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0 [EP3.S급헌터의 나들이]―
[EP3.S급헌터의 나들이]
재준은 던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헤스티아를 소환 해제하고 태성과 택시를 탔다.
태성이 밥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재준은 거절했다.
“형이 오늘 바쁘다.”
그러면서 오늘 받은 E급 마정석 2개를 태성에게 건넸다.
덩치는 까먹은 것인지 어찌한 것인지 재준에게만 마정석을 주고 태성에게는 주지 않았던 것이다.
재준은 급하게 태성과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창을 띄었다.
[레벨이 150에 도달했습니다.]
[시스템 기능이 추가로 개방됩니다.]
[이제부터 투기장에 참여 가능합니다!]
[가장 빠른 투기장 전투가 하루 뒤에 있습니다!]
[투기장 전투 참여까지 남은 시간 : 23시간]
‘투기장이라고?’
저번에 랜덤 비약을 살 때 투기장이라는 말을 본 것 같은데.
아마 투기장에서 강해지고 싶으면 랜덤 비약을 사라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았다.
‘진짜 투기장이 있었단 말이지?’
말만 들어서는 꼭 싸움터 같은 느낌이었다.
좀 더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건만 이 불친절한 시스템은 더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하루 뒤라고?’
더 강해질 수 있다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피로도는 최대한으로 낮추고 참가 신청 버튼을 누를 생각이었다.
아직 참여까지 남은 시간은 23시간 정도 남아있으니 상관없었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혜선도 학교에서 오고 잠들었을 무렵.
재준은 자신의 피로도부터 확인했다.
[피로도 : 0]
‘최고다.’
저녁도 든든히 먹어서 컨디션도 최고였다.
재준은 망설이지 않고 참여 신청 버튼을 눌렀다.
[지금 바로 투기장에 참가 하시겠습니까?]
‘그래.’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걸 느꼈다.
[투기장에 참가합니다.]
시스템 창의 문구와 함께 재준의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
야심한 시간.
호텔 방안 침대 위에 유려한 외모의 남녀가 엉켜있었다.
거침없이 입을 맞추며 서로를 탐닉하는 손길은 막힘이 없었다.
“하아.
좋아.”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여자의 몸에 꽈악 달라붙어 욕정을 풀어내는 남자의 이름은 전현호.
서울에서 제법 유명한 중소길드 이클립스의 길드 장이었다.
이클립스는 다른 대형길드와 다르게 주로 C급과 D급을 주로 공략하는 길드였다.
그래서 B급 헌터인 전현호를 제외하곤 대부분 C급 미만의 헌터들이었다.
대신 그 수가 300명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아.
하아.”
전현호는 오늘 바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눈이 맞아서 자신의 호텔까지 여자를 데리고 왔다.
색기가 넘치는 외모에 쳐다보고 있으면 자꾸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자였다.
뜨거운 땀을 쏟아내던 전현호가 여자의 몸을 움켜쥐며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밑에 있던 여자가 전현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좋아?”
“하아.
진짜 좋아.”
여자의 손이 전현호의 허리를 타고 등을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위에 있던 전현호를 넘어뜨리고 그 위로 올라탔다.
“죽을 만큼?”
전현호는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여자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응.
죽을 만큼.”
그러자 여자도 환하게 웃었다.
붉은 입술만큼이나 새빨간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전현호를 내려다봤다.
“그럼 죽어줄래?”
“응?”
콰드득!
여자가 몸을 숙이면서 전현호의 목을 깨물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길게 뻗으며 살갗을 뚫고 혈관에 박혔다.
“으윽!
뭐,뭐야!”
여자의 손톱이 길게 날카로운 칼날처럼 자라며 남자의 등에 파고들었다.
전현호는 몸을 발버둥 쳤지만 여자는 꽉 달라붙어서 꿈쩍도 안 했다.
그리고 여자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전현호의 목에서 한 움큼씩 삼켜댔다.
“안,안돼!”
꿀럭꿀럭―
전현호는 피를 빨릴 때마다 반항하고자 하는 의식마저 흐려지고,온몸이 나른해졌다.
그리고 온몸에 쾌락도 아니고,고통도 아닌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느낌이 휘감았다.
“크하아!”
만족하리만큼 피를 빤 여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번들거리고 입가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빠져나온 상태였다.
“허억.
허억.”
전현호는 피를 과다하게 빨려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팔다리가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들어 올리기 힘들었다.
퍼억!
어느 순간 여자는 전현호가 쓰레기라도 된 것처럼 옆으로 밀어버렸다.
간단한 손짓의 전현호의 몸이 벽까지 부웅 날아가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크헉.”
여자는 전현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피를 깨끗이 씻어냈다.
온 몸을 닦아낸 여자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전현호는 심장이 멈춰 있는 상태였다.
여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잔에 술을 따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힐끔 전현호의 시체를 보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안 일어나?”
그러자 놀랍게도.
심장이 멈춰있던 전현호가 몸을 기이하게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현호는 여자의 앞까지 걸어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나의 여왕님.
어떠한 명령이라도 따르겠습니다.”
여자는 만족한 얼굴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일단은.
아군 좀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아군이라면?”
“너희 길드원.
전부 우리 아군으로 만들어야지?”
“여왕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여자가 입술을 사악하게 끌어올리며 웃었다.
여자는 바로 얼마 전까지 헌터 협회의 직원이었던 윤미경이었다.
―
어나더 길드 사무실.
날카로운 눈매의 남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준에게 죽은 최성우의 형이자 어나더 길드의 부길드장 최성호였다.
그는 계속해서 동생에게 연락 중이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갈 뿐 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꺼버린 최성호가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성우는 아직 연락이 없나?”
“네.
던전을 나온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핸드폰 추적은?”
“...던전 근처까지만 잡히고 그 후로는 아예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최성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던전에서 무슨 일 있던 거 아니야?”
“공략팀 리더 말로는 별일 없었답니다.”
“그럼 동생한테 원한 가진 놈들 쫙 뽑아서 털어봐.
이유 없이 사라졌을 리는 없고.
어디에 있든 시체라도 찾아야지.
내 동생인데.”
“네.
알겠습니다.”
대답한 남자가 머뭇거리며 자리에 서 있자 최성호가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
“저 그게 다름 아니라.
저번에 던전 짐꾼 관련해서 징계받은 일도 있고.
혹시 이번에도 단순 가출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최성호의 눈이 가늘어지며 남자를 노려봤다.
“뭐?”
“...아무래도 자주 이런 일이 있다 보니.
좀만 더 기다려보시는 게 어떠...으윽!”
그때 최성호의 팔이 순식간에 남자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
커헉―
최성호의 눈은 뱀의 그것처럼 노랗게 변해서 번뜩였다.
“내가.
알아보라고 하면 알아보는 거야.
알겠어?”
“...커헉..네!”
남자는 입가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호의 손이 풀어지자 마자 남자는 비틀거리면서 문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뒤를 쫓는 최성호의 눈동자가 여전히 독사처럼 번뜩였다.
―
“진짜 좋은 형님이네.”
멀어지는 재준을 쳐다보는 태성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봤던 어느 헌터보다 더 강했다.
그러니 분명 모방하는 능력도 엄청날 거라 생각했다.
태성은 모방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재준과 계속 붙어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그 무서운 능력이 제 것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모방!’
마침내.
태성의 온 몸에 재준의 능력이 모방하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력한 불?
엄청났던 몸놀림?
아니면 용을 소환하던 그 능력인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태성의 몸에 깃들지 않았다.
“이게 뭐지?”
대신 눈앞에 이상한 게 떠 올랐다.
[레벨프로―랐습니다!]
이상하게 보이는 홀로그램이었다.
안에 보이는 글씨는 반쯤 깨져 있었다.
‘레벨이라고?’
평소 게임을 즐기던 태성은 이 능력의 정체를 간파하는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냥을 하면 레벨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능력치를 올려 강해질 수 있다는 것.
태성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재준 형님이 가진 능력의 정체였구나.
재준에게 감사하다 못해 절이라도 하고 싶은 감정이었다.
‘그런데 사냥은 어떻게 하지?’
뭔가를 죽여야 하는데.
던전에 들어가긴 무섭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태성의 눈에 길고양이가 보였다.
[레벨―올랐―프로―다!]
‘하하.
이렇게 쉬운걸!’
태성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근력에 쏟아부었다.
벌써 30레벨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법 사냥을 해도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았다.
뭐.
좋은 게 없을까.
그때 태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죽기보다 받기 싫은 빚 독촉 전화였다.
‘죽일 놈들.’
전화를 꺼버리려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저기.
태성 군.
이번 달 돈이 안 들어왔잖아.
어떻게 할 거야?
이번에도 어머니 한쪽 발 으그러뜨려줘?
응?”
‘더러운 새끼들.’
돈이면 뭐든지 다 하는 새끼들.
겨우 500만 원 빌렸던 게 5000만 원이 되고 지금은 얼마인지도 몰랐다.
사고인 척 엄마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도 이놈들이었다.
이자가 늦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태성의 눈이 악독하게 빛났다.
“...저 마정석이 생겼는데.
그걸로 드려도 될까요?”
“뭐?
마정석?
일단 가지고 와봐.”
“네.
주소 알려주세요.”
태성은 전화를 끊고 사채업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식칼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근력 수치면 충분하려나?’
레벨업 할 생각이 기분이 들떴다.
사채업자 사무실에 들어간 태성은 안을 둘러봤다.
‘3명?’
몇 명은 어디 갔나 보네.
철컥
태성은 유유히 사무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엄마의 발목을 부러뜨렸던 놈에게 다가갔다.
“어 왔냐?
마정석은?”
“여기 있습니다.”
태성은 검은 봉투를 건넸다.
놈이 봉투를 건네받는 순간 놈의 목에 준비한 칼을 휘둘렀다.
피익―
“어?
뭐,뭐야!”
[레벨―$올랐$니다!]
.
.
[레벨―$올랐$니다!]
[레벨―$올랐$니다!]
“하하하하하하!
폭렙이다 폭렙!”
태성은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알고 기쁘게 웃었다.
“뭐,뭐야 이 새끼!”
그리고 달려드는 남은 사람들도 하나하나 죽여갔다.
죽일수록.
태성은 강해져 갔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