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22화 (22/143)

00022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미친!’

재준은 소란을 틈타 몸을 움직였다.

공중에 떠 있는 뱀파이어는 뒤편으로 움직이는 재준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잔해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신음이 뱀파이어의 이목을 끌었다.

웬만하면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너 같은 미친놈은 좀 패야 기분이 풀리겠다!’

꿀꺽.

대찬 말과 달리 재준은 마른침을 삼켰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쩌릿하게 느껴지는 뱀파이어의 기운에 긴장감이 치솟았다.

하지만 재준은 멈추지 않고 뱀파이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놈은 아까도 얼핏 확인했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재준은 자신의 S급의 민첩 스탯을 믿어보기로 했다.

‘기습을 하면 통할지도 모른다!’

기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피로도 때문에라도 최소한의 격돌로 끝을 내야 했다.

심장의 박동이 점차 빨라짐과 동시에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뱀파이어의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눈에 들어왔다.

‘간다!’

서리칼날을 움켜쥐고 뱀파이어를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타다다닷!

‘가속!’

[가속을 시전합니다.]

전심전력을 다한 재준의 속도에 스킬 가속까지 합쳐져서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아악!

재준의 검날이 뿌연 먼지를 가르며 뱀파이어의 목덜미로 향했다.

뱀파이어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좋았어!’

그때 뱀파이어의 피부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그것은 붉은 피였다.

피는 피부를 감싸면서 단단한 막의 형태를 취했다.

‘단번에 뚫어버린다!’

퍼억!

검날이 피의 막을 내리쳤다.

핏방울이 사방에 튀었지만 검날은 뱀파이어의 피부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

‘난도!’

검날이 온몸을 사정없이 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의 막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아무리 공격해도 재준의 검날은 피의 막에 막혀 뱀파이어에게 닿지 못했다.

터억!

재준의 두 눈이 커졌다.

어느새 돌아선 뱀파이어가 검날은 손으로 붙잡은 것이다.

손에도 역시 붉은 피의 막이 둘려 있었다.

뱀파이어는 비릿하게 웃었다.

팟!

지금까지 방어만 하던 피의 막이 날카로운 침의 형태로 바뀌어서 재준의 심장을 노렸다.

‘빠르다!’

재준의 움직임에 맞먹는 속도였다.

칫.

어쩔 수 없이 검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인간 놈 주제에 제법..”

뱀파이어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재준은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두 손에 최대한의 마력을 모아 뱀파이어를 향해 뻗었다.

‘인페르노!’

초고열의 화염이 순식간에 뱀파이어가 있는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재준을 향해 날아오던 피의 침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사라졌다.

치이이익!

뱀파이어의 몸을 막고 있던 피의 막 또한 증발하며 사라졌다.

‘통한다!’

재준은 멈추지 않고 화염을 쏟아냈다.

화염으로 인해 뱀파이어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후욱!

그때 거뭇한 형체가 화염을 뚫고 주먹을 내질렀다.

쾅!

재준은 본능적으로 두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주먹에 밀려 벽에 처박혔다.

보호막은 아무런 소용도 없이 깨져나갔다.

‘으윽!’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왼쪽 팔이 잘 안 움직였다.

서서히 붓는 게 뼈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큭!”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재준은 경악할 새도 없이 다급하게 오른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어느새 뱀파이어가 재준의 앞에 서 있었다.

뱀파이어는 옷과 피부가 다 타들어 가 까맣게 변한 상태였다.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피부가 재생되고 있었다.

“버러지 새끼 주제에!”

뱀파이어의 주먹이 다시 한번 재준의 얼굴을 향했다.

쾅!

오른손을 들어서 막았지만 가드가 무력하게 몸이 날아갔다.

재준은 벽에 처박혔다가 그 반동으로 바닥을 몇 바퀴 구른 후에야 겨우 멈춰 섰다.

“커헉!”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조금 전에 충격으로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재준은 머리를 여러 차례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까지 쓰러져 있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뱀파이어가 보였다.

터벅터벅.

그래도.

인페르노는 통했다.

확실히 데미지는 입혔어!

‘그렇다면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든다.’

재준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다가온 뱀파이어가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가속!’

재준의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주먹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추 재준과 비슷한 속도였다.

고개를 숙이며 간신히 주먹을 머리 위로 흘렸다.

동시에 재준의 손이 뱀파이어의 옆구리를 향했다.

어느새 재준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었다.

첫 F급 던전에서 얻었던 홉그렘린의 독침이었다.

날카로운 송곳 같은 검날이 피의 막과 부딪쳤다.

확실히 피의 막은 아까보다 더 약해져 있었다.

검날이 미세하게나마 피의 막을 뚫고 들어갔다.

S급인 민첩에 비해 C급은 근력은 너무 부족했다.

후욱!

머리 위에서 뱀파이어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이번에는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재준은 최대한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퍼억!

어깨에 주먹이 스치며 살갗이 찢겨나갔다.

재차 날아온 주먹은 피할 새도 없이 복부를 때렸다.

와그작!

[오우거의 흉갑의 내구도가 다해 부서집니다!]

착용하고 있던 오우거의 흉갑이 주먹 한 방에 찌그러졌다.

다시 한번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얼굴을 향했다.

뱀파이어의 핏발선 눈동자가 보였다.

‘마음에 안 들어.’

재준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를 포착했다.

‘블링크!’

순간 재준의 몸이 희끗 하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뱀파이어의 바로 앞이었다.

놈은 재준이 사라졌다가 나타나자 순간 흠칫하며 놀랐다.

재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손을 휘둘렀다.

뱀파이어는 피의 방어막을 믿고 아무런 방어를 하지 않았다.

‘인페르노!’

다시 한번 초고열의 화염이 뱀파이어를 덮쳤다.

화염은 피의 막을 순간 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홉그렘린의 독침이 놈의 눈을 쑤셔 박혔다.

푸욱!

“끄아아아아아아악!”

온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뱀파이어의 비명이 공간을 울려 퍼졌다.

재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력을 다해 인페르노를 시전했다.

화염 속에서 뱀파이어의 비명이 조금 더 진하게 들려왔다.

“죽어라 좀!”

어느 순간 뱀파이어의 비명이 끊겼다.

‘죽었나?’

하지만 대답은 화염 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대신했다.

파짓!

파지지짓!

검은 스파크였다.

파지지지짓!

전기는 화염을 뚫고 점차 거대해졌다.

이윽고 재준의 화염은 전기에 잡아먹히면서 꺼져버렸다.

“크으으.”

뱀파이어는 검은 전류 속에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한쪽 눈에는 재준의 단검이 꽂혀 있고 온 몸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제 몸에 남은 피도 부족했는지 회복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검은 전류는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더니 커다란 농구공만 하게 줄어들었다.

위험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경종을 울려댔다.

‘블링..!’

최대한 멀리 도망가려 했지만 뱀파이어의 손이 재준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전류로 인해 피부가 따끔따끔하게 타들어 갔다.

“그만 죽어라.

바퀴벌레 같은 새끼!”

그리고 동시에 검은 전류가 재준에게 쏟아졌다.

재준은 두 눈을 꽉 감았다.

하지만 재준이 기대한 온몸이 찢기는 전류의 고통은 없었다.

‘뭐지?’

재준은 눈을 살짝 떴다.

눈앞에 뭔가가 떠 있었다.

하얗고 둥글둥글했다.

그건 바로 재준의 인벤토리에 있던 소환수의 알이었다.

재준과 뱀파이어 사이에 나타난 소환수의 알은 놀랍게도 검은 전류를 모두 흡수하는 중이었다.

[소환수의 알]

[등급 : 무급]

[마나 부여량 92912111/A]

[남은 시간 : 8초]

.

.

[마나 부여량 97552834/A]

[남은 시간 : 5초]

파지지지직!

파직!

소환수의 알은 뱀파이어의 검은 전류를 하나도 남김없이 집어삼켰다.

마나 부여량의 숫자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뭐냐!”

뱀파이어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쏘아진 검은 전류를 되돌린 순 없었다.

서서히 재준의 목을 붙잡은 손아귀의 힘이 풀리며 뒤로 멀어졌다.

[마나 부여량 99985109/A]

[남은 시간 : 2초]

.

.

[마나 부여량 100000000/S]

[남은 시간 : 0초]

파지직!

그리고 마침내.

남은 시간이 0초가 되었을 때 A가 S로 바뀌었다.

지난 일주일간 죽어라 마나를 부여하던 재준이 허무할 정도로 빨랐다.

띠링

[소환수의 알이 부화 가능합니다.]

[부화하시겠습니까?]

재준만 볼 수 있는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재준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부화!”

그리고 마침내 알을 깨고 재준의 소환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소환수의 모습을 확인한 재준의 두 눈이 경악으로 일렁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