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55화 (55/143)

00055 [EP6.놀이공원]―

[EP6.놀이공원]

그린 스왈로드는 진지한 눈으로 재준을 응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사실은 어디에 가서도 절대 발설하면 안된다.

네놈 하나의 목숨 따위가 걸린 문제가 아니니까.”

“알았으니까 어서 말해.”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주변을 다시 살펴본 그린 스왈로드가 재준의 바로 앞까지 바싹 다가왔다.

그리고 재준을 못마땅한 눈으로 힐끗 째려보고는 입을 열었다.

“레드 드래곤은 성년이 되면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를 열 수 있게 된다.”

“차원을 이동한다고?”

“그래.

레드 드래곤은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마계에서도 인간계에서도 천계에서도 활동이 가능했지.”

“그렇다면 왜 다른 차원으로 쫓겨났다는 드래곤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거지?”

그린 스왈로드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역린이라도 건드린 것처럼 불쾌하고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건 바로.

우리를 배신한 바락이 레드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뭐?”

이후에 그린 스왈로드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신화 속의 이야기 같았다.

드래곤 중에 최강이라는 레드드래곤은 그 수가 워낙 적었다.

그 당시에 레드 드래곤의 수장이었던 바락은 마왕들과의 전투를 앞두고 모든 드래곤들을 다른 차원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혹시나 드래곤들이 돌아올까 봐 남아있던 모든 레드 드래곤들을 죽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서 바락은 마왕의 힘을 얻어 마족이 되었다.

드래곤의 탈을 벗으면서 말이지.”

“흐음.

모든 드래곤들이 다른 차원에 갇혀있다면 너는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그린 스왈로드가 재준을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신의 투기장에 있는 이유를 모르겠나?”

재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멍청한 놈.

나 또한 신이다.

아니 신이었다.

드래곤들의 신.

신격을 잃고 드래곤이 되어 유폐되어 사라질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였지.

너의 레드 드래곤이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린 스왈로드의 눈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위대한 일족을 되찾을 방법이 생겨났다!”

‘크음.’

순간적으로 그린 스왈로드에게서 쏟아지는 광기 어린 흥분에 재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니 어서 레드 드래곤을 나에게 넘겨라!

혹시라도 이 사실을 마왕이라도 알게 된다면 제일 위험해지는 인간계다!”

“...그럴 순 없다.”

“멍청한 인간놈아 지금까지 뭘 들은 거냐!”

재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들어라.

첫 번째로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헤스티아는 나의 소환수다.

두 번째로 나는 절대 내 소환수를 누구한테 넘길 생각이 없어.

헤스티아는 내가 지킬 거야.

마왕이든 누구든 욕심을 내면 전부다 썰어버리면 그만이다.”

“...멍청한 놈.”

떼라도 쓰며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한 태도였다.

그때 머릿속에 익숙한 신호음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린 스왈로드를 도와 드래곤 일족을 부활시켜라!]

[내용 : 바락의 배신으로 모든 드래곤들은 다른 차원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그린 스왈로드를 도와 모든 드래곤 일족을 다시 차원으로 돌아오게 하라!]

[보상 : 드래곤의 절대적 맹우]

[실패 : 헤스티아의 죽음]

‘하아.’

이번에도 보상에 비해 실패가 너무 컸다.

실패가 헤스티아의 죽음이라면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렇다면 우선은 드래곤이 최대한 빨리 성년이 되게끔 해야 한다.”

“...그렇다면 마정석을 먹여야 하는데.”

“마정석을 먹는다고?”

그린 스왈로드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개한 인간계답게 마력이 턱없이 부족하군.

네놈이 기이할 정도로 마나가 많다고 해도 성년이 될 마나를 모으는 데는 한동안 시기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고농도의 마정석을 먹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

앞으로라도 꾸준히 먹여라.”

“그러지.”

재준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린 스왈로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놈의 표정을 보니까 마정석은 개뿔도 없어 보이는데 다음에 투기장에 오면 내가 주겠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린 스왈로드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후우.

이제 가봐야겠군.

레드 드래곤...헤스티아를 성년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지켜라.

성년이 되면 마왕이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테니.”

복잡한 눈으로 재준을 응시하던 그린 스왈로드는 재준의 대꾸도 듣지 않고 사라졌다.

‘하아.

복잡하네 정말.’

재준은 그제야 침대에 풀썩 누웠다.

지금 아공간에 있을 헤스티아는 이 이야기를 다 들었겠지?

어떻게 생각하려나.

재준은 잠시 멍때리고 있다가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의 구슬을 다시 꺼냈다.

띠링

[지워진 기억을 담은 구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사용한다.’

[지워진 기억을 담은 구슬을 사용합니다.]

재준은 약간은 피곤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의 구슬에서 탁한 회색빛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재준의 주변을 맴돌던 연기는 재준의 코와 입으로 쑤욱 하고 들어왔다.

쿨럭쿨럭!

메케한 느낌이 목과 코를 찔렀다.

눈앞이 연기로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졌을 때 재준이 있는 곳은 방이 아니었다.

“여기는?”

투기장의 감옥 같은 방 안이었다.

그리고 재준의 눈앞에서 루시퍼와 재준은 대화 중이었다.

마치 흑백화면으로 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너의 마나는 끊임없이 인간계에 흘러드는 중이다.

그것 때문에 게이트가 발생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인간계에 오기 편해졌다.

인간계에 적합한 신체만 있으면 마왕이 현신하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니다.”

이건.

루시퍼가 했던 말이다.

재준 때문에 게이트 발생 빈도가 많아진 거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마왕이 현신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신체에 관한 것도.

“적합한 신체는 어떤 것을 말합니까?”

화면의 재준이 루시퍼에게 물었다.

“마왕의 강대한 힘을 견딜 수 있는 육체 말이다.

너희가 말하는 S급,혹은 그것을 뛰어넘은 존재라면 충분하겠지.”

여기까지 전부 재준이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재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루시퍼의 눈이었다.

‘원래 저렇게 빛을 냈던가?’

루시퍼는 지금 약간 과하다 싶을 재준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혼의 파편을 최대한 빨리 모아서 강해져라.

그게 앞으로 나타날 마왕을 대비하는 유일한 길이다.”

여기까지 루시퍼가 말했을 때 재준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러고 있었다고?”

여기부터다.

지금부터는 재준이 알지 못하는 기억들이었다.

“흐음.

아직까지 권능은 얻지 못한 모양이군.”

루시퍼가 손을 들어 재준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이 놈의 기억을 들여다볼까.”

재준이 눈을 깜빡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루시퍼는 한참을 재준의 머릿속을 여기저기 살피며 정보를 얻었다.

마침내 재준의 머리에서 손을 뗀 루시퍼는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아직은 너무 약하군.

몸을 뺏더라도 투기장에서 우승을 할 수 없다.

파편이 더욱 커져야 한다.”

재준은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다음에 문무대왕릉에 있는 가장 작은 파편을 흡수하고 오면 그때 몸을 빼앗자.”

루시퍼가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재준을 들여다봤다.

그제야 재준은 정신을 차리고 루시퍼를 쳐다봤다.

“어서 빨리 나와.

곧 시합이니까.”

일어나는 재준의 모습을 뒤로 배경이 연기처럼 사라지며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루시퍼는 내 몸을 노리고 있었단 말인가.’

신의 파편을 모아오게 시키는 것도 모두 강해진 몸을 얻기 위해서라는 거지.

그때 갑작스럽게 재준의 머리에 신호음이 울렸다.

띠링―

[투기장으로 바로 참여 가능합니다.]

[투기장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뭐?’

루시퍼가 나를 부른다!

재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이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잊힌 기억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고 재준을 다시 투기장으로 부르려는 거겠지.

‘미친.’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준은 고민하다 결국 거절 버튼을 눌렀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다면 결코 투기장에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재준은 그날 밤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해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아침이 밝아오고 자리에서 일어난 재준은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빠 어디가?”

이제 막 밖으로 나온 혜선이 눈을 비비며 물었다.

“협회에 다녀오려고.”

“아 진짜?

그럼 나 밥 안 차린다?”

“응.

좀 더 자.”

그러자 혜선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재준은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헌터 협회로 향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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