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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6화 (6/143)

00006 [EP1.마나수치가 MAX?]―

[EP1.마나수치가 MAX?]

따르르르

혜선은 머리맡에서 울리는 알람에 잠에서 깼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손을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다.

7시.

어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집에 왔을 때가 오전 3시였으니까.

겨우 4시간뿐이 잠을 못 잤다.

‘하암.

피곤해.’

뻑뻑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사실 오늘은 주말이니까 좀 더 늦잠을 자도 괜찮았다.

하지만 혜선은 주말이면 오빠에게 꼭 아침밥을 차려줬다.

적어도 주말만큼은 오빠에게 아침밥을 해주고 싶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고생하는 오빠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철컥

자고 있을 오빠를 생각해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오늘은 미역국이나 끓일까.

미역 남은 게 있던가.

혜선이 가정주부 같은 고민을 하며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일어났어?”

“어?

오빠?”

혜선은 깜짝 놀라며 재준을 쳐다봤다.

재준은 이미 일어나서 씻었는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오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그냥.”

재준은 머리에 물기를 털면서 방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혜선을 돌아봤다.

“이제 곧 생일이지?

오늘 오빠랑 어디 좀 가자.

씻고 준비해라.”

“응?

어디?”

“너 생일선물 사러.”

그러면서 재준은 방에 들어갔다.

생일선물이라니.

혜선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받아본 적 없는 생일선물이었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이쁘게 꾸며야지.’

혜선은 서둘러 화장실에 들어가다 문득 오빠 방문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키가 저렇게 컸던가.’

키뿐만 아니라 어깨도 넓어지고 덩치도 더 커진 것 같았다.

‘착각이겠지.’

혜선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재준은 방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다.

혜선이 씻고 준비하는 동안 헌터 협회에 들어가서 참여 가능한 던전을 검색해볼 생각이었다.

참가 신청이 가능한 던전은 5개였다.

[F급 거머리가 사는 숲]

[F급 귀신들린 집]

[E급 슬라임 동굴]

[E급 거미 숲]

[E급 가파른 계곡]

재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5개 던전 전부에 참여 신청을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신청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헌터 협회 던전 관리과 윤미경입니다.

최재준 씨 맞으시죠?>

전화기 너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맞습니다.”

<어제 굉장히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셨더라고요.>

재준은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게이트 앞에서 마주쳤던 그 딱딱한 이미지의 협회 소속 여자.

음식이나 의료용품을 챙기지 않았다고 재준에게 뭐 그리 당당해요?

라며 쏘아붙이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 재준은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금방 나오죠.’

재준이 아무런 말도 없자 윤미경이 말을 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헛말은 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 괜히 오지랖을 떤 것 같아서 괜히 해본 말이었다.

<...오늘 던전 신청하신 건에 대해 전화드렸어요.

F급 꽃이 핀 정원 하고 F급 귀신들린 집 가능한데 어떠세요?>

“E급 던전은 안 되는 겁니까?”

재준은 괜히 아쉬운 마음에 물었다.

<음.

E급도 저희가 공략대 리더분들한테 재준 씨 프로필을 보여줬는데 거절했어요.>

짧은 설명이었지만 이해했다.

아무래도 별명이 기절헌터인 재준과는 팀을 맺기 싫었겠지.

아쉽지만 F급이라도 해야 했다.

“어쩔 수 없죠.

시간대는 언제입니까?”

<귀신들린 집은 지금 당장 와주셔야 하고,거머리가 사는 숲은 오늘 중에 아무 때나 괜찮아요.>

“그럼 거머리가 사는 숲으로 하죠.

점심 이후로 가겠습니다.”

여동생 생일선물을 사고 밥을 먹으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했다.

<네.

문자로 주소 보내드릴게요.

오시기 전에 전화 한 통 부탁드릴게요.>

재준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대로 가다간 계속 F급 던전만 돌지도 모른다.’

재검사는 신청한다고 해도 허가가 나오고 한 달 뒤에나 가능했다.

그동안 F급 던전만 돌면서 기다릴 순 없었다.

재준은 헌터 협회에서 공격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검색했다.

[공격대 신청은 하위 던전을 10번 이상 공략 성공한 경력이 있는 헌터의 한에 신청할 수 있다.

단,공략 가능 급수의 던전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

‘쉬운 게 없군.’

이미 성공한 1번을 제외하면 하루에 최대 1번씩 9일이 필요했다.

그래도 재검사를 기다리는 것보단 나았다.

재준은 컴퓨터를 끄고 나갈 준비를 했다.

때마침 여동생도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재준은 길거리로 나가자마자 바로 택시부터 잡았다.

시내까지 얼마 안 걸려서 둘이 타기에는 버스보다 오히려 택시가 나았다.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으음.

몇 개 있긴 한데.”

혜선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책 사줘.”

“책?”

책이 갖고 싶다니.

재준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읽는 책 말하는 거야?

소설 같은 거?”

“아니,참고서 있잖아.

다른 애들은 다 과목별로 있는데 나는 없으니까.

친구들한테 빌려서 보긴 하는데 그래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들을수록 재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혜선은 그런 재준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좀 더 싼 선물을 말할 걸 그랬나 싶었다.

참고서라고 하지만 과목별로 다 합치면 몇십만 원은 훌쩍 넘었다.

모처럼 오빠랑 나왔는데 괜히 부담 주는 거 같아서 미안해졌다.

“참고서가 너만 없어?”

“아니야.

괜찮아.

친구들한테 빌려도 돼!

그냥 나 다른 거 사줘.”

재준은 돈 때문에 얼굴이 굳어진 게 아니었다.

겨우 책 몇 권 살 돈이 없어서 친구들한테 빌려서 공부한다는 동생의 사정을 몰랐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휴.’

택시는 곧 시내에 도착했다.

재준은 곧장 혜선을 데리고 대형서점으로 들어갔다.

“너 필요한 참고서랑 문제집 다 사.”

“...정말?”

“그래.

안 사면 혼난다.”

혜선은 못 이기는 척 책을 골랐다.

처음에는 참고서 몇 권만 골랐다가 재준에게 혼이 나고 전 과목별로 골랐다.

두 손으로 겨우 낑낑 들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전부 얼마에요?”

삑삑―

바코드로 책을 찍을 때마다 계산대에 붙어 있는 화면의 금액 올라갔다.

26만 원이었다.

재준은 카드로 결제하고 책을 들고 나왔다.

척 보기에도 무거운 책 묶음을 가볍게 들자 혜선이 깜짝 놀랐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으음.

떡볶이?”

재준이 인상을 썼다.

“진짜 떡볶이 먹고 싶어서 그래.

떡볶이에 튀김 넣고 순대까지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맛집 아니면 안 간다."

“집 근처에 진짜 맛있는 데 있어.”

어차피 먹고 싶은 거 사주려고 했으니까.

재준은 다시 택시를 잡고 집 근처로 이동했다.

혜선이 말한 곳은 집에서 걸어서 얼마 안 걸리는 분식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줌마가 둘을 반기며 인사했다.

혜선은 떡볶이를 시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아줌마가 테이블로 떡볶이 접시를 들고 왔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한 듯 발을 절뚝였다.

그때 주방에서 나온 남자애가 아줌마에게 달려가서 그릇을 빼앗았다.

“엄마!

서빙은 내가 한다니까!”

“아냐.

바로 앞이라 괜찮아.”

“괜찮긴.

빨리 의자에 앉아있어.”

남자는 주방에서 바로 전에까지 조리하고 있었는지 몸에 밀가루가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던 남자는 혜선을 보고 잠깐 움찔했다.

“...맛있게 드세요.”

남자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떡볶이는 그저 그랬다.

계산하고 밖으로 나온 재준이 혜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저 친구 때문에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응?”

혜선이 뜨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는 애 맞지?”

혜선이 재준을 힐끔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같이 나온 이태성이라는 앤데,요즘 집이 힘든가 봐.

학교도 잘 못 나오고.”

재준은 음식점 문 앞에 붙어 있는 독촉장에 눈길이 갔다.

도시가스 요금과 수도세 미납 독촉장이었다.

재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4장을 꺼내서 혜선에게 건넸다.

“이거 뭐야?”

“용돈.

너 사고 싶은 거 사고 남은 건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 사 먹어.”

“진짜?

와아!”

혜선은 참고서를 사줄 때보다 더 좋아했다.

역시.

선물은 현금이 최고다.

재준은 혜선을 집으로 데려다주고 바로 나왔다.

그리고 곧장 게이트로 향했다.

윤미경에게는 도착하기 15분 전쯤에 미리 전화했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윤미경이 나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재준은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어제와 똑같이 서류에 사인하고 재준은 게이트로 걸어갔다.

뒤에서 윤미경의 시선이 느껴졌지만,굳이 돌아보지는 않았다.

재준은 성큼성큼 게이트 안으로 걸어갔다.

던전 안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숲속이었다.

저번의 하수구와 달리 굉장히 쾌적한 환경이었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거대목을 지켜라!]

[거머리가 거대목 어딘가에 달라붙어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거머리를 거대목에서 떼어내거나 토벌하라!]

[보상 : 랜덤 박스]

[실패 : 던전 탈출 불가]

역시나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퀘스트가 생겨났다.

‘랜덤 박스?’

지난번에는 상점 골드 10개가 보상이었다면 이번에는 랜덤 박스라는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스킬도 나오려나?'

괜한 기대감이 생겼다.

거대목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거대목이라는 이름답게 저 멀리 다른 나무들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다만 잎사귀가 말라비틀어졌고 검게 죽어가는 중이었다.

‘저게 거머리 때문이라는 거지.’

재준의 발걸음이 거대목으로 향했다.

어느새 재준의 손에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서리칼날이 들려 있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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