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69화 (69/143)

00069 [EP8.불완전한 마왕]―

[EP8.불완전한 마왕]

마왕성 안.

검은 낙타의 몸체에 수사자의 머리를 한 마왕 비네는 권좌에 앉아있었다.

한 손엔 독사를 쥐고 다른 손에는 쇠사슬을 감고 있었는데 몸이 움직일 때마다 뱀의 혓소리와 쇠사슬의 소리가 울렸다.

촤르르륵.

권좌에는 양옆으로 썩어가는 머리들이 장식처럼 꽂혀 있었는데 모두 비네에게 죽은 다른 마족들의 머리였다.

비네는 권태로운 눈으로 권좌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살,살려주세요!”

넓은 공간에는 비네의 부하들이 잡아 온 노예들이 매달려서 노릇노릇하게 익혀지고 있는 중이었다.

단지 일반적인 것과의 차이라면 살아있는 채로 익어간다는 것뿐.

하지만 그마저도 비네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심심하도다.

심심해.’

비네가 한숨을 내쉬자 비네의 부하들이 좀 더 불을 키우며 채찍을 휘둘렀다.

철썩!

“끄아아아아아악!”

그때 노예들의 비명 사이로 날개를 펄럭이며 젊은 마족이 비네에게 다급하게 날아왔다.

“마,마왕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침입자가 있습니다!”

‘다른 마족이라도 쳐들어온 것인가?’

순간 비네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말은 비네에게 지독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그게 인간입니다.”

“인간?”

비네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

마족이라는 것들이 인간 때문에 귀찮게 하다니.

손을 들어 적당히 흔들었다.

당장 꺼지라는 제스쳐였다.

하지만 마족은 몸을 푹 숙이며 외쳤다.

“인,인간이긴 하지만!

놈 때문에 몬스터들 수백 마리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놈?”

한 명이란 말인가?

비네는 그 인간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혼자서 감히 자신이 지배하는 사막 지옥에 찾아온 용기가 대단했다.

“시트리.”

“네.

나의 마왕님이시여.”

노예들 사이에서 표범의 머리에 두꺼운 날개를 가진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서 그 건방진 인간을 내게 데려오라.”

시트리라고 불린 마족이 고개를 푹 숙이며 물러났다.

동시에 허공에 사람 크기만 한 공간의 비틀림이 생겨났다.

게이트와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시트리는 그 안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들어갔고 그가 완벽히 그 안으로 사라지자 비틀림은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비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권태로운 표정으로 노예들을 내려봤다.

“후우.

좋다!”

재준은 모래의 마왕 비네와 비슷하게 몬스터들의 시체 위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중이었다.

재준은 직접 하나하나 몬스터에게 마정석을 찾기가 귀찮아서 권속들을 물러냈다.

50기의 스톤골렘과 아서,더빅 등이 합세하자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냈다.

[여기 마정석 찾았다!]

[...나는 2개 찾았다!]

그웩과 더빅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서로 경쟁하듯 찾아다녔다.

[바보 같은 놈들 쯔쯔]

그리고 멀린은 그들 뒤에서 혀를 찼다.

멀린은 마정석을 찾는 것보다 갓 죽거나 아직 살아있는 몬스터들을 찾아 목을 벴다.

그리고 자신의 죽은자의 목걸이에 머리통을 꿰며 씨익 웃었다.

‘처음에는 분명 징그러워했던 거 같은데...’

불완전한 마왕이 되고 나서 권속들의 개성이 좀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그나마 변한 게 없다고 하면 아서 정도라고 할까?

[이쪽이다아아!

이쪽을 확인안했다!

서둘러라!]

아서는 검을 막대기처럼 휘두르며 스톤골렘들을 일꾼처럼 부려먹었다.

알게 모르게 권속들 사이에서 계급처럼 순위가 매겨진 모양이었다.

최초의 5권속사이에서는 그게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스톤골렘들은 확실하게 5권속들의 말에 충실히 복종했다.

‘군대 같네.’

스톤골렘들은 권속화 되면서 지능이 조금은 높아졌는지 복잡한 대화도 어느 정도 알아먹었다.

크오오오오오―

헤스티아가 앞에 싸인 마정석을 맛있게 씹어먹으며 기분 좋은 포효를 했다.

5권속을 비롯해서 스톤골렘들은 유독 헤스티아를 무서워했다.

헤스티아가 작게라도 포효를 하면 몸을 움찔하며 피했다.

그러고 보니 헤스티아는 권속이 아니긴 하지.

‘소환수 창’

[이름 : 헤스티아]

[종족 : 레드 드래곤]

[스킬 : 화염 브레스.( SSS) 드래곤 피어.( S) 속성내성.( A) 물리 내성.( A)]

[설명 : 레드 드래곤.

아직 성장기이다.

추후 성장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긴다.

마정석을 좋아한다.]

아직도 성장 중이었다.

지금도 작은 편은 아닌데 다 크면 얼마나 더 커질까.

마정석을 먹는 양도 부쩍 늘었다.

[더 가지고 와라]

헤스티아가 스톤골렘에 명령했다.

재준에게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저렇게 낮고 위엄 어린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런 재준과 권속들을 저 멀리서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마족 시트리였다.

자신의 권속들인 하급 악마들과 인간을 죽이기 위해 왔지만 멀리서도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운에 몸을 멈춰 세웠다.

‘드래곤?

분명 마왕님들이 다 죽였을 텐데?’

시트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다 자란 드래곤은 아니라고 해도 시트리가 상대할 수 없는 게 드래곤이었다.

더구나.

인간의 주위에 돌아다니는 권속들도 하나같이 강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을 닮았고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도 대단했다.

‘저런 권속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인간일 리 없다.’

시트리는 중앙의 인간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인간이 틀림 없었다.

‘아아..!’

시트리의 몸이 순간 휘청였다.

재준의 정신 속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도리어 강대한 정신력에 밀려 시트리의 정신이 붕괴할 뻔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적어도 상위 마족!

아니,마왕급이다!’

시트리의 움직임이 급해졌다.

‘새로운 마왕이 비네 님을 죽이기 위해 쳐들어온 것이야!’

왜 마왕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 사실을 어서 비네 님에게 알려야 했다.

시트리가 재빨리 비네의 마왕성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의 움직임 막는 존재가 있었다.

“넌 뭐지?

방금 나한테 무슨 짓거리를 하려던 거야?”

“으헉!”

바로 전에까지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재준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마왕이야!’

시트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재준이 다시 한번 물었다.

“벙어리야?

방금 나한테 무슨 짓 하려고 했냐고 물었잖아.

그냥 죽여줘?”

“아,아닙니다!

마왕님!

이 비천한 종 시트리가 감히 마왕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시트리는 상황판단이 빠르고 얍삽한 마족이었다.

정도 없고 그다지 따르지도 않는 비네에게 충성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시트리가 머리를 조아리며 재준의 눈치를 살폈다.

“높으신 마,마왕님의 존체를 뵙고 감히 살펴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만!

죽,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바르르 떨며 외치는 시트리의 모습에 재준은 들었던 손을 내려놓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대답이 늦었다면 바로 머리통을 부서뜨릴 생각이었다.

방금 전.

재준이 쉬고 있는데 시스템창이 급하게 울렸다.

띠링

[마족 시트리가 정신간섭을 시도합니다.]

[사용자의 압도적인 마력 수치와 권능으로 저항합니다.]

루시퍼에게 몸을 빼앗길 뻔한 트라우마가 있는 재준에게 이런류의 공격은 굉장히 민감했다.

‘어떤 놈이야.’

재준의 눈이 사방을 빠르게 훑었다.

저 멀리 마족의 형체가 보였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순식간에 시트리의 그림자에서 솟구쳤다.

마족은 웬일인지 재준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이곳은 어디지?”

“...이 미천한 마왕의 종 시트리는 마왕님의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곳에 대해,마왕에 대해 아는 만큼 전부 이야기해봐.”

“...”

시트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준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곳은 역시 마계였다.

철저한 힘으로만 관철되는 마계에서는 피라미드 형식으로 하나의 계급이 이루어져 있었다.

제일 정상에 선 존재가 7대 마왕.

그리고 그 밑으로 그들에게 속해있는 마왕들이 있었고 마족들이 있었다.

마족들이 서열을 높이는 방법은 2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그 위에 있는 다른 마족을 죽여서 서열을 빼앗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격이 높은 마왕의 밑으로 들어가 종속의 계약을 맺고 마왕의 힘을 빌려 서열을 높이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마족들은 두 번째를 따랐지만 일정 서열이 높아지면 상대를 죽여서 서열을 빼앗는 수밖에 없었다.

시트리도 재준이 마왕성과 서열을 빼앗기 위해 이곳을 쳐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렇군.’

재준은 시트리의 말을 들으면서 내색은 않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마왕에 대해 이야기해봐라.”

시트리는 처음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당황했다.

하지만 재준이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눈을 꾹 감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마왕 비,비네는 모래의 마왕으로 원래는 루시퍼의 밑에 있던 마족이었습니다.”

“루시퍼?”

“...네.

목숨을 걸고 전투하기를 좋아하던 마족이었는데 루시퍼를 배신하고 바알의 밑으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힘을 선물 받았습니다.

눈을 보면 죽음에 이르는 독사죠.

항상 자신의 팔에 두르고 다닙니다.”

“그렇군.”

좋은 정보를 얻었다.

재준은 시트리를 내려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 놈은 어떻게 한다?

그냥 죽이는 게 제일 편하긴 한 대...’

재준의 눈에 서서히 살기가 돌자 시트리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몸을 숙였다.

“제,제발..!”

“마왕성까지 안내해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를 죽일지 내 권속으로 들일지 결정하겠다!”

“감,감사합니다!

위대하시고 현명하신 나의 마왕님이시여!”

‘마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잘 아는 놈 데리고 다니면 나쁘지 않겠지.

똘똘해 보이기도 하고.’

“헤스티아!”

재준은 헤스티아 등에 올라탔다.

“마왕성으로 바로 안내해라!”

헤스티아를 보고 겁에 질린 얼굴로 시트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날개를 펄럭이며 헤스티아와 시트리는 마계를 활공하며 마왕성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세워진 성이 보였다.

‘저건가?

생각보다 더 크네.’

마왕성 주변에는 기존의 몬스터가 아닌 마족으로 보이는 것들이 적의를 뿜으며 헤스티아와 재준을 노려봤다.

숫자가 얼핏 봐도 수백은 넘어 보였다.

호전적인 몇몇 기운이 재준을 자극했다.

‘이런 놈들을 하나하나 상대할 시간은 없지.’

재준이 마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검을 들었다.

불완전한 마왕의 검이었다.

재준이 검을 뽑아 들자 마족들이 사방에서 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검게 변할 정도로 많은 수였다.

‘징그럽게도 많네.’

“히이이익!”

바로 옆에서 날고 있던 시트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겁을 했다.

재준은 헤스티아 위에 올라탄 상태로 검을 놈들에게 향했다.

우우우우우웅―

‘몰아치는 폭풍!’

[몰아치는 폭풍을 시전합니다!]

무려 SS급의 광역기 공격 스킬인 몰아치는 폭풍이었다.

검신을 중심으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검은 마기가 치솟았다.

쿠우우우우웅―

검신에서 순간적으로 폭발하든 날카로운 마기의 칼날들이 쏟아져 나왔다.

칼날의 폭풍은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찢겨내며 사방으로 휘날렸다.

콰가가가가곽!

시프리는 몸이 휘청이다가 몇 번이나 날개가 꺾일뻔했다.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 못할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이,이게 뭐야!’

그리고 겨우 눈을 떴을 때에 눈앞에는 처참한 광경만 남아있었다.

더는 서있는 마족 또한 보이지 않았다.

“가자.”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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