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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14화 (14/143)

00014 [EP2.뱀파이어의 성]―

[EP2.뱀파이어의 성]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잠시 후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에 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협회장님”

“자네 왔는가.”

장길산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창문의 햇빛을 전부 가렸다.

남자는 눈앞에 장길산을 볼 때마다 매번 깜짝깜짝 놀랐다.

익숙해질 만도 됐건만.

‘날이 갈수록 더 커지시는 것 같다.’

장길산의 손에 들린 A4용지 크기의 보고서가 조그만 수첩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장길산은 방금 전까지 살펴보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방에 놓인 소파로 향했다.

“동수 자네는 커피 안 마시지?”

“...네”

장길산은 준비한 잔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거대한 덩치에 조그만 티스푼을 휘젓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남자가 준 기억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일까.

남자는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얼음장에 처박히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장길산 협회장은 대한민국의 얼마 없는 S급 헌터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커다란 덩치를 보고 사람들은 육체파라고 착각하지만 그의 능력은 에스퍼 능력계였다.

한창 남자가 철없던 시절 무서운 거 모르고 장길산에게 결투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손짓 한방에 한강 바닥까지 처박혔었다.

그것도 꽁꽁 언 한강에 말이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왜?

아직도 뒤통수가 아픈가?”

장길산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찻잔을 건넸다.

달그락.

매번 남자가 방문할 때마다 주는 자스민 차였다.

후르륵.

“그래 동수.

바쁜 자네가 웬일로 여기까지 온 건가?”

황동수는 헌터 협회에 가장 비밀스러운 과에서 일했다.

긴급대처과 라는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과였다.

속한 인원도 겨우 5명이 전부였다.

황동수는 들고 있던 보고서를 장길산에게 조심히 건넸다.

“응?”

보고서에는 최근 던전의 발생빈도에 적혀 있었다.

놀랍게도 일주일새 2배 가까운 수치로 게이트가 생성되는 중이었다.

“던전 발생률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흐음.

외부에는 알리지 말고.

5대 길드의 수뇌부들만 따로 소집하지.

그때까지만이라도 협회 소속 헌터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거로 하고 말일세.”

“알겠습니다.”

“그들이 연관된 징후는 없었나?”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유지했던 황동수의 무표정이 잠깐 흔들렸다.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

후우.

우선은 감시의 수준을 조금만 더 높이게.”

황동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방에서 나갔다.

철컥

후르륵

‘3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차를 다시 한 모금 마시는 장길산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굳어있었다.

따르르르

그때 장길산의 집무실 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급할 때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 보고용 전화였다.

동수와 있을 때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거늘.

장길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딸칵

“무슨 일인가?”

<저.

협회장님.

심사과 과장 김철수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재심사 관련해서 말씀드릴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심사과?

저번처럼 등급 판정 기계가 고장이라도 난 건가?

지금 이런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

갑자기 늘어난 던전 발생률부터5대 길드와의 수뇌부 회의도 생각해야 했다.

“급한 일 아니면 보고서로 받지.”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는 장길산이 예상하던 내용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S급 재심사 자가 나왔습니다.>

심사실 전체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사람들의 의문 속에 누군가 누군가 직원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되물었다.

“...S급이라고?”

조용한 말투였지만 정적인 상태라 사람들의 귀에 모두 들렸다.

“...”

“...”

C급만 돼도 길드나 협회에서 영입을 하려고 한다.

백업을 맡길 수도 있고 장비만 괜찮으면 같이 상위등급의 던전도 공략 가능이니까.

B급만 돼도 대우는 많이 달라진다.

협회의 팀장급 자리나 길드의 간부진부터 제안하면서 영입한다.

C급이 이끄는 공략팀,그리고 B급이 이끄는 공략팀의 생존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C급과 B급의 능력과 수준 차이가 심했다.

A등급부터는 영입은 소수의 길드로부터만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에 있는 대형 5대 길드.

그들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내는 A등급이다.

왜냐하면 A등급은 스스로가 길드를 차리기만 해도 사람들이 몰렸다.

A등급이 있냐 없냐에 따라 상위등급의 던전 공략의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하위 등급의 헌터들은 상위등급의 던전을 공략할 수 없었다.

반면에 A등급이 있다면 상위등급의 던전을 공략하고 억 소리가 나는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그러한 자본력이 모여서 사람들을 모으고 더욱 커다란 길드를 만들었다.

지금의 5대 길드가 이렇게나 강해진 이유였다.

그렇다면 S등급은?

여기 있는 대부분은 살면서 S급을 실제로도 본적 없었다.

모두 TV에서나 아니면 주변 사람에게 전해 들은 게 전부였다.

헌터 중에 최상위 포식자.

사람들은 힐끔거리며 재준을 살폈다.

‘이제 저 사람까지 S급 헌터는 7명인 건가?’

재준은 남자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꿀꺽

분명 조금 전과 똑같은 눈빛에 몸짓인데도 직원은 재준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끝난 겁니까?”

재준이 직원을 향해 물었다.

마치 본인이 처음부터 S급이 될 거라는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였다.

“아...그,그게..

잠시만요.”

직원은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당황했다.

S급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보고!

보고부터 하랬지.’

남자는 당황한 나머지 재준을 심사실에 남겨둔 채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직원이 밖으로 나가자 몇몇 사람들이 재준을 보며 눈을 빛냈다.

‘저 사람 F급이었다고 했나?’

‘그럼 지금부터라도 친해지면 뭐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F급 헌터였던 놈이 세상 물정에 대해 뭐라도 알겠어?’

아니면.

친해져서 S급 헌터와 길드를 연결해주고 억대의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용기가 나고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말 걸어보자.’

누군가 재준에게 걸어왔다.

“저기요.”

그때 누군가 사람들과 함께 심사실 안으로 들어섰다.

조금 전까지 장길산 헌터 협회장과 대화를 나눴던 황동수였다.

그의 뒤로 3명의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황동수는 일부로 날카로운 기운을 옅게 퍼뜨렸다.

재준의 곁에 몰려드는 똥파리들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으윽.”

재준의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그 기운에 어찌할 줄 몰라고 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황동수가 재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최재준 헌터님.

황동수라고 합니다.”

낮고 굵은 목소리.

매서운 눈매가 특징적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최재준 헌터님을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잠깐만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황동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를 따라 뒤에 서 있던 남자들도 따라 숙였다.

‘...응?’

한 명만 빼고.

재준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는 히쭉 웃으면서 재준을 뜨거운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저놈.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뭐랄까.

좋아하는 애인을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이다.

재준은 왠지 꺼림칙해서 고개를 돌렸다.

“꼭 가야 합니까?

제가 좀 바빠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동수가 고개를 더욱 숙였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입을 떠억 하고 벌릴만한 친절이었다.

후우.

“절 보고 싶다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초대장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정확히 들어야 할 것 같았다.

황동수는 고개를 들었다.

“장길산 협회장이십니다.”

“장길산 협회장님?”

장길산이라면 재준도 잘 알았다.

에스퍼라는 희귀한 정신계 능력 헌터이기도 하고 특유의 커다란 덩치에 대한민국의 또 다른 S급 헌터.

그런 사람이 왜 나를?

‘내 등급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재준이 고민하고 있는데 황동수의 뒤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접수처에서 봤던 여직원이었다.

“최재준 씨!”

여직원은 신경질을 내며 다가왔다.

“혹시 벌써 재심사 했어요?”

“...?”

“아니.

왜 멋대로 하고 그래요?

접수증도 바뀌었으니까 다시 하세요!

누가 F급 아니랄까 봐.”

재준의 앞에 서 있던 황동수의 표정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여직원은 그것도 모르고 혼잣말을 계속했다.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한 재준에게 어떻게든 화풀이를 할 생각이었다.

“재준 씨 같은 헌터들 때문에 저희 협회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보나 마나 이번에도 F나 나올 텐데.

쯧.”

그러고 휙 돌아가는 여직원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황동수 뒤에서 히죽거리며 재준을 쳐다보던 남자였다.

“뭐에요?”

“잠깐 나랑 같이 가야 될 것 같은데?”

“내가 댁이랑 왜 같이 가요?”

여직원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자자.

좋은 분위기 깨지 말고 나가자고."

남자는 허리춤에서 뭔가를 하나 꺼내서 여직원에게 보여줬다.

[헌터 감시과 팀장 이기영]

“아,아니.

감시과가 왜?”

“일단은 가자고.”

남자는 여직원을 질질 끌 듯이 데려갔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협회장님 보러 가죠.”

재준이 기분 좋게 수락했다.

“감사합니다.”

황동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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