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EP6.놀이공원]―
[EP6.놀이공원]
용인의 놀이공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라는 명성에 맞게 여기저기 사람들이 북적였다.
“서둘러요.
다음 주에 개관이니까 그전에 공사 끝내야 해요!”
사람들은 건물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중이었다.
여기저기 가짜 거미줄을 걸고 사람들을 오싹하게 할 유령의 모습을 한 마네킹을 장식했다.
여름을 맞아 공포특집 호러하우스를 개관 준비 중이었다.
그때.
지하실의 배관 통로 위를 가림막으로 막는 작업을 하던 인부 김 씨가 뭔가를 발견했다.
배관 뒤편에서 밝게 빛나는 뭔가가 보였다.
“저게 뭐지?”
출렁이는 게 물이 고인 것 같기도 하다가,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면 납 같기도 했다.
“이봐!
이것 좀 봐!”
김 씨는 다른 인부들을 불렀지만 모두 바쁜지 대답이 없었다.
“이봐!”
김 씨가 다시 한번 외쳤지만 역시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제기랄!’
그냥 막아버릴까?
만약 배관에서 새는 물이면 어쩌지.
고민하던 김 씨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철컹.
우선 자기가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현장 소장에게 보고할 생각이었다.
괜히 별것도 아닌데 보고했다가 욕이나 먹지 말고.
바닥을 뜯어내고 김 씨가 내려갔다.
철퍽!
배관 어딘가가 조금씩 새고 있는 게 맞는 듯싶었다.
땅이 이미 물에 젖어서 진흙탕이었다.
‘이거 이러다가 다 뜯어고치고 다시 짓겠다는 거 아냐?’
김 씨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어느새 아까 봤든 빛나든 물체에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빛무리의 크기가 컸다.
반쯤은 배관과 땅에 가려져 있는 걸 생각하면 거대한 문 정도 되는 크기였다.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아.
이거 게이트?
아닌가.”
TV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근데 이게 왜 여기 있지?
김 씨는 우선 보고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뒤돌았다.
그런데.
뒤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누구?”
철퍽.
철퍽.
누군가가 김 씨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 씨가 눈을 찌푸리며 상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가 멈칫하고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뭐,뭐,뭐야!”
철퍽.
철퍽.
“음메에에에에.”
커다란 뿔을 단 염소의 머리에 우락부락한 근육질 인간의 몸은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커다랬다.
양손에는 제 키 만한 참마도를 들고 있었다.
“음메에에에에에에에.”
듣기에도 거북한 소리를 내며 몬스터는 다가왔다.
철퍽.
철퍽.
“그,그,나는 아,아무것도 못 봤으니까 제발!”
휘익!
치켜 올라간 참마도의 날에 빛이 반사되며 번뜩였다.
퍼억!
김 씨는 참마도에 감자 으깨듯이 으깨졌다.
두개골부터 온몸의 뼈가 부서지며 피떡이 되었다.
“음메에에에에에에에”
잠시 후 김 씨가 마무리 작업하던 공간에 다른 인부들이 찾아왔다.
“김 씨 이것도 마무리 안 하고 쉬러 갔나 보네.
으휴 내가 못 살아.”
다른 인부가 가림막을 단단히 막고 봉인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
혜선과 친구들은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주말이다 보니 사람이 몰릴 게 분명하니까 미리 와서 자리를 선점하려는 목적이었다.
“와아!
오늘 날씨 진짜 좋다아!”
“그치그치?
오늘 재밌는 거 다 타자!”
“에휴.
애들아 좀 진정 좀 해.”
혜선과 친구들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개장이 되는 순간 안으로 뛰어갔다.
“뭐부터 타?”
“바이킹바이킹!”
“아냐.
고스트하우스!
그거 진짜 무섭대!”
친구 둘이서 논쟁을 하다가 바이킹부터 먼저 타고 고스트 하우스를 가기로 했다.
꺄아아아아악!
벌써 주위에서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개장과 동시에 바로 입장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우리 차례다!”
혜선은 친구들과 같이 바이킹의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바이킹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이 손을 들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진짜 무섭다.
난 토할 뻔.”
“웃기시네.
엄청나게 좋아하더니.”
“다음은 고스트 하우스 고고고―”
셋은 나란히 고스트 하우스로 이동했다.
한눈에 봐도 으스스해 보이는 건물에 약간 기운 듯하면서 피가 흐르는 것처럼 꾸며진 간판이 보였다.
“...우리 이거 안 하면 안 될까?”
겁에 질린 혜선이 물었지만 두 친구가 뭘 묻냐며 혜선을 양쪽에서 잡아끌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돼요.”
“와.
진짜 짧다.”
혜선과 친구들은 입구 앞에 서서 기다렸다.
“꺄아아아아아악!”
고스트 하우스 안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진짜 무섭나 봐.”
“그러게.
비명 엄청 지른다.”
“살,살려주세요!”
“꺄아아아아악!”
비명에 혜선과 친구들이 움찔거리며 놀라자 입구에 서 있던 알바생이 피식 웃었다.
“무섭겠죠?”
“...네.”
“걱정하지 말아요.
다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15분이 지나도 전에 들어간 팀은 나오지 않았다.
“뭐지?”
알바생은 무전기를 들고 고스트하우스 안쪽에 있는 팀에 무전을 시도했다.
치이익
“안에 들어간 팀 아직입니까?”
“..―프로..해!”
“네?
뭐라고요?
소리가 잘 안 들립니다!”
“피!프로라고!”
“하참.
뭐라는 거야.”
알바생이 짜증을 내며 다시 무전기를 들어 올렸을 때 이번에는 명확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하라고오오오!”
퍼억!
그와 동시에 거대한 참마도의 날이 알바생의 정수리부터 목까지 반으로 갈랐다.
혜선과 친구들은 바로 앞에서 온 얼굴에 피가 튀었다.
“....이거..
분장?”
쩌억!
푸슉!
세로로 반쯤 갈라진 머리통에서 핏줄기가 거꾸로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고스트하우스의 입구에서 징그러운 얼굴의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파충류의 피부에 공룡과 같은 얼굴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리저드맨이었다.
“도,도망가야 해!”
혜선은 정신을 놓고 있는 친구 둘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었다.
혜선과 친구들을 뒤쫓던 몬스터들이 사방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뭐지?
코스프렌가?”
“대박.
진짜 같아.
사진 찍을래.”
사람들이 기웃기웃거리며 몰려들었다.
리저드맨들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쉬이이익!
쉬이이이익!
“와 진짜 피부 같아!”
가까이 다가온 여학생이 피부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리저드맨의 얼굴이 여학생을 쳐다봤다.
쉬이이이익!
쩌어억!
콰득!
리자드맨의 입이 크게 벌어지더니 여학생의 얼굴을 통째로 씹어먹었다.
“....저,저게 뭐야?”
“가짜지?”
쉬이이익!
잠시 후 가짜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리저드맨이 주변의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고스트하우스에서는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리저드맨의 뒤를 이은 건 뱀의 몸통과 하체를 가진 나가들이었다.
기이하게 꺾인 곡도를 든 나가들이 밝은 하늘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쉬이이이익!
쉬이이익!
그들의 뒤에서 특이한 복장의 나가가 앞으로 나섰다.
나가 주술사였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주문을 외우자 먹구름이 몰려들어 태양을 가렸다.
만족한 나가들이 리자드맨의 뒤를 이어 인간들 사냥에 동참했다.
꺄아아아아악!
스걱!
“살려줘어어어!”
퍼억!
놀이공원의 아침은 아직 채 점심이 되기 전인데도 저녁놀처럼 새빨갛게 물들어갔다.
―
늦은 점심이 돼서야 재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이 계속해서 울어댔기 때문이다.
‘누구지?’
“하암”
길게 하품을 뱉으면서 핸드폰 액정을 보자 동생인 혜선이었다.
“여보세요?”
“오,오빠!
여,여기 이상해!”
“응?
왜 그래?”
재준은 혜선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오빠!
여기 놀이공원인데 꺄아아아악!”
혜선의 비명과 함께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의 괴성이 들려왔다.
쉬이이이익!
크아아아아악!
‘몬스터?’
“혜선아!
혜선아!”
뚜우―뚜우―
그리고 혜선의 전화는 끊어졌다.
재준이 다시금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만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재준은 바로 뛰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상단에는 아무런 뉴스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지.’
뉴스보다도 더 빠른 SNS에 들어가자마자 재준은 충격적인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혜선이 있는 놀이공원에서 누군가 찍은 영상을 올린 것이다.
그 영상 안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살육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게이트 브레이크?”
재준은 날 듯이 집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