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71화 (71/143)

00071 [EP8.불완전한 마왕]―

[EP8.불완전한 마왕]

재준이 없는 대한민국.

화려하게 타올랐다가 영웅으로 생을 마친 재준에 대한 이야기로 아직도 세상은 뜨거웠다.

누군가는 아직도 재준이 살아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고,실제로 재준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지 루머일 뿐이었다.

그리고.

재준이 공식적으로 사망한 날부터 게이트 발생률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영웅의 희생이 바탕이 되어 안정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허억허억!”

골목길을 달리는 남자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움켜쥔 왼쪽 팔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서 알려야 해!’

남자는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빛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높은 건물 사이로 큰 도로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 남자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가 사라졌다.

크르르르르

목에서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골목길 입구를 누군가 막아섰다.

핏발선 눈동자에 헐떡이는 짐승 같은 숨소리.

입가 사이로 삐져나온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났다.

흡혈귀였다.

“...비켜라!”

남자가 짧은 단도를 빼 들었다.

그리고 달리는 가속도 그대로 흡혈귀를 향해 휘둘렀다.

카앙!

‘말도 안 돼!’

흡혈귀의 손톱은 너무나 간단하게 남자의 단도를 쳐냈다.

“우리에게서 도망갈 수 없다!”

처억!

동시에 골목의 뒤편에도 또 다른 흡혈귀가 내려앉았다.

골목길 위에도 얼굴만 내민 흡혈귀들이 보였다.

‘너무 많다!’

남자는 살 각오를 버렸다.

흡혈귀 몰래 단도의 손잡이 부분을 옆으로 돌렸다.

끼기기긱.

그리고 바로 맹렬하게 흡혈귀를 향해 달려들었다.

“붙잡아라!

여왕님께 데려간다!”

캬아아아아!

남자는 단도를 휘두르며 최대한 반항했지만 결국 흡혈귀들에게 붙잡혀 목을 물렸다.

피가 빠져나가면서 순식간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크윽!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툭.

단도가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져 나가며 바닥에 떨어졌다.

돌아가 있던 단도의 손잡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끼리리릭.

틱.

콰아아아아앙!

단도가 폭발하며 일대를 가루 하나 남김없이 태워버렸다.

머리까지 덮는 깊숙한 로브를 입은 자들이 버려진 교회에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익숙하게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는 또 다른 강당이 있었다.

“우리의 신을 모십니다.”

“우리의 신을 모십니다.”

“우리의 신을 모십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강당 쪽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무교였거나 다른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연이 이 종교에 대해 알고 나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 것이다.

‘선한 것이 아닌 것을 무엇이든지 이루어주는 종교!’

이종교는 애초에 선한 신을 모시는 종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결코 선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악신을 모시는 사람들.

‘누군가가 죽게 해주세요.’

‘돈을 벌게 해주세요.’

‘그녀가 나의 것이 되게 해주세요.’

이들의 소원은 모두 악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모두 악에 전염된 사람들이었다.

쿠웅!

쿠웅!

강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염소 머리를 한 몬스터였다.

“음메에에에에에!”

몬스터가 외치자 지하실이 울리며 기도하던 소리가 뚝 그쳤다.

철컥

뒤에서 문이 열리면 똑같은 로브를 입은 남자들이 누군가를 끌고 왔다.

“으읍!

으읍!”

입이 막혀있지만 이 자가 말하는 것이 살려달라는 것임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왜냐하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염소 머리 몬스터가 커다란 참마도를 들어 올렸을 때.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들의 소원을 빌었다.

‘그녀를 갖게 해주세요!’

‘높은 권력을 갖게 해주세요!’

“으으으읍!”

휘이이이익!

스걱!

남자의 목이 잘리고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지하실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피가 튀었지만 그들은 성수라도 되는 것마냥 로브를 벗고 피를 받아먹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 고길동도 있었고,얼마 전 자간에게 팔이 뜯긴 헌터 안정무도 있었다.

“음메에에에에에!”

염소 머리 몬스터는 지하에 가득 찬 어리석고 욕망에 찬 인간들을 보며 비웃었지만 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우우우웅―

이들의 더러운 욕망과 나쁜 감정들은 한 대 모여 마왕 벨페고르에게로 향했다.

벨페고르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하수처리장 지하에서 몸을 회복 중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염소 머리 몬스터는 자신의 주인의 회답에 기뻐하며 환성을 내질렀다.

지구의 상황이 점점 폭풍전야로 빠져들 때 재준도 폭풍전야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이 마왕성에서 식량을 구하는 방법이 감옥의 노예들을 식량으로 썼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노예는 얼마나 남았지?”

“..쩜87명입니다.”

‘미치겠군.’

재준은 시프리와 대화할수록 황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기존의 마왕이었던 비네는 마왕성의 상황에 대해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우선은 가뭄이 제일 큰 문제겠군.”

마족들이 며칠 안 먹는다고 굶어 죽을 일도 없고.

정 배고프면 몬스터라도 잡아먹어서라도 배를 채우면 된다.

문제는 가뭄이었다.

이대로 가면 몬스터들도 씨가 마른다.

[황폐해진 사막의 마왕성]

[마왕 : 최재준]

[마족 수 : 295명]

[몬스터 수 : 520마리]

[예산 : 0골드]

[충성도 : 13프로]

[영지 상태 : 극히 위험]

[앞으로 3일 뒤 극심한 가뭄,식량 부족으로 마왕성이 사라질 예정입니다.]

몬스터 수도 겨우 520마리.

재준은 살다 살다 몬스터 수까지 걱정해야 되는 지금 상황이 짜증이 났다.

‘어떻게든 비만 내리게 하면 된다.’

‘상점 창!’

띠링

[더게이머 상점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더게이머 상점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더게이머 상점은 골드로만 거래됩니다.]

[구매] [판매]

[보유한 상점 골드 : 50]

재준은 구매 버튼을 누르고 스킬창을 찾았지만 더는 보이지 않았고 권능 창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발 있어라.’

권능 창에는 수많은 권능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가시]

[등급 : A등급]

[몸에서 돌기가 돋아나 적에게 보이지 않는 가시를 발사한다.]

가격 : 6000골드

[얼음 걸음]

[등급 : A등급]

[걸을 때마다 바닥이 얼게 된다.

물 위에서 빠르게 걸을 수 있다.]

가격 : 5000골드

[유혹의 손가락]

[등급 : S등급]

[손가락을 흔들면 매혹의 주문이 발사되고 매력 수치에 따라 상대를 유혹한다.]

가격 : 4000골드

대부분 재준에게는 쓸모없는 권능들이었다.

더구나.

가격도 너무 비쌌다.

‘물 속성 관련해서 하나라도 나와라.’

상점창을 내리던 재준이 덜컥 멈췄다.

‘있다!’

[아쿠아 퍼니쉬먼트]

[등급 : S등급]

[물 속성 마법 중에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무시무시하다.

이 마법을 만들어낸 현자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가격 : 99999

‘뭐?’

재준은 가격을 보고 순간 벙졌다.

B급 마정석 하나의 골드 가격이 10000이니까 단순히 계산해도 10개는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재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마정석의 개수를 확인했다.

B급 마정석 2개,C급 마정석 5개,D급 마정석 9개였다.

이 마정석 들을 모두 골드로 변환한다고 해도 39500골드 뿐이 안되었다.

‘망했다.’

재준은 마왕성에 남아있는 몬스터와 마족들이라도 전부 잡아서 마정석을 얻어볼까 했지만.

D급이나 C급으로는 아무리 모아도 50000골드 이상 모으기 힘들어 보였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시프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재준에게 물었다.

재준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하나 꺼냈다.

“혹시 이런 것 많은데 알고 있나?”

시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돌멩이...아닙니까?”

‘후우.’

재준은 역시나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시프리의 말에 고개를 확 들었다.

“...뒤편에 동굴에 가면 넘쳐나는 돌멩이입니다.

마왕님.”

“뭐?”

재준은 당장에 시프리를 끌 듯이 데리고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는 시프리의 말대로 은은한 빛을 내는 마정석 들이 벽에 수도 없이 박혀 있었다.

얼핏 봐도 수천 개가 넘는 수였다.

‘이곳에 마정석 광산이 있었다니.’

아니.

애초에 재준은 마정석이 매장된 광산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때 재준의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렸다.

띠링

[마왕성에서 마정석 광산을 발견하였습니다.]

[해당 광산에서 캐내는 마정석을 상점과 연동하시겠습니까?]

[연동할 시 마정석을 캘 때마다 자동으로 상점창의 골드로 변환됩니다!]

‘연동한다!’

재준이 인벤토리에 넣었다가 상점에 파는 과정이 하나 없어지는 건데 연동을 하지 않을 이 유가 없었다.

‘광산을 캐려면 훌륭한 일꾼들이 필요하겠지.’

재준은 곧 적당한 상대들을 떠올리고 외쳤다.

‘군단소환!’

[군단소환을 시전합니다!]

곧 광산에는 벽에 박힌 마정석을 쉬지 않고 캐내는 스톤골렘들로 넘쳐났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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