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EP8.불완전한 마왕]―
[EP8.불완전한 마왕]
혜선은 TV를 통해서 오빠 재준의 전투를 보며 심장을 꾸욱 눌렀다.
거대한 데스나이트에 목을 붙잡혔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오빠와 한국의 헌터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데스나이트를 물리쳤다.
그렇게 혜선과 친구들이 나아가 대한민국의 전체가 환호했다.
말로만,아니 말로도 못 들어봤던 헌터들의 목숨을 건 뜨거운 전투와 노력에 눈시울이 불거졌다.
와아아아아아아!
그건 박대기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자기 몸에 특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까먹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남고 이겨낸 것에 대해.
그리고 인류의 작은 승리에 대해 축하했다.
그런 그가 의문을 가졌을 때는 이미 재준이 장길산 헌터 협회장을 끌어안을 때였다.
TV를 시청하던 사람들도 그제야 환호를 멈추고 화면에 집중했다.
쿠라다 싱고.
그자였다.
일본 최고의 S급 헌터이자 항상 웃는 얼굴로 자신감이 넘치던 남자가 단검을 빼 들고 장길산 협회장을 공격했다.
그것을 눈치채고 장길산을 구한 건 재준이었다.
“용기사!”
하지만 재준의 상태가 이상했다.
얼굴이 한눈에 보기에도 점점 검게 변하더니 몸을 가누지 못했다.
비틀대던 재준은 결국 뒤로 쓰러지면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지금?”
혜선이 처음으로 TV를 보며 말을 꺼냈다.
“...오빠?”
TV 너머에서 쿠라다 싱고의 웃음소리만 터져 나왔다.
“크크크크킄”
“너 이새끼 무슨 짓을 한 거야!”
“크하하하하하하!”
장길산이 달려들어 쿠라다 싱고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한참을 컥컥거리도록 웃던 쿠라다 싱고가 장길산을 올려다 비릿한 웃음과 함께 올려다봤다.
“완전한 죽음의 단검.”
“뭐?”
“그게 방금 내가 휘두른 단검의 이름이다.”
장길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타깝게도 이 중에 몇은 그게 무슨 아이템인지 알고 있었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S급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상처를 입힌 상대에게 조건 없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아이템.”
“그래.
원래 장길산 당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놈이 대신 막아서 죽은 거니 어쩔 수 없지.
크크크크크킄”
“...시바시키 협회장이 시킨 것이냐?”
영상을 보고 있는 시바시키는 제발 입 좀 닥치라고 간절히 기도했지만.
쿠라다 싱고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승리감에 고취되어 있었다.
“다 죽어야 해.
나보다 강하면 다 죽어야 된다고!
하하하하하!”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은 쿠라다 싱고의 웃음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지,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죠?”
아나운서는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뉴스 데스크에 바로 전에 승리를 축하하던 함성의 열기가 식기도 전이었다.
―
재준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비단 지구의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투기장에서 전투를 기다리는 타천사 루시퍼 또한 재준의 죽음을 느꼈다.
재준이 가지고 있던 영혼의 파편 3개와 연결되어있던 모든 감각이 끊긴 것이다.
“...”
루시퍼가 두 눈을 꾸욱 감았다.
자신이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줄 거라 유일하게 믿었던 대전사였다.
비록 그 방법이 재준의 몸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이지만.
이제 루시퍼가 더는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남아있던 두 대전사 배릭과 나리엘은 저번의 팀 데스매치 이후 더는 투기장을 찾지 않았다.
다른 대전사를 찾거나 시간이 흘러 유폐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더는 대전사를 찾을 힘이 없었다.
그때였다.
‘응?
이건?’
루시퍼의 눈이 번뜩였다.
무언가 연결된 것과 같은 느낌.
혹시 재준일까 했지만 아니었다.
잠시 후 누군가가 대전사가 되어 이곳에 찾아왔다.
“아씨 추워.
여긴 또 뭐야?”
경박하면서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루시퍼는 다급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동굴안에 있는 건 재준과 같은 모습의 동양인이었다.
“...넌 누구지?”
“나?”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어려 보였다.
“나 이태성이라고 하는데?
여기가 투기장?”
씨익 웃는 이태성의 얼굴에 루시퍼가 또 다른 희망을 찾았다.
―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간 시체는 바닥에 떨어졌다.
몬스터가 있었다면 속절없이 파먹혔겠지만.
던전 안을 차지하고 있던 데스나이트들은 모두 밖으로 빠져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텅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나가 있던 데스나이트들이 모두 죽자 게이트는 일렁이며 탈출구가 사라졌다.
던전 안에 남아있는 생명체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준의 시체는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세상을 이루는 마나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재준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가 빠져나오더니 반짝이며 빛을 뿜었다.
손바닥 크기의 깃털 모양의 아이템.
재준이 투기장에서 획득했던 부활의 깃털이었다.
부활의 깃털은 사용자의 죽음이 인식되자 자동으로 사용되었다.
재준의 몸속으로 스며들며 다시금 신체가 활동하게끔 만들었다.
두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가 순환하기 시작하고 다시금 세포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뇌로 피가 전달되면서 뇌 기능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스템이 리부트 됩니다.]
띠링
[신체와 두뇌가 재각성 합니다.]
[모든 스탯 수치가 초기화 됩니다.]
[스탯 수치 재조정 중.]
.
.
[사용자 내 신의 파편이 발견되었습니다.]
[신의 파편이 사용자에게 융합됩니다.]
[신의 파편 융합 중 1프로]
.
.
.
[신의 파편 융합 중 100프로]
[신의 파편 융합 완료되었습니다.]
[스탯 수치가 재조정되었습니다.]
[스탯]
근력.( S) : 3000플러스 체력.( S) : 3000플러스 민첩.( S) : 3000플러스 지구력.( S) : 3000플러스 마력.( SSS) : 999999999
[직업선택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가 현재 직업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추천된 직업을 선택합니다.]
.
.
.
[불완전한 마왕을 선택합니다.]
[불완전한 마왕이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스킬이 권능으로 통합됩니다!]
재준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떨리더니 이마에 작은 뿔이 돋아났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작았다.
띠링―
[스킬을 재조정합니다!]
[스킬 마나 포스가 삭제됩니다.]
[카운터 패시브와 신체강화가 어둠의 장막으로 통합됩니다.]
[그림자 베기가 공간 베기로 진화합니다.]
[가속:블링크가 그림자 이동으로 진화합니다.]
[마계의 겁화가 겁화의 손길로 진화합니다.]
[아이템 마몬의 반지가 파괴됩니다!]
[아이템 바알의 반지가 파괴됩니다!]
.
.
[아이템 루시퍼의 귀걸이가 파괴됩니다!]
[아이템 스킬인 연쇄 번개가 검은 번개로 진화 흡수됩니다!]
[아이템 스킬인 피의 보호막이 어둠의 장막으로 흡수됩니다!]
[아이템 스킬인 그림자 손이 겁화의 손길로 흡수됩니다!]
[아이템 미카엘의 검은 파괴 불가 대상입니다!]
[아이템 미카엘의 검이 불완전한 마왕의 검으로 바뀝니다.]
[아이템 불완전한 마왕의 검의 스킬이 사용자에게 흡수 됩니다!]
[천강이 천공검으로 진화합니다!]
[대천사의 구원이 마왕의 구원으로 진화합니다!]
[블레이드 스톰이 몰아치는 폭풍으로 진화합니다!]
[권능]
패시브 권능
[어둠의 장막.( SSS)]
[사용자의 몸을 항시 지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다.
적의 공격이 있을시 자동으로 반격한다.
또한 사용자가 원할시 그림자의 형태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뀌어 적을 공격한다.]
[피의 연대.( SSS)]
[불안전한 마왕과 연결된 군단의 권속들과 마나를 공유할 수 있다.]
액티브 권능
[공간 베기.( S)]
[공간 자체를 베어버리는 기술.
상대의 방어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모든 방어도를 무시한다.]
[그림자 이동.( SS)]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단,몸보다 작은 곳을 이동할 수 없다.]
[겁화의 손길.( S)]
[시전자가 끄지 않는 이상 마력이 다하기 전까지는 절대 소화되지 않는 마계의 불꽃의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검은 번개.( S)]
[마계의 기운이 담긴 번개는 숫자가 많을수록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광역기술이다.]
[천공검.( SS)]
[1격으로 적의 방어를 뚫고 2격으로 적의 급소를 노린다.]
[마왕의 구원.( SS)]
[아군의 상처는 치료하고 적의 상처는 악화하는 오오라를 내뿜는다]
[몰아치는 폭풍.( SS)]
[마기로 만들어낸 겁화의 검을 쏟아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고 불태운다.]
[군단 소환.( SSS)]
[불안전한 마왕의 권능으로 연결된 권속들을 불러낸다.]
[현재 지정 가능한 권속의 숫자 55/500]
재준이 불안전한 마왕이 되면서 권속과 군단이 통합되었고 불러낼 수 있는 군단의 수도 500으로 늘어났다.
재준의 몸은 한참이나 바뀐 몸과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잠을 자야만 했다.
―
어둡다.
재준이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정신이 있다는 건 죽지 않았다는 건가?
재준은 반신반의하면서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했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검은 물속 안에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대체 뭐지?’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재준은 불안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서 느껴지는 활력이 커졌고 점점 무언가를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머리 위쪽으로 일렁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바다?’
아니었다.
바다처럼 광대하게 펼쳐진 각각의 게이트였다.
수만,아니 수십만 개는 넘어 보이는 게이트들이 하나같이 일렁이며 그 존재감을 나타냈다.
재준의 몸을 풍랑을 만난 배처럼 서서히 움직이며 가까운 붉은색의 게이트로 떠밀려갔다.
출렁.
재준을 삼킨 게이트의 표면이 잠깐 일렁이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