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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41화 (41/143)

00041 [EP5.투기장]―

[EP5.투기장]

밥을 먹자마자 재준은 한숨 자고 일어났다.

요즘 들어 자꾸 던전이니 투기장이니 왔다 갔다만 하다 보니 수면시간이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인벤토리’

인벤토리 칸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마정석 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B급 마정석이 1개,D급 마정석 24개,E급 마정석 26개라.’

돈으로 따져도 억 단위가 훅 넘어가는 돈이었다.

‘헌터 시장이나 한번 가볼까?’

헌터 시장은 헌터들만 이용 가능한 전용 마켓이었다.

몬스터의 부산물부터 각종 아이템을 판다고 하는데 재준은 그동안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다.

헌터 자격증도 있으니 갈 수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잘 몰랐다.

‘지훈이한테 연락해봐?’

헌터 협회 소속 지훈이라면 잘 알 텐데.

왠지 바쁘다고 찡찡거릴 녀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나중에 한가할 때 가자.’

지금은 투기장에 가서 다시 루시퍼를 만나봐야 했고,협회에도 다녀와야 했다.

얼른얼른 서둘러야지.

‘투기장’

[투기장으로 바로 참여 가능합니다.]

[투기장에 참여하시겠습니까?]

‘그래’

재준의 시야가 검게 변하며 투기장으로 이동했다.

불쾌한 서늘함과 축축한 습기의 공기가 얼굴에 훅하고 불어왔다.

눈을 뜨지 않아도 저번에 왔던 그 감옥과 같은 방 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왔는가?

나의 대전사여.”

눈을 떠 보니 루시퍼는 재준이 있는 감옥 안에 이미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두 눈을 빛내면서 재준을 쳐다보고 있는 게 재준이 저주받은 던전에 다녀온 사실을 아는 듯했다.

“...갑자기 그 말투는 뭡니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살아남으면 알려주겠다니 뭐니 잔뜩 무게를 잡더니 이제는 나의 대전사란다.

“뭐가 말인가?

나는 공정한 사람이야.

대우할 사람에게는 확실히 대우하지.”

말이 대우지.

결국 성과제군.

그럼 성과보고 좀 해볼까.

재준은 눅눅한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번째 왔지만 동굴의 한기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저주받은 던전에서 영혼의 파편 흡수 했습니다.”

“그래?”

루시퍼의 눈이 순간 반짝하고 빛난 느낌이다.

“자네라면 확실하게 해낼 줄 알았지.

뭐 어려운 점은 없었나?”

“뭐.

딱히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재준은 저주받은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루시퍼에게 설명했다.

마지막 석상이었던 이그리토가 재준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루시퍼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쓸쓸하게 변했다.

“이그리토.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군.”

“동료였습니까?”

“동료?”

루시퍼가 순간 재준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 마왕성을 지키던 강아지였지.

온 몸이 활활 타오르는 게 마음에 들었거든.”

“...”

강아지?

“...전투견이 아니라요?”

“전투견이라니.

이그리토는 싸움이라곤 할 줄도 몰랐어.

그나마 내 옆에서 무게 잡고 앉아있는 게 다였지.”

‘아.

갑자기 현타오는군.’

마지막 보스몹이라고 생각했던 이그리토가 알고 보니 루시퍼의 단순 애완견이었다.

애완견하고 목숨 걸고 싸운 스스로가 창피해졌다.

“왜 그러나?”

“아닙니다.”

재준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고.

던전 입구에 바알의 종속이 지키고 있었다고?”

“네.

바이루라는 파리 마족이었습니다.”

“파리 마족이라면 바알의 대표적인 군단 병사들이지.”

루시퍼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재준은 루시퍼의 얼굴을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젊어졌어?’

저번에 봤을 때 깊게 패이고 창백한 안색은 지금 꽤 좋아진 상태였다.

자글자글한 주름은 아직 남아있지만 깊게 패었던 주름은 사라졌다.

그리고 안색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영혼의 파편을 찾아서 그런가?’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나보군.”

“뭐가 말입니까?”

“아마도 다른 마왕들은 아직 인간계에 내려오지 못했을 거야.

내려왔다면 제일 먼저 내 영혼의 파편부터 부수거나 봉인했겠지.”

재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왕들이 인간계에 현신한다고?

“그게 말이 됩니까?”

마족의 기억도 가지고 있는 재준이었다.

마족도 겨우 인간과의 계약이나 게이트 브레이크를 통해서 인간계로 오는 방법이 다였다.

그마저도 제약을 가지고 말이다.

“예전에는 불가능했지.”

루시퍼의 눈이 번뜩이며 재준을 응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해졌다.

바로 너 때문에.”

“나 때문이라고요?”

루시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너의 몸은 뭔가의 오류로 인해 마나 수치가 무한이 되어버렸다.

인간계에서 아니,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현상이지.”

루시퍼의 눈이 힐끗 재준의 몸을 훑어보고 말을 이었다.

“너의 마나는 끊임없이 인간계에 흘러드는 중이다.

그것 때문에 게이트가 발생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인간계에 오기 편해졌다.

인간계에 적합한 신체만 있으면 마왕이 현신하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게이트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그게 나 때문이었다니.

“적합한 신체는 어떤 것을 말합니까?”

“마왕의 강대한 힘을 견딜 수 있는 육체 말이다.

너희가 말하는 S급,혹은 그것을 뛰어넘은 존재라면 충분하겠지.”

재준은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S급을 찾아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루시퍼가 재준의 복잡한 속을 알아차렸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영혼의 파편을 최대한 빨리 모아서 강해져라.

그게 앞으로 나타날 마왕을 대비하는 유일한 길이다.”

루시퍼의 눈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영혼의 파편을 최대한 빨리 모으는 게.’

유일한 길?

재준은 서서히 루시퍼의 말에 빠져들었다.

루시퍼의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머릿속에서 우웅―거리며 반복되며 울렸다.

점점 꿈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철컥!

감옥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재준이 화들짝 놀랐다.

뭐지.

바로 전에까지 루시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멍해지면서 그 이후로 기억이 없었다.

“어서 빨리 나와.

곧 시합이니까.”

“...”

재준은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루시퍼가 재준에게 무언가를 말한 게 기억나긴 하는데 그 내용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루시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재준의 눈에 의심이 깃들었다.

“여어!

신입 또 왔군!

이번에도 살아남으라고!”

“저번이랑은 다르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통로의 다른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저번과 다르게 한 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명뿐입니까?”

루시퍼가 의외라는 눈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1명은 결투 중에 죽었다.”

그렇군.

재준은 익숙한 문 앞에 섰다.

바로 문 너머에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저번과 같이 쉽지만은 않을 거야.”

“뭐,빨리 끝내고 오겠습니다.”

루시퍼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씨익 웃었다.

철컥

겨우 1번 와봤을 뿐인데 제법 익숙하게 투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환호 소리가 관중석에서부터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

재준은 관중석을 유유히 살펴봤다.

가면이나 이상한 복장을 한 관중들이 재준을 구경하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다.

‘저놈들은 인간이 아니다.’

각양각색의 피부에 몸의 크기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때 투기장에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전 투기장 역사상 가장 미개한 행성에서 온 인간 최재주우우운!]

관중석의 몇 명이 껄껄거리며 재준을 비웃었다.

재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깐죽거리는군.’

관중석보다도 저 놈의 진행자 놈을 후려패고 싶었다.

그르르르륵!

반대편의 철창이 열리면서 상대방이 걸어 나왔다.

[그 상대는 전사 중에 전사!

용맹함과 잔인함을 모두 갖춘 오크 워리어 가로쉬이이이이이!]

던전에서 봤던 방랑자 오크보다 1쩜5배는 더 커다란 덩치였다.

굳게 다문 입 밖으로 돌출된 커다란 송곳니.

왼쪽 눈가에서 시작돼 턱 밑까지 내려오는 거친 흉터가 오크를 더 사납게 보이게 했다.

걸음걸이와 덩치에서부터 오크의 강함이 느껴졌다.

오크는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재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취익.

인간 놈이군.”

놈의 눈에 순간 경멸의 빛이 띄었다.

“이번 판은 쉽게 이기겠어.”

후우.

여기는 인간만 보면 동네 장난감 보듯이 하는데.

이제 저런 태도도 지겨웠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상대하기도 귀찮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얼른 시작이나 하자고.”

“취익!

인간 놈 잘근잘근 씹어서 먹어주지!”

오크는 손에든 도끼 창을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투기장에서 승리하라!]

[투기장에서의 두 번째 경기다.

상대는 오크 신의 가호를 받는 워리어 오크.

상대를 꺾고 승리를 갈취하라.]

[보상 : 재앙의 흡혈검]

[실패 : 죽음]

‘응?’

오랜만에 보는 무기보상이었다.

[과연 인간 최재준의 운이 이번에도 통할것이가아아!

경기 시작합니다아아!]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크는 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취익!

힘껏 기합이 들어간 몸짓에 도끼 창이 마나를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죽어라!”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달려온 오크가 도끼 창을 재준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붉은 빛무리가 도끼 창의 날을 따라 잔상을 남겼다.

‘하아.’

분명 흉포하고 저돌적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재준은 별다른 긴장이 되지 않았다.

눈앞의 오크도 분명 약한 건 아니었지만.

재준이 너무 강해져서 일까.

‘블링크!’

도끼 창이 재준을 스치기 바로 직전에 투기장 반대편으로 재준의 모습이 이동했다.

[최재주우우우운!

가로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물러납니다아아아!]

‘단칼에 목을 벨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크를 바라보는 재준의 눈이 서늘하게 번들거렸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재미없으니까.

‘스킬이나 사용해봐야겠군.’

‘군단소환!’

[군단소환을 시전합니다.]

[군단으로 지정할 몬스터를 선택하십시오.]

[최초의 소환은 같은 등급의 마정석이 소모됩니다.]

[병정개미]

[일꾼개미]

[가고일]

[스톤골렘]

.

.

[그렘린]

[오우거]

재준은 목록을 살피다가 몬스터를 클릭했다.

‘이것들이라면 괜찮겠지?’

[몬스터를 선택하셨습니다.]

[총 몇 마리를 소환하시겠습니까?]

인벤토리에 마정석을 확인해보니 D급이 24개 E급이 26개였다.

‘50마리!’

[마정석을 소모합니다.]

[군단을 소환합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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