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0 [EP1.마나수치가 MAX?]―
[EP1.마나수치가 MAX?]
던전 내부는 어두웠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고요했다.
습기 찬 공기가 훅하고 재준의 얼굴에 올라왔다.
‘실내인가?’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에 오니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재준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기다렸다.
곧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재준이 서 있는 곳은 동굴이었다.
천장에서 길게 뻗은 종유석들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었다.
또옥.
어디선가 물방울이 종유석을 타고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은 입구와 출구의 구분도 없이 여기저기 길이 중구난방으로 뚫려있었다.
심지어는 수직으로 난 구멍도 보였다.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었다.
그때 재준의 감각에 미세한 진동들이 느껴졌다.
‘뭐지?’
두두두두두―
미세한 발소리들이었다.
거리가 먼 듯 작게 들려왔지만 그 수가 상당했다.
마치 군대가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땅에 여러 굴을 파놓고 사는 몬스터가 뭐가 있지?’
재준의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지나갔다.
설마 개미는 아니겠지.
이렇게 커다란 동굴을 만들어놓을 정도라면 그 크기가 상상이 안됐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두두두두두두―
점점 발소리가 커지면서 저 멀리서 개미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단해 보이는 검은 외피에 날카로운 집게 입.
하지만 그런 것보다 재준이 더 놀란 것은 놈들의 크기였다.
한 마리 한 마리의 크기가 재준의 몸집만 했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여왕개미를 처치하라!]
[최근 여왕개미의 영역이 너무 넓어져서 골치다!
여왕개미를 죽이고 개미 떼를 소탕하라!]
[보상 : 최상급 마정석 C급]
[실패 : 던전 탈출 불가]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던전 등급이 사용자보다 높습니다.]
[칭호 ‘등급을 뛰어넘은 자’가 발동됩니다.]
[모든 스탯이 50프로 향상됩니다!]
‘좋았어!’
재준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D등급이라고 해도 재준이 거침없이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
그게 바로 이 칭호의 효과 때문이었다.
우우웅―
재준의 온 몸에서 피가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힘이 치솟았다.
[이름 : 최재준]
[레벨 : 48]
[칭호 : 등급을 뛰어넘은 자]
[HP : 375]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45]
[스탯]
근력.( C) : 172.( 51플러스40) 체력.( D) : 85.( 28) 민첩.( D) : 85.( 28) 지구력.( D) : 85.( 28)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13
50프로가 증가한 스탯의 합만으로 따졌을 때 재준은 D등급과 C등급 사이에 걸치게 되었다.
끼득끼득!
개미들이 머리 앞에 달린 더듬이를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때 제일 앞에 있던 개미의 눈이 재준을 향했다.
끼이이이익―
주먹만 한 둥그런 눈알이 재준을 발견하고 길게 소리를 내질렀다.
침입자가 있다는 경보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개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벽과 천장을 가리지 않고 기어서 재준에게 달려들었다.
재준은 순간 검은 해일이 자신을 덮쳐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재준은 재빨리 뒤쪽의 통로로 물러났다.
‘파이어’
[파이어를 시전합니다.]
[불꽃의 크기에 따라 마나 소모량이 달라집니다.]
[1초당 마나 3000이 소모됩니다.]
손에서 뻗어 나온 불줄기가 동굴의 벽을 따라 퍼져갔다.
스탯의 보정을 받아 불줄기는 평소보다 더 세차게 타올랐다.
치이익
동굴 벽에 습기들이 순식간에 끓으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동굴을 채웠다.
개미들에게 화염 공격은 적절했다.
단단한 외피 사이로 숨겨져 있는 여린 살들이 타들어 가면서 쓰러졌다.
끼이이이익―
끼익―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고통스러운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일꾼개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았어!’
개미들이 나자빠질 때마다 듣기 좋은 레벨업 신호음이 들렸다.
그때 개미들이 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뒤로 물러났다.
개미들은 둥근 꼬리를 재준을 향해 뾰족하게 치켜 세웠다.
‘뭐지?’
재준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보호막을 시전했다.
‘보호막’
[스킬 보호막을 사용합니다.]
[1초당 5000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피익!
피익!
개미의 배에서 발사된 산성 액체가 불길을 뚫고 재준에게 날아왔다.
‘으윽!’
몇 방 맞지 않아서 보호막이 금이 가더니 깨져버렸다.
재차 보호막을 시전하면서 더욱 뒤로 물러났다.
치이이이익
부글부글
산성액은 얼마나 독했는지 바위로 된 동굴의 벽까지 녹였다.
산성액에서 노란 연기가 올라왔다.
[산성 연기에 노출되었습니다.]
[1초당 HP가 1프로씩 감소합니다.]
‘제길!’
재준은 산성연기에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졌다.
그때 불길 뒤편의 개미들이 어디론가 움직였다.
사방에 뚫려있던 굴에서 개미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은 수를 나뉘어서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재준을 공격하려 했다.
애초에 접근하지도 않고 배를 치켜 세우며 산성액부터 뿜어댔다.
피익!
피익!
‘포위되면 위험하다!’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서리칼날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고민할 새도 없이 제일 개미의 수가 적어 보이는 통로로 몸을 날렸다.
바로 위쪽으로 뚫린 통로였다.
재준이 벽을 차고 통로로 뛰어 들어갔다.
끼이이익―
통로 안쪽에 있던 개미가 집게 같은 입을 들이밀었다.
‘스트라이크!’
재준의 검 끝에 마나가 모여들더니 단숨에 개미의 단단한 외피를 꿰뚫었다.
하지만 개미는 몸통이 반쯤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집게를 재준에게 들이밀었다.
‘끈질겨!’
끼이이익!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목을 떨어뜨렸다.
‘파이어!’
[파이어를 시전했습니다.]
[1초당 마나 3000이 소모됩니다.]
치이이익―
치이이이이익―
통로에 얼마 안 되는 개미들이 모두 불에 타들어 가며 경험치로 바뀌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미들은 발소리를 울려대며 재준의 뒤를 쫓는 중이었다.
우선은 몸을 피해야 해.
개방된 장소는 불리하다.
재준은 재빠르게 통로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며 숨기에 적절한 곳이 있는지 찾았다.
‘저기다!’
입구가 하나인 굴이 보였다.
재준은 입구 근처에 파이어를 가능한 커다랗게 시전했다.
그리고 굴 안쪽에서 검을 쥔 채로 개미들을 기다렸다.
화르르륵!
끼이이이익―
끼이익―
불길을 뚫고 개미 몇 마리가 굴 안으로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재준은 개미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잽싸게 머리통을 잘라냈다.
검에 잘려 죽은 개미와 불에 타죽은 개미의 시체가 입구에 언덕처럼 쌓였다.
[일꾼개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끼득끼득!
갑자기 놈들의 몸이 움찔하더니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곧 모습을 감췄다.
‘후우.
피곤하군.’
재준은 개미들이 사라진걸 확인하고 숨을 돌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태창'
[이름 : 최재준]
[레벨 : 54]
[칭호 : 등급을 뛰어넘은 자]
[HP : 405]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65]
던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피로도가 벌써 65였다.
‘그래도 6레벨이나 올랐다.’
잠시 여유가 생긴 재준이 동굴 안을 둘러봤다.
썩은 몬스터의 사체와 개미들의 변 냄새가 재준의 코를 확 찔렀다.
아마 개미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나 시체를 모아두는 용도의 방으로 보였다.
‘응?
저건 뭐지?’
그때 재준의 눈에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해골만 남기고 썩어 문드러진 시체와 함께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조심스럽게 파내자 아이템의 모습이 드러났다.
띠링
[저주받은 키를 발견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획득한다.’
[저주받은 키가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재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저주받은 키를 확인했다.
[저주받은 키]
[?]
손바닥 크기만 한 황금빛의 키였다.
하지만 사용설명도 없고 단순히 물음표만 표기되어 있었다.
'어디다 쓰는지도 안 나와 있네.'
그래도 그냥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더구나 아이템 이름이 저주받은 키라고 하니.
단순한 잡템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우선은 가지고 있자.’
그때 인벤토리에 못 보던 아이템이 보였다.
저번에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던 랜덤 박스였다.
암컷 거머리한테 쫓기고 지훈을 만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열어볼까?’
랜덤 박스에 손을 뻗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랜덤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그래.’
[랜덤 박스가 오픈됩니다.]
[거대 거머리 사냥으로 인해 보상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우우우웅―
랜덤 박스가 잘게 떨리더니 딸칵하고 열렸다.
열리는 박스 안에서 하얀 빛이 화악 하고 터져 나왔다.
재준은 빛 때문에 얼굴을 찡그렸다가 박스 안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응?
이건?’
박스 안에서 나온 건 재준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아이템이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