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재준은 가까스로 혜선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도 빠져나가려는데 갑자기 생긴 무형의 막에 머리를 부딪치며 뒤로 쓰러졌다.
쿠웅!
‘크헉’
머리가 울리면서 눈앞이 어지러웠다.
재준은 머리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부딪친 곳을 확인했다.
‘이게 뭐지?’
붉은 막이 틀어막고 있었다.
붉은 막은 구멍뿐만 아니라 창문을 통해서도 보였다.
백화점 건물 전체를 감싼듯했다.
단순히 베리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광범위했다.
터엉―
주먹으로 베리어를 두드려봤지만 부드럽게 튕겨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황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다.
“자자.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진정하시라고요!”
누군가가 사람들 앞으로 나서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남자는 정장을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겼는데 가슴 쪽에는 백화점 문양이 박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저희 백화점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헌터 협회에서 출동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곧 그들이 와서 구해줄 테니 동요하지 말고 진정하세요!”
“정,정말 헌터가 구해주러 와요?”
불과 10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울먹이며 물었다.
“그래!
그러려고 수많은 돈을 쏟아붓는.
아니 계약을 맺은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랑 있어라.
응?”
“..엄마 잊어버렸어요.”
남자아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을 쓰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러면 저기 가서 앉아있어라.
너희 엄마가 널 잘 볼 수 있게 말이다.
알았지?”
그리고 사람들 중에서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콕콕 짚으며 명령했다.
“자네들!
왜 거기서 쉬고 있어?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사람들 통제하고 매장 관리하라고!
이 틈을 타서 물건 훔쳐 가려는 좀도둑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지금은 저 남자의 신경질보다 헌터가 온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동요가 차츰 가라앉을 때.
또다시 거대한 울림이 백화점을 감쌌다.
우우우우웅―
저번 진동과는 느낌이 달랐다.
뭔가 더 집요하고 끈적한 느낌이었다.
퍼억!
“꺄아아아악!”
“누,누가 좀 도와줘요!”
그때 천장의 전등 하나가 깨지며 주위에 파편이 날렸다.
바로 밑에 있던 사람들이 파편에 맞으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뿐이었다.
백화점의 모든 전등이 도미노라도 하는 것처럼 순서대로 깨져나갔다.
마치 누군가 일부로 전등만을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퍼억!
퍼억!
“도,도와줘!”
재준의 눈에 조금 전의 남자아이가 보였다.
남자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깨지는 전등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보호막!’
[보호막을 시전합니다.]
[1초당 5000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재준은 재빨리 보호막을 시전하며 남자아이를 감쌌다.
퍼억!
바로 위의 전등이 깨지면서 재준의 몸에 파편이 튀었다.
하지만 파편은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흩어졌다.
“괜찮아?”
“...네.”
남자아이가 똘똘한 눈으로 재준을 올려다봤다.
재준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름이 뭐야?”
“이름이요?”
남자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정마루요.”
“특이한 이름이네.
엄마 찾을 때까지는 형 옆에 꼭 붙어 있어.
알았지?”
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잠깐 사이에 재준이 있던 층의 모든 전등이 깨져나갔다.
사람들의 비명과 다친 사람들의 신음으로 아비규환이었다.
백화점의 다른 층도 마찬가진지 멀리서도 똑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등이 모두 깨지고 백화점 안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서 주변을 비췄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니 제법 밝아졌다.
“흐윽..나 집에 갈래.”
“...아,아프다고!
누가 제발!”
재준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던 참이었다.
그때였다.
재준의 머릿속에 보이지 말아야 할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뱀파이어의 성에서 살아남아라!]
[뱀파이어 성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한다.]
[보상 : 탈출]
[실패 : 죽음]
[남은 시간 : 360분]
뱀파이어의 성이라고?
재준은 애초에 던전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는 건.
설마 여기가 던전 안이라는 건가?
재준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
게이트를 통하지도 않고 생겨나는 던전은 들어본 적 없었다.
더구나 이 백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일반인이고 단지 하급 마수가 나온다 해도 사상자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하급 마수일 상황에서였다.
퀘스트의 내용은 ‘뱀파이어의 성에서 살아남아라 였다.
뱀파이어는 고위 마족에 속한다.
더구나 성을 가진 뱀파이어라면 더더욱 그랬다.
재준마저도 살아남는 게 퀘스트일 정도로 힘든 상황.
어떻게든 해야 했다.
띠링―
[현재 던전 등급이 사용자보다 높습니다.]
[칭호 ‘등급을 뛰어넘은 자’가 발동됩니다.]
[모든 스탯이 50프로 향상됩니다!]
[이름 : 최재준]
[레벨 : 73]
[칭호 : 등급을 뛰어넘은 자]
[HP : 500]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15]
[스탯]
근력.( C) : 235.( 51플러스78) 체력.( D) : 123.( 41) 민첩.( D) : 123.( 41) 지구력.( D) : 123.( 41)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38
칭호 ‘등급을 뛰어넘은 자’ 가 발동되면서 스탯이 50프로가 향상되었다.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힘이 치솟는 느낌임에도 재준은 불안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적 때문이었다.
그리고 ‘등급을 뛰어넘은 자 가 발동되었다는 것은 적의 등급이 최소 C급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재준이 긴장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런 재준을 밑에서 마루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냥요.”
재준은 마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재 상황에서 답은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뿐이었다.
“라이트!”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오고 다시 전등이 켜진 것마냥 주위가 밝아졌다.
둥그런 빛덩어리가 천장 쪽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지금부터 모든 상황은 저희 메트로 길드가 통제하겠습니다.
저희 헌터들을 믿고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빛덩어리 밑으로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라도 받는 것 마냥 오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훑어봤다.
“헌,헌터야!
우린 살 수 있어!”
“그,그럼 구조대가 온 거야?”
사람들은 구원자라도 만난 것처럼 안도했다.
그런 반응을 메트로 길드원들은 즐기고 있었다.
‘...척 봐도 낮은 등급의 헌터들이다.’
재준이 보기에는 그랬다.
어둠 속에서의 라이트 마법이 그럴듯해 보였지만 느껴지는 마력의 수준은 형편 없었다.
그나마 앞에서 말하던 저 남자는 봐줄 만한 수준이었지만.
크르르르르
사람들의 환호 소리를 뚫고 기이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플래시를 여기저기 비춰보기 시작했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어디선가 풍겨왔다.
“누구야!
누가 똥이라도 싼 거야?”
“...잠깐 이건 똥 냄새가 아닌데?”
“우,우웩!
뭐가 됐든 치우라고!”
크르르르르
악취가 강해질수록 들려오는 숨소리도 가까워졌다.
“어?”
마침내 누군가의 핸드폰 플래시에 숨소리의 주인이 잡혔다.
“...뭐,뭐지?”
사람이었다.
다만 온 몸이 피투성이였고 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남자는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괜찮아요?”
누군가 플래시를 비추며 물었다.
남자는 흐느끼며 고개를 들었는데 얼굴을 본 사람들이 헛구역질을 하며 물러섰다.
얼굴은 반은 가죽이 찢긴 상태였다.
“다 죽을 거야.
흐흐흐.
다 죽을 거라고.”
“뭐,뭐라는 거야!”
“전부다 죽을 거라고!”
남자는 발작 온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퍼억!
그때 무엇인가가 휙 하고 남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의 머리통이 산산조각이 나며 주변에 피와 뇌수를 흩뿌렸다.
“꺄아아아악!”
‘가고일?’
하지만 그 순간 재준은 몬스터의 정체를 확인했다.
날카로운 발톱에 날개,원숭이처럼 생긴 얼굴과 긴 송곳니는 가고일이었다.
놈들은 더러운 악취를 풍기고 어둠을 좋아했다.
'그래서 전등을 모조리 깬 거군.'
끼이이이익!
가고일은 비명을 비웃듯 비슷하게 따라 했다.
녀석들은 무언가에 끌리듯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재준은 놈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알아챘다.
‘빛!’
“라이트를 꺼요!”
“뭐요?”
메트로 길드의 마법사가 재준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이렇게 어두운데 빛을 끄라고?
퍼억!
재준을 향해 뭐라고 말하려던 마법사는 곧 머리가 사라졌다.
그것을 신호로 빛이 가장 몰려있는 메트로 길드의 사람들이 가고일 떼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도,도망쳐!”
현장은 금세 살육으로 인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과 가고일 들이 섞여서 사람을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재준은 마루를 끌고 근처 매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매장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재준은 멈칫했다.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은 재준도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윤미경 씨?“
―작품 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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