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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64화 (64/143)

00064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지능이 있는 몬스터가 말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쿠라다 싱고는 쓰러져 있는 일본 헌터의 시체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겨우 몬스터 따위에게 기습을 당하다니.

쯧’

“다들 물러나 있어.

저 놈은 내가 처리하지.”

일본 헌터들은 재빨리 자리를 만들며 뒤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네가 제일 강한가?”

몬스터는 다시 한번 쿠라다를 향해 물었다.

쿠라다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제일 강하다.

아니 이곳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지.

왜?

겁이 나나?”

“그렇군.

나는 분노의 좌에 계신 위대한 사탄님의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는 거대한 대검을 들어 올려 쿠라다를 목을 향했다.

그리고 거대한 마력을 온몸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겉에서만 느껴지던 마력으로 데스나이트를 평가하던 쿠라다의 몸이 움찔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다.

“너의 몸을 마왕님께 바치겠다!”

‘흐음!’

쿠라다는 낮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이 정도 마력이면 자신이 조금 더 낫거나 호각인 수준.

한국 헌터 놈들이 공략을 번번이 실패한 원인을 알았다.

바로 이 놈 때문이었던 것이다.

놈의 기세에 주변의 일본 헌터들도 일본도를 뽑아 들며 다가왔다.

하지만 쿠라다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물러나 있어라 방해만 된다!”

이런 기세의 적이라면 오히려 여럿이서 싸우면 방해가 된다.

일본 헌터들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몬스터 주제에 꽤 강하구나.”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겠군.’

쿠라다가 자신의 애병 기와마사의 손잡이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낮게 움츠린 쿠라다의 자세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졌다.

쿠라다의 몸 안의 마력이 폭발하기 전인 화약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챠핫!”

발끝에서 터져 나온 마력으로 쿠라다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쿠라다는 찰나의 순간에 도집을 튕겨내며 그 탄력을 이용해 기와마사를 뽑아냈다.

필살의 기술이자 가장 빠른 공격술인 발도술이었다.

휘이이이이

데스나이트는 도의 끝이 목에 닿기 직전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카앙!

허공에서 쿠라다의 일본도가 튕겨나며 쿠라다의 몸이 옆으로 굴렀다.

오히려 얼굴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것은 구라다였다.

‘뭐지?’

데스나이트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내 발도술보다 놈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고?

믿을 수 없었다.

“끼오오오옷!”

쿠라다가 일본도를 비스듬히 세우고 전갈처럼 낮게 돌진하며 검을 그었다.

강철도 가볍게 끊어버리는 강력한 기운과 예기가 일본도에서 뿜어졌다.

카앙!

데스나이트는 대검을 들어 일본도를 막았다.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나며 물러섰다.

공격을 가한 쿠라다의 손목에서 우드득 거리며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일본도를 휘둘렀다.

카앙!

아무리 빠른 속도로 일본도를 휘둘러도 데스나이트의 대검이 너무 커서 번번이 막혔다.

“칙쇼!

다들 공격해!”

쿠라다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일본 헌터들이 일제히 데스나이트에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뻗어오는 일본도에 데스나이트의 몸도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대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일본 헌터들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쿠라다는 부하들이 앞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다시 한번 발도술을 준비했다.

강기슭 서리 같은 기운이 도집에서 풀풀 피어올랐다.

‘이번엔 전력으로 간다!’

스오오오오―

그때 대검이 일본 헌터의 가슴을 꿰뚫었다.

몸을 꿰뚫린 헌터가 몸을 비척이면서도 대검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크윽!

쿠라다상!”

쿠라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데스나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일섬류!

죽어랏!”

너무 빨라서 하나의 빛줄기처럼 보이는 칼날이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향했다.

푸욱!

쿠라다의 전심전력이 깃든 공격은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꿰뚫는 것도 모자라 뒤편의 땅도 움푹 패어냈다.

하악

쿠라다의 일본도가 재차 머리가 없어진 데스나이트의 몸을 난자 했다.

“끼오오옷!”

난도질 된 데스나이트의 시체가 바닥에 흩뿌려 졌다.

‘제길!

이깟 몬스터 하나 때문에 자국의 헌터를 몇 명이나 잃은 거지!’

쿠라다가 이를 악물었다.

“크윽!

부상자는 상처를 치료하고 사상자는 이곳에 묻는다!”

“네!”

쿠웅!

하지만 일본 헌터들은 행동을 하기 전에 몸을 움찔거리며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말,말도 안 돼!”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쿠라다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속으로 똑같이 되뇌었다.

‘...말도 안 된다!’

주변에는 방금 겨우 쓰러뜨린 데스나이트가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쿠웅!

“이곳에서 네가 제일 강한가?”

데스나이트가 처음과 똑같이 쿠라다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쿠라다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재준과 한국 헌터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일본 헌터들의 탈주가 도움이 되어버린 상황이 되었다.

그들이 데스나이트의 시선을 끌어줬기 때문에 재준과 한국 헌터들은 수월하게 남은 몬스터들만 처리하면 되었다.

“트리플 블래스트!”

슈우우웅!

세 개의 불줄기가 몬스터들에게 쏟아지며 온몸을 불태웠다.

끼이엑!

재준과 스톤골렘들이 확실히 몬스터들의 이목을 끌자 딜러들이 마음 놓고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차앗!

슬래셔!”

스걱!

몬스터들은 결국 밀리다가 던전 뒤쪽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초반의 희생자를 제외하면 많은 이들이 살아남았다.

간혹가다 재준이 대천사의 구원을 통해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줬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상처는 재준이 치료하면 중한 상처는 힐러들이 치료를 했다.

덕분에 힐러들도 마력을 많이 아끼면서 살아남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이다.

몬스터들을 서서히 밀어내다가 거대 게이트의 뒤편까지 몬스터들을 확실히 밀어냈다.

놈들은 미쳐서 달려들었지만 이미 기운 기세를 되돌리기는 힘들었다.

“여기서 지지선을 만든다!”

애초의 목적이 이 거대 게이트를 공략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힘을 소모하면서 까지 몬스터를 토벌할 생각은 없었다.

장길산이 큰소리로 한국 헌터들에게 알리고 지팡이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저번에 봤던 마법 감옥을 다시 펼치려는 샘이었다.

우우우우웅!

호문클로스의 지팡이가 장길산의 마력을 흡수하며 밝게 빛났다.

재준은 말은 안 했지만 자연스럽게 장길산의 옆으로 가서 지팡이에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지팡이에서 한층 더 강한 빛이 뿜어지며 보호막을 만들었다.

‘후우!’

장길산은 예상보다 적은 마나의 소비에 한숨을 내쉬었다.

쓰러질 각오까지 했는데 재준의 마나로 인해 자신은 거의 마나를 소비하지 않았다.

‘대체 마나량이 얼마나 되길래?’

그 엄청난 전투를 치르고도 마나를 이만큼이나 뽑아냈다.

장길산의 기준에서는 도저히 최재준의 수준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최재준 헌터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겠지.’

아까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

일본 헌터들은 계획적으로 한국의 헌터들을 수몰시키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후우.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장길산은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삼키며 사람들에게 외쳤다.

“잠깐 체력 보충을 하고 던전 공략을 시작한다!”

“네!”

다들 자리에 풀썩 주저앉거나 장비를 점검했다.

몬스터들이 여전히 방어막 반대편에서 공격을 해댔지만.

이 방어막이 뚫릴 일은 없어 보였다.

짙은 푸른색의 방어막에는 몬스터의 공격에도 흠집 하나 남지 않았다.

“그나저나 일본 놈들은 어디로 도망갔을까요?”

“아마도.

주변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절대 가만둬서는 안돼”

황동수와 강준용이 두 눈을 이글거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응?’

재준은 몬스터들 사이에서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몇몇이 똑같이 느끼고 방어막 반대편을 주시했다.

“쿠라다 싱고?”

깔끔하게 정리되었던 머리는 산발처럼 휘날리고 얼굴엔 피투성이였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이쪽으로 뛰어오는 중이었다.

“살,살려줘!

살려달라고!”

한쪽 팔은 부러졌는지 축 처진 채로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스걱!

하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몬스터들이 가까이 접근도 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였다.

방어막 앞에 막혀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쿠라다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놈들이 오고 있어!”

계속 느끼한 미소만 띄던 아까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꾸 뒤를 힐끔힐끔 살펴보는 쿠라다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일렁였다.

‘어쩌다 저렇게 된 거지?

다른 일본 헌터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장길산은 쿠라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마음 같아선 밖에서 몬스터에게 죽게 내버려 두고 싶으나 한국 헌터 협회장으로서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여러 나라에 빌미를 줄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상대는 일본 제일의 헌터.

‘후우.’

굳게 다문 입매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안타깝지만 살려줘야겠죠.”

단단히 막아서던 방어막이 옅어지면서 쿠라다가 안쪽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방어막은 다시 진해졌다.

“...하아하아.

씨이발.”

쿠라다는 숨을 헐떡이며 욕지서를 내뱉었다.

그에게 다가가 장길산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쿠라다 싱고 헌터님?”

“...어떻게 된 거냐고?”

쿠라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한곳을 가리켰다.

“저 놈들이다!

저놈들이 자국의 헌터를 전부 죽였다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언제 왔는지 모를 데스나이트들이 방어막 밖에 서 있었다.

데스나이트와 마주친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투구 속의 검은 안광이 주위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중에 누가 제일 강하지?”

데스나이트의 눈이 재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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