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32화 (32/143)

00032 [EP4.저주받은 던전]―

[EP4.저주받은 던전]

“의외로군.”

“뭐가 말입니까?”

남자의 눈이 재준의 위아래를 훑었다.

처음의 차가운 눈초리는 조금이나마 풀려있었다.

“안 죽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

철컥!

투기 아래쪽의 입구로 들어가자 바깥에서와 다른 환호가 들려왔다.

“어우!

신입 대단한데?”

“나쁘지 않았다고!”

“연승 가는 거야!”

이 사람들은 대체 뭐지?

재준이 의아해하는데 남자가 재준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통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사무실과 같은 조그만 공간이 있었다.

재준은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설명해주시죠.”

“그러지.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남자는 방구석에 있는 허름한 상자를 열더니 뭔가를 가지고 왔다.

“이거부터 받아.”

둥그런 나무로 된 패였다.

가운데에 단검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뭡니까?”

“자네 계급표.

그 계급에 따라 투기장에서의 보상도 달라지지.”

“보상은 어디서 얻습니까?”

“인벤토리로.

오늘 보상도 곧 갈 거야.”

재준은 내심 놀랐지만 최대한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인벤토리라는 말을 쓰는걸 보면 남자는 분명 시스템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제 내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루시퍼.

이 팀의 신이다.”

“...네?”

“지금 신이라고 했습니까?”

“그래.

타락한 신이지만.

자네도 반은 마족이었으니까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

재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꾹 다물었다.

마족의 영혼은 현재 재준과 섞여 있는 상태였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인간인지 마족인지 헷갈릴 정도로 융화가 잘 되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

아니 루시퍼는 한 눈에 알아본 것이다.

“루시퍼라면.

내가 아는 그 루시퍼가 맞습니까?”

“맞다.”

재준의 눈이 경악으로 일렁였다.

7대 마왕 중에 오만의 좌의 앉아있는 마왕 루시퍼.

그 누가 마왕 루시퍼가 이렇게 늙은 남자의 모습으로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

“왜.

당신이 이곳에 계신 겁니까?”

수많은 마왕의 군대를 이끌지 않고 란 말이 차마 입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른 마왕들에게 배신당했다.

자신들의 계획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지.”

“그래서 이렇게?”

루시퍼는 씨익 웃었다.

주름으로 얼굴이 기괴하게 변했다.

“지금 이 몸은 7개로 쪼개진 내 영혼의 파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7대 마왕의 한 좌를 차지하고 한때 신의 자리를 넘보기까지 했던 루시퍼가 이런 모습일 리가 없었다.

‘지금은 마치...F급 헌터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진다.’

그런데.

루시퍼를 훑어보던 재준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루시퍼의 말이 사실이라면 왜 자신에게 이렇게 까지 이야기하는 거지?

말할 방법도 없다지만 혹시라도 다른 마왕들에게 재준이 말하면 어떻게 하려고?

루시퍼에 대한 경계심이 재준의 마음속에서 뭉글뭉글 솟아났다.

루시퍼는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을 이었다.

“우선 이 투기장에 대해서 설명부터 하지.”

재준이 제일 듣고 싶었던 설명이었다.

“이 곳은 나같이 유폐된 신들의 존폐를 놓고 게임을 하는 곳이다.

신들의 도박장이며 약해진 신들을 처분하기 위해 만든 감옥이자 쓰레기통이지.”

“유폐된 신?”

“그래.

유폐된 신들은 각각의 대전사를 뽑아 투기장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대전사는 다른 신들의 대전사들과 겨룬다.

최후의 1인까지 남는 대전사에는 신의 권능이 주어지고 대전사의 신은 유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지.”

“....그럼 내가 여기 온 이유도 당신의 대전사였기 때문인 겁니까?”

루시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원래대로라면 훨씬 전에 왔어야 할 대전사였다.”

재준은 루시퍼가 하는 말의 뜻을 이해했다.

원래대로라면 인간 재준이 [더게이머]의 능력을 이용해 강해지고 투기장으로 왔어야 했다.

하지만 재준은 1년 동안 전투 공포증으로 레벨업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루시퍼의 기대도 사라져갈 때 마족이 나타났다.

그는 재준과 계약을 하고 영혼을 흡수하더니 재준의 몸으로 들어왔다.

루시퍼로서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긴 샘이었다.

시스템창은 재준의 영혼이 마족에게 고스란히 흡수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오히려 마족의 영혼이 인간인 재준의 영혼에 흡수되게끔 만들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원하는 인간으로서의 대전사를 투기장으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게이머의 능력으로 강해질수록 인간의 영혼은 마족의 영혼을 흡수하며 더욱 짙어진 상태였다.

“...”

재준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도 당신의 작품입니까?”

“그렇다.

내 또 다른 영혼의 파편이 만들어낸 힘이지.

인간에게 제일 잘 맞는 형태의 능력으로 만들어봤는데 어땠나?”

“....”

루시퍼의 말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시스템창이 울렸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루시퍼를 도와 7개로 나누어진 영혼의 파편을 모두 모아라!]

[설명 : 루시퍼는 인간계의 침략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다른 마왕들에게 공격당해 추방되었다.

7개로 나누어진 루시퍼의 파편을 찾고 마왕들로부터 인간계를 지켜야 한다.]

[보상 : 루시퍼의 권능]

[실패 : 인간계의 몰락]

‘미친!’

“다른 마왕들이 인간계를 공격할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이미 침입은 시작되었다.

게이트의 숫자는 급격히 늘었고 마계의 하급 마족들은 인간계에 스며든 지 오래지.”

루시퍼가 재준의 손가락을 가리켰다.

“네가 끼고 있는 그 반지도 탐욕의 마왕인 마몬의 반지다.

그렇다면 그 반지의 주인이 누구의 종속이었는지 알겠지?”

재준은 자신의 반지를 내려다보다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엄청난 싸움의 장기 말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내가 가진 팀의 대전사는 겨우 3명뿐이다.

그마저도 죽어가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지.

하지만 너로 인해 희망이 생겨났다.”

루시퍼의 주름진 눈가를 뚫고 강렬한 눈빛이 재준에게 쏘아졌다.

“강해져라!

그리고 이 신의 투기장에서 최후의 1인이 되는 거다.

그리고 신의 권능을 얻어라!”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입안이 자기도 모르게 바싹 말라서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제가 그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습니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시스템의 도움과 영혼의 파편을 얻으면 가능하다.

영혼의 파편을 얻는 것은 내가 도와주겠다.”

띠링

[투기장의 시간이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투기장에서 빠져나갑니다.]

“시간이 다 되었군.

우선은 영혼의 파편을 얻을 곳을 알려주겠다.

그리고...

다른 마왕의 권속들을 조심해.

아직은 너의 정체를 눈치 못 챘다 하더라도 곧 이상한 점을 깨달을 테니.”

루시퍼의 말을 끝으로 눈앞이 다시 깜깜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재준은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대체 뭐지.’

띠링―

[투기장 승리로 인한 보상으로 하급 방어구 세트를 획득합니다.]

[하급 방어구 세트가 인벤토리에 이동합니다.]

재준은 시스템 알림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방금 투기장에서 루시퍼에게 들었던 것들은 그만큼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우선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것부터였다.

자신을 스스로 당연하게 마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인 재준의 영혼이 더욱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인간인가?

마족인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루시퍼의 쪼개진 영혼의 파편도 찾으라 했지.

루시퍼의 말대로라면 마왕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맞지만.

루시퍼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후우'

더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띠링―

[아이템의 사용 조건이 변화했습니다.]

[저주받은 키의 정보를 확인하세요.]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저주받은 키를 꺼냈다.

[저주받은 키]

[설명 : 저주받은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

[저주받은 던전의 위치는 고수 동굴 깊숙한 곳에 있다.]

여기까지는 저번과 같았다.

하지만 그 밑의 저주받은 던전의 위치가 정확히 적혀있었다.

‘고수동굴이라.’

하지만 우선은 머리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해가 떠오르는 서해의 모습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인천 최전방 교동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병대 2사단 소속의 강경진은 오늘도 아침 햇살이 떠오르는 광경을 보면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다.

“캬아 이 맛에 담배핀다.”

“강 병장님 빈속에 담배 피우면 머리 아프지 말입니다.”

“그 아픈 맛으로 피는 거야.

인마”

이제 전역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뭐 어떠랴.

이 지긋지긋한 시골에서 떠날 생각에 벌써 몸이 근질근질했다.

강경진은 담배꽁초를 모래 속에 파묻으며 북한 쪽을 살폈다.

크고 작은 몬스터들이 수도 없이 해안가에 몰려드는 중이었다.

“저것들 봐라.

바글바글하다 으휴.”

“저놈들 며칠 전부터 저러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바닷가도 못 넘어오는 것들이 꼭 아침마다 저 지랄이야.”

초기 방어가 잘된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은 게이트 브레이크 당시 평양을 제외한 전 국토를 몬스터들에게 빼앗겼다.

그래서 최전방에서는 이제 북한 군 대신 몬스터를 경계하는 일로 바뀌게 되었다.

다행히 몬스터들은 바닷물을 싫어했기 때문에 이쪽까지 건너오진 않았다.

“아 맞다.

강 병장님 친척분이 엄청 높은 등급의 헌터라 그러지 않았습니까?”

“아씨.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냐.

사촌 형이 좀 잘나가는 헌터긴 하지.”

“어.

저도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뭘 알라 그러냐.”

강경진이 담배 한 개를 더 꺼냈다.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대만 더 피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심결에 북한 쪽을 다시 쳐다본 강경진이 무언가를 보고 움직임이 멈췄다.

투욱

담배가 입가에서 떨어진 것도 모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

“왜 그러십니까?”

“...야 저거 뭐냐?”

강경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몬스터들이 바글바글 했다.

하지만 강경진이 보고 있는 것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시발.

저게 뭐야.”

몬스터의 뒤로 생겨난 초대형 게이트였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게이트를 지키기라도 하듯 그 앞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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