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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28화 (28/143)

00028 [EP3.S급헌터의 나들이]―

[EP3.S급헌터의 나들이]

모든 일행의 시선은 리치와 목걸이를 향해 있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해지는 광경이었다.

리치는 공중에 떠서 재준과 공략대 멤버들을 내려다 봤다.

덩치는 겁먹은 표정으로 부서진 방패를 들어 올렸다.

다른 공략대 멤버들도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정환과 다른 보조계열의 헌터는 멤버에게 보조 마법을 시전했다.

눈부신 빛이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마법 방어,활력 증진!”

정환이 마법을 시전했지만 리치는 여전히 검은 안광으로 그들을 내려보기만 했다.

‘먼저 공격하기 전까지는 멈춰있는 건가?’

재준의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의 검은 마기들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도발부터 가고!

바로 딜 쏟는다!

패턴 잘 확인하고!”

덩치가 나름 힘있게 소리쳤지만 재준은 그게 힘들다는 걸 알았다.

저 부서진 방패로 막아봤자 한 번의 공격도 못 막고 피떡이 될게 분명했다.

리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만큼 강대했다.

‘아무래도 이제는 내가 본격적으로 나서야겠군.’

재준의 손에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빼든 서리칼날이 들려 있었다.

‘저놈 정도면 마나석 정도는 떨구겠지.’

재준은 벌써 전리품에 대해 생각 중이었다.

헤스티아의 오늘 밥값 정도는 벌고 집에 가고 싶었다.

서리칼날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마나가 서리칼날 안으로 스며들면서 검은 마기와 대비되는 하얀 서리가 풍겨 나왔다.

크으으으으―

리치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적대감 섞인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공략대 전체가 재준을 어이없게 쳐다봤다.

“저 혼자 싸우겠습니다.”

‘저 F급이 미쳤나?’

덩치는 리치가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잠깐 잊을 정도로 당황했다.

재준은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눈앞의 리치의 강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덩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미친 거야.

저놈이 미쳤든 내가 미쳤든.’

혹시.

리치가 정신공격이라도 한 걸까.

그래서 이 남자는 미쳐버린 거고.

덩치가 재준을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혼자 잡겠다고요?”

재준은 자꾸 말을 거는 덩치가 귀찮았다.

“아니면 그쪽이 잡겠습니까?”

덩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준은 어차피 공략대 멤버들이나 태성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괜히 도와준다고 옆에서 깔짝대다가 막타나 뺏어가지 않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럼 진짜 최악이지.’

재준은 천천히 리치에게 걸어갔다.

공략대 멤버들이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움직이며 길을 열었다.

“뭐,뭐야?”

“덩치 형님 F급 저 친구 돈 것 같은데요?”

진짜 별명이 덩치였네.

분위기에 안 맞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봐봐요.

웃잖아요!

미친 거라니까요!”

“일단 가만히 있어 봐!”

리치는 눈앞에 혼자 나서는 재준을 내려다봤다.

입고 있는 넝마 같은 로브가 펄럭이며 좀 더 높게 떠올랐다.

그러더니 기다란 송곳 같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마법?

하지만 그 손가락이 향한 곳은 재준이 아니었다.

끼기기기긱―

손가락이 목걸이의 해골들의 이마를 날카롭게 긁었다.

해골들이 고통스러운 듯 턱관절을 덜그럭 거리며 입을 벌렸다.

해골들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저주!”

스켈레톤 머리 하나하나가 전부 재준과 일행들을 향해 저주를 내뿜었다.

검은 연기가 살아있는 뱀처럼 재준을 감쌌다.

띠링

[리치의 스켈레톤 머리가 저주를 겁니다.]

[리치의 스켈레톤 머리가 저주를 겁니다.]

.

.

[리치의 스켈레톤 머리가 저주를 겁니다.]

[생명력 감소] [둔화] [구토] [어지러움]

[마력 스탯의 보정으로 저주의 효과가 크게 감경됩니다.]

마력 스탯이 이런 효과도 있군.

저주는 대부분 상쇄되었다.

하지만 저주로 인해 얼굴이 살짝씩 따끔거리는 게 불쾌했다.

‘빨리 끝내자!’

‘인페르노!’

[인페르노를 시전했습니다.]

[불꽃의 크기에 따라 마나 소모량이 달라집니다.]

[1초당 마나 30000이 소모됩니다.]

재준이 마력을 끌어올려 리치에서 쏟아부었다.

거대한 불줄기가 뱀처럼 몸을 베베 꼬면서 리치를 덮쳤다.

화르르륵

콰아아아악!

불줄기는 스켈레톤을 중심으로 재준의 의지를 담아서 거대한 불의 회오리를 만들었다.

콰앙!

콰앙!

덩치를 포함한 공략대 멤버들과 태성은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봤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 정도의 화염이 재준의 손짓에 꿈틀거리며 용솟음쳤다.

“...저,저게 F급이라고?”

‘절대 F급일 리가 없어.

아무리 못해도 A급!

등급을 속인 거야!’

덩치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자기도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때때로 듣기는 했었다.

일부로 자신의 등급을 속이고 저급의 게이트를 들어가는 사람들을 말이다.

그런 이들은 대부분 나쁜 의도를 갖은 사람들이 많았다.

연쇄 살인마라던가.

신분을 바꿔야만 하는 범죄자라던가.

게이트 내에서 죽으면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게이트는 범죄자들에게 최고의 장소였다.

덩치가 침을 꿀꺽 섬겼다.

콰르르르릉!

화아아악!

엄청난 열기와 소용돌이에 주변의 마기가 휩쓸리며 폭발을 일으켰다.

얼핏 불의 소용돌이 안에 리치의 모습이 보였다

‘이 놈도 스켈레톤 나이츠같이 속성 내성 인가?’

화염의 소용돌이가 서서히 걷히면서 리치의 모습이 드러났다.

리치의 넝마 같던 로브는 불길에 다 타서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리치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주변에 푸른색의 둥근 막이 불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방어막?’

재준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뒤에서 마법계 헌터인 정환이 소리쳐서 알려줬다.

“프로스트 베리어!

화염은 소용없습니다!”

불길은 리치의 베리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래도 속성 내성은 아니라는 거잖아?’

리치의 손이 재준을 가리켰다.

재준은 머리털이 삐쭉 서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온다!’

재준이 앞뒤 가릴 것 없이 몸을 옆으로 피했다.

무형의 힘이 바람을 세차게 일으키며 몸을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쿠웅―

조금 전까지 서 있던 땅이 철퇴에 맞은 것처럼 움푹 파였다.

‘맞으면 단순히 상처로는 안 끝나겠네.’

재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집중하자.’

재준의 몸놀림이 더 정교해지고 빨라졌다.

‘온다!’

쿠웅―

머리를 향해 기운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전진했다.

리치의 손가락이 휙휙―하고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땅이 무너지고 부서지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변했다.

쿠웅―

재준은 내리치는 무형의 힘을 피하면서 리치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가속!’

[가속을 시전했습니다.]

서서히 재준의 주변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태성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재준에게서 뗄 수 없었다.

“좋아.

그거에요 형님!”

한참 떨어진 곳에서 보고만 있어도 오금이 저리는 공격들이었다.

그런데 재준은 보이지도 않는 공격을 유유히 피하며 거리를 줄여 나갔다.

침착하고 냉정한 움직임에 손을 떨 정도로 전율했다.

“대박이야.

대박!”

태성은 근처에 있는 공략대 멤버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고 두 손을 허공에 내저으며 소리쳤다.

저 앞에 서 있는 게 자신이었다면 이미 납작해져서 피떡이 되어 있을 거다.

하지만.

‘나도 저만큼 강해질 수 있다!’

태성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며 주먹을 꽉 쥐었다.

과도한 흥분으로 입술이 찢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태성의 등급은 C급이었지만 그가 가진 능력은 아니었다.

그의 능력은 S급 스킬인 모방.

그는 모방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말이다.

이 공략대에 들어온 것도 다른 헌터들의 스킬을 모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미 덩치의 도발 스킬은 모방이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자기와 같이 들어온 F급 헌터 재준이 저렇게 강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보고만 있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서웠다.

‘저 사람의 능력을 모방하자.’

태성의 두 눈이 녹색으로 물들며 재준을 예리하게 응시했다.

그의 두 손은 여전히 흥분으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쿠웅―

태성이 혼자 생각하는 동안에도 리치의 공격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공격이 익숙해지자 재준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리치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다.

‘단숨에 목을 노린다.’

저 베리어만 뚫는다면 뼈다귀 따위야 잘라내는 건 손쉬워 보였다.

재준이 땅을 박차며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빠직!

베리어를 한차례 검으로 내리치자 푸른 빛이 옅어졌다.

그리고 옅게 금이 간 부위가 보였다.

‘좋았어!’

‘난도!’

재준의 검 끝에 마나가 모이며 순식간에 제 2격을 날렸다.

순식간에 재준의 검이 그림자의 잔상만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까앙!

제 3격!

까아앙!

제 4격!

빠지지직!

마침내 베리어가 깨졌다.

재준의 검은 멈추지 않고 리치의 머리를 향했다.

“끝이다!”

그때 몸이 서서히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길함이 끈끈한 액체처럼 온 몸을 감쌌다.

리치의 손가락만이 유유히 제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뭐지?

이 느낌은.’

손가락은 목걸이에 걸린 머리통을 향했다.

손가락이 다가오자 무서운지 머리통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아아앙―

우아아아앙―

날카로운 손톱이 눈알을 파고들었다.

푸욱―

눈알이 터지면서 흰 백색의 애액과 핏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으에에에에에에엑!

머리통의 입이 쩌억 벌어지며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러댔다.

머리통의 비명은 점점 알아듣지 못할 주문으로 바뀌었다.

으에에에프로―프로!

그리고 동시에 리치의 몸에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쉬이이이―

‘마법인가?’

재준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급한 마음과 정반대로 그의 몸은 더욱 느려졌다.

리치의 손이 남은 아이의 머리통을 덮었다.

푸욱―

눈알이 터진 아이가 옆의 머리통처럼 똑같이 비명을 질러댔다.

으에에에에엑!

쉬이이이이이이―

자세히 보니 리치가 검은 동공을 빛내며 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위험하다!’

재준은 그 눈빛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면서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었다.

‘블링크!’

그때.

리치의 몸 주변에서 강력한 얼음 폭풍이 휘몰아쳤다.

“프로스트 노바!”

뒤에서 경악성이 담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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