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43화 (43/143)

00043 [EP5.투기장]―

[EP5.투기장]

“50명이라.

하”

나리엘이 기가 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다 죽은 거야.

애초에 이 팀을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제기랄.”

“너무 기죽지 마라!

어떤 일이든 해결방법은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님의 망치가 우리와 함께할테니까.”

“지랄!

야 이새끼야!

너는 루시퍼 님의 팀에 있으면서 헤파이토스를 찾냐?

헤파이토스가 그 쪼그만 몸뚱이를 몇 배는 더 키워준 대든?”

싸움이 심해질 것 같아 보이자 재준은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그나저나 엘프는 정말 평소 생각하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입만 다물면 천산데 입을 열면..

“뭘 봐 새끼야.”

쌩양아치가 되어버리니.

루시퍼가 굳은 얼굴로 세 명을 이끌고 입구로 걸어갔다.

출전할 시간이 다 된 것 같았다.

“그 놈도 나옵니까?”

배릭이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깜짝 놀라며 루시퍼의 얼굴을 쳐다봤다.

루시퍼는 대답 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하아.”

“왜 그럽니까?”

“오크 팀에는 제대로 미친놈이 있거든.

신입 자네도 보면 한눈에 알 거야.

오크 챔피언을 말이야.”

세 명은 각자의 표정을 가지고 입구 앞에 섰다.

문밖에서 들리는 환호성이 지옥의 귀곡성처럼 들려서였을까.

배릭과 나리엘의 표정은 새까맣게 죽어갔다.

하지만.

재준은 딱히 걱정 따위 없었다.

만약 바로 전에의 가로쉬같은 오크라면 50명이 와도 다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루시퍼가 문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철컥.

하지만 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칫하며 멈췄다.

그러더니 문을 다시 닫고 재준을 향해 돌아섰다.

루시퍼는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허리춤에 있던 검을 끌러 재준에게 건넸다.

반 토막 난 검이었다.

손잡이부터 검날까지 상하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루시퍼님 그딴 검은 줘도 안 쓴다고요.”

옆에서 나리엘의 불평 섞인 음성이 들려왔지만 재준은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시스템창으로 이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건?”

마주친 루시퍼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이걸 넘겨야 하나 하는 얼굴이었다.

루시퍼는 결심한 듯 고개를 홱 돌리더니 문을 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나리엘과 배릭이 먼저 투기장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재준이 걸어 나가는데.

루시퍼가 그의 팔을 꾹 잡았다가 놓았다.

“...”

재준은 루시퍼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이것까지 줬으니 어떻게든 이기라는 소리겠지.

재준은 거침없이 투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배릭과 나리엘 사이에 재준이 우뚝 서자 전방에 오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오크구나.”

크기부터 종류까지 하나도 똑같은 놈들은 없었다.

‘오크 챔피언이란 놈은 누구지?’

놈들을 살펴봐도 숫자가 너무 많아서 누가 챔피언인지 찾아내기 힘들었다.

꿀꺽

옆에서 배릭이 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 드워프 배릭의 마지막 전투가 오늘이 되겠군.”

“헤파이토스가 길을 찾아준다며 이 새끼야.”

“...”

“왜?

그분이 네가 너무 작아서 찾기 힘드시대?”

나리엘의 입담은 정말로 강했다.

곧이어 얄미운 진행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인천 공항.

세계 헌터 협회 관계자들이 북한에서 발생 A급 던전의 브레이크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까운 나라는 일본과 중국부터 멀리는 미국까지 세계 헌터 협회에 속했다.

각각의 나라에서 온 관계자들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한국 협회의 직원들이 그들을 차로 안내했다.

‘웃기는군.’

일본의 나카무라 시바시키 일본 헌터 협회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한국을 비웃었다.

겨우 A급 던전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세계에 도움을 요청한단 말인가.

시바시키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자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일본의 S급 헌터 쿠라다 싱고가 그를 힐끗 쳐다봤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의 3손가락안에 든다는 실력자였다.

“한국은 역시 어쩔 수 없군.”

“뭐가 말입니까?”

“후진국이니까 이렇게 다른 나라에 구걸하는 거 아니겠는가?”

“뭐 한두 번입니까.”

시바시키와 쿠라다는 앞에 앉은 한국 헌터 협회의 직원이 듣던 말던 상관없이 한국에 대한 욕을 지껄였다.

한국 헌터 협회 직원의 얼굴이 확 하고 일그러졌지만 입술을 꽉 물고 참아냈다.

‘지금은 우리가 약자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모멸감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어두운 안색의 직원이 문을 열며 말했다.

협회 앞에 있는 차는 한두대가 아니었다.

장길산 협회장은 굳은 얼굴로 한국 국기가 그려진 자리에 앉아있었다.

둥글게 자리 잡은 책상에는 각각의 국기가 놓여 있고 한자리도 빠짐없이 착석해 있는 상태였다.

“북한에 발생한 던전의 추정 등급은 A급이었습니다만 그곳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들은 모두 S급이라 판단됩니다.”

“하!

터무니 없는 소리!”

일본 헌터 협회장 시바시키가 대놓고 비웃으며 소리쳤다.

장길산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단순히 제 개인적인 판단이 아닙니다.

한국의 헌터들이 공략을 시도하면서 얻은 데이터에 따른 것입니다.

그 몬스터들에게 S급 헌터도...죽임을 당했습니다.”

“한국의 헌터들이야.

원래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니까.

아무리 S급이라고 해봤자 A급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장길산의 얼굴이 화를 참느라 빨개졌다.

자꾸 한국의 헌터들을 무시하는 시바시키의 말을 듣기 힘들었다.

그때 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미국 헌터 협회장인 고든이 끼어들었다.

“자자.

그만 들 하시고.

그럼 한국에서 원하는 건 북한에서 발생한 그 몬스터의 토벌입니까?”

고든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맞습니다.”

다른 나라의 헌터 협회장들이 모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게이트로 인해 자국의 헌터들을 외국으로 빼기 힘든 상황이었다.

답답한 침묵이 이어질 때쯤.

의외의 인물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어쩔 수 없군요.

다들 바쁘실 텐데 저희 일본 협회에서 한국의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한국이야 원래...일본과 한나라가 될뻔한 나라이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저희가 보살펴야죠.”

“무슨 말을!”

고든은 다시 격해지는 회의장을 가라앉혔다.

사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골칫덩이를 제거해주는 일본이 반가웠다.

회의는 일본이 한국의 몬스터를 책임저주기로 하고 끝이 났다.

장길산의 얼굴이 어두워진 만큼 일본 헌터 협회장인 시바시키의 표정은 밝아졌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시바시키에 쿠라다가 다가왔다.

“협회장님 정말 한국을 도와줄 생각이신겁니까?”

“내가?

미쳤다고 이 시기에 한국을 돕나.”

“하지만 회의에서는...”

“하하하.

쿠라다 자네는 실력은 좋지만 정치에는 젬병이구먼.”

시바시키는 쿠라다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내가 도와준다고 했지.

언제 도와준다고는 하지 않았잖은가?”

“그럼?”

“한국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

그때 우리가 이 땅 위로 올라설 거야.

지난 우리 아버지 세대가 못 이룬 한국 정복을 이루는 거지!”

시바시키가 비열하게 웃으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쿠라다는 감복한 얼굴로 뒤를 따랐다.

장길산은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꾹 쥐었다.

일본의 속셈 따위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지금...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헌터가 어떻게 되지?”

“...저번 공략 이후로 대부분의 길드에서 참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저번 공략보다도 힘들 겁니다.”

장길산이 두 눈을 꾸욱 감았다.

매스컴에는 첫 번째 공략만 알고 있지만 헌터 협회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이후로 두 번이나 더 시도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멸.

2명의 S급 헌터의 죽음.

51명의 A급 헌터가 죽었으며 그 밑으로는 수백 명이 죽었다.

길드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오늘 어떻게서든 원조를 받아냈어야 했거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늘어난 게이트로 인해 헌터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평소에는 전투에 동원되지 않던 군인들마저도 게이트 봉쇄를 위해 투입되는 지경이었다.

황동수가 장길산의 눈치를 살폈다.

“...S급 헌터들에게만이라도 연락을 취해볼까요?”

“후우.

그래.

그래야겠지.

어떻게든 막아내야 해.

그놈들이 내려오는 순간.

서울은 순식간에 초토화가 될 거야.”

황동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문밖으로 향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는지 우뚝 멈춰 섰다.

“아.

그러고 보니.”

황동수가 핸드폰을 꺼내 장길산에게 보였다.

핸드폰에서는 어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뭔가?”

“...저번 게이트 브레이크로 인해 트롤이 던전에서 나왔을 때 찍혔던 영상입니다.”

콰앙!

트롤은 건물을 부셔 뜨리며 사람들을 무참히 찢어 죽였다.

비명과 고통 섞인 신음이 들려왔다.

장길산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황동수는 영상을 치우지 않았다.

쿠웅!

쿠웅!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헌터들은 트롤이 학교에 더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신처럼 무력했다.

장길산의 눈이 자기도 모르게 꾸욱 감겼다.

“..끝까지 보셔야 합니다.”

황동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들의 고통도 내가 짊어져야 할 테지.”

황동수가 말을 한 의미와 달랐지만 딱히 거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헌터 중 한 명이 결국 트롤의 몽둥이에 찍혔을 때 장길사의 입에서 옅은 신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을 구해냈다.

장길산의 눈에도 익은 인물이었다.

“최재준?”

새로운 S급 헌터.

최재준은 트롤을 혼자서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는 검을 들고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트롤의 발목을 잘라냈다.

그것뿐만 아니라 강력한 화력으로 트롤을 태워죽였다.

압도적인 무력이었다.

“...최재준 헌터에게 연락이 되는가?”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연락하게.

대한민국은 지금 그의 도움이 필요해!”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