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36화 (36/143)

00036 [EP4.저주받은 던전]―

[EP4.저주받은 던전]

재준은 쉬지 않고 구울의 목을 베었다.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구울들을 베다 보니 온 몸은 검붉은 피로 질척였다.

구울을 잡은 숫자는 아직도 턱없이 적었다.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175/1000]

크아아아악!

크아아악!

1시간 가까이 검을 휘둘렀는데 겨우 175마리였다.

퍼센트로 따지면 겨우 17쩜5프로 진행한 거나 다름없었다.

‘후우.’

구울은 숫자만 많을 뿐이지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다.

공격수단이라고 해봤자 달려들어서 입으로 물어뜯거나 손톱으로 할퀴는 수준밖에 안 되었다.

놈들에게 휩싸여서 상처를 지속해서 받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재준의 스탯은 이미 B급에 다다랐기 때문에 구울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신체적인 조건으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악!

단지 문제라면.

구울들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였다.

지하에서 얼마나 처박혀있었는지는 몰라도 몸이 대부분 썩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부패한 냄새가 재준의 코를 찔렀다.

마치 며칠이나 삭힌 토사물 냄새가 있다면 비슷할까.

스걱

재준이 신경질적으로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구울의 머리를 잘라냈다.

크아아아악!

제발.

입이라도 닫았으면 좋겠네.

그 잠깐 사이에 재준은 10마리의 구울의 목을 잘라냈다.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185/1000]

그나마 좋은 점이라면 이 놈들도 몬스터라 그런지 마정석을 가끔 떨군다는 점이었다.

그래봤자 E급과 D급뿐이었지만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벌써 10개 이상을 획득했다.

[최하급 마정석을 획득했습니다.]

[최하급 마정석이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마정석을 주울 때마다 재준의 얼굴이 환해졌다.

10마리당 1개씩 준다고 해도 1000마리면 100개였다.

처음에는 단순 노가다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금광이나 다름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크아아악!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구울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한 마리로 더는 나오지 않았다.

스걱!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200/1000]

‘뭐지?’

부서진 석상 밑에 뚫려있던 구멍에서 올라오던 구울들도 자취를 감췄다.

아직 800마리나 남았는데?

그르르르르

재준이 의문을 갖는 순간 동굴의 천장에서 뭔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재준의 시선이 동굴에 뚫려있는 조그만 구멍에서 멈췄다.

끼익―

구멍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팔이 휙 하고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나오고 싶은데 좁아서 못 나오고 있는 듯했다.

그르르르르륵!

다시 한번 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천장에 구멍이 여러 개가 생겼다.

모든 구멍에서 조그만 팔이 나와서 퍼뜩거렸다.

팔 안쪽으로 얇은 피막의 날개가 보였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그 설마가 맞는 모양이었다.

끼이이이익!

끼이익!

수많은 구멍에서 퍼떡이는 날개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수도 없이 터져 나왔다.

‘제길!’

몬스터의 생김새는 마치 작은 가고일이나 날개 달린 고블린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길게 자란 꼬리와 빨간 피부였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몬스터들은 주위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다가 재준을 발견하고 불덩이를 집어던졌다.

화르륵!

퍼엉!

재준은 최대한 검을 휘둘러 불덩이를 잘라내거나 피했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동시에 불덩이를 집어던지자 온몸이 조금씩 타들어 갔다.

‘왜 이놈들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거야!’

파바밧!

스걱!

재준은 벽을 밟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5마리의 몬스터의 목을 잘라냈다.

[소형악마를 처치했습니다.]

[소형악마를 처치했습니다.]

.

.

[소형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205/1000]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달려드는 구울과 달리 소형악마는 비행 종이라 한 마리 한 마리 잡기가 까다로웠다.

더구나 원거리 공격을 해대서 재준이 여유로울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끼이이익!

끼이익!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 놈들의 내구도가 낮아서 살짝만 검날에 스쳐도 픽픽하고 쓰러져 죽었다.

파바밧!

스걱!

끼이익!

끼이이익!

또다시 인내와 수확의 시간이 찾아왔다.

재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지쳐가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체력 수치 또한 B급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었지만.

날아다니는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끊임없이 뛰고 쫓아가야 하다 보니 단비에 몸이 젖듯 피로가 몰려왔다.

스걱!

끼이익!

[소형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475/1000]

[최하급 마정석을 획득했습니다.]

[최하급 마정석이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후우’

스킬이라도 쓸 수 있으면 한 번에 쓸어버리는 건데.

끼이이익!

또다시 천장의 구멍에서 하급악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헤스티아라도 소환해볼까.’

[헤스티아는 1차 성장기 중입니다.

소환할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 : 3시간]

제길.

뭐 다른 방법이 없나.

그때 재준의 머릿속에 뱀파이어를 죽이고 생겼던 마족의 권속에 대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권속 지정을 해볼까?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보상으로 마족의 권속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권속 지정 가능 숫자 0/1]

[권속을 지정하시겠습니까?]

‘그래.

뭐라도 나와라 좀.’

권속으로 지정 가능한 목록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그동안 재준이 죽였던 몬스터들이 표기되어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재준이 생각하기에도 괜찮은 몬스터가 포함되어 있었다.

[거대 지네]

[일꾼개미]

[최성우]

[방랑자 오크 틸크]

[홉그렘린]

[여왕개미]

[가고일]

[트윈 헤드 오우거 웨거]

[리치]

[트롤]

‘뱀파이어나 바이루는 보이지 않네.

아쉽군.’

마족들은 안타깝게도 선택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때 재준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최성우?’

놀랍게도 그 목록에는 재준에게 죽은 최성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재준은 오크 틸크나 트윈 헤드 오우거 웨거도 끌렸지만 인간형이라는 점에서 최성우도 마음에 들었다.

밖에서 끌고 다녀도 되고 말이지.

‘혹시 지정을 했는데 마음에 안 들면 재지정도 가능한가?’

재준의 속마음에 시스템창이 대답이라도 하듯 바로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띠링

[권속은 재지정이 불가합니다.]

‘그렇군.’

잠시 고민하던 재준은 첫 번째 권속으로 최성우를 지정했다.

‘최성우로 지정한다.’

[최성우로 권속을 지정하셨습니다.]

[즉시 소환 가능합니다.

소환하시겠습니까?]

‘그래.’

최성우를 소환하겠다고 하자마자 재준의 몸에서 뭔가가 쑤욱 하고 빠져나갔다.

이곳에서는 있어도 쓰지도 못하는 마력이었다.

유형화된 마력은 재준의 앞에서 한데 모여 서서히 사람의 형태를 만들었다.

온몸에 아무것도 안 걸친 벌거벗은 상태였다.

최성우는 제자리에 서서 재준을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내 말 들리나?”

최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릎을 숙였다.

완벽한 복종의 자세였다.

“대답은 불가능해?”

최성우가 입을 벌렸다.

“그워어어어어―”

“....”

뭐라는 거야.

아무래도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 듯싶었다.

[권속의 이름은 변경 가능합니다.]

[변경하시겠습니까?]

재준은 잠시 생각하다 바꾸겠다고 대답했다.

그대로 최성우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찝찝했다.

“그워어 라고 우니까.

그워억이라고 할까?”

“그워어어어어―”

“그래.

너 이름은 이제부터 그워억 이다.”

“그워어어어어어―”

그워웍이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보였지만 재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꼬우면 네가 대장 하든가.

[권속의 이름이 지정되었습니다.]

[그워억]

[지금부터 권속의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준은 바로 그워억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재준의 상태창보다는 훨씬 간소했지만 보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워억]

[구울]

[등급 : F급]

‘F급이라고?’

설마 했더니 죽기 전의 등급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심지어 지금 상태도 구울로 표기되어 있었다.

갑자기 그워억이 더 한심하게 보였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싸울 때는 정말 잘 싸울지.’

재준의 기대는 소형악마와 마주친 싸우는 최성우를 보면서 박살이 났다.

“그워어어어억―”

그워억은 마구잡이로 소형악마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끼이익!

끼이이익!

하지만 소형악마는 유유히 천장으로 날아가 공격범위에서 벗어났다.

그워억은 오히려 소형악마에게 휩싸여 불덩이에 맞아 불타 죽었다.

스걱!

재준은 그 틈을 타 모여있는 소형악마의 목을 모조리 베어냈다.

[소형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500/1000]

잠시 후 그워억은 재준의 마나로 다시 복원되어 소환되었다.

“그워어어억!”

그워억은 언제 죽었냐는 듯이 딸랑이를 흔들며 힘차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재준은 그워억의 이용방법을 깨달았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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