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63화 (63/143)

00063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용,용기사!”

아나순서가 그렇게 외쳤지만 TV를 시청 중인 사람들도 그렇게 외치긴 마찬가지였다.

게임이나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박대기가 몬스터에게 쫓길 때 자기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상황에서 한 끗 차이로 구해준 사람이 용기사였다.

뉴스를 보고 있던 건 비단 어른들뿐이 아니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 학생들도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혜선이 오빠다!”

혜선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자 놀이동산에 같이 갔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화면에 재준의 얼굴이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친 것이다.

뒤늦게 자기 입을 꾹 막았지만.

이미 들은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혜선과 화면을 번갈아 봤다.

‘오빠!

너무 위험한 짓은 하지마!’

혜선이 마음속으로나마 재준을 응원했다.

재준은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한국의 헌터들이 처절하리만큼 몬스터들을 상대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만약에라도 천천히 상대하면서 왔으면 이렇게까지는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일본 헌터들이 사라진 지금 순식간에 몬스터들에게 휩싸여서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도 그걸 노린 거겠지.’

장길산은 자신의 에스퍼 능력을 사용해서 중앙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몬스터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재준은 슬슬 자신이 나서야 된다는 걸 직감했다.

“응?”

그때 재준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저 사람이 여길 어떻게?’

백화점에서 재준이 구해줬었던 박대기였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도 목소리로 들었었다.

박대기는 커다란 박쥐 같은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었다.

결국 바닥에 넘어진 박대기의 어깨에 박쥐의 손이 파고들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블링크!’

[블링크를 시전합니다.]

재준은 단숨에 박쥐 몬스터의 목을 반으로 잘라냈다.

박대기는 바닥에 쓰러져서 눈을 깜빡였다.

재준이 손을 내밀자 그제야 정신을 돌아오는 듯했다.

“박대기 기자님 맞으시죠?”

“아아..

저,저를 기억하시..?”

박대기는 방금 전 죽을 뻔했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금방이라도 몬스터에게 뜯어 먹힐 것 같은 공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네.

저번에 라디오에서 저에 대해 좋게 말씀해주신 것도 들었어요.”

“그,그러시구나.

으윽!”

박쥐 몬스터에게 당한 상처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만져보니 이미 옷이 피로 젖을 정도로 상처가 컸다.

박대기는 지금까지 흥분과 아드레날린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통증도 모르고 있었다.

“잠시만요.”

‘대천사의 구원!’

[대천사의 구원을 시전합니다.]

미카엘의 검에서 옅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빛에 닿았던 박대기의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었다.

“나중에 병원에 가서 검사는 꼭 받아보세요.”

“감,감사합니다.”

재준은 뒤돌아서 몬스터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박대기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조심하세요!”

잠깐 멈춰선 재준이 박대기를 보며 씨익 웃었다.

“금방입니다.”

뭐?

금방이라니?

박대기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저 많은 몬스터를 금방 처리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하지?’

사실 지옥의 겁화나 연쇄 번개를 사용해서 단번에 쓸어버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국의 헌터들도 휩쓸린다.

‘어쩔 수 없지.

천천히 가자!’

재준은 미카엘의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햇빛을 받은 미카엘의 검이 반짝였다.

‘성난 칼날!’

[성난 칼날을 시전합니다.]

성난 칼날은 미카엘의 검의 특수능력 중 하나였다.

재준도 처음 시전해보는 스킬이었다.

[성난 칼날 : 강력한 검기를 사방의 적에게 내뿜고 적의 주의가 자신에게 향하도록 한다.]

미카엘의 검에서 여러 개의 그림자가 빠져나오는 것처럼 검붉은 색의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스으으으으!

그림자들은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잎사귀처럼 사방에 흩뿌려지며 몬스터들에게 쏟아졌다.

효과는 굉장했다.

캬아아아아!

키이이익!

검기에 스치거나 베인 몬스터들이 눈이 벌게 지며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봤다.

그리고 재준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전에까지 공격하던 상대도 나 두고 돌진해왔다.

‘좀만 더!’

재준은 다시 한번 성난 칼날을 시전했다.

스으으으으!

맹렬하게 달려오는 몬스터들의 수가 배로 많아졌다.

쿵쿵!

백 단위가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한꺼번에 뛰어오자 지축이 울렸다.

우선은 마법부터 시작하자.

‘블링크!’

재준의 몸이 허공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러자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몬스터들이 전부 한눈에 들어왔다.

몬스터들이 확실하게 도발에 끌려줘서 헌터들은 사정거리 밖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연쇄 번개!’

[연쇄 번개를 시전합니다!]

재준의 주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사방에서 전류가 터져 나오듯 흘러넘쳤다.

파지직!

전류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키에에엑!

키이익!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이 이런 모습일까.

한 손에 유난히 기다란 검신의 검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전류를 뿌려댔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전류가 몬스터들을 태우고 땅속으로 사라졌다.

‘번개의 신이라도 강림한 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헌터들의 마음에 공통으로 울려 퍼진 소리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옥의 겁화!’

[지옥의 겁화를 시전합니다.]

화르르르륵!

몸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와 연기를 뿜어내던 몬스터들을 다시 한번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의 비를 견뎌야 했다.

화염은 한 대 모여들더니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해 모든 것을 태워나갔다.

대형 몬스터도 마법내성이 없다면 모두 잿가루가 되어 바스러질 정도의 화력이었다.

쿠후후후후후!

“...이,이게 용기사?”

박대기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모든 광경은 역시나 실시간으로 고려 TV에 송출되고 있었다.

화염의 소용돌이가 사라진 땅 위는 죽어가는 몬스터들과 불에 탄 흔적만 남아있었다.

키이익!

아직까지도 마법 내성이 높은 몇몇 몬스터가 남아있었지만 재준이 가볍게 휘두르는 검에 하나둘씩 목이 베이며 쓰러졌다.

‘엄,엄청나다.’

끼에에엑!

스걱!

재준이 마지막 몬스터의 목을 베었을 때 맑은 하늘에서 여우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화염의 소용돌이로 인한 급격한 온도 차가 빗방울을 만들어낸 것이다.

꿀꺽

박대기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내가 여기에 목숨을 걸고 온 이유다!’

재준의 시선이 헌터의 저편까지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 몬스터들이 제법 남아 있었다.

‘군단 소환!’

[군단 소환을 시전합니다.]

아공간에서 50기의 스톤골렘이 뛰쳐나왔다.

“몬스터들 공격!”

명령과 동시에 스톤골렘들이 헌터들을 지나 몬스터들에게 맹렬히 달려갔다.

‘헉!’

헌터들은 자신을 스쳐 몬스터들에게 달려가는 스톤골렘을 보며 신음을 내뱉었다.

참을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대망의 장식은 바로 드래곤이었다.

‘헤스티아!’

크오오오오오오!

확실히 헤스티아는 등장에서부터가 스톤골렘들과 달랐다.

아공간을 찢듯이 날아오르며 날개를 펄럭였다.

재준은 헤스티아의 등에 올라타고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헌터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참고 참았던 전율을 입 밖으로 쏟아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장길산은 몬스터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

공격!”

바로 전에까지 열세였던 몬스터와의 전투는 순식간에 헌터들의 우세로 뒤엎어졌다.

끝이 없어 보이던 몬스터들의 벽도 서서히 무너져 내리면서 게이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방에서 싸우던 일본 헌터들은 하나같이 은신의 망토를 입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가끔 몬스터가 길을 막으면 단칼에 베어버리고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지금 한국 헌터들이 있는 곳에서 살짝 떨어진 장소였다.

그곳에서 한차례 정비 후 한국 헌터들이 몰린 상황이 되면 그때 장길산을 해치우고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스걱!

쿠라다 싱고는 일본도에 묻은 피를 몬스터의 사체에 닦았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죽은 몬스터의 시체가 제법 쌓여 있었다.

모두 단칼에 급소를 베어서 죽인 것들이었다.

“다들 모였나?”

“네.”

일본의 정예 헌터들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장소에 집결했다.

‘역시 저 나약해 빠진 한국 헌터들과는 다르지.’

“그럼 잠시 휴..”

쿠라다 싱고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휙 돌렸다.

처억.

어느새 나타난 검은 갑옷을 입은 몬스터 하나가 부하들의 뒤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부하들은 뒤늦게 쿠라다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다가 몬스터를 발견했다.

챙!

일본도를 뽑아 든 부하들이 몬스터를 포위했다.

쿠라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몬스터와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어도 가진 힘을 파악할 수 없었다.

‘장길산이 말하던 강한 몬스터가 이놈인가?’

잠시 대치 상황 속에서 갑자기 저편에서 화염과 전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일본 헌터들이 동시에 일본도를 휘두르며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몬스터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수십 개의 도격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카앙!

카앙!

그런데.

일본도는 단 하나도 몬스터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아니,흠집도 내지 못했다.

몬스터의 손이 휘릭 하고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손에 거대한 대검이 들러있었다.

퍼억!

그리고 대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서 있던 일본 헌터의 머리통이 전부 터져나갔다.

핏줄기가 퍽퍽 떨어지는 중에 몬스터가 입을 열었다.

놀랍게도 몬스터는 말을 할 줄 알았다.

“...이 중에 누가 제일 강하지?”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몬스터의 눈은 이미 쿠라다를 향해 있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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