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강준용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돌을 하나 주웠다.
아기 머리 크기만 한 제법 큰 돌이었다.
“이동!”
콰앙!
강준용의 손에 들려있던 돌이 순간 사라지면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옆으로 쓰러졌다.
돌을 달려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머리 앞으로 순간 이동 시킨 것이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먹히는 공격방법이었다.
다만.
공격력이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았다.
“뭡니까?”
“내 공격 스킬이다 왜.”
역시나 이순신 장군 동상은 별 타격이 없어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쌍수도중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재준과 준용을 향해 돌진했다.
준용은 재차 돌을 들어 공격을 했지만.
퍼석!
동상이 휘두르는 도에 막히며 더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난 피해 있겠다.”
준용은 점차 가까워지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며 뒤로 물러났다.
강준용은 S급이긴 해도 전투능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동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것일 테지만.
‘후우.’
재준은 정면에서 달려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마주 보며 미카엘의 검을 치켜세웠다.
이 녀석도 마법에 내성이 있으려나.
한낱 몬스터인데도 역사적 위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불편한 긴장감이 몸을 감쌌다.
푸른 안광을 뿌리는 모습에 예전에 했던 게임 속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은 활 쓰는 게 멋있는데.’
재준은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다른 생각은 그만하고.
집중하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머리 위까지 치켜세운 도를 휘두르며 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우욱!
거친 파공성이 들렸다.
‘위력은 있어도 단순하다.’
재준은 물러나기 보다는 오히려 허리를 숙이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의 도가 머리 위를 무섭게 지나갔다.
재준은 몸을 옆으로 비튼 자세에서 동상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미카엘의 검이 맞닿은 갑옷에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확실히 미카엘의 검의 절삭력은 최상이었다.
갑옷이 막았다 해도 검이 한치나 푹푹 박혔다.
재준 요리조리 몸을 피하면서 동상의 몸에 하나둘씩 상처를 남겼다.
다시 한번 동상이 도를 높이 들어 올렸다.
‘기회다!’
재준은 다람쥐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옆으로 빠지며 발목을 베었다.
‘그림자 베기!’
[그림자 베기를 시전합니다.]
퍼석!
한쪽 발목이 반쯤 부서지며 동상이 휘청거렸다.
재준은 넘어질 듯 말 듯 뒷걸음질 치는 이순신 장군을 쫓았다.
그리고 무릎을 밝고 뛰어올라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강!’
[천강을 시전합니다.]
후우우욱!
이순신 장군 동상은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휘둘렀다.
재준의 일격이 손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그리고 뒤이어 천강의 본 공격인 2격이 동상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앙!
기대했던 머리가 박살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철과 철끼리 부딪치는 묵직한 소리였다.
뭐지?
천강의 제 2격을 막은 건 다름 아닌 허리에 메 있던 두 번째 도였다.
도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움직여 재준을 공격했다.
카앙!
재준은 도를 막는 반발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동상은 그새 발목이 복원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쥐고 있던 나머지 도마저 손에서 놓았다.
두 개의 도가 허공에서 두둥실 떠올라서 재준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이익!
캉!
동상이 직접 휘두를 때보다 더 빠르고 강했다.
“조심해!”
멀리서 강준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우우웅!
공기 중에 마나가 떨리며 요동쳤다.
두 자루의 도가 푸른 검기를 재준을 향해 뿌려댔다.
‘가속!’
[가속을 시전합니다.]
재준은 바닥에 바싹 붙어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향해 돌진했다.
머리 위로 푸른 검기가 날아왔다.
재준은 몸을 재빠르게 틀면서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로 잇따라서 검기가 날아왔다.
카앙!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서 막자 몸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귀찮네.’
이순신 장군 동상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두 자루의 도는 끊임없이 검기를 날려댔다.
어떻게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군단 소환!’
[군단을 소환합니다.]
머리 위로 아공간이 열리면서 스톤골렘 50기가 쏟아져 내렸다.
‘모두 공격!’
쿠웅!
쿠웅!
스톤골렘들이 매섭게 이순신 장군 동상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쌍수도가 휘날리며 푸른 검기가 뿌려졌지만 스톤골렘들은 쓰러져도 다시 복원되며 달려들었다.
원래 핵으로 움직이던 스톤골렘들은 재준의 마나로 움직이게 되었고,재준이 쓰러지지 않는 이상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너도 겪어보니 짜증 나지?”
스톤골렘들은 이순신 장군을 둘러싸고 주먹을 날려댔다.
퍼석!
퍼억!
재준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웃었다.
역시.
아무리 개인이 강하더라도 쪽수에는 답이 없다.
스톤골렘 들도 제대로 된 타격은 주고 있지 못하지만 확실하게 주의를 끌었다.
‘블링크!’
[블링크를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스톤 골렘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동시에 이순신 장군 동상의 발목을 잘라냈다.
퍼석!
몸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지자 재준은 두 팔과 다리도 마저 잘라냈다.
재생되는 속도보다 재준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그림자 손!’
[그림자 손을 시전합니다.]
그림자손이 동상이 못 일어나도록 꽉 붙잡았다.
그리고 재준은 이순신 장군 동상의 온몸을 잘근잘근 썰어갔다.
왼쪽 다리를 잘라내는데 반짝이는 뭔가가 허벅지 안에서 빛을 냈다.
‘여기 있군’
재준은 재생되는 다리를 다시 한번 잘라내며 핵을 부서뜨렸다.
퍼석!
[이순신 장군 동상을 처치했습니다.]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검기를 뿌려대던 쌍수도도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후우.
힘들었다.’
재준은 모래가 된 동상의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수고했다.”
다가와서 척하니 말만 하는 준용이 왠지 얄밉게 보였다.
재준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준용이 헛기침을 하며 반파된 쌍수도를 살펴봤다.
"크흠.
크기 한번 엄청나네.”
띠링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권속들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권속들의 외형과 직업이 바뀝니다!]
[그워억]
[해골기사]
[등급 : C급]
[리치]
[하프 리치]
[등급 : C급]
[트롤]
[하프 트롤]
[등급 : B급]
[트윈 헤드 오우거 웨거]
[하프 오우거]
[등급 : B급]
[거대 지네]
[영물]
[등급 : C급]
모든 권속의 등급이 한 단계씩 상승했다.
그리고 단순히 등급만 올라간 게 아니었다.
권속들의 외형도 바뀌었다.
대체로 크기가 줄어들면서 얼핏 보면 인간이라고 생각할 정도 변했다.
심지 오우거와 트롤도 거구인 장길산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상태창에도 하프 오우거나 하프 트롤로 바뀌었다.
‘등급이 향상될수록 인간의 형태로 바뀌는 건가?’
아마도 소환자인 나를 닮아가는 거겠지.
유일하게 지네만 영물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거대 지네에 비하면 크기가 절반보다도 더 작아졌지만 몸의 색이 더 진해지고 단단해져 보였다.
띠링―
[권속들의 이름을 재지정할 수 있습니다.]
[재지정 하시겠습니까?]
‘그래!’
재준은 간단하게 부를 수 있도록 각자의 이름을 바꿨다.
특히 그워억의 경우 이제 슬슬 미안해지던 참이었다.
[아서]
[해골기사]
[등급 : C급]
[멀린]
[하프 리치]
[등급 : C급]
[더빅]
[하프 트롤]
[등급 : B급]
[웨거]
[하프 오우거]
[등급 : B급]
[센티피드]
[영물]
[등급 : C급]
그워억의 경우 몸의 외피가 갑옷처럼 변하면서 거대한 해골기사가 되었다.
흐느적거리던 구울 특유의 모습도 사라지고 우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재준이 입혀줬던 이그리토의 망토 덕에 좀 더 화려하게 변했다.
그리고 제일 큰 변화는.
[강해졌다아아아―]
어느 정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약탈검을 들고 기사처럼 재준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는 메말랐던 기대감이 뭉클뭉클 샘솟았다.
다음으로 리치는 대마법사 멀린의 이름을 땄다.
뼈밖에 없던 얼굴에 살이 붙으면서 얼핏 보면 다크서클이 엄청 심한 사람으로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죽은 자의 목걸이를 꺼냈다.
줄에 걸린 리저드맨과 나가의 머리가 입을 뻥긋거렸다.
‘이 목걸이도 원래 리치 거였으니까.’
좀 더 강해지라는 의미로 목걸이를 건네주는데 멀린은 흠칫 놀라면서 목걸이를 피했다.
“...징그러.”
“뭐?”
재준이 놀라서 되묻자 흠칫 놀라면서 목걸이를 받았다.
하지만 표정에서 억지로 착용한다는 기분을 팍팍 풍겼다.
‘...원래 리치의 모습과 굉장히 다르네.’
그나마 하프 트롤인 더빅과 하프 오우거인 웨거는 평범했다.
둘 다 권속 중에서는 제일 높은 B급이기도 했다.
[주인을 뵙습니다.]
[주인을 뵙습니다.]
재준이 다가가자 몸을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둘을 보고 흐뭇하게 돌아서려는데.
[내가 먼저 말했는데 왜 따라 하나?]
[뭐?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시비?
트롤 주제에 감히 오우거인 나한테 시비?]
더빅이 몸을 일으키며 웨거를 노려봤다.
‘분위기가 왜 이래.’
[그래봤자 덩치도 비슷한데 한 판 해볼까?]
[허참.
압축근육 못 들어봤냐?
작아졌지만 더 강해진 거다.]
더빅과 웨거가 서로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서로 으르렁거렸다.
‘하아.
똑똑해진 건 좋은데.’
권속을 쓰윽 둘러본 재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왠지 더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었다.
재준은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나온 B급 마정석을 챙겼다.
“그만하고 나가자.”
[강해졌다아아아아―]
[...네.]
[모시겠습니다.
주군!]
[..모시겠습니다.
주군!]
지네인 센티피드는 재준의 앞에 와서 등을 내밀었다.
‘올라타라는 건가?’
재준이 올라타자 센티피드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다리가 많아서 그런지 승차감이 뛰어났다.
‘나쁘지 않네.’
재준은 탈출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재준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다름 아닌 경악한 표정의 지훈이었다.
“야...너!
네가 왜?”
재준은 놀란 표정의 지훈을 보며 씨익 웃었다.
“게이트 많아서 힘들다며?
그래서 다 깨주러 왔다.”
지훈은 입만 뻥긋거리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