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EP6.놀이공원]―
[EP6.놀이공원]
“제길!”
재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블링크를 쉬지 않고 사용해서 이동 중이었지만 정확한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재준의 머릿속에서 아까 핸드폰으로 봤던 놀이공원의 참사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울렸다.
‘서둘러야 해!’
휘릭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재준을 보며 몇몇 사람들이 경호성을 외쳤다.
‘다른 사람들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헤스티아!”
아공간이 열리며 붉은 비늘이 레드 드래곤이 모습을 나타냈다.
크오오오오오―!
헤스티아는 날개를 활짝 피며 하늘을 빙글 돌며 주변을 선회했다.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바람이 지상으로 후욱―하고 불어왔다.
“저,저거 봐!”
“몬스터다!”
어디선가 게이트 브레이크라도 발생한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재준은 사람들의 비명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땅을 박차고 헤스티아의 등 위로 올라탔다.
‘놀이공원까지 전속력으로!’
헤스티아가 재준의 마음을 알아챈 듯 강하게 날개를 펄럭였다.
휘익!
강력한 날갯짓에 지상의 세워져 있던 자동차들이 옆으로 굴렀다.
쿠웅!
헤스티아는 거칠 것 없이 마음껏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크오오오오!
드래곤의 포효에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곧 헤스티아의 모습이 창공 속으로 빠르게 녹아 들어갔다.
―
고스트하우스 지하.
붉게 변한 게이트에서는 끊임없이 몬스터가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처음엔 리자드맨들이 빠져나오더니 이후에는 나가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가들도 모두 빠져나가자 게이트가 급격히 요동쳤다.
“음메에에에에에”
지금까지 게이트를 계속 바라보기만 하던 염소 머리를 한 몬스터가 다리를 꿇고 육중한 몸을 숙였다.
슈우우욱!
게이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그리고 그 안을 억지로 열듯이 빠져나오는 건 다름 아닌 노인이었다.
얼굴에 반절을 차지하는 코에 검버섯이 얼굴에 잔뜩 피었다.
철퍽.
철퍽.
한발자국 걸을 때마다 온 몸의 축 처진 살들이 출렁였다.
노인은 겨우 몇 발자국 걷고도 힘들다는 듯이 숨을 가쁘게 쉬었다.
벌어진 노인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인간계는 덥군.”
“음메에에에에에에”
“그래그래.
어서.
쉴 곳으로 이동하자.”
염소 머리 몬스터는 노인을 정성스럽게 품에 안고 놀이공원을 빠져나갔다.
“잠깐.”
그때 노인이 염소 머리를 멈춰 세웠다.
노인의 시선이 허공을 격해 저 멀리 날아오는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쩝.”
군침을 삼킨 노인이 고개를 홱 돌렸다.
마치 사지 못한 장난감을 아쉬워하는 아이의 표정이었다.
“...맛있는 먹인데도.
힘이 없어서 못 먹겠구나.”
“음메에에에에에”
“제물은 준비되었겠지?”
“음메에에에에에”
“좋구나.
그래도 아쉬우니 선물이나 하나 남기고 갈까.”
노인의 기다랗고 바싹 마른 손가락에 상처를 내더니 땅 위를 스윽 그었다.
핏방울의 근처에 오망성이 그려지며 그 안에서 거대한 형태의 몬스터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노인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염소 머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발이 땅을 박찰 때마다 움푹 패며 흙이 튀었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씩 나아가며 노인과 몬스터는 자취를 감췄다.
―
리저드맨 전사는 주위를 둘러봤다.
자기가 살아오던 푸른 나무와 늪지가 아니었다.
딱딱한 바닥에 메케한 공기.
더구나 여기저기 보이는 거대한 장식물들이 리저드맨 전사를 주눅 들게 했다.
쉬이이이이익!
주변의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알지 못했다.
‘인간들이 많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풍기는 인간 냄새에 리자드맨들이 주눅 들었다.
늪지에 들어오는 인간들은 소수여도 훌륭한 전사나 마법사들이 많았다.
리저드맨 전사들은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인간들이 모습을 보였다.
쉬이이이이익!
크르르르
리저드맨 전사들은 놀라며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인간들은 하나같이 어리고 약해 보였다.
우락부락하고 보자마자 머리에 마법을 날리던 인간들과 달랐다.
경계 없이 다가온 인간이 손을 들어 리저드맨 전사의 팔을 만져댔다.
“진짜 같은데?”
피부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손은 무척이나 여리고 부드러웠다.
한입 가득 물어도 질기지 않을 만큼.
리저드맨 전사의 눈이 붉게 빛났다.
형형히 새어 나오는 살기였지만 눈앞의 인간은 그것마저도 모른다.
리저드맨 전사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인간들은 다르다!’
‘약하다!’
‘먹어도 된다!’
리저드맨 전사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날카로운 손톱이 인간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푸욱!
“뭐,뭐야?”
역시나 반항은 없다.
이 인간들은 먹이다!
쉬이이이이이익!
죽이자!
그리고 모두 먹어치우자!
리저드맨 전사의 입이 절망한 인간을 붙잡고 얼굴부터 뜯어먹었다.
콰드드득!
그리고 진정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
혜선은 친구들과 정신없이 뛰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을 꽉 잡았다.
끄아아아아악!
“살,살려주세요!”
사람의 파도에 밀려가다 보니 바닥에 깔려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과 몬스터들에게 붙잡혀 죽는 사람들의 신음으로 사방이 아비규환이었다.
혜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우선은 이 놀이공원을 빠져나가야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여기로 가야 해!”
놀이공원의 출구로 향하는 방향은 친구가 가리킨 방향이 맞았다.
다만 사람들이 전부다 그쪽으로만 향해서 출구는 포화 지경이었다.
꽉 막힌 변기에서 물이 졸졸 세는 것처럼 사람들이 늦게 빠져나갔다.
리자드맨들과 나가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쉬이이이이익!
스걱!
“꺄아아아악!
몬스터!
뒤로 가요 뒤요!”
“뒤로 가라고!
몬스터라고!”
입구 쪽에서는 몬스터들이 나오는 사람들 살육하며 배를 채웠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뒤편에서는 어떻게든 살기위해 사람들을 밀며 앞으로 향했다.
뒤에서는 밀고 앞에서는 물러나고의 대치상황이 지속되었다.
“잠깐만!”
혜선은 출구 쪽으로 달려가려는 친구를 붙잡았다.
그리고 옆의 의자를 밟고 최대한 올라섰다.
입구 쪽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기 끝에도 몬스터들이 있어!
다른 곳으로 가야 해!”
“다른 곳 어디?”
친구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죽음의 공포가 턱밑까지 슬금슬금 올라온 상황이었다.
혜선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래!
저곳이면 괜찮을 거야!’
혜선은 친구들을 끌고 사람들의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
휘익!
재준을 등에 업고도 헤스티아의 전속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장애물이 없는 하늘이라 그런지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재준이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해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후우욱!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헤스티아의 몸이 출렁이며 엄청난 충격이 재준에게 전해졌다.
재준의 근력 수치가 아니었다면 이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을 만한 역동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재준은 헤스티아를 독촉했다.
‘더 빨리!’
갑자기 전화가 끊긴 혜선의 걱정으로 가슴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리고.
저 멀리 커다란 녹색 부지와 놀이기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독 그 주위의 일대만 새까만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마법적인 기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스치는 바람 소리 사이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제길.’
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개 같은 몬스터새끼들.’
혹시라도 혜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니,생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쓸어버릴 테다.
마침내 재준의 눈에 놀이공원의 정문이 보였다.
재준은 헤스티아의 몸통에서 바로 몸을 날렸다.
몸은 관성의 법칙과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 밑으로 추락했다.
쾅!
순간적으로 일대의 몬스터와 사람들의 비명이 끊길 정도로 커다란 폭음이 울려 퍼졌다.
바로 옆에 있던 나가와 리자드맨들은 흩날리는 땅의 파편에 휩쓸려 쓰러졌다.
떨어지는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재준의 주변 반경은 충격으로 인해 지반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재준은 온몸이 삐걱거렸지만 그런데도 신체강화 스킬로 인해서인지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화르르륵!
한 손에 들고 있는 붉은색 검신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흙먼지 안쪽에서도 충분히 보일 정도로 화염이 머리 높이 위까지 타올랐다.
‘다 타죽어라!’
“블레이드 스톰!”
[블레이드 스톰을 시전합니다!]
긴장감 속에서 불꽃이 빠르게 뭉치며 검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검의 형태는 수십 개가 넘었다.
‘다 죽여!’
불꽃의 검은 허공을 날아 몬스터 사방의 적들을 향해 쏟아졌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