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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26화 (26/143)

00026 [EP3.S급헌터의 나들이]―

[EP3.S급헌터의 나들이]

던전은 무척이나 넓었다.

벽에서 빛을 내는 돌 덕분에 밝았고 통로가 외부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는지 바람도 조금씩 불어왔다.

다만 바닥에 안개처럼 깔린 검은 연기가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발을 옮길 때마다 연기가 살아있는 뭉게뭉게 올라왔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안개가 무척이나 심하네요.”

태성이 재준의 옆에 붙으면서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게 겁을 먹은 게 느껴졌다.

“너 혹시 이번이 처음이야?”

“던전이요?

네.

처음이에요.”

태성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순진한 그 모습에 재준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래도 첫 공략대가 이분들이라 다행이에요.

뒤에서 구경만 해도 되니까요.”

공략대의 뒤를 따라가던 재준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물끄러미 태성을 쳐다봤다.

“너 편한 거만 찾다가 골로 간다.”

“...그래요?”

재준이 휙 하고 앞서 걸어가자 태성이 화들짝 놀라며 옆에 붙었다.

“저 그래도 등급은 꽤 높다고요.

형 F급이라고 하셨죠?

제가 지켜드릴게요.

제 옆에만 계세요!”

‘붙어 다니는 게 지금 누군데.’

그래도 마음만큼은 착해서 보기 좋았다.

마음만큼은.

“그래.

꼭 붙어 다니마.”

재준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태성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재준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스템 신호음이었다.

'왜 안 생기나 싶었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단 한 명의 사상도 발생시키지 말아라!]

[사용자의 무지막지한 마나로 인해 이번에도 던전의 몬스터들이 강해졌다.

책임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보호하라!]

[보상 : 최상급 마정석 C급]

[실패 : 스탯 10프로 감소]

'이게 무슨 소리야?

나 때문에 몬스터들이 강해진다고?'

이런 내용의 퀘스트는 또 처음이었다.

실패 내용도 스탯 10프로 감소로 최악의 페널티였다.

'뒤에서 편하게 있으려고 했더니만.'

재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던전 내부는 고요했다.

터벅터벅

가끔 잡담을 떠드는 일행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던전을 걷는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여기 뭐 이렇게 조용해?”

“어째 한 마리도 없네.”

“정환아.

탐지마법 좀 써봐라.”

“예.”

마법사로 보이는 정환이란 헌터가 공중에 대고 중얼거리더니 손을 뻗었다.

“디텍트 라이프!”

조그만 마나의 파동이 동굴을 타고 넓게 퍼졌다.

“생명탐지 마법에는 아무것도 안 걸리는데요?”

“그래?

그럼 언데드네.”

“죽은 것들은 질겨서 싫은데.”

덩치는 가방에서 투명한 액체가 담긴 손바닥만 한 병을 꺼냈다.

뽕―

각자는 익숙한 듯 무기를 꺼내 덩치에게 내밀었다.

조르륵

덩치는 무기 위에 병에 담긴 액체를 조금씩 뿌렸다.

“아 거참 팍팍 좀 뿌리면 덧나요?”

“이게 얼마짜린 줄 아냐?”

“아끼다 똥 돼요!”

“똥 돼도 내 똥이다 인마!”

서로 아등바등 싸우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재준의 귀가 움찔거렸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공략대 사람들도 몬스터의 소리를 들었는지 입을 닫고 귀를 기울였다.

‘베테랑은 베테랑이네.’

순간적인 집중력이 뛰어났다.

딸그락―

뼈 소리?

소리가 들린 곳에서 검은 안개를 뚫고 해골들이 튀어나왔다.

갑옷도 입지 않은 상태도 뼈로 된 칼이나 도끼를 들고 어슬렁거렸다.

“다들 전투 준비해!”

공략대는 각자의 위치에 맞게 대열을 정렬했다.

탱커는 맨 앞에 2명이 섰고,원거리 딜러와 마법사까지 그 뒤에 떨어져 섰다.

덩치는 탱커였다.

등 뒤에 메고 있던 방패를 손에 끼우고 도발 스킬을 사용하며 앞으로 뛰어들었다.

방패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모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홱 하고 덩치에게만 꽂혔다.

스켈레톤들의 몸에서 기이한 소리가 나며 덩치에게 달려들었다.

딸그락딸그락―

카앙!

카앙!

덩치는 제자리에 서서 스켈레톤의 무기를 모두 막아냈다.

스켈레톤들은 강하지 않아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상대에 대한 파악이 끝났는지 덩치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다들 공격!”

뒤쪽에서 각종 공격이 날아왔다.

스켈레톤들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몸이 부서지며 쓰러졌다.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스켈레톤들을 쓰러뜨리는 중이었지만 재준과 태성은 맨 뒤에서 그저 지켜보는 중이었다.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게 그들의 조건이었기도 하고,이 둘이 전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높은 등급의 마물들이 아니라 다행히 에요.”

태성이 스켈레톤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며 말했다.

스켈레톤들은 공격에 제대로 된 반항 한번 못하고 온몸이 뼈로 나뉘어서 바닥에 떨어졌다.

‘C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약한데?’

이 정도면 굳이 재준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떨그럭!

그때였다.

재준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쓰러졌던 스켈레톤이 순식간에 다시 조립이 되면서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탱커인 덩치를 향해 휘둘렀다.

조금 전까지 무색이었던 스켈레톤의 안광이 불길한 적색으로 빛났다.

“다시 살아났어요!”

“미친 뭐야!”

푸욱!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에게 휩싸인 덩치의 온몸이 피로 물들어갔다.

하지만 상처가 깊지 않은지 곧 공격을 모두 뿌리쳤다.

“제길!

다들 신성 아이템 꺼내!”

각자는 뒤로 물러나더니 주머니에서 아이템들을 꺼냈다.

덩치와 똑같은 유리병의 액체를 무기에 뿌려대기도 했고,아니면 은으로 된 무기로 교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딸그락 딸그락―!

안개를 뚫고 더 많은 스켈레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뭐가 이렇게 많아!”

“도발!”

덩치는 방패를 앞으로 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옅은 빛 그림자가 방패를 덮으며 주변을 비췄다.

그뿐만 아니라 아끼던 성수를 꺼내 방패에 콸콸 들이 부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광역딜까지 쏟아부어!”

“형님 죽지 말고 잘 버텨요!”

슈우우욱!

콰아앙!

공격대 각자 쏟아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 이뤄졌다.

가장 근거리 딜러들은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빼냈지만 탱커였던 덩치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방어력만 믿고 방패를 꽉 쥐었다.

잠시 후 각종 스킬의 폭발의 여파가 방패 위로 느껴졌다.

‘저게 뭐 하는 거지?’

필사적인 전투를 벌이는 공략대를 재준은 황당한 눈으로 지켜보는 중이었다.

평균 C등급인 공략대가 겨우 스켈레톤에게 쩔쩔매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지금 싸우고 있는 스켈레톤이 강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강한 것인지.’

이들 정도의 수준이라면 재준이 거대목 숲 던전에서 마주쳤던 오크와 마주한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

사실.

이 수준의 차이는 재준의 마나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재준의 마나는 알게 모르게 세상을 영향을 주는 중이었고 그것은 재준이 던전을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재준이 가진 무한의 마나는 던전의 등급을 일부 향상시켰다.

전체적인 던전의 마력 수준을 높이면서 그가 평소에 들어가던 F급 던전도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D급 정도로 상향되는 것이다.

지금 싸우고 있는 눈이 붉어진 스켈레톤도 재준의 몸에서 알게 모르게 뿌려지는 마나에 의해 강화된 스켈레톤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른 재준은 그간 자신이 싸워온 기준으로만 평가했고 이들이 터무니없이 약해 보였다.

‘저러다 죽겠군.’

탱커인 덩치가 스켈레톤들에게 휩싸여서 난도질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몸을 피하기에는 광역 스킬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카앙!

카앙카앙!

‘그림자 손!’

재준은 마몬의 반지의 특수능력인 그림자 손을 사용했다.

재준의 그림자가 쭈욱 늘어나며 어둠을 틈타 덩치에게까지 뻗어갔다.

그리고 덩치의 주변에 있는 스켈레톤의 머리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우그러뜨렸다.

빠각!

빠각!

채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에 스켈레톤들이 쓰러지며 광역기 스킬에 날아갔다.

다행히 이번에 쓰러진 스켈레톤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형님!

괜찮아요?”

기존 공략대 멤버인 정환이 덩치에게 달려갔다.

덩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놀란 얼굴이었다.

‘방금 뭐지?’

쏟아지는 홍수 같은 공격 속에서 수상한 검은 손이 순식간에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 내는 것을 봤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덩치의 근처에 있던 모든 스켈레톤들 전부였다.

‘잘못 본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설마 나한테 수호신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

벙벙하게 서 있는데 공략대 동생들이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덩치에게 다가왔다.

“형님 괜찮냐고요!”

“..아아.

괜찮다.

괜찮아.

허허.”

“안 괜찮은데?

미친놈처럼 웃잖아.”

“트라우마다 트라우마!”

재준은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님...?”

그때 바로 옆에서 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성은 경악한 얼굴로 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방금 그거 뭡니까?”

“뭐가?”

태성이 손가락으로 재준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림자 슈욱!

하고 뻗어 나가던 거 있잖아요.

다 봤다고요.”

뭐라고 말해야 되지?

그때였다.

검은 연기가 순간 휘몰아치며 무엇인가가 쏜살같이 공략대를 향해 달려갔다.

철그럭―

“저,저건!”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닌 철이 맞닿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보던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보통의 스켈레톤보다 덩치도 훨씬 컸고 녹슬었지만 철 방어구에 커다란 철검을 쥐고 있었다.

“스켈레톤 나이츠!”

누군가가 비명처럼 몬스터의 이름을 외쳤다.

“다들 물러나!

전투준비!”

덩치는 눈앞의 상대를 발견하고 방패를 단단히 붙잡았다.

다시 한번 덩치의 방패가 빛을 내며 도발을 시전했다.

그리고 스켈레톤의 철검이 허공을 가르며 덩치의 방패를 내리쳤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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