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74화 (74/143)

00074 [EP8.불완전한 마왕]―

[EP8.불완전한 마왕]

현재 처한 상황에 비해 히드라의 목소리에는 이해 못 한 힘이 실려있었다.

“너는 뭐지?

왜 이런 곳에 갇혀있는 거지?”

히드라는 진녹색의 눈을 깜빡이며 재준을 쳐다봤다.

[죽어가는 망령이지.]

“망령이라고 하기에는...”

재준의 시선이 뱀파이어의 보옥으로 향했다.

“너무 악랄한 거 아닌가?”

히드라의 입이 쩌억하고 벌어지더니 광소를 터뜨렸다.

재준은 뱀파이어의 보옥을 보고 첫눈에 저게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주변에 흩뿌려진 사체의 조각들과 보옥에서 뿜어나오는 마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히드라의 한쪽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맞다.

역시 가짜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보는군.]

히드라는 습관적으로 일어나려는 것인지 자꾸 머리를 들려 했다.

[나는 타락한 검은 용 바락에게 진 후 이곳에 봉인되었다.

강대했던 마력을 내뿜던 심장은 강제로 빼앗기고 놈이 내 자식들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지.

바로 엊그제 까지만 해도 숨만 쉬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쿠우우우우

히드라가 거칠게 숨을 내뿜자 독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메마른 사막에 물이 돌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물?”

[그래.

나는 물에서 태어난 뱀.

물이 닿으면 힘을 회복한다.

네가 행한 마법으로 인해 홍수처럼 물이 범람했고 지하로 흐른 물이 나의 피와 살을 일부 채웠다.

그 안에 담긴 마력은 마치...]

히드라의 눈이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몽롱했다.

[생명수처럼 달콤하더군.]

바락이라.

그린 스왈로드부터 요즘 들어 꾸준히 듣고 있는 이름이었다.

이곳의 모든 수원을 마르게 만든 것도 바락이라고 했던가.

재준은 왠지 악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히드라는 어쩐다?’

이대로 그냥 두기에는 찜찜했고 풀어주기에도 불안했다.

8개의 머리와 몸이 부서지고 망가진 상태인데도 위압감이 대단했다.

혹시라도 풀어주고 나서 재준에게 이를 들이대기라도 하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재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히드라가 말을 꺼냈다.

[너에게 하나 부탁할게 있다.]

재준은 조용히 히드라를 쳐다봤다.

일단은 들어보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나는 바락 그놈에게 꼭 복수를 하고 싶다.

놈이 내 자식들을 모조리 죽였거든.

하지만 심장도 뜯기고 몸이 이런 꼴이라 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너와 계약하고 싶다.

아니,이곳의 마족들처럼 너의 권속이 되겠다.

대신 바락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다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신화급 몬스터 히드라]

[히드라가 권속을 자청했다.

받아들이면 신화급 몬스터인 히드라를 권속으로 얻겠지만 바락과의 피할 수 없는 전투를 벌여야 한다.]

[수락 시 : 권속 히드라 획득,바락과의 전투]

[거절 시 : 히드라의 죽음]

‘흐음!’

재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락 따위 어차피 헤스티아를 생각해서라도 한번 부딪칠 생각이었다.

‘악룡따위가 무서워서 권속을 포기할 겁쟁이는 아니지.’

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마나를 모아 마력의 구슬을 만들었다.

마력의 구슬이 히드라의 입으로 이동하더니 입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쿠우우우우웅

[신화급 몬스터 히드라를 권속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현재 지정 가능한 권속의 숫자 351/500]

히드라의 몸이 움찔거리며 가볍게 떨었다.

재준의 마력의 구슬이 혈관을 타고 비어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히드라의 떨어져 나간 심장 자리였다.

우우우웅―

하지만 마력의 구슬의 마나로는 겨우 심장 근처의 혈관을 다시 붉게 만드는 정도에 그쳤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거지?’

재준은 히드라에게 다가갔다.

바로 앞에서 보는 히드라는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머리 하나의 크기만 해도 헤스티아 보다 더욱 커다랬다.

재준이 손을 히드라의 머리 위에 올려놨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히드라에게 빨려 들어갔다.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히드라의 몸체가 꿈틀거렸다.

스으으으으―

히드라의 말라비틀어져 있던 혈관이 재구성되었다.

부족한 혈액 대신 마나가 온 몸 구석구석으로 순환했다.

우드득!

가장 먼저 마나를 공급만은 건 근육과 뼈였다.

말라 있던 근육이 팽창하고 얇아져 있던 뼈는 다시 두꺼워졌다.

드드드드득!

8개의 머리도 상처가 치유되면서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단단히 박혀있던 거대한 못이 들썩였다.

[생각보다 엄청나군!]

히드라는 재준의 마나를 기껏해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재준은 강줄기가 아니라 거대한 바다였다.

퍼도 퍼도 끊임없이 마나가 들어찼다.

쿠우우우웅!

마침내 못이 떨어져 나가며 히드라가 몸을 일으켰다.

9개의 머리가 높이 쳐들자 토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

그때 9개의 머리에서 각기 한기를 머금은 브레스를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아!

쏟아져 내리던 토굴은 반대로 하늘로 솟구치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묵빛의 단단한 몸체에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히드라는 재준의 권속이 되면서 그의 끝없는 마력에 흥분한 상태였다.

[올라타라!]

재준은 마력의 전달을 끊고 히드라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거대한 돌은 히드라의 다른 머리가 내뿜는 브레스에 산산조각이 났다.

쿠우우웅

히드라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치켜들자 구름이 닿을 정도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대단하군.’

[이곳을 내가 습지로 만들어줄 수 있다.]

“습지?”

[그렇다.

이곳은 원래 습지인 곳이었지.

바락이 모든 것을 불태우기 전에는!]

“알았다.

습지로 만들어줘.”

히드라는 재준이 권능을 이용해 비를 뿜어대던 것과 달랐다.

단지 땅을 걸을 뿐인데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며 땅이 촉촉이 젖으며 나무가 솟아올랐다.

‘이게 신화급 몬스터의 힘인가?’

마왕성의 주변은 초목이 우거진 습지로 변했다.

이게 불과 반나절만의 변화였다.

배릭과 아이시스는 감옥에 갇혀있던 부족민들과 함께 광산으로 향했다.

광산에는 재준이 알려준 대로 마정석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다.

카앙!

카앙!

하지만 이미 그들보다 먼저 와있는 인물이 있었다.

스톤골렘들을 진두지휘하며 마정석을 채광하고 있던 재준의 리치 멀린이었다.

특유의 다크서클 진한 눈초리로 배릭을 훑어보며 물었다.

“당신이 배릭?”

“...그런데?”

배릭은 언데드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마왕님의 5대 권속 중의 하나 리치 멀린이다.

그분께서 직접 이름까지 하사하셨지.”

“아...그,그렇군.”

“앞으로 나를 부를 때는 멀린님이라고 불러라.

따라오도록.”

배릭과 아이시스가 대꾸할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배릭의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광산 내부를 돌아보면서 점점 표정이 풀렸다.

광산은 생각보다 더 깊고 컸다.

광산 내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드워프들에게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다른 드워프들도 기대감에 찬 얼굴이었다.

그 동안 마족들에게 당한 게 있어서 마왕이라는 그 자도 믿을 수 없었는데.

배릭의 말대로 믿음을 줘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뒤이어 멀린의 말에 더욱 믿음이 강해졌다.

“드워프 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면 재준님의 뜻에 따라 어떠한 마족도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마족도...요?”

아이시스는 멀린이 째려보자 자기도 모르게 말을 높였다.

“그래.

그게 바로 위대하신 마왕님의 뜻이니까!

오직 나와 재준님,그리고 명령을 받은 권속들만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까 미개한 드워프들은 걱정하지 말고 살면 된다!”

“...알,알겠습니다.”

‘분명 좋은 말이긴 한데..왜 기분이 나쁘지.’

배릭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만큼이나 좋은 환경일 줄은 몰랐다.

재준이 혹시 드워프 부족을 부려먹기 위해 광산에 밀어 넣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신입이 아니었으면..

후우.’

배릭은 신경을 써주는 재준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때 멀린이 손을 짝짝 치면서 드워프 들을 집중 시켰다.

“여기까지는 재준님의 뜻이고.

지금부터는 나와 권속들의 이야기니까 잘 듣도록!”

그러면서 마법을 이용해 허공에 무언가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상?’

그건 재준의 동상이었다.

“마왕님의 위대함을 닮을 동상을 제작한다.

크기는..

으음.

50M 정도면 충분하겠군.”

“50M?”

드워프 중 누군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 정도 크기면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뭐?

생각보다 느려빠진 종족이군 쯧.”

멀린이 한심하다는 듯이 드워프 들을 훑었다.

그러면서 인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30M는 괜찮나?”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모두 왜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건데?

그 마왕인지 뭔지가 대체 뭐라고?”

멀린이 두 눈에서 살광을 비치며 아이시스를 노려봤다.

그리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거대한 지진이 느껴지며 땅이 울렸다.

지진의 근원지는 동굴 밖이었다.

쿠우우우웅!

“뭐,뭐지?”

멀린과 드워프들은 동굴 밖으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다란 히드라와 그 머리 위의 재준이 보였다.

히드라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막이었던 바닥에서 나무가 솟아나고 풀들이 자라나며 습지로 변해갔다.

쿠웅!

쿠웅!

지진의 정체는 히드라의 걸음 때문이었다.

“...저게 바로 우리 마왕님의 힘이다!

알겠냐?”

멀린이 재준의 모습을 보고 기가 살아서 소리쳤다.

몇몇 드워프들은 히드라의 압도감에 무릎을 꿇고 바들바들 떨었다.

“대,대단하군.”

“...”

순식간의 주변의 지형이 바뀌고 있었다.

아이시스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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