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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40화 (40/143)

00040 [EP5.투기장]―

[EP5.투기장]

재준은 서울로 올라가는 중에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에 멈춰 섰다.

어디서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하지만 훈련이라고 하기에는 총소리 사이에 희미한 비명이 섞여 있었다.

‘뭐지?’

재준은 총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길거리에는 사람 한 명 볼 수가 없었다.

골목을 벗어나 큰 도로로 나왔는데도 여전히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길가의 편의점도 다 불이 꺼진 상태였다.

건물을 몇 개 지나치자 길가를 통제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군인 중 한 명이 재준을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재준이 고개를 돌렸다.

총을 든 군인은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게이트 브레이크 났다는 방송 못 들었습니까?

어서 대피소로 이동하세요!”

군인은 재준에게 다가와서 팔을 끌어당겼다.

“게이트 브레이크요?”

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군인이 팔을 아무리 당겨도 꿈쩍도 않자 미심쩍은 눈으로 재준을 훑어보며 말했다.

“허 참.

진짜 방송 못 들었습니까?

근처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가 빠져나왔습니다.

근데 혹시 헌터십니까?”

“네.

헌터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차림이 워낙 평범하셔서 일반인인 줄 알았습니다.”

군인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군인들이니 총이니 마수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는 구시대적 물품들이었다.

하지만 민간인 통제와 같은 수단에는 군인만큼 빠르고 좋은 수단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게이트 브레이크가 나거나 재난 발생 시에는 군인들이 해당 현장에서 투입이 됐다.

“혹시 그 몬스터의 위치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군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쪽에서 커다란 폭탄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들한테는 폭탄이 안 통할 텐데?’

왜 헌터들이 나서지 않고?

재준은 굳은 표정으로 좀 더 안쪽으로 움직였다

골목을 하나 더 지나서 들어가자 본격적인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텅 빈 거리뿐만 아니라.

부서진 차들과 금이 가서 반파된 건물.

여기저기 보이는 붉은 피와 시체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렇게 될 때까지 헌터 협회는 뭘 한 거지.’

외진 시골도 아니고 수도권에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이트가 발생하자마자 길드의 사람들이나 헌터 협회 소속의 헌터들이 와서 공략을 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높은 등급의 게이트라면 만약에라도 공략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예비 인력의 헌터를 배치하는 게 상식이었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재준의 생각이 더 깊어지기 전에 사태의 주범인 몬스터가 보였다.

크아아아아악!

몸체에 비해 커다란 머리.

두터운 팔다리와 몸통을 가진 트롤이었다.

트롤은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며 건물을 무너뜨렸다.

쿠우우웅!

군인들이 사방에서 총을 쏘고 포를 쏘아댔지만 트롤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더구나 상처를 입어도 바로 치료해버리는 트롤의 회복력 앞에서는 화약 무기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사격해!

멈추지 말라고!”

군인들을 트롤의 진격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들이 필사적인 이유는 군대가 막고 있는 방어선의 뒤편에 학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있어?’

입구가 무너진 학교 건물 안으로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콰앙!

콰아앙!

땅이 출렁이며 트롤의 몸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몇몇 헌터가 군인들과 함께 어떻게든 트롤을 막으려고 하는 중이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공격도,방어도 망가진 상태였다.

크아아아악!

트롤의 몽둥이질에 한 명의 헌터가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힐러!

힐러 좀 불러줘!”

헌터의 동료로 보이는 남자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아무도 감히 전장에 다가설 생각을 못했다.

쿠웅!

크르르르르

트롤이 마침내 헌터의 바로 앞에 마주 섰다.

흉측하고 더러운 얼굴에 박혀있는 호박빛의 눈동자가 남자를 내려다봤다.

눈동자에 일렁이는 잔인함과 흉포함에 남자는 손을 바르르 떨었다.

“누,누가 좀.”

휘이이익!

트롤이 몽둥이 치켜 올렸다.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남자의 얼굴에 드리웠다.

남자는 두려움에 몸을 숙이며 눈을 꾹 감았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재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가속!’

재준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휘리릭

재준의 손에는 어느새 서리칼날이 들려있었다.

스걱!

트롤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뒤로 넘어졌다.

발목의 단면이 보일 정도로 정확하게 잘려져 있었다.

크아아아악!

자신이 쓰러진 이유도 모르고 있던 트롤이 뒤늦게 괴성을 질러댔다.

“괜찮아요?”

재준은 여전히 눈을 꾹 감고 있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재준은 남자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부상당한 헌터까지 양쪽에 끼고 군인에게 이동했다.

‘블링크!’

“응급조치 바랍니다.”

“...네!”

재준은 바로 트롤을 향해 움직였다.

“혼,혼자 가면 위험합니다!”

남자가 재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재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트롤에게 걸어갔다.

남자는 왠지 그 뒷모습이 너무 단단해 보였다.

트롤은 발목이 잘리는 상처를 입었지만 곧 다시 재생되었다.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몸을 일으킨 트롤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크아아아아악!

건방지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재준의 모습을 보고 트롤이 흉포하게 괴성을 질러댔다.

단 한방에 재준을 피떡으로 만들 샘인지 쿵쿵 거리며 달려오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조,조심하세요!”

뒤에서 경호성이 들려왔다.

“괜찮습니다.”

재준의 몸이 다시 한번 희끗해진다 싶더니 어느새 트롤의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그림자 베기!’

[그림자 베기를 시전합니다.]

서리칼날의 검날이 번뜩이며 투명해졌다.

검날을 거침없이 트롤의 목을 베어냈다.

스걱!

하지만 워낙 두꺼운 트롤의 목이었기 때문에 전부를 베어내진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트롤의 목에서 핏줄기가 분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아악!

트롤의 목은 잘린 단면이 다시 붙으면서 천천히 회복이 되어갔다.

'어떤 공격도 소용이 없어!'

전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잠깐 가졌던 희망의 불씨가 꺼짐을 느꼈다.

그때.

재준이 트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계의 겁화.’

[마계의 겁화를 시전합니다.]

화르르르륵!

백색의 초고열의 파도가 넘실대며 트롤을 집어 삼켰다.

화염은 그것도 모자라서 트롤을 감싸 돌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화염의 소용돌이 안에서 트롤의 비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내 성대마저 불타 없어지면서 살이 불타는 소리만 들려왔다.

치이이이이익!

‘이래도 안 죽어?’

이미 몸이 반쯤은 다 숯으로 변했는데도 신호음이 뜨지 않았다.

저 상태임에도 트롤은 살아있는 거다.

재준은 화염 불길을 끄고 다시 서리칼날을 쥐었다.

파바밧!

트롤의 몸 위로 쏜살같이 올라간 재준의 검이 자비 없이 트롤의 몸을 토막 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팔과 다리가 하나씩 떨어지고 마침내 머리까지 토막토막을 내고 나서야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띠링―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후우.”

재준은 아공간에 서리칼날을 집어넣으며 숨을 내쉬었다.

“괜찮습니까?”

재준의 물음에 모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트롤에게 공격당했던 트롤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럼.

뒷정리를 부탁합니다.”

“잠,잠깐만요!”

재준이 자리를 뜨려 하자 남자가 재준을 붙잡았다.

“...이,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최재준입니다.”

재준은 블링크를 사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최재준.”

남은 사람들은 모두 재준의 이름을 되뇌었다.

트롤의 회복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트롤의 회복력보다 재준의 공격력이 훨씬 뛰어났다.

재준은 새로 생긴 마계의 겁화 스킬과 그림자 베기가 실전에서 사용해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쁘지 않았어.’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하며 집으로 향하는 재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집에 도착한 재준은 혹시라도 혜선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오빠 지금 온 거야?”

그런데 혜선은 이미 교복까지 입고 등교 준비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

“학교 가는 거야?”

“응.

아침 차려놨으니까 그거 꼭 먹어.”

“그래.”

혜선은 집 밖으로 나가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재준을 돌아봤다.

“아 맞다.

오빠 카드 고마워.

어제 옷 샀어.”

“이쁜 거로 샀어?”

"응.

헤헤"

재준은 멋쩍게 웃으며 혜선을 배웅했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얼큰한 김치찌개였다.

재준은 갑자기 식욕이 끓는 것을 느끼면서 식탁으로 향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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