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5 [EP4.저주받은 던전]―
[EP4.저주받은 던전]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루시퍼의 권속은 저주로 인해 미쳐버린 상태이다.
두 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선택 해 영혼의 파편을 얻어라.]
[옵션1 : 인간의 영혼 100개를 모아 미쳐버린 루시퍼의 권속에게 바치기]
[옵션2 : 저주받은 던전 내 모든 몬스터 토벌]
[보상 : 루시퍼 영혼의 파편 x 1]
[실패 : 죽음]
‘인간의 영혼 100개?’
그렇다면 사람을 제물로 바치라는 뜻이잖아.
이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두 번째 옵션이었다.
[옵션2 : 저주받은 던전 내 모든 몬스터 토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던전 내 몬스터의 숫자가 표기됩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0/1000]
‘1천?
그렇게나 많다고?’
얼핏 내려다본 지하 공간에는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후우.
또 만만치 않겠군.’
재준은 미리 서리칼날을 손에 쥐고 긴장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쿠우웅!
덜컹!
마침내 지하 공동에 내려오자 내려왔던 계단이 올라가며 입구가 막혔다.
가슴이 두근두근 대며 긴장감이 이어졌다.
두근두근.
하지만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이전과 달리 강해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재준은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앞으로 걸어갔다.
휘유우우―
어디서인지 모를 바람 소리가 귀곡성처럼 울렸다.
지하 공동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곳곳에 위치한 횃불에서 노란빛 불빛이 올라와 주변을 모조리 비췄다.
‘크군.’
안에는 거대한 제단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조형물들과 석상들이 줄을 짓고 서 있었고 가장 가운데에 처음에 봤던 커다란 사자 모양의 석상이 보였다.
석상들은 하나같이 살아 움직이듯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대부분 절규하는 듯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괴로워하며 작은 괴물들에게 온 몸을 물어뜯기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석상들이었다.
재준은 석상들에서 눈을 떼고 다른 길을 찾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제단을 근처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제단 안쪽에 숨겨진 길이라도 있나.’
재준은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좀 더 안쪽으로 향했다.
그때.
재준의 귀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까드득!
묵직한 소리.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였다.
까드득!
까드드득!
재준의 뒤로 서 있던 석상 중의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표면의 돌가루가 떨어졌다.
‘설마?’
콰앙!
석상이 부서지더니 안쪽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인간의 모습을 한 썩은 시체인 구울 이었다.
방금 전에 죽은 것처럼 입가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던 구울이 재준을 보더니 흉성을 터뜨렸다.
“크아아아악!”
콰앙!
콰앙!
그 한 마리를 시작으로 사방의 석상이 부서지며 구울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징그럽네.’
부서진 석상 안쪽으로 어떠한 통로라도 있는 건지 놈들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크아아아악!”
가장 처음으로 나왔던 구울이 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척거리며 달려드는 꼴이 약간 좀비 같기도 했다.
재준은 구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 얻은 연쇄 번개를 써봐야지.’
석상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최고의 스킬이었다.
‘연쇄 번개!’
띠링
[저주받은 던전 내에서는 스킬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뭐?”
재준은 당황한 나머지 육성으로 소리쳤다.
연쇄 번개를 제외한 다른 마법을 써봐도 똑같았다.
‘그림자 손!’
[저주받은 던전 내에서는 스킬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라그나 블래스트!’
[저주받은 던전 내에서는 스킬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미친!’
그럼 블링크도?
[저주받은 던전 내에서는 스킬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역시나였다.
“크아아아악!”
스걱!
재준은 달려오는 구울의 미간에 검을 찔러넣었다.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1/1000]
이렇게 해서 천마리란 말이지?
‘후우’
그래.
한번 해보자고!
미간에 검이 박힌 구울을 발로 밀어내며 구울들을 밀어냈다.
그리고 재준도 이를 악물고 구울떼에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악!”
“크아아악!”
스걱!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토벌한 몬스터의 수 : 2/1000]
‘까짓거 칼질 한 번에 한 마리면 천 번이면 되는 거잖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재준은 한 마리 한 마리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
인천 교동도.
공략대 3팀을 맡은 천마 길드의 길드장 안기범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만년 11위 길드라고 무시당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번에 북학지역에 생겨난 A급 게이트 토벌에서 당당히 3팀을 맡게 된 것이다.
덕분에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도 잡아보고 나름 매스컴도 탔다.
이번 기회만 잘 살려서 길드 이름 좀 알리고 나면 10위권 안으로 진입할지도 몰랐다.
“길드장님 이제 슬슬 출발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안기범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3시.
1팀과 2팀은 15분 먼저 출발했고 3팀은 남아있는 몬스터를 정리하며 게이트까지 진입하는 게 목표였다.
몬스터 걱정 따위는 안 했다.
1팀과 2팀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5대 길드 소속들이 대부분이었고,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자신의 천마 길드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애초에 겨우 A급 게이트로 진입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을 모집한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그래.
이제 슬슬 출발하자.
1팀하고 2팀에서 연락 있었어?”
“아니요.
전혀 없던데요?”
“싹수없는 놈들.
분명 몬스터 몇 마리 남기고 먼저 게이트로 들어가 버렸겠지”
“저희도 빨리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부속물 생각하면 얼른 가야지!
속도 높여서 가자!”
“넵!”
3팀은 약속된 장소에서 게이트를 향해 진격했다.
끼이이익!
크아아아아아악!
“몬스터다!
원거리 딜러 준비해!”
“공격!”
각양각색의 몬스터가 3팀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떤 놈들은 물고기의 머리에 황소의 몸을 한 몬스터도 있었고,어떤 놈들은 산성액을 뿜어대는 거미의 모습을 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3팀의 평균 등급이 C급을 넘어 B급 가까이 되었고 A급도 몇몇 섞여 있었기 때문에 몬스터들에게 밀릴 일은 없었다.
한 명,한 명이 전부 몬스터 사냥에 있어서는 도가 튼 사람들이었다.
슈우우우―
화르르륵!
콰앙!
3팀은 안기범의 지시에 따라 몬스터를 없애며 문제없이 진격했다.
그런데 토벌이 진행될수록 안기범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야 1팀하고 2팀은 따로 간 거야?”
“아니요.
같은 길입니다.”
“근데 이렇게나 몬스터가 많이 남아있다고?”
“...그러게요.
다른 길로 갔나?”
몬스터는 끊임없이 나타났다.
게이트까지 어찌어찌 간다고 해도 후퇴가 문제일 판이었다.
“이 새끼들 다른 길로 돌아간 거 아냐?
우리한테 몬스터 떠넘기고?”
“설마요.”
안기범이 신경질을 내며 전화기를 들었다.
뚜뚜―
1팀과 2팀 팀장은 아무도 전화를 안 받았다.
‘이 새끼들 뭐야?’
그때 뒤에서 길드원의 경호성이 들렸다.
“어?
어?
저,저게 뭐지?
길,길드장님!”
“아,잠깐만 전화통화 좀 하자 새끼야.”
“보,보셔야 됩니다!”
“아 뭔데?”
안기범이 신경질을 내며 고개를 돌렸다.
쿠웅.
쿠웅.
“...저게 뭐야?”
3팀 앞에 선건 5M가 넘는 거대한 흑기사였다.
칠흑 같은 갑옷에 피가 물든 검을 들고 있었다.
사슴뿔처럼 높게 뻗은 장식의 투구와 미세한 틈 하나 없는 고품질의 갑옷이었다.
하지만 안기범이 보고 있는 건 몬스터의 갑옷이나 검 따위가 아니었다.
놈의 손에는 안기범도 잘 아는 머리통이 들려있었다.
‘1팀 공략 대장!’
안기범이 지금 전화를 걸고 있는 상대였다.
S급 헌터이자 어나더 길드의 길드장의 머리통이었다.
뭔가가 억울한지 두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었다.
안기범이 자기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쿠웅!
3팀의 뒤로 또 다른 흑기사가 나타났다.
또 다른 놈의 손에도 머리통이 하나 들려있었다.
‘2팀 공략 대장!’
그리고 주위로 수많은 흑기사가 나타났다.
놈들은 인간의 머리가 수집품이라도 되는 듯 하나씩 끼고 있었다.
문제는 빈손인 흑기사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슈욱!
스걱!
날카로운 검기의 소리와 함께 안기범의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뭐지?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길드원이 자신을 경악한 눈으로 쳐다봤다.
투욱.
안기범은 땅바닥에 박히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가 잘렸음을.
“도,도망가!”
전의를 잃은 3팀은 흑기사들에게 하나도 남김없이 토벌되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