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8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카앙!
서리칼날이 가고일의 손톱을 튕겨내며 불꽃이 튀었다.
가고일은 갑자기 나타난 재준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손만 대면 죽어주던 장난감들 중에 반항을 하는 장난감이 나온 것이다.
크르르르르
입술을 말아 올리는 가고일의 입에서 찐득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빨 사이의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펄럭!
가고일이 날개를 활짝 폈다.
순식간에 덩치가 3배는 더 커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재준은 가고일의 손톱을 튕겨내자마자 남자의 옷깃을 붙잡고 뒤로 끌었다.
“감,감사합니다.”
“감사는 아직 일러요.”
윤미경과 마루가 있는 창고의 문을 열어서 남자를 쑤셔 넣듯 집어 던지고 문을 닫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준은 다른 가고일 들의 관심을 끌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낼 생각이었다.
‘파이어 랜스는 이목을 끄니까 피한다.’
‘블링크!’
재준의 몸이 희끗해진다 싶더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재준은 가고일의 머리 위쪽에 모습을 나타냈다.
가고일은 갑자기 사라진 재준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더블 스트라이크!’
[마력이 모입니다.
스트라이크 사용 시 공격력이 10프로 늘어납니다.]
.
.
[마력이 모입니다.
스트라이크 사용 시 공격력이 50프로 늘어납니다.]
재준은 가고일의 목을 노리며 검에 마나를 모았다.
검에 마나가 모여들며 우우웅―하고 바들바들 울렸다.
떨어지는 가속도와 서리칼날의 예리함이 더해지면서 위협적인 기운을 뿜어댔다.
‘스트라이크!’
검 끝에 모여든 마나가 폭발하듯 빛을 내며 검의 공격력을 높였다.
하지만 빛에 예민한 가고일은 검에서 뿜어진 빛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며 몸을 틀었다.
스걱!
‘제길!’
목을 노린 검은 가고일의 한쪽 날개를 베어내는데 그쳤다.
콰당!
가고일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잘린 날개에서 피를 쏟아졌다.
가고일은 고통과 분노에 괴성을 울부짖으며 재준을 노려봤다.
“크아아아아악!”
콰드득!
가고일의 발톱이 백화점의 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폭발하듯 땅을 패어내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전심전력을 다한 가고일의 속도에 재준은 반응조차도 못했다.
‘위험하다!’
가고일의 손톱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턱밑까지 온 상태였다.
피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였다.
재준에게 구원 같은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카운터.( 패시브)가 발동됩니다.]
그리고 몸이 물처럼 유연하게 가고일의 손톱을 피하며 검을 내질렀다.
푸욱!
검은 가고일의 가슴 부위를 정확히 꿰뚫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가고일은 쓰러지지 않았다.
재준의 머리를 통째로 씹어먹겠다는 듯이 입을 쩌억 벌리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검에 꿰뚫리고도 가고일은 여전히 팔팔했다.
재준은 가까스로 검을 뽑아 가고일의 이빨을 막았다.
끼기긱!
가고일의 이빨과 검이 부딪치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C등급의 근력 스탯으로는 부족한지 점점 재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가고일의 입에서 시체 썩는 듯한 구취가 풍겨왔다.
뒤로는 땅이 가로막히고 앞으로는 가고일의 입인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제길'
‘블링크!’
재준은 쿨타임이 지나자마자 바로 블링크를 사용하며 가고일의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가고일은 재준이 사라지자 밀어내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맨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목을 쭉 빼낸 가고일의 모습이 마치 목을 베어달라고 애원하는 거 같았다.
‘더블 스트라이크!’
[더블 스트라이크를 시전합니다.]
재준의 검이 두 차례 강한 검격을 뿌려댔다.
스걱!
쿠웅!
가고일의 목이 베어지며 검은 액체가 터져 나왔다.
마침내 거대한 가고일의 몸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띠링
[위기에 처한 남자를 구하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저주받은 키의 사용조건이 아이템에 표시됩니다.]
[보상2으로 상점 골드 3000개가 지급됩니다.]
띠링
[뱀파이어의 권속:가고일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겨우 한 마리인데도 이렇게 레벨이 오르다니.’
아까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가고일 떼를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재준은 검에 묻은 가고일의 피를 대충 시체에 닦아내고 창고로 들어갔다.
―
박대기는 대형 신문사 기자였다.
그가 다루는 건 주로 헌터와 게이트에 관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지도 있었고 꽤 열정도 높았다.
가끔은 게이트 안까지 들어가서 취재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2년 전 죽은 아내 때문이었다.
자신은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었지만 그의 아내는 헌터였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는 공략을 떠난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던전 안에서 생긴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후부터 그는 던전과 헌터들에 대해 집요하게 취재하고 글을 썼다.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아내에게 가까워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일까.
박대기는 오늘 집에서 할머니와 있을 딸아이를 위해 선물을 사가는 길이었다.
그러던 중 백화점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화장실로 피했지만 들어온 가고일에 의해 모두가 죽었다.
가까스로 박대기 혼자만 화장실 밖으로 피했지만 가고일에게서 도망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가고일의 날카로운 손톱이 박대기의 얼굴에 내려 떨어질 때.
그는 간절히 기도했다.
‘누군가 나를 좀 도와줘!
제발!’
카앙!
박대기의 목은 아직 멀쩡했다.
공포에 살짝 눈을 떴을 때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
영웅의 등이었다.
―
재준에 의해 살아남은 박대기가 비척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털썩 주저 앉았다.
“...감사합니다.”
박대기는 흐느끼고 있었다.
다시는 딸아이 얼굴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눈앞의 남자 덕분에 살아남았다.
박대기와 윤미경은 벌어진 문 틈새로 재준의 싸움을 모조리 지켜봤다.
재준의 목에 손톱이 들이밀어 졌을 때도.
그리고 단숨에 몸이 이동하며 가고일의 목을 베어낼 때도 말이다.
“..누구라도 그랬을 텐데요.”
재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박대기는 그 말에 더 감동한 표정이었다.
겨우 퀘스트 보상 따위를 위해 박대기를 구했다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일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재준은 바닥에 풀썩 앉았다.
보상으로 받은 것을 확인할 겸 피로도도 낮출 생각이었다.
‘저번에 피로도로 고생했던걸 생각하면 끔찍하지.’
‘상태창’
[이름 : 최재준]
[레벨 : 79]
[칭호 : 등급을 뛰어넘은 자]
[HP : 530]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28]
[스탯]
근력.( C) : 244.( 51플러스81) 체력.( D) : 132.( 44) 민첩.( D) : 132.( 44) 지구력.( D) : 132.( 44)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44
가고일 한 마리를 잡고 6레벨이 올랐다.
재준은 이번 가고일과의 싸움에서 스탯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직도 가고일의 손톱이 턱밑 끝까지 치달았을 때는 오금이 다 저렸었다.
애초에 공격을 눈으로 좇아가지도 못한 것이다.
민첩이 너무 부족하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포인트는 총 44개.
이걸 민첩에 모두 투자한다면 C급이 되겠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스탯이 붙은 아이템이라도 사야 하나.’
어차피 이번 퀘스트의 보상으로 상점 골드도 많이 벌었으니까 여유는 있었다.
‘상점창’
띠링
[더게이머 상점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더게이머 상점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더게이머 상점은 골드로만 거래됩니다.]
[무기]
[방어구]
[물약]
[음식]
[스킬]
[특전]
[보유한 상점 골드 : 3960]
익숙한 카테고리가 밑으로 보유한 상점 골드가 보였다.
저번에 쓰고 남았던 960골드와 돌발 퀘스트로 벌어들인 3000골드를 합해 총 3960골드였다.
스킬이나 무기는 딱히 지금 필요하지 않았다.
스탯이 많이 붙은 방어구나 있었으면 했다.
[방어구]를 클릭하자 종류별로 방어구가 주르륵 떠올랐다.
그런데 가격이 떠억 소리 나게 엄청났다.
[아이템 : 주술 무늬 가죽 장갑]
등급 : D급.( 일반)
능력 : 근력플러스21
특수능력 : 없음
설명 : 주술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갑
[가격 : 3500 골드]
[아이템 : 춤추는 장화]
등급 : E급.( 일반)
능력 : 민첩플러스17
특수능력 : 없음
설명 : 광대들이 재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만든 장화
[가격 : 3000 골드]
주술 무늬 가죽 장갑은 스탯의 능력치가 겨우 20 언저리 뿐이 안 오르는데 가격은 3500골드였다.
춤추는 장화 아이템도 능력은 낮고 비싸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걸 살 바에는 스킬을 더 사는 게 낫겠다.’
재준은 다른 카테고리도 클릭했다.
물약은 값어치가 큰지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다고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남은 건 [특전] 창이었다.
[특전]창을 클릭하자 창의 모서리가 반짝이며 특수효과가 일어났다.
띠링
[특전 창에서는 특별세일 중이거나 프로모션 중인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일중인 아이템은 랜덤 비약 입니다!]
[투기장에서 등급을 올리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더 강해지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장인급 물약 제작자 크리스타의 전설급 랜덤 비약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프로모션 기간에 30프로 할인!]
[신규 구매자에 한해 30프로 할인!]
[추가로 3개들이 구매 시 30프로 할인을 더!]
[랜덤 비약 3개들이를 아름다운 가격 3900골드에 사가세요!]
[남은 기간 : 14분 20초]
‘이거 완전 홈쇼핑인데?’
재준은 흥미가 생겼다.
가격도 재준이 가지고 있는 골드로 구매 가능했다.
프로모션 위에 손을 가져다 대니 아이템 설명 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랜덤 비약]
[등급 : S급.( 전설)]
[스탯을 랜덤으로 1에서부터 1000까지 향상해주는 전술급 비약이다.
물약 제작자 크리스타도 실수로 만들어서 더는 만들 수 없다.]
‘스탯을 랜덤으로 올려준다고?’
가격은 90프로 할인해서 3900골드였다.
재준은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랜덤 비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구매한다!’
[랜덤 비약을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하신 아이템은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재준은 인벤토리 창에서 랜덤 비약을 꺼냈다.
겨우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조그만 병이었다.
뽀옹―
‘제발.
1000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100이라도 오르면 소원이 없다.’
재준이 두 눈을 꾹 감고 포션을 마셨다.
띠링―
[랜덤 비약을 마셨습니다.]
[스탯이 오릅니다!]
그리고 떠오른 창을 보고 재준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