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54화 (54/143)

00054 [EP6.놀이공원]―

[EP6.놀이공원]

버려진 하수처리장.

또옥―

물방울이 바닥 위에 고인 더러운 부유물들 위로 떨어졌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감히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원래는 분변 물들을 모아 썩힌 후 정수시키는 하수처리장이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처치 곤란의 시설이 되었다.

근처는 야산이라 그나마 군부대뿐이 없고 가끔 호기심에 지나치는 산짐승뿐이 없었다.

끼이이이익

그곳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저벅저벅!

크응!

크응!

“좋다 좋아.”

거대한 염소 머리 몬스터 품에 안긴 벨페고르는 커다란 코를 킁킁거리며 분변의 냄새를 음미했다.

몬스터는 벨페고르를 가장 깊숙한 곳까지 걸어가서 조심히 내려놓았다.

푸욱

벨페고르의 몸이 분변속으로 잠기며 아래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부패한 분변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며 끓어오르듯 거품이 올랐다.

부글부글.

촤아악.

얼굴만 내민 벨페고르가 기쁘게 웃었다.

7대 마왕 중에 나태의 좌를 차지하고 있는 벨페고르는 인간의 분변을 제일 좋아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맡는 것을 좋아했고,그곳에서 성교를 나누는 게 그가 제일 즐기던 것이었다.

“음메에에에에에!”

몬스터가 길게 한번 울자 들어왔던 입구에서 인간 여자들이 줄을 이어 들어섰다.

보통 인간이라면 냄새만 맡고 토악질을 하거나 쓰러질 텐데.

이 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벨페고르의 눈이 색욕으로 번뜩이며 여자들을 훑었다.

“오오.

귀여운 아이들이구나.”

철퍽.

벨페고르의 기다란 손가락이 여자의 얼굴을 훑었다.

더러운 분변이 투둑 떨어지며 여자의 하얀 얼굴이 지저분해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여자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은 이지를 풀려 이미 영혼이 악마에게 제압당한 상태였다.

그저 숨 쉬는 인형이 돼버린 여자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변속으로 하나둘 몸을 집어넣었다.

“좋구나.”

벨페고르가 활짝 웃으며 눈만 빼놓고 얼굴을 담갔다.

그때.

벨페고르의 움직임이 덜컥하고 멈춰 섰다.

“...자간이 쓰러졌군.”

“음메에에에에에에”

“아무래도 먹이라고 생각했던 게 날카로운 가시가 있었던 모양이야.”

벨페고르의 눈이 염소 몬스터를 향했다.

“나는 이곳에서 몸을 회복할 테니.

너는 루시퍼의 영혼의 파편을 찾아라.

그것을 찾아서 흡수해야 다른 마왕들보다 내가 더 앞설 수 있다.”

꼬르르르륵.

“음메에에에에에!”

염소 머리 몬스터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하수처리장을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힌 안쪽에서 옅은 신음성이 울려 퍼졌다.

재준은 혜선과 집으로 들어갔다.

매일 사는 집인데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밥 먹을까?”

“잠깐만.

바로 차릴게.”

혜선은 재준의 활약이나 정체에 대해 듣고서도 별말 없었다.

오히려 왜 말 안 했냐고 화라도 낸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그런 것마저 없으니 재준은 좌불안석이었다.

얼마 안 되어서 밥상이 뚝딱 차려 쳤다.

“된장찌개 맛있다.”

“오빠.”

혜선이 숟가락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빠 너무 위험한 일은 하지마.

알았지?”

재준은 잠시 혜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이라고 걱정해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재준은 피식 웃으면서 혜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

네 오빠 생각보다 세니까.”

혜선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돌아온 재준은 제일 먼저 인벤토리에서 지워진 기억을 담은 구슬을 꺼냈다.

구슬을 집어 들자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지워진 기억을 담은 구슬]

[등급 : 무]

[강제로 지워진 사용자의 기억이 담겨있는 구슬.

사용하면 기억을 회복할 수 있다.]

‘대체 뭐지.’

혹시나 했지만 설명창은 역시나 재준의 지워진 기억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재준은 왠지 구슬을 사용하는 것에 무서움을 느꼈다.

지워진 기억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도 사용해야겠지.’

띠링

[지워진 기억을 담은 구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재준이 사용한다고 말하려는 순간 흠칫하는 느낌과 함께 머리에서 경종이 울렸다.

바로 뒤편에서 서늘한 눈초리와 기색이 느껴졌다.

‘누군가 있다!’

재준은 루시퍼의 검을 꺼내 들며 뒤쪽으로 재빠르게 휘둘렀다.

쑤욱!

‘검이 통과했어?’

놀랍게도 미카엘의 검은 상대의 몸을 그대로 지나쳤다.

“누구냐?”

남자는 동양인이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어깨 밑까지 내려오는 밝은 갈색의 머리를 가진 서양인이었다.

재준의 물음에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짜고짜 검부터 휘두르다니 역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군.

퉷!”

말을 하는 남자의 몸이 흔들거리며 고장 난 텔레비전 마냥 깜빡였다.

‘환상?’

남자의 모습은 실체가 아니었다.

재준의 손이 얼굴을 휘익휘익 하고 지나칠 때마다 얼굴이 찌직 거렸다.

“이 버러지 같은 인간놈아 기분 나쁘니까 당장 그만두지?

어디서 건방지게 쯧.

역시 미개한 인간들은 안된다니까.”

“뭐?”

미개한?

재준은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말투와 목소리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미개한 인간이라고 했냐?”

“그래.

미개한 인간아.

왜 떫으냐?

내 바로 앞에 있었으면 단숨에 으깨주는 건데 아쉽구나.”

설마?

재준의 마음속에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너 혹시 진행자냐?”

“그래.

이제야 알겠냐?

내가 바로 그린 스왈로드.

네놈이 참가하는 빌어먹을 투기장의 진행자다.”

재준은 황당한 걸 넘어서 어이가 없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아니,그 전에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네놈을 찾아온 게 아니라 어린 레드 드래곤을 찾아온 거다!

너 같은 벌레만도 못한 인간을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더나?"

그러더니.

그린 스왈로드는 안색이 시뻘게질 정도로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역시나 기본적인 예의마저 갖추지 못한 놈이로구나.

손님이 왔으면 자리를 권하고 차부터 내주는 게 기본이거늘.”

“마실 수나 있냐?”

“...”

재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그린 스왈로드는 홱 하고 몸을 돌리더니 재준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별것이 아니다.

아주 당연한 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지.”

“권리?”

“그렇다.

네놈이 가진 레드 드래곤을 내게 넘겨라.”

“미친놈.”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짜고짜 찾아오더니 헤스티아를 넘기라고?

만약 그린 스왈로드가 바로 앞에 있었다면 달려들어서 후려칠 만큼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네놈이 진정으로 뒤지고 싶은 거구나?”

“너야말로 그렇겠지.

환상으로밖에 못 찾아오는 겁쟁이 새끼가.

한판 붙고 싶으면 몸뚱이 들고 찾아와보든가.”

재준의 도발에 그린 스왈로드가 눈을 부릅뜨고 재준을 노려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상 따위 재준이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

그린 스왈로드의 눈이 꿈틀댄다 싶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네놈 따위가 감히 데리고 있을 레드 드래곤이 아니다!”

“헤스티아는 내 소환수다.”

“건방진 놈.

드래곤을 소환수로 부리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

재준은 그린 스왈로드와 이야기하다 보니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왜 이렇게 까지 헤스티아의 일에 상관하는 거지?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드래곤이라도 되는 거냐?”

슬쩍 한번 찔러본 말에 그린 스왈로드가 움찔했다.

“....”

“내가 듣기론 드래곤은 마족과의 전쟁에서 패배해서 이미 다 전멸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마족 때문이 아니다!

그 비겁한 변절자 바락만 아니었어도!”

그린 스왈로드가 핏대를 세우며 버럭 소리쳤다.

“그 개새끼가 함정을 파고 우리를 배신하는 바람에 일족은 모두 다른 차원으로 뿔뿔이 흩어진 거다!

위대한 종족인 드래곤은 절대 전멸하지 않았다!”

‘그런 건가.’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너는 드래곤이라고?”

“뭐?”

그제야 그린 스왈로드는 자신이 너무 떠들어댔다는 사실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근데 왜 헤스티아를 데려가려는 거지?

아직 어린 드래곤일 뿐인데?”

“그건 네놈이 알바 없다.

그냥 닥치고 넘겨주기만 하면 돼.”

“싫은데?

내가 왜?”

재준의 당연하다는 듯의 대답에 그린 스왈로드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건,건방진 놈!

인간이 감히 드래곤의 말을 거역해?”

“네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재준은 일부로 놈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 인간보다 약한 놈한테 내가 말을 들을 이유가 없잖아?”

재준은 온몸으로 기운을 끌어올려 그린 스왈로드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환상이라고 하지만 재준의 살기는 느낄 수 있는지 안색이 서서히 굳어갔다.

환상이 점차 지지직 거리며 흔들리더니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흔들렸다.

“알겠다.

그,그만해!”

재준이 기운을 멈추자 흔들림도 뚝 하니 멈췄다.

“후우.

네놈.

지금부터 나한테 듣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발설하면 안된다.

그 레드드래곤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알겠냐?”

“일단 말해봐.”

그린 스왈로드가 이를 갈면서 낮게 읊조렸다.

“이건 우리 일족의 모든 게 걸려있는 거야.

진지하게 말해라.

절대 어디서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마나를 걸고 맹세해라.”

“...알겠다 내 마나를 걸고 네놈이 말하는 것은 비밀을 엄수하겠다.”

띠링

[마나의 맹세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듣게 되는 그린 스왈로드의 이야기는 비밀을 엄수해야 합니다.]

[맹세를 깨뜨릴시 페널티 : 모든 마나의 소실]

재준은 눈앞에 시스템 창에 화들짝 놀랐다.

마나의 맹세라는 게 정말로 있다고?

그런 재준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린 스왈로드가 안심의 한숨을 내뱉었다.

“각자의 드래곤에게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나 같은 그린 드래곤은 자유자재로 금속을 만들어낼 수 있고,블루 드래곤은 죽은 생명을 되살릴 수 있지.

그리고..

레드 드래곤은...”

“레드 드래곤은?”

이어지는 그린 스왈로드의 설명에 재준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그게 정말이냐?”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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