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랜덤 비약의 효과로 지구력이 1 올랐습니다.]
재준은 순간 멍하게 시스템 창을 쳐다봤다.
1이 오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려 3900골드나 들여서 샀는데 옵션 달린 방어구 사는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 랜덤 비약은 2개가 더 남았다.
‘설마 나머지 2개도 1씩 오르는 건 아니겠지.’
스멀스멀 불안감이 가슴에서 차올랐다.
재준은 다음 랜덤 비약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이번에는 제발!’
뽕―
꿀꺽 꿀꺽!
띠링―
[랜덤 비약을 마셨습니다.]
[스탯이 오릅니다!]
[랜덤 비약의 효과로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아.
망했다.’
이번에도 겨우 체력 1이 올랐을 뿐이었다.
재준은 남은 손에 꾹 쥔 채로 간절하게 쳐다봤다.
“재준 씨 뭐 하는 거예요?”
윤미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준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서 허공에 손을 왔다 갔다 하더니 어디서 꺼낸 지 모를 액체를 마셔댔다.
그런데 한 병씩 마실 때마다 얼굴이 푹 죽어갔다.
마루도 재준이 걱정되는지 옆에 꼭 달라붙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뽕―
재준이 마지막 남은 랜덤 비약을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이번에는 제발!’
[랜덤 비약을 마셨습니다.]
[스탯이 오릅니다!]
그때 재준의 시스템 창이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반짝였다.
‘설마?’
[축하합니다!]
[0쩜00000001프로의 확률에 당첨되었습니다!]
[랜덤 비약의 효과로 민첩이 1000 올랐습니다!]
‘...됐다!’
재준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원인이 뭔지는 알아냈나?”
“...아직입니다.”
헌터 협회장 장길산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
이름 아침 부산에서 A급 게이트 2개가 갑자기 생성되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바로 5대 길드 수뇌부들과 회동을 하고 그들이 부산에 있는 게이트를 처리하기로 하면 그동안 나머지 게이트들은 협회에서 맡기로 결정했다.
A급 게이트에서 나올 부산물들이 아쉽기는 했지만 헌터 협회에서 A급 게이트 2개를 동시에 맡을 여력은 없었다.
그런데.
A급 게이트에 5대 길드들의 인원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형 사건이 터졌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에 이해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거대한 붉은 막이 백화점 건물 전체를 감싸버렸다.
전국에 설치된 마력 계측기가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능한 인력을 빼서 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이유조차 알아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붉은 막을 강제로라도 뚫어보려고 했지만 그 자체가 게이트라도 된 것마냥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협회장의 방에 들어섰다.
턱수염이 수북하게 난 중년 남자였다.
“준용이 자네 왔는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후우.
보스몹이 꽤 성가셔서 시간 좀 걸렸습니다.”
강준용.
대한민국의 S급 헌터 7명 중 또 다른 한 명이었다.
일명 점퍼라고 불렸는데 그의 능력이 쿨타임 없이 마음대로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방금전에 게이트 공략을 끝마치고 바로 협회로 온 것이다.
“그럼 바로 이동하시죠.”
강준용은 양손으로 황동수와 장길산의 어깨를 짚었다.
그리고 눈 깜박할 사이에 백화점 앞으로 이동했다.
크흠.
장길산은 거대한 막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탄식을 놓았다.
적어도 A급.
부산에서 생겨난 게이트와 동급이다.
차이점이라면 이 안에는 일반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고 부산에는 5대 길드의 정예들이 들어갔다는 차이였다.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파악됐는가?”
“...최소 2천 명에서 3천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장길산이 두 눈을 꾹 감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최악의 사태로 이 기이한 붉은 막이 사라지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게이트에서 터져 나오는 몬스터들도 문제였다.
하나하나는 모두 처리할 수 있지만 헌터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은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군 병력과 지방의 중소길드에 지원을 요청하게.”
혹시라도.
안에 있는 누군가가 보스를 잡아서 공략에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장길산은 차마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협회장님 이것 좀 보시죠.”
황동수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한편의 동영상이었다.
백화점이 붉은 막에 둘러싸이기 전 진동이 울릴 때부터 찍고 있던 것이었다.
역시나 일반적인 던전의 생성방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응?”
그런데 동영상 안에서 백화점 1층의 한쪽 벽이 무너지며 누군가 나왔다.
그리고서 바로 건물 전체가 붉은 막에 휩싸였다.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은 누군가?”
“최혜선 양입니다.”
장길산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저번 재심사 판정에 S급을 받은 최재준 씨의 여동생이라고 합니다.”
“그럼 안에 지금 최재준이 들어가 있다는 건가?”
“네.
붉은 막으로 막히기 전에 여동생을 밖으로 내보낸 거라 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7번째 S급.
만에 하나 그가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잡기라도 한다면?
장길산의 마음에 작은 불씨 같은 희망이 생겨났다.
―
재준은 시스템 창이 울리자 마자 바로 스탯 창을 열었다.
[스탯]
근력.( C) : 244.( 51플러스81) 체력.( D) : 133.( 44) 민첩.( S) : 1632.( 544) 지구력.( D) : 133.( 44)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44
민첩이 무려 1000이나 늘었다.
그리고 등급은 무려 S급이다.
마력 수치를 제외한 최초의 S급이라 더 감명 깊었다.
‘과연 얼마나 빨라졌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밖에서 몸을 움직여 보고 싶었다.
온 몸의 안에서 개미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기묘한 열감이 느껴졌다.
힘 스탯이 향상되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가 44개다.
절반씩 나눠서 체력과 지구력에 투자하면 150이 넘는다.
재준은 바로 포인트를 분배했다.
[스탯]
근력.( C) : 244.( 51플러스81) 체력.( C) : 166.( 55) 민첩.( S) : 1632.( 544) 지구력.( C) : 166.( 55)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0
‘체력과 지구력 스탯도 C등급으로 올랐다!’
재준의 생각대로였다.
D등급의 스킬들을 모두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되었다.
재준은 멈추지 않고 바로 모든 스킬들을 업그레이드 했다.
[스킬]
패시브 스킬 : 마나 포스 S등급/카운터 패시브 D등급
액티브 스킬 : 파이어 랜스 D등급/더블 스트라이크 D등급/보호막 D등급/질주:블링크 D등급
이었던 스킬창은
[스킬]
패시브 스킬 : 마나 포스 S등급/카운터 패시브 C등급
액티브 스킬 : 인페르노 C등급/난도 C등급/보호막 C등급/질주:블링크 C등급
이렇게 변했다.
아쉽지만 파이어 랜스와 더블 스트라이크만 스킬이 바뀌고 나머지는 마나 요구량만 줄어드는 정도로만 변했다.
업그레이드된 스킬을 살펴보던 중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라!]
[백화점의 각 층에서 사람들이 가고일에 의해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을 구하자.]
[보상 : 처치한 가고일 10마리 당 랜덤 박스 1개]
[실패 : 없음]
[처치한 가고일 수 : 0]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거렸는데 잘됐군.’
재준은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경 씨 마루 좀 부탁드립니다.”
“위험한데 뭐 하시려고요?”
재준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가고일 좀 잡고 오겠습니다.”
―
휘이익!
발을 한번 구를 때마다 몸이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순식간에 양옆으로 배경이 뒤로 넘어가며 바뀌었다.
크르르르르
재준이 있던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아 가고일의 모습이 보였다.
매장 입구에 선 채로 인간들을 한 명씩 천천히 고문하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도망갈 의지도 포기한 채 절망한 얼굴로 떨었다.
재준은 가속도를 줄이지 않고 바로 가고일을 향해 다가갔다.
‘난도!’
[난도를 시전했습니다.]
난도는 더블 스트라이크에서 진화된 스킬이었다.
마나를 끌어모으는 별도의 시간 없이도 바로 검날이 가고일을 향해 뻗어갔다.
푸욱!
단숨에 가고일의 두꺼운 목에 세 번의 검격이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악!
그제야 재준의 존재를 눈치챈 가고일이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가고일의 공격은 재준에게 그다지 위협적이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띄게 느리게 보였다.
재준은 유유히 공격을 피하면서 벌떡이는 가고일의 심장에 칼날을 쑤셔 넣었다.
불과 몇 초 만에 이루어진 공방이었다.
크아아아악!
“그만 좀 발악해라.”
‘블링크!’
‘난도!’
검날이 어둠 속에 번쩍이며 가고일의 온몸을 베었다.
검격이 일격 이격이 늘 때마다 마나 소모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재준에게는 전혀 상관없었다.
푸욱!
스걱!
가고일의 온 몸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재준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가고일의 커다란 동체가 뒤로 넘어가며 바닥을 울렸다.
쿠웅!
“다들 괜찮으십니까?”
재준은 쓰러진 가고일을 밟고 매장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