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8 [EP4.저주받은 던전]―
[EP4.저주받은 던전]
재준은 기대 어린 눈으로 그워억을 쳐다봤다.
죽이지는 못해도 기본적인 1인분 역할만 해줘도 좋다.
“그워어어어억!”
그워억이 커다란 괴성을 내지르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앙!
확실히 검의 성능이 좋아서인지 골렘의 몸에 검자국이 새겨졌지만 그뿐이었다.
골렘이 귀찮다는 듯이 그워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웅!
퍼억!
그워억은 막을 새도 없이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금방 복원되어 일어났지만 시무룩해진 모습이었다.
어휴.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믿을 건 역시 자신의 힘밖에 없구나.
이미 주위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널브려 있었다.
이제 366마리만 잡으면 된다.
재준은 전의를 다지며 몸을 풀었다
차가워지던 몸이 달궈지며 다시금 긴장감이 올랐다.
“가자.”
서리칼날을 뽑아 들고 석상에서 뛰어 내리면서 동시에 제일 앞에 서 있던 골렘의 핵을 찔렀다.
스걱!
[스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634/1000]
부서진 골렘의 시체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재준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최하급 마정석을 획득했습니다.]
[최하급 마정석이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좋았어!’
매번 일일이 손을 뻗어서 확인해야 해서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수확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지루한 노가다였겠지.
‘흐읍!’
다시 한번 골렘들의 틈에 섞여 재준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
스걱!
쿠웅
마침내 마지막 남은 스톤 골렘의 핵이 파괴되며 바닥에 쓰러졌다.
[스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999/1000]
그런데 퀘스트의 토벌한 몬스터의 수는 999였다.
‘한 마리가 비는데?’
설마?
아니겠지.
재준의 시선이 문득 석상으로 향했다.
스톤 골렘과 전투하다가 쉬고 싶으면 올라가서 쉬던 그 석상이었다.
이 공동에 유일하게 남은 하나의 석상이었다.
으드드득
공동 전체가 울리며 석상에서 돌조각들이 떨어졌다.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부위에 겉면이 부서지며 안쪽에 있는 몬스터의 얼굴이 드러났다.
화르르르륵!
‘불?’
갑작스레 느껴지는 뜨거움에 재준이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사자의 얼굴에 풍성한 갈기 대신 넘실거리는 불꽃이 있었다.
진노랑의 눈동자가 주변을 홱홱 둘러보더니 재준에게 고정이 되었다.
크르르르르르
가늘어지는 눈동자가 포식자의 그것처럼 날카로웠다.
콰드드드득
몬스터가 몸을 움직이자 겉을 감싸는 돌들이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천장 가까이 뻗어있던 거대한 크기의 석상답게 떨어지는 돌조각만으로도 공동이 울려댔다.
‘미친!’
재준은 돌조각들을 피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뿌연 먼지 사이로 몬스터의 몸체가 보였다.
크르르르
아파트 2층,아니 3층 높이의 크기에 외형적으로 사자와 비슷했지만.
온 몸을 감싼 근육질의 신체와 털 대신에 넘실대는 황금빛의 불꽃이 신비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끼이이이익
손바닥 하나의 크기만도 재준을 압도했다.
그리고 그 손바닥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면서 칼날 같은 발톱이 빠져나왔다.
발톱이 바위로 된 바닥을 무 자르듯이 쑤욱 파고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재준을 응시하는 눈동자에 재준이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지금까지 재준이 상대하던 어떠한 몬스터보다 압도적인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보스라 이거지?’
이미 그 크기에서부터 평범한 몬스터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재준은 몬스터를 멀찍이서 조용히 관찰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재준은 점차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때 재준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저주받은 던전의 이그리토가 깨어났습니다.]
[스킬 사용의 제한이 풀립니다.]
“그워어어어어억!”
그와 동시에 그워억이 괴성을 지르며 이그리토에게 달려들었다.
스킬 사용의 제한이 풀리면서 생명력 약탈의 양손검에 기본능력인 신속이 발동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에 그워억이 신나서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재준을 응시하던 이그리토의 눈동자가 그워억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재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속!’
[가속을 시전합니다.]
스킬 시전시 들려오는 신호음이 반가웠다.
느려지는 재준의 시간 속에서 그워억을 향해 뻗는 이그리토의 앞발이 보였다.
사아악!
바위에도 간단히 박히던 발톱이 번뜩였다.
그워억의 몸이 마치 잘게 썰리는 토마토처럼 여러 조각을 분리되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 틈을 타 재준은 이그리토의 발치까지 바싹 다가가 상태였다.
불속성인 라그나 블래스트는 안 통할 것 같고.
‘연쇄 번개!’
바로 전에 얻었던 바알의 반지의 능력인 연쇄 번개를 사용했다.
파지지직!
공동의 빈자리에 가득 전류가 번뜩이며 이그리토를 감쌌다.
크아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덩치로 봐서는 따끔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볼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먹혔다.
오히려 몸집이 너무 커서 약간 굼뜨다는 느낌이 강했다.
‘뭐지?’
전류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모습에 재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덩치만 보고 너무 쫄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몸집이 너무 커서 약간 굼뜨다는 느낌이 강했다.
놈은 빗발치는 전류 속에서 재준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바람이 갈라지는 파공성이 들렸지만 재준은 여유롭게 피했다.
재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림자 손!’
그림자가 뭉글 거리며 이그리토를 꽈악 붙잡았다.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정도 뿐이 잡아두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블링크!’
재준의 신형이 희끗 하더니 이그리토의 바로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난도!’
서리칼날이 마나를 내뿜으며 정수리를 향해 순식간에 일격을 날렸다.
스걱!
크아아아악!
단단한 두개골이 느껴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가죽이 찢기며 불꽃 사이에 벌어진 두개골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이그리토가 목을 비틀이며 재준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빨 하나가 재준의 몸만 했지만 그다지 위협은 되지 않았다.
이딴 느려빠진 공격에 내가 물릴 리가 없지.
재준은 집요하게 이그리토의 정수리를 노렸다.
‘연쇄 번개!’
파지지지직!
전류가 이그리토를 지지며 체력을 떨어뜨렸다.
몸을 비틀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크아아아아아악!
‘그림자 손!’
그것과 동시에 그림자 손으로 이그리토를 붙잡고 머리에 올라타서 노렸던 곳만 똑같이 노렸다.
‘난도!’
퍼억!
퍼억!
두개골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잘 뚫리지 않았다.
검날이 닿아도 흠집만 날뿐이었다.
뭔가 더 날카로운 공격력이 필요하다.
재준은 날아오는 이그리토의 발톱을 피하면서 공중에서 몸을 움직였다.
‘블링크!’
뱀파이어가 사용하던 강력한 스킬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피의 보호막이라면 가능할까?
우선은 시도라도 해보는 게 맞았다.
‘피의 보호막!’
재준의 몸에서 피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몸 주위로 피가 일렁이며 재준을 감쌌다.
최대한 얇고 뾰족한 것!
재준은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송곳을 생각하며 피의 보호막의 형태를 바꿨다.
피가 뭉글뭉글하게 움직이더니 재준의 생각대로 송곳처럼 형태를 바꿨다.
재준은 다시 한번 이그리토의 머리 위로 올라섰다.
치이이이
뜨거운 불길에 의해 피가 타들어 가며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제발.
뚫려라.’
송곳 형태의 피의 보호막이 이그리토의 정수리 뼈에 꽂혔다.
치이이익!
드드드득!
피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뼈가 뚫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피가 전부 증발했을 때 재준은 정수리 뼈에 뚫린 미세한 구멍이 보였다.
‘너무 작다.
한번으론 부족한가?’
눈살을 찌푸린 재준이 다시 한번 피의 보호막을 사용했다.
다량으로 빠져나가는 피로 인해 탈력감이 온몸을 감쌌다.
‘이제 좀 끝내자!’
송곳 형태의 피가 두개골의 미세하게 뚫린 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이그리토가 격하게 몸을 흔들어댔지만 송곳 형태의 피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우드드득!
두개골의 뼈가 갈라지며 틈새가 벌어졌다.
‘죽어라!’
‘난도!’
푸욱!
푸욱!
재준의 검이 연달아 벌어진 두개골 안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피와 회색빛의 뇌수가 섞여 여기저기 튀었다.
한 번 더 검이 이그리토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푸욱!
그제야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띠링
[이그리토를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1000/1000]
[레벨이 올랐습니다]
[저주받은 던전을 정화하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루시퍼 영혼의 파편 x 1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던전 내 상자를 확인하세요!]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