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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62화 (62/143)

00062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보호막이 사라지자 몬스터들의 냄새가 훅하고 풍겨왔다.

짐승의 노린내 같기도 하고,오래된 지하 방의 곰팡내에 가깝기도 했다.

얼핏 세어봐도 백 단위가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군침을 삼키며 인간을 노려봤다.

몬스터들 사이에는 오우거나 트롤 같은 대형 몬스터들도 섞여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제일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일본의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일본도를 꺼내 들어 전방을 향해 뛰어나갔다.

“전진해!”

그에 따라 양옆의 한국 헌터들과 뒤편의 지원팀도 일본 헌터들을 따라갔다.

일본 헌터들은 강했다.

일본도를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들의 목과 신체 부위 어딘가가 떨어져 나갔다.

“확실히 방어해!

몬스터 흘리지 않게 조심하고!”

일본 헌터들이 전방에서 공격을 하면 그 양옆의 한국 헌터들은 빠져나오는 몬스터들을 남김없이 죽였다.

혹시라도 헌터들을 빠져나가 인근 지역으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슈우우우웅!

퍼엉!

하지만 초반의 기세와 달리 일본 헌터들도 주춤거리며 멈춰 섰다.

뒤편에 서 있던 대형 몬스터들이 참전하고 나서부터였다.

거미 모양의 대형 몬스터가 다리를 꼬챙이처럼 휘둘러 일본 헌터를 공격했다.

챙!

챙!

다리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가시가 붙어있는 검과 같았다.

“칙쇼!”

뒤로 물러난 헌터는 더는 거미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괜히 한국에 와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이깟 몬스터가 아니었다.

‘저것들 뭐 하는 거야?’

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본놈들은 약해빠진 소형 몬스터만 처리하고 대형 몬스터는 슬쩍 흘리며 양옆의 날개를 맡은 한국 헌터들에게 넘겼다.

“으아아악!

이놈 뭐야!

다들 조심해!”

취이이익!

B급 몬스터 샤벨 타이거가 한국 헌터의 목을 잡아챘다.

순식간에 목을 물어뜯긴 헌터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머리가 뜯겼다.

콰드득!

“시발!”

이런 상황은 점점 심화되었다.

일본 헌터들은 약한 몬스터만을 잡으면서 앞으로 최고속도로 전진했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한국 헌터들이 따라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으드득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장길산이 이를 갈았다.

‘이놈들!

대체 무슨 생각이냐!’

장길산은 서둘러 후방의 잔여 전력을 나눴다.

“준용,그리고 1 지원팀은 좌익으로,동수,그리고 2 지원팀은 우익으로 가서 지원한다!”

장길산의 명령에 헌터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후방의 전력이 순식간에 급감했다.

재준이 힐끗 장길산을 쳐다봤다.

마음 같아선 전방에 나서서 마음껏 날뛰고 싶었지만 적어도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힘을 아껴야 했다.

‘후우.’

이런 장길산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이 있었다.

쿠라다 싱고였다.

푸우욱!

달려오는 고블린의 머리를 베어내고 한국 헌터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쿠라다의 생각대로 장길산이 이끄는 후방대의 전력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전진해!

이제부터 가능한 몬스터는 전부 한국 헌터들에게 떠넘긴다!”

쿠라다가 일본 헌터에게만 들릴 정도로 짧게 소리쳤다.

재준은 점점 희생자가 많아지는 한국 헌터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환수를 꺼낼까.’

이런 상황에서 헤스티아나 권속들을 꺼내면 몬스터로 오인당하고 도리어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었다.

‘스톤골렘이라도 꺼낼까.’

그때 일본 헌터들이 다시 한번 앞으로 전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도 남겨두고 무모한 전진이었다.

“협회장님.

더는 깊숙이 들어가는 건 위험합니다.

천천히 가야 됩니다.”

재준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장길산에게 말했다.

하지만 장길산은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몬스터들은 그렇다 쳐도.

1차와 2차에서 모두 실패하게 만들었던 몬스터들이 나타난다면 한국 헌터들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꼭 일본 헌터들이 처리해줘야 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장길산은 재준의 말에도 동감했지만 여기서 멈춰있을 수 없었다.

“전진!

일본 헌터들의 속도에 맞춘다!”

어떤 희생이 나오더라도 이번에 끝장을 봐야 했다.

‘따라오는군.’

쿠라다 싱고는 장길산의 선택을 비웃었다.

‘결국 자신들의 무덤에 스스로 들어서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쿠라다가 비밀스럽게 일본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본 헌터들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고 몬스터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한국 헌터들 몰래 품속에서 얇은 망토를 꺼냈다.

기척을 숨겨주는 은신 망토였다.

쿠다라 싱고를 포함한 모든 일본 헌터들은 은신 망토를 입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처져 있던 한국 헌터들이 겨우 일본 헌터들이 있던 곳까지 따라붙었을 때에는 일본 헌터들은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뭐,뭐지?

일본 헌터들이 없어?”

“어떻게 된 거야?”

오우거는 바로 전에까지 일본 헌터들이 있던 곳을 두리번거리다 새로 나타난 인간을 쳐다봤다.

과아아아악!

“오,오우거?

모두 막아!”

“뒤에서도 달려온다!”

한국 헌터들은 사방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장길산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멍청했다.’

일본 헌터들의 속셈을 드디어 깨달았다.

‘놈들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무덤으로 이끈 거였어!’

박대기는 헌터들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눌렀다.

바로 눈앞의 전면에서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이 그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피익!

‘허억!’

어디선가 날아온 돌의 파편이 그의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상처에서 핏방울이 맺히더니 주르륵 흘러내렷다.

<박대기 기자님 괜찮습니까?>

박대기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소매를 붙잡고 대답했습니다.

“네,네.

괜,괜찮습니다.”

고려신문의 기자인 박대기는 취재진과 매스컴들이 모두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때 함께 이동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놓은 은신처에 숨어있다가 감시가 소홀해지자 헌터들 틈에 섞여 이동했다.

어떻게든 한일 연합 공략대의 전투장면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처음에 이와 같은 생각을 고려 TV와 고려신문에 말했을 때는 하나같이 미친놈이라며 박대기를 욕했다.

하지만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자 고려 TV의 국장은 박대기를 따로 불러 특수 촬영 카메라와 값비싼 방어구까지 건넸다.

그의 안경에 설치된 특수 카메라가 전투장면을 끊김 없이 촬영했다.

그리고 그 촬영 장면은 고려 TV에 실시간으로 중계 중이었다.

처음에 일본 헌터들이 나서서 몬스터들이 나타났을 때 국민들 하나같이 그 수와 징그러운 생김새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몬스터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은 더욱 그랬다.

“일본 헌터들과 한국 헌터들이 힘을 합쳐서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습니다!”

박대기의 영상을 보면서 고려 TV의 아나운서가 말했다.

하지만 곧 일본 헌터들이 속도를 높이고 몬스터들을 흘리면서 한국 헌터들에게서 희생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한국 헌터 한 명이 거대한 나무 형태의 몬스터에게 붙잡혀 산채로 목이 끊어졌다.

시체가 된 헌터의 몸을 무기처럼 몬스터가 휘둘렀다.

파앗!

목에서 뿜어지는 핏줄기가 사방에 분수처럼 뿌려졌다.

“아아...!

이,이게!”

너무나 잔인한 장면에 아나운서가 할 말을 잃었다.

고려 TV의 국장도 방송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징계다.

제길!

멈춰야 하나.’

하지만 곧 TV 시청률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65프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뉴스 시청률이었다.

무전으로 PD의 목소리가 들렸다.

“국장님 컨플레인 들어오는데 방송 끊을까요?”

“징계고 뭐고!

실시간으로 간다!

절대 끄지마!

무조건 중계해!”

국장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중계 장면에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일본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아.

일본 헌터들이 이상합니다.

왜 저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걸까요?”

아나운서 옆의 패널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약한 몬스터는 뒤로 남기고 강한 몬스터만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게 기본 작전의 핵심이었으니까요.”

“...그렇군요.”

왠지 못마땅한 아나운서의 음성을 뒤로 한국 헌터들도 맹렬히 앞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일본 헌터들과 달리 피해가 속출했다.

“여기 힐러!

힐러 좀 불러줘!”

어깨부터 팔까지 몬스터에 물어뜯긴 남자를 안아 들고 누군가 외쳤다.

차마 두 눈뜨기 보기 힘든 참혹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잡혔다.

떨리고 있는 박대기의 시선이 느껴졌다.

“박대기 기자님 상황이 어떻습니까?”

한동안 급하기 몸을 움직이던 박대기가 우뚝하고 멈춰 섰다.

“아아..

큰,큰일 났습니다.”

박대기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일본 헌터들이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일본 헌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일본 헌터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달려드는 장면이 보였다.

박대기는 자신을 쫓아오는 박쥐 몬스터를 피해 미친 듯이 뛰었다.

카메라가 위아래로 출렁이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박,박대기 기자님!

기자님!”

“헉헉!”

박대기는 결국 바닥에 무언가에 걸려 땅 위에 넘어졌다.

중계 장면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박쥐 몬스터와 공격당하는 한국 헌터들의 모습이 잡혔다.

“박대기 기자님!

얼른!

도망치세요!”

박쥐 몬스터는 날개를 펄럭이며 박대기 위로 내려앉았다.

푸욱!

날카로운 발톱이 어깨를 뚫고 못 움직이게 고정했다.

키아아악!

수십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번뜩였다.

사이사이 피와 살점이 끼어 있었다.

“아아...”

박대기는 절망에 가라앉으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피잇

무언가 희끗하더니 박쥐 몬스터의 움직임이 우뚝하고 멈췄다.

마치 동상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박대기가 아무리 기다려도 끔찍한 통증이 찾아오지 않자 눈을 살며시 떴다.

박쥐 몬스터의 목에 붉은 실선이 그려지더니 뒤로 넘어갔다.

“괜찮습니까?”

넘어진 박대기에 손을 뻗은 건 재준이었다.

“용,용기사!”

카메라 너머의 아나운서가 방송 중인 것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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