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6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넌 누구냐?”
듣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이한 목소리였다.
염소가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괴성 같기도 했다.
눈동자가 재준을 샅샅이 훑어봤다.
“더러운 잡종이구나!
인간도 아니고 마족도 아니고 마왕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것이야!”
재준의 심장이 점점 더 크게 두근거렸다.
목소리에는 뭔가 힘이 실려있는 듯했다.
재준의 몸에서 힘이 빠질수록 데스나이트에서 풍기는 검은 기운은 더욱 강해졌다.
‘으윽!’
재준의 발밑의 땅이 압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의 일부를 담기에는 나쁘지 않구나!
지금까지의 인형들과 달라!”
목소리에는 탐욕이 잔뜩 담겨있었다.
퍼엉!
데스나이트가 두꺼운 발을 들어 재준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왼손을 들어 재빨리 막았지만 무지막지한 힘에 멀리 뒤로 날아가며 방어막에 부딪히고 튕겼다.
재준은 바닥을 몇 바퀴나 더 구르고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흑.
더럽게 세네.”
두근거림이 더 심해져서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울려댔다.
데스나이트가 천천히 재준을 향해 걸어왔다.
“나를 따르라.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힘과 전사로 만들어주겠다.”
대검이 재준의 머리를 향해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내렸다.
콰앙!
재준은 몸을 옆으로 구르며 발목을 노렸다.
‘그림자 베기!’
[그림자 베기를 시전합니다!]
카앙!
하지만 검은 기운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 단단해진 기분이었다.
스킬을 사용했지만 겨우 갑옷에 흠집을 남기는 정도로 끝났다.
‘그림자 손!’
재준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손이 쭈욱하고 빠져나와 데스나이트를 붙잡았다.
“공격!”
동시에 모든 소환수와 권속들에게 명령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처치했을 때처럼 인해전술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없애자아아!]
[주군의 명을 받들자!]
[..주군의 명을 받들자!]
멀린의 마법과 각종 공격들이 데스나이트에 쏟아졌다.
‘으윽!’
그림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데도 데스나이트는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다.
오히려 재준에게 역으로 타격이 전해졌다.
퍼억!
퍼억!
데스나이트가 몸에 달라붙은 소환수 들을 공격할 때 재준은 블링크를 사용해서 데스나이트의 등 뒤로 이동했다.
쉬이이익!
재준은 데스나이트의 목덜미를 노리고 검을 그었다.
데스나이트의 손이 기형적으로 꺾이며 미카엘의 검을 막았다.
카앙!
그리고 동시에 비틀린 데스나이트의 손이 재준의 목을 움켜잡았다.
‘크헉!’
우드득!
“그대로 나의 인형이 되어라!”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
[마왕의 힘을 일부 받은 데스나이트가 현혹을 시전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
.
.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머릿속이 띵하고 울릴 정도로 신호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데스나이트의 붉은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이 머릿속을 뚫고 들어올 것 같았다.
“으으윽!”
재준은 눈을 꾹 감았다.
그런데도 붉은 눈동자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붉고 섬뜩하게 재준을 노려봤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수치에 의해 현혹을 저항합니다.]
“으으으아아악!”
머리가 터져버릴 것처럼 아파졌다.
재준의 머릿속의 눈동자가 세상을 덮을 정도로 커다랗게 변해서 재준을 노려봤다.
퍼엉!
그때 데스나이트의 투구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충격으로 인해 데스나이트가 휘청거리며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멈춰라!”
지켜보고만 있던 한국 헌터들이었다.
강준용은 마력이 담긴 폭발물들을 데스나이트의 투구 안쪽으로 계속해서 이동시켰다.
퍼엉!
퍼엉!
데스나이트의 몸이 휘청거릴 때 황동수를 비롯해 근접 딜러들이 재준을 붙잡은 손목을 공격했다.
끼기긱!
그리고 장길산의 에스퍼 능력이 붙잡고 있는 손아귀를 강제로 벌렸다.
재준은 그 틈을 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쏟아지는 공격 속에서도 투구 속의 붉은 눈동자는 아쉬운 듯 재준을 집요하게 노려봤다.
끄아아아아악!
데스나이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폭발하듯 넘쳐흐르며 헌터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들 물러서지마!”
“멈추지 말고 공격해!”
한국 헌터들은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후우우우욱!
데스나이트가 대검을 치켜 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딜러형 헌터들이 공격 중이었다.
피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제길!
그림자 손!’
재준의 그림자가 쑤욱하고 늘어나서 데스나이트를 움켜 쥐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대검이 파공성을 일으키며 단두대의 날 마냥 헌터들을 향해 떨어졌다.
그때 데스나이트의 몸이 서서히 느려졌다.
뭐지?
장길산의 에스퍼 능력을 비롯한 지원형 헌터들의 디퍼프로 인한 효과였다.
데스나이트의 몸 여기저기가 얼어붙거나 느려지며 수도 없이 많은 마법이 걸렸다.
“지금일세!”
이를 악물고 있는 장길산의 얼굴이 보였다.
재준은 단숨에 데스나이트의 바로 앞까지 돌진했다,
미카엘의 검 끝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천강!’
[천강을 시전합니다!]
재준은 투구 안의 붉은 눈동자를 노렸다.
검은 기운이 방패처럼 재준의 검 끝을 가로 막았다.
으드드득!
손아귀에서 뻐근함이 느껴졌다.
1격이 막히고 검이 흐르듯 바로 폭발적인 2격을 휘둘렀다.
다시 한번 검은 기운이 막아섰다.
하지만 그전에 재준이 주문을 외웠다.
‘피의 보호막!’
재준의 몸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나오더니 날카로운 송곳의 형태로 투구 안을 파고들었다.
검은 기운은 두 군데로 나뉘어 공격을 막다 보니 그 힘이 줄어들었다.
‘천강!’
[천강을 시전합니다!]
연이은 스킬의 시전에 손목이 뻐근했다.
1격이 검은 기운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바로 이은 2격이 투구 안을 파고들었다.
푸우우욱!
붉은 눈동자가 찔리면서 동시에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끄아아아아악!”
데스나이트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온 몸이 박살이 났다.
몰려 있던 헌터들의 힘을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마왕의 힘이 깃든 데스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권속들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후우.’
재준은 권속들을 살펴볼 새도 없이 모두 소환해제 시켰다.
우선은 휴식이다.
재준이 비틀거리며 방어막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들어 올린 힘도 없었다.
“와아아아아아!
이겼어!”
“데스나이트를 물리쳤다고!”
1차 2차 공략대의 실패 원인이 데스나이트라는 것을 아는 공략대는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평소 표정이 잘 없던 황동수마저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하아.
다행이네.
겨우 이겼어.’
하마터면 사탄에게 몸을 빼앗길 뻔했다.
루시퍼보다 현혹술이 약했는지 어찌어찌 버텼다.
만약 헌터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사탄의 인형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 중이지 않았을까.
‘피곤하다.’
바로 한숨이라도 자고 싶었다.
띵한 정신 가운데 또다시 신호음 머릿속에서 울려댔다.
띠링
[저주받은 던전의 데스나이트들을 몰살 하라!를 완료하였습니다.]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직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직업 선택 후 200레벨 제한이 폐지됩니다!]
[루시퍼 영혼의 파편 x 1을 획득했습니다.]
[루시퍼 영혼의 파편을 흡수하시겠습니까?]
‘아니.
이따가 하겠어.’
너무 많은 신호음이 떠서 이따가 조용한 상황에서 찬찬히 살펴볼 생각이었다.
직업도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했다.
‘후우.’
힘들었다.
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헌터들이 재준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데스나이트를 모두 처치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준의 눈에 유일하게 기뻐하지 않는 한 사람이 보였다.
쿠라다 싱고였다.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꾸 어디를 살피고 있었다.
‘뭐지?’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장길산 협회장이 보였다.
협회장은 사람들을 독려하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쿠라다 싱고는 천천히 장길산에게 걸어갔다.
그의 손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재준의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경종이 울려댔다.
불안감이었다.
설마?
기뻐하는 사람들 틈 사이로 쿠라다의 신형이 사라졌다.
재준은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가속!’
[가속을 시전합니다!]
띠링―
[피로도가 90을 초과했습니다.]
[상태 이상 효과에 빠집니다.]
[전체 스탯 90프로 감소]
[스킬 사용 제한]
[경험치 획득 제한]
‘하필 이런 때에!’
재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닷속 깊은 곳까지 몸이 가라앉은 것처럼 온 몸이 무거워졌다.
‘으윽!’
재준은 장길산에게 뛰어갔다.
장길산의 근처에서 얼핏 쿠라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환호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협회장님!”
장길산이 고개를 돌려 재준을 쳐다봤다.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 의문이 깃들었다.
장길산의 바로 뒤에 살기 어린 쿠라다 싱고의 얼굴이 보였다.
‘제길!’
재준은 장길산을 홱 하고 잡아 끌었다.
“조심해요!”
쿠라다 싱고의 손에는 검은색 날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제야 눈치챈 헌터들이 쿠라다 싱고에게 달려들었다.
단검은 아슬아슬하게 장길산의 몸에 닿지 않았다.
단지 재준의 살갗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후우’
다행이다.
“괜찮습니까?”
쿠다라 싱고는 주변의 헌터들에 의해 바로 제압되었다.
그런데.
“크크크크크킄”
쿠라다 싱고는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재준의 팔을 향해 있었다.
쿠라다 싱고가 들고 있는 단검이 모래처럼 사르륵 부서지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재준의 머릿속에도 신호음이 하나 울렸다.
띠링
[완전한 죽음의 단검에 베였습니다.]
[완전한 죽음에 빠집니다.]
[HP―1000]
‘뭐?
완전한 죽음?’
재준은 비척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팔과 다리에서 서서히 힘이 빠졌다.
[HP―1000]
재준의 체력 수치는 3300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HP―1000]
재준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표정이다.
재준이 게이트 짐꾼으로 일할 때 고블린의 창에 맞아 쓰러졌을 때였다.
‘그때 나를 보던 박 씨 아저씨의 표정이 저랬지.’
재준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번엔 진짜 죽는 건가?’
[HP―1000]
[당신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재준의 심장이 멎었다.
뒤로 넘어가는 재준을 집어삼킨 건 공략 대상이었던 거대한 포탈이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