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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20화 (20/143)

00020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조금 전까지 지옥에 있다가 빠져나온 사람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많았다면 그들을 좀 더 안전한 곳에다가 데려다주기라도 할 테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재준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휘익!

재준은 일부로 따로 떨어진 가고일만 노려서 공격했다.

여러 마리가 붙어 있으면 까딱하다 어그로가 끌려서 수십 마리의 가고일에 공격당할 우려가 있었다.

도망이야 칠 수 있겠지만 놈들이 모여 다니면 지금처럼 따로 떨어진 가고일을 처치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스걱!

띠링

[뱀파이어의 권속:가고일을 처치했습니다!]

크아아아악!

재준은 또 다른 가고일의 목을 베고 돌아섰다.

“가,가지 말아요!”

뒤에서 젊은 여자가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일일이 한 명 한 명 붙잡으면서 달랠 노릇도 아니었다.

재준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몸을 움직였다.

재준을 붙잡으려던 여자는 눈앞에서 휙 하고 사라지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숨었다.

파바밧!

얼마나 잡았지?

[처치한 가고일 수 : 7]

아직 랜덤 박스 1개도 획득하지 못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모퉁이를 도는 곳이 나왔다.

모퉁이 뒤쪽으로는 가고일의 쿵쿵 거리는 발걸음이 느껴졌다.

‘꽤 모여있다.’

재준은 조심스럽게 벽에 몸을 기댔다.

조금이라도 몸의 기척을 줄이기 위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민첩 수치가 올라가서 그런지 걸을 때도 발걸음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얼굴만 빼꼼 내밀어서 확인하니 가고일을 단체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디 가는 거지?’

남아있는 건 5마리 정도.

한번 부딪쳐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처럼 마구잡이로 싸우다가 피로도가 부족해서 난처한 상황에 빠질지도 몰랐다.

재준이 벽에 딱 붙은 채로 놈들을 살피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륵.

그르륵.

걸을 때마다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바닥이 약하게 진동이 울릴 정도였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뭔가 끌고 가는 중인가?’

재준이 바닥을 쇠로 긁는 듯한 거친 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몰래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내 놈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르륵.

그르륵.

‘저건 또 뭐야?’

재준의 눈이 커졌다.

온 몸 쇠로 된 판으로 감싼 괴물이었다.

키만 4M에 달했고 몸집은 거대한 스모선수 같았다.

얼굴에는 투박한 투구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그르륵거리는 소리는 놈이 쥐고 있는 무기 때문이었다.

재준의 키만 한 거대한 철퇴였다.

걸을 때마다 철퇴의 머리 부분이 바닥에 끌리면서 나는 소리였다.

가고일 대신에 저 놈이 돌아다닌다고?

랜덤 박스를 못 받게 된 게 아쉽긴 했지만 동작이 느려 보이는 녀석이라 오히려 수월할 것 같기도 했다.

고맙게도 놈은 재준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르륵.

그르륵.

가고일 무리에게서 멀어졌을 때 재준은 검을 단단히 쥐었다.

바닥이 일렁이며 놈의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재준은 재빨리 튀어 나가며 놈의 목을 노렸다.

투구가 가리지 못하고 있는 부위였다.

까앙!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

검은 목을 파고들지 못했다.

‘뭐지?’

분명 철은 없었는데.

하지만 놈을 살피는 재준의 눈이 커졌다.

검에 맞아 찢어진 피륙 밑으로 철판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놈은 멈춰서서 재준을 노려봤다.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 같지 않은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크르르르르

쿠웅!

쿠웅!

쿠웅!

놈이 한발자국씩 뛸 때마다 땅이 깨지며 바닥이 울렸다.

맹렬히 달려든 놈이 철퇴를 휘둘렀으나 재준은 여유롭게 몸을 비틀어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놈은 스스로 휘두른 철퇴의 무게 때문에 옆으로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몸을 멈춰 섰다.

‘살 밑이 전부 철이라면 어디를 공격해야 하지?’

우선은 전부 두드려보자!

재준은 발을 퉁퉁 구르고 재빠르게 놈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놈의 머리 위까지 올라간 재준이 난도를 시전했다.

휘익!

검날이 놈의 드러난 살 부위를 거침없이 갈랐다.

까앙!

까앙!

손목부터 허리 뒤,목 뒤까지 전부 노렸지만 찢어진 살 밑으론 단단한 철판이 붙어 있었다.

몬스터는 주위를 재빠르게 움직이는 재준이 귀찮은지 날파리를 쫓는 것 마냥 철퇴를 크게 휘둘렀다.

‘이렇게 느린데 맞을 리 없지!’

까앙

재준은 다시 한번 옆구리를 베어 지나갔다.

하지만 역시나 철판을 긋는 소리만 났다.

크르르르르

그때 재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이며 지나갔다.

‘가속’

재준의 몸이 순간적으로 더욱 빨라졌다.

아니,재준이 빨라졌다기 보다는 주위가 느리게 보였다.

몬스터는 철퇴를 일자로 크게 그었다.

후우욱!

재준은 몸을 숙여 철퇴 아래로 파고들었다.

철퇴가 머리카락을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재준은 재빨리 튀어 오르며 검을 재빠르게 내질렀다.

검 끝은 투구의 틈을 지나 몬스터의 노란 눈동자를 향했다.

푸욱!

‘난도!’

[난도를 시전합니다.]

찌르기는 한번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에 가속과 합쳐진 난도가 시전되면서 투구 안쪽의 눈을 여러 차례 찔렀다.

크아아아악!

몬스터는 괴성을 지르며 반항하듯 철퇴를 크게 휘둘렀다.

거친 파공성과 함께 철퇴가 날아왔다.

후우욱!

재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콰앙!

철퇴에 부딪친 바닥이 산산조각이 나며 돌가루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재준의 검 끝에 뭔지 모를 끈적한 액체가 묻어있었다.

양쪽 눈동자가 정확히 검날에 베었는지 투구 안쪽으로 놈의 눈동자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놈이 머리에 뒤집어쓴 투구를 잡고 신경질 적으로 뜯어냈다.

투드드득

터엉―

투구를 벗은 몬스터의 얼굴은 끔찍했다.

피부가 투구에 달라붙어 있었던 건지 살점이 다 뜯겨 나가고 남은 건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뼈와 그 위를 덮고 있는 철판뿐이었다.

크르르르

놈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 재준을 찾고 있었다.

‘불쌍하군.’

몸에 붙어 있는 철판으로 인해 속도도 느리고,얍삽하지도 못했다.

그저 힘이 세고 방어력이 높을 뿐이었다.

재준은 뒤로 좀 더 물러나면서 서리칼날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외피가 강해서 검날이 통하지 않는 적이 이미 수없이 상대해 본적이 있다.

거대 개미들도 그랬고 지네 몬스터도 그랬다.

그것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더구나 철판을 두르고 있다는 건.

더욱 불에 취약하지 않겠는가.

‘인페르노!’

[인페르노를 시전합니다.]

화르르륵!

붉다 못해 노란빛을 띄는 화염이 눈앞의 몬스터를 통째로 휘감았다.

크아아아악!

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지만 재준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금세 놈의 몸에 감겨있던 철판이 쇳물이 되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쿠웅!

[뱀파이어의 권속:철판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싸움의 끝을 알리는 레벨업 신호음이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였다.

오우거는 완전히 불에 바싹 타 있었다.

그나마 남은 철 조각이나 철퇴를 살펴봤지만 아이템이나 마정석은 주지 않았다.

여기 안에 있는 몬스터들은 다 거지군.

가고일도 그렇고 오우거도 그렇고 둘 다 그랬다.

아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모퉁이 저편에서 또 다른 오우거들이 다가왔다.

쿠웅!

쿠웅!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놈들이 재준을 발견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방금 죽은 오우거와 똑같이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쿠웅!

“자꾸 보니까 귀엽네.”

놈들을 어떻게 하면 순삭시키는지 정도는 방금 전투로 알고 있었다.

‘좀 더 다가와 봐.’

재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쿵쾅거리며 다가온다.

재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인페르노!’

초고열의 화염이 다시 한번 오우거의 불태웠다.

[뱀파이어의 권속:철판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뱀파이어의 권속:철판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지금 죽은 두 놈은 기대도 안 했는데 아이템이 나왔다.

그것도 두 놈이 각각 하나씩의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막상 기대도 안 하고 있다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오우거의 목걸이를 발견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물론이지.’

인벤토리에 들어온 오우거의 목걸이를 꺼냈다.

[오우거의 목걸이]

[등급 : B급.( 고급)]

[능력 : 물리 공격력 플러스 10프로]

[특수능력 : 없음]

[설명 : 오우거의 이빨로 만든 특별한 주술이 담긴 아이템.

목에 걸고 있으면 오우거의 기운이 솟아난다.]

물리 공격력 증가!

처음 획득해보는 목걸이형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무려 B급이었다.

다만.

‘후우.

이걸 어떻게 목에 걸어?’

목걸이에는 오우거의 이빨이 수십 개씩 달려있다.

재준이 300kg 정도 나가는 거구가 아닌 이상 목에 걸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아깝다.’

그래도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인벤토리에 넣어놨다.

그다음은 아이템은 반지였다.

[오우거의 반지를 발견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또 오우거의 시리즈냐.’

재준은 당연히 획득한다고 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들어온 반지를 꺼내 확인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엄청나게 크거나 무겁지 않았다.

[오우거의 반지]

[등급 : B급.( 일반)]

[능력 : 스킬데미지 플러스 7프로]

[특수능력 : 없음]

[설명 : 오우거의 뼈로 만든 특별한 주술이 담긴 아이템.

손가락에 걸고 있으면 오우거의 기운이 솟아난다.]

이번에는 스킬데미지였다.

재준이 쓰기에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엄지손가락에 끼우자 자동으로 줄어들면서 딱 맞게 변했다.

‘좋군.’

그러고 보니 인벤토리에 저번에 획득해놓고 쓰지 않는 아이템이 보였다.

‘그림자의 로브!’

밖에서는 괜히 튀기 싫어서 확인도 안 하고 인벤토리에만 넣어놨었다.

[그림자의 로브]

[등급 : C급.( 희귀)]

[능력 : 행운 상승]

[특수능력 : 어둠 속에서의 은신 상승]

[설명 : 축복받은 고블린의 털로 만든 가벼운 로브.

어둠에 스며들기에 적합하다.]

‘행운이라고?’

실제로 스탯에도 없는 능력치였다.

다만 어둠 속에서의 은신 상승이라니 안 입는 것보다는 나을 듯싶었다.

펄럭

로브는 다행히 재준의 사이즈에 딱 맞았다.

‘그럼 잡던 놈들을 마저 잡아볼까.’

재준은 시선이 에스컬레이터 위로 향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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