
[현재 347명이므로 35명의 데스나이트가 생성됩니다!]
기사막사 건물에서 거대 게이트 앞에서 본 적 있는 데스나이트 35명이 대열을 맞춰 걸어 나왔다.
척척!
재준 앞까지 다가와서 복종의 자세를 취하며 몸을 숙였다.
[마왕님께 충성을!]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용병막사에서 고용된 용병 40명이 재준에게 다가왔다.
데스나이트 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예를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시트리!”
“네.
마왕님!”
“내가 없는 동안 너에게 전권을 일임하겠다.
다른 마족들과 합심해서 마왕성을 지켜내라.
가능하다면 최대한 영지발달 좀 시켜놓고!”
“네!
목숨을 걸고 해내겠습니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영지 포탈로 향했다.
다른 영지로 향하는 건 타라사와 바퓰라 정도면 됐다.
어차피 몇 시간 후면 헤스티아도 소환이 가능했다.
“잘하고 있어라.”
“네.
마왕님!”
재준이 영지 포탈 앞에 섰다.
딸그락―
“마왕님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불타오르는 철혈의 마왕성!”
지이이잉!
스켈레톤 메이지가 주문을 외우자 붉은색의 포탈이 떠올랐다.
재준은 거침없이 포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