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2 [EP8.불완전한 마왕]―
[EP8.불완전한 마왕]
[스톤골렘이 D급 마정석을 캐냈습니다.]
[인벤토리에 500골드가 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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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골렘이 C급 마정석을 캐냈습니다.]
[인벤토리에 3000골드가 추가 됩니다!]
재준은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스톤골렘들을 뿌듯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마정석을 팔고 난 골드와 합치니 벌써 90000골드가 넘었다.
‘좋다.’
이제 곧 아쿠아 퍼니쉬먼트 권능을 구매할 수 있다.
재준은 곧바로 시프리와 마왕성으로 돌아왔다.
시프리는 재준의 표정이 환해지자 어리둥절하면서도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기뻐했다.
“시프리.
잘했다.
그렇게만 하면 된다.”
“감,감사합니다!”
시프리가 머리를 조아리며 재준에게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때 재준의 시야에 상당수 모여있는 마족들이 보였다.
‘저것들은 뭐 하는 거지?’
“까아아아악!
살,살려줘!”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족들은 노예들을 둘러싸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드워프?’
노예들은 드워프였다.
자그마한 키에 유난히 발달한 근육들이 보였다.
전사로 보이는 남자와 마법사로 보이는 여자는 어떻게든 마족들을 상대로 반항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 갔냐!”
머리에 눈이 수십 개 달린 마족이 쓰러진 드워프 남자의 배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그만해!”
두 명의 드워프 남녀는 곧 온몸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무기력한 표정으로 죽음만을 기다리는 게 보였다.
‘흐음.
어떡한다.’
재준이 두 명의 드워프를 보고 고민하는 사이 마족들이 재준을 발견하고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몇몇은 드워프를 잡아먹으려 했는지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인간이면 몰라도.
드워프까지 내가 신경을 쓸 필요는 없겠지.’
재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나가려고 하는 때.
“...살려줘!”
드워프 여자가 필사적으로 기어오며 재준에게 소리쳤다.
“제발!”
“감히!
마왕님께 이 무슨!”
“이 버러지 같은 드워프를 당장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시프리가 재준이 놀랄 정도로 흥분하며 소리쳤다.
마족들이 몸을 움찔 이면서 드워프를 향해 움직였다.
그때 쓰러져있던 드워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
“..으응?”
드워프 남자와 재준은 서로 비슷한 소리를 내며 쳐다봤다.
“신,신입?”
“배릭?”
놀랍게도 드워프 노예의 정체는 투기장에서 만났던 드워프 배릭이었다.
‘배릭이 왜 여기 있지?’
재준은 배릭에게 다가갔다.
몸에 나 있는 상처는 지금 생긴 게 아니라 오래전 상처들로 보였다.
‘흐음.’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불안전한 마왕의 검을 꺼냈다.
“안,안돼!
우리 오빠 죽이지마!
이 새끼야!”
여자 드워프가 재준에게 필사적으로 기어오며 소리쳤다.
‘마왕의 구원!’
[마왕의 구원을 시전합니다!]
검에서 은은한 묵빛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어루만지듯 퍼졌다.
배릭의 몸에 나 있던 상처는 물론이고 여자 드워프와 마족들의 몸의 상처들이 모두 말끔히 사라졌다.
‘권능으로 바뀌면서 위력이 대폭 강화됐군.’
마족들과 드워프 모두가 어벙한 표정이었다.
재준은 배릭과 다른 드워프를 붙잡았다.
“이 노예들은 내가 데려간다.
놀 거면 몬스터들과 놀아라.
시프리 마왕성에서 보지.”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눈을 한번 깜빡일 시간 만에 재준과 드워프 들은 권좌 앞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후우.’
재준은 바닥에서 배릭을 일으켜 세웠다.
“...신입!
여기는 어떻게?
설마 날 구하러?”
배릭의 두 눈이 글썽거렸다.
“이 바보야!
아까 못 들었어?
여기 마왕이라잖아!
이 인간 놈,아니 이분이 말이야!”
아직도 약간의 적개심을 가진 눈으로 여자 드워프가 소리쳤다.
배릭은 재준과 여동생을 번갈아 보더니 여동생을 소개했다.
“아.
신입.
여기는 내 여동생.
아이시스.
그리고 이쪽은...”
재준을 가리키며 배릭이 말했다.
“나랑 같은 팀 동료.”
‘동료라.’
썩 나쁘지 않은 소개였다.
―
“그러니까 이제 마왕이 그 비네 놈이 아니라 신입이 되었다는 거지?
하하하하!
비네 그놈 꼴좋군!”
배릭은 배까지 움켜잡으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하지만 재준이 마족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아이시스의 눈에 경악과 의심이 섞였다.
뭐.
굳이 내가 해명해야 될 문제는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배릭은 왜 여기에 있던 거에요?”
재준의 물음에 배릭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시작된 이야기는 그리 밝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배릭이 사는 차원인 판타디움은 마왕들과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드워프 종족은 속수무책으로 마왕들에게 공격당하며 약탈당하고 노예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배릭도 마찬가지로 그의 여동생인 아이시스와 함께 이곳으로 끌려왔다.
노예로서 일만 하고 있던 배릭의 꿈속에 어느 날 루시퍼가 찾아왔다.
그에게 투기장의 대전사가 되겠냐는 질문에 배릭은 두말하지 않고 승낙했다.
투기장에서 우승하면 막대한 권능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더는 투기장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건 신입 자네 때문이야.”
“나 때문이요?”
배릭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크 챔피언과 싸우면서 자네가 보여줬던 전투는 하늘 위의 하늘.
아니 다른 차원의 경지였으니까.
그래서 더는 참여해봤자 우승은 힘들 거라는걸 알았지.”
“그렇군요.”
“혹시 그 투기장에서 우승해서 권능을 얻은 건가?”
“아니요.
저도 그 이후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루시퍼 님이 속이 타겠군.
가끔 한 번씩 얼굴 좀 비추라고.
하하하”
재준이 쓴 웃음을 지었다.
루시퍼가 재준의 몸을 빼앗으려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배릭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 배릭은 어떻게 할 거예요?
다시 돌아갈 거에요?”
“...돌아간다 해도 내 부족과 고향은 사라진 지 오래야.
솔직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군.”
배릭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흐음.’
순간 재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여기 마왕성에 다른 드워프 들이 얼마나 있어요?”
“대략 50명쯤 될 거야.”
“드워프 들이면 광산도 잘 캐죠?”
“그걸 말이라고 하나.
원래대로라면 밥만 먹고 하는 일이 그건데.”
재준이 두 눈을 빛냈다.
[스톤골렘이 C급 마정석을 캐냈습니다.]
[인벤토리에 3000골드가 추가 됩니다!]
[보유한 상점 골드 : 100700]
그때 마침 보유한 상점 골드가 99999을 넘었다.
재준은 바로 상점창으로 들어가서 아쿠아 퍼니쉬먼트 권능을 클릭했다.
[아쿠아 퍼니쉬먼트]
[등급 : S등급]
[물 속성 마법 중에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무시무시하다.
이 마법을 만들어낸 현자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가격 : 99999
[아쿠아 퍼니쉬먼트를 구매하시겠습니까?]
‘그래!’
[권능 아쿠아 퍼니쉬먼트가 추가됩니다.]
‘후우.’
재준이 만족감이 가득 찬 한숨을 내뱉었다.
모아놓은 골드의 전부를 써버렸지만 스톤골렘들이 열심히 마정석을 캐면서 실시간으로 다시 오르는 중이었다.
배릭과 아이시스는 재준을 멀똥멀똥 쳐다봤다.
“여기 근처에 광산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자리 잡고 사시는 건 어때요?”
배릭과 아이시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곳은 살 만한 곳이 못 돼.”
“비도 안 내리고 먹을 것도 없어서 노예들로 식량을 대체하는 곳인데 어떻게 살아요?”
그 말에 재준이 씨익 웃었다.
“비야 내리게 하면 되죠.”
“...뭐?”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갈까요?”
재준은 마왕성 밖으로 향했다.
지평선 너머까지 쭉 뻗은 모래사막이 보였다.
모래 위에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렇게 보니 정말 죽음의 사막이긴 하네.’
재준은 배릭과 아이시스를 물렸다.
시프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마왕님..?”
“잠깐 기다려.”
재준이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마나를 얼마나 잡아먹으려나.’
우선은 최대한의 마력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손끝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순수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스오오오오―
가만히 서 있어도 마력의 기운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기운이 약한 몬스터들이 멀리서부터 몸을 바르르 떨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이게 대체?”
“그,그만둬요!”
아이시스는 겁에 질린 듯 소리치며 주저앉았다.
마왕성 근처에 모든 마력이 재준의 두 손에 모여들었다.
“마왕님!
제발 그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갑자기 마족들이 마왕성 앞에 모여들어 석고대죄를 하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다 죽이려고 이러는 줄 아는 건가?’
재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만족한 만한 마력이 모였을 때 외쳤다.
‘아쿠아 퍼니쉬먼트!’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짙은 남색의 기운이 재준의 손에서부터 쏟아졌다.
하늘을 꿰뚫은 기운을 중심으로 서서히 먹구름이 퍼지기 시작했다.
“저,저건?”
그런데.
먹구름이 커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컸다.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이 무언가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뚜욱―
“응?
물방울?”
약하게 쏟아지던 빗방울이 곧 장대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말라비틀어져 가던 사막에 다시금 내리는 단비였다.
쏴아아아아아―
“...마왕님!”
시프리는 감격 어린 눈으로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마족들도 똑같이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후우.
이제 비오니까.
광산에서 거주하실 거죠?”
비에 흠뻑 젖은 배릭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