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57화 (57/143)

00057 [EP7.북한 게이트]―

[EP7.북한 게이트]

호문클로스의 지팡이.

장길산의 무기이자 무려 S급 등급인 무기였다.

우연히 헌터 협회에서 입수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 이유는 무기라기 보다는 방어구에 가까운 특수능력 때문이었다.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는 단 하나의 특수능력을 지녔는데 상대를 마력으로 만든 마법 감옥에 가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마법 감옥을 만들어내는데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헌터들은 마력을 넣다가 도리어 마력탈진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헌터 협회의 마법계 헌터들이 수없이 기절과 마력탈진을 반복하면서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게 지금의 마법 감옥이었다.

장길산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서지는 마법 감옥을 복원하기 위해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온 몸이 수척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장길산은 하루라도 마나를 불어넣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S급 헌터 중 유인한 마법계인 그가 하지 않으면 벌써 당장이라도 마법 감옥은 깨져버렸을 테니까 말이다.

장길산은 재준이 앞으로 나서는 것을 염려의 시선으로 지켜봤다.

아마 S급인 만큼 바로 쓰러지거나 마력탈진을 격진 않겠지만 상당히 많은 마나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도 그다지 기대하는 시선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재준은 아무렇지 않게 호문클로스의 지팡이 위에 손을 올렸다.

우우우우웅―

‘뭐지?’

지팡이의 수정구가 일렁이며 밝게 빛을 뿜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진동이 커지면서 그에 따라 지팡이도 부르르르 떨렸다.

유형화된 마력이 수정구에서 빠져나오며 아지랑이를 피웠다.

‘마력이 빠져나온다?’

아니다!

장길산의 두 눈이 커졌다.

마력이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호문클로스의 지팡이가 재준의 모든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파앗!

수정구에서 쏟아진 진녹색의 빛이 마법 감옥에 쏘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단단한 막이 게이트 주변을 틀어막았다.

“뭐,뭐야?”

“지금 저 사람이 한 거야?”

“뭐 하는 사람이지?”

목숨을 건 전투 중이던 헌터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의 주인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때 누군가가 재준을 알아보고 외쳤다.

“용기사다!

어제 뉴스에서 봤다고!

분명히 용기사야!”

“용기사?”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점차 커지더니 이내 커다란 환호성이 되어 교동도 전체를 울렸다.

마나를 한계치까지 먹은 호문크로스의 지팡이가 천천히 바닥에 꽂혔다.

와아아아아아아!

용기사!

용기사!

사람들의 환호성에 재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지팡이가 부서질까 봐 한계치까지는 못 넣겠더라고요.”

재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준용에게 말했다.

준용은 반쯤은 찡그리고 반쯤은 웃는 이상한 얼굴이었다.

“자,자네 대체...”

재준은 고개를 돌려 장길산을 쳐다봤다.

“아참.

협회장님.”

마찬가지로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에게 재준이 말했다.

“공략대 참여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의 모든 헌터들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사실.

협회 사무실에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재준은 장길산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재준에게 있어 현재 우선은 루시퍼의 영혼의 파편을 찾는 것과 전직 퀘스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동도에 도착해서 재준의 마음은 바뀌었다.

호문클로스의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을 때 생겨난 퀘스트 때문이었다.

띠링

[전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저주받은 던전의 데스나이트들을 몰살 하라!]

[새로운 저주받은 던전을 발견했다.

던전에서 나오는 데이나이트들로 인해 주변이 서서히 황폐해지고 있다!던전을 지키는 몬스터들을 뚫고 던전 안의 데스나이트를 없애 다시금 평화를 가져오자!]

[보상1 : 직업 선택]

[보상2 : 200레벨 제한 폐지]

[보상3 : 루시퍼 영혼의 파편 x 1]

[실패 : 죽음]

전직 퀘스트와 동시에 루시퍼 영혼의 파편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더구나 헌터 협회의 헌터들과 같이 던전을 공략할 수 있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헌터님 감사합니다.”

장길산의 옆에 묵묵히 서 있던 황동수도 재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재준의 마나로 인해 이 많은 헌터들이 잠깐이라도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거참 부담스럽네.’

주변에서 부담스러운 눈빛들이 재준에게로 쏟아졌다.

재준은 오해 아닌 오해를 받으며 용기사로써 또 다른 업적을 쌓았다.

재준과 장길산은 강준용의 점퍼 능력을 이용해 다시 헌터 협회로 돌아왔다.

재준은 지금 당장이라도 저주받은 던전을 공략하고 싶었지만 다른 헌터들의 상태가 너무 최악이었다.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며 이를 간 장길산은 3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3일이라.’

그동안 뭐하지.

잠시 고민하던 재준이 뭔가를 떠올리고 장길산에게 말했다.

“그럼..그 3일 동안 이 분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나를?”

강준용이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네.”

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3일 동안 쉬기도 그렇고.

S급이 되었으니 게이트 공략이나 하고 있으려고 합니다.

마침 전국에 남아도는 게 게이트니까요.”

“허허허.”

‘역시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

장길산은 속으로 재준에 대한 평가를 높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용기사라고 칭할 만 했다.

강준용도 그 이유를 듣고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참에 피의 연대를 이용해 종속들이나 강하게 만들어야겠다.’

그게 재준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급한 일 있다고 해서 달려 나왔더니 또 국밥이냐?”

“뭐?

너 지금 국밥 무시하냐?”

“...”

“너 우리 어릴 때 돈 없어서 국밥 한 그릇 시켜서 소주 먹던 추억이 기억나지도 않냐?”

이미 얼큰히 술 한잔 걸쳤는지 지훈의 얼굴은 벌겋게 익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냐?

누가 뭐라 하기라도 했냐?”

재준은 국밥 하나를 더 시키면서 자리에 앉았다.

약 15분 전.

재준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훈의 주정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야 인마.

나 너무 힘들다.

친구야아!

보고 싶다!

어퓨.>

“야.

뭔 술을 그렇게 먹었냐.

집에 얼른 들어가라.”

<재주나아아!

보고싶으다아아!>

고민하던 재준은 결국 이곳까지 나왔다.

술에 잔뜩 취한 지훈이 사고라도 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나 일 그만두고 저 멀리 동남아 같은 대로 갈까?”

“뭔데.

말을 해봐.”

재준은 비어있는 자신의 소주잔에도 소주를 따랐다.

“직장에서 누가 괴롭히냐?”

“괴롭히냐고?”

지훈이 피식 웃었다.

“괴롭히는 건 맞지.

많이 괴롭힘 당한다.

하아.”

지훈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놈의 게이트가 나를 너무 괴롭힌다!

도저히 쉴 시간이 없어!

눈뜨면 게이트 눈뜨면 게이트으!

지긋지긋하다!”

벌컥벌컥

지훈이 소주를 한 번에 원샷했다.

“사람보다 몬스터들 볼 시간이 더 많다고오!

오라는 헌터 새끼들은 바쁘다고 오지도 않고!

욕은 내가 다 처먹고!”

“...게이트 때문에 지금 이러는 거냐?”

끄덕끄덕.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가 얼마나 많은데?”

지훈이 몸을 비틀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봐봐라.

빨간점이 게이트다.”

위치는 대부분 지방이었다.

‘확실히 수도권에서 멀어서 헌터들이 가기 힘들긴 하겠군.’

그래서 지방은 몬스터의 피해가 수도권에 비해 컸다.

핸드폰에 떠 있는 지도에는 빨간점이 6개가 떠 있었다.

“...내가 다 처리해줘?”

“네가?”

반쯤 풀린 눈이 재준을 휙 하고 쳐다봤다.

“정말?”

“그래.”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지훈이 피식 웃었다.

“짜식.

친구밖에 없네에.

말이라도 고맙다아아.”

지훈은 그 말을 끝으로 테이블 위로 머리를 박았다.

“야.

인마.

일어나봐.”

재준이 아무리 흔들어도 지훈은 완전히 기절해서 일어나지 못했다.

어휴.

국밥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재준은 지훈을 부축하고 일어나다가 가게 안에 설치된 TV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화면 속 뉴스에서는 용기사에 대한 각종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어?

재준아 너다!

너야!”

지훈이 어느새 눈을 뜨고 큰소리로 외쳤다.

힐끔힐끔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야!

조용히 좀 해라.”

재준은 서둘러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휴 이놈.

술도 잘 못 마시는 놈이.’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뭐하나 했더니 게이트 때문에 많이 바빴던 모양이다.

‘걱정마라 그 게이트 내일 싹 다 정리해줄 테니!’

그건 그렇고 이놈 집이 어디였더라.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훈을 끌고 모텔로 향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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