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끄으윽”
지훈은 다음 날 아침 울리는 알람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손을 더듬거려 핸드폰의 알람을 껐다.
“하아.
머리 아프다.”
지훈은 자연스럽게 다시 얼굴을 베게에 파묻었다.
아직 출근하려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문득 베개의 촉감이 자신의 집과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지나치게 고급스러우면서 푹신푹신했다.
“응?”
고개를 들어서 전혀 다른 인테리어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모텔?’
지훈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어제 분명히 순댓국밥집에서 혼자 술을 먹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부터는 기억이 끊겼다.
‘재준이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더 생각하려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서 힘들었다.
‘내가 알아서 왔나 보지 뭐.’
에휴.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곧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지훈의 전화기가 울려댔다.
위잉―
몇 번이고 계속 울리던 전화기는 지훈이 샤워를 끝날 때쯤에야 멈췄다.
“내가 다시는 술을 이렇게 먹으면 개다 개.”
지훈은 서둘러 옷을 입고 모텔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지훈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13건]
‘응 뭐야?’
목록을 보니까 같이 일하는 후배가 전화한 것이었다.
‘아.
또 뭔가 터졌구나.’
지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늘은 가뜩이나 머리도 아픈데.
뚜우뚜우―
신호음이 간지 얼마 안 되어서 후배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선,선배님!”
“하아.
왜.
또 새로운 게이트야?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전화를..”
“용기사에요!”
“뭐?
용기사?
새로운 몬스터냐?”
“아니!
S급 헌터!
용기사요!
지금 그 사람이 저희 던전 싹 다 클리어하는 중이라고요!”
“뭐?”
지훈은 재빨리 택시를 붙잡고 게이트로 향했다.
―
재준은 권속들을 모두 소환해놓고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
하급 헌터가 공략 가능한 F급과 E급을 제외한 D급부터 순서대로 움직였다.
‘미쳤군!’
강준용은 앞으로 3일 동안 재준의 기사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던전까지도 따라 들어오게 되었는데 재준의 사냥 방법을 보고 기겁했다.
처음에 D급 던전에 들어갈 때만 해도.
S급이 뭣 하러 D급을 들어가 지란 생각에 혀를 찼었다.
괜히 시간만 버리겠구나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건 강준용의 착각이었다.
재준은 우선 자신이 부릴 수 있는 괴상한 소환수 들을 불렀다.
대부분 몬스터의 형태였는데 구울,리치,트롤,오우거 그리고 크기가 거대한 지네 한 마리였다.
재준은 소환수 들을 한 대 모으더니 준용에게 외쳤다.
“달리세요!”
그리고 잡몹들은 전혀 상대하지 않고 보스 방까지 직행했다.
“쫓아라!
사냥감이 도망간다!”
이 던전의 몬스터들인 보어 피그들이 소환수와 재준을 따라 뒤에서 우르르 달렸다.
재준은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혹시나 보어 피그들이 쫓아오지 못할까 봐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렸다.
“죽인다!”
“멈춰라 인간!”
마침내 도착한 보스 방에는 보통의 보어 피그보다 몇 배는 더욱 커다란 보어 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미카엘의 검을 꺼내 들고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블레이드 스톰!’
[블레이드 스톰을 시전합니다.]
미카엘의 검에서 빠져나온 불꽃이 검의 형태를 만들어 내며 보스 방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모든 보어 피그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도륙했다.
[보어 피그를 처치했습니다.]
[보어 피그를 처치했습니다.]
.
.
[보어 피그를 처치했습니다.]
[보어 킹을 처치했습니다.]
[던전의 탈출구가 나타납니다!]
‘뭐야 이게.’
단 한 번의 광역 스킬로 모든 보어 피그와 보스몹을 태워 먹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용준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 전부 죽일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워어어억!”
“끄르르르르”
재준이 부른 소환수 들은 시체들 사이에서 열심히 아이템과 마정석을 찾아 헤맸다.
'소환수 들을 일꾼으로?
허참.'
리치나 트롤이 시체를 뒤적거리는 모습에 코웃음 자기도 모르게 나왔다.
그리고 모아진 아이템들은 모두 재준이 챙기고 마정석 들은 헤스티아가 배부르기 전까지 모두 몰아주었다.
[배불러!]
‘싸구려가 숫자만 많아서 배가 빨리 부르나 보네.’
“응.
알겠어.”
재준이 헤스티아의 목을 애정이 어린 손으로 쓸었다.
헤스티아는 그 손길이 기분 좋은지 눈을 감고 재준의 몸에 목을 비벼댔다.
그때 누군가 재준의 팔을 툭툭 쳐서 보니 그워억이었다.
“그워어어어억!”
그워억이 건넨 건 조그만 돌덩이였다.
‘에휴.’
“그래.
잘했어.
저기 가서 더 주워.
알았지?”
그워억은 칭찬이 좋은지 크게 한 번 더 소리치고 몬스터들의 사체로 뛰어갔다.
‘이거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괴이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강용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자꾸 이해하려 하니까 머리만 아팠다.
그래도 나쁜 건 아니니까.
그렇게 재준이 사냥하고 몬스터들이 루팅을 하기까지 총 걸린 시간은 5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재준은 탈출구로 빠져나가자마자 강준용을 쳐다보며 외쳤다.
“다음이요!”
―
‘권속창!’
재준은 시스템 창을 불러왔다.
[그워억]
[구울]
[등급 : E급]
[리치]
[리치]
[등급 : D급]
[트롤]
[트롤]
[등급 : C급]
[트윈 헤드 오우거 웨거]
[오우거]
[등급 : C급]
[거대 지네]
[지네]
[등급 : D급]
재준만 사냥을 하고 있었지만 피의 연대 스킬로 인해 권속들도 등급이 올랐다.
오전 내내 던전만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등급이 오르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조금만 더 빠르면 좋을 텐데.
‘너무 낮은 등급의 던전만 돌아서 그런가?’
재준은 핸드폰에 저장해뒀던 근처 게이트맵을 검색했다.
‘근처에 B급이 하나 있네.’
재준은 강준용에게 그곳의 위치를 말하고 같이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재준은 협회 직원에게 S급 헌터증을 보여주고 바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어두워진 배경에 시야가 잠깐 어두워졌다.
재준이 불꽃을 머리 위까지 피워 올렸다.
화르르륵!
“응?
도시?”
비록 무너지고 반파되었지만 콘크리트 건물들과 아스팔트 길이 보였다.
쓰러진 건물들 사이로 두껍게 자라난 나무들의 모습이 보였다.
“위상세계다.”
“위상세계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
재준이 고개를 돌려 도시를 둘러봤다.
지금까지의 던전과 달리 열린 공간이라 보스를 찾기 힘들었다.
어그로라도 끌어서 몬스터들을 유인해볼까?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B급 던전이라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지.
“우선..
저기로 먼저 가볼까요?”
6차선의 뻥 뚫린 도로를 가리키며 재준이 말했다.
소환된 소환수 들과 함께 길을 걷다 보니 이곳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서울이군.’
커다란 빌딩들은 다 무너져서 식별하기 어려웠지만 멀리 보이는 동상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었다.
‘세종대왕!’
광화문에 있어야 할 세종대왕 동상이었다.
동상은 위상세계에서도 위엄을 드러내며 광화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들은 왜 모습을 안 보이는 거지.
어디 지하에라도 숨어있나?
“우리 지하철로 내려가 볼까요?”
재준이 바로 옆에 있는 지하철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역 입구는 투명한 뭔가가 가로막아서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흐음.
대체 뭐지.”
이 큰 도시를 다 뒤질 수도 없고.
“어라?”
그때 재준의 눈에 뭔가 이상한 점이 들어왔다.
“준용이 형님.”
“왜?”
“저 세종대왕 동상.
아까도 저기 있었습니까?”
세종대왕 상으로 고개를 돌린 준용도 잠시 흠칫하며 놀랐다.
분명 조금 전에는 저 멀리 떨어져 있던 게 지금은 불과 30M도 안되는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보스 몬스터인 것 같군.”
준용의 목소리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신호음이 울렸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라]
[서울의 위상세계의 진입했다.
몬스터가 되어버린 동상들과 그 보스를 처치하라.]
[보상 : 권속들의 등급 업]
[실패 : 죽음]
우우우웅
세종대왕 동상이 바르르 떨기 시작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두 눈만 유일하게 붉은 빛의 눈동자가 보였다.
눈동자는 주변을 살피더니 재준과 준용을 발견하고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피해라!”
그렇지 않아도 재준은 이미 블링크로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세종대왕 동상은 무게가 워낙 나가서 그런지 동작이 매우 굼떴다.
양쪽으로 흩어진 재준과 준용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왼손에 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지?’
“공격해!
소환마법이다!”
‘연쇄 번개!’
[연쇄 번개를 시전합니다.]
재준이 준용의 말을 듣고 연쇄 번개를 시전했지만 전류는 바닥을 뚫고 나오는 누군가에게 모두 막혔다.
쿠웅!
칼과 창으로 무장한 수십의 병사들 뒤로 도검을 든 장군의 모습이 보였다.
붉은 천의 옷 위로 갑옷을 입고 투구까지 눌러썼다.
[적들을 궤멸하라!]
쿠웅!
외치는 세종대왕 동상의 몸에서 푸른 빛이 쏟아지며 병사들과 장군을 감쌌다.
그들의 눈에서도 푸른색의 안광이 쏟아졌다.
[충!]
그리고 그들은 재준과 준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