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5 [EP1.마나수치가 MAX?]―
[EP1.마나수치가 MAX?]
상점을 이용 가능하다는 시스템 창이 떴지만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설명이 없었다.
‘뭐 이렇게 불친절해.’
적어도 어떻게 이용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실제 게임에서처럼 버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판매상인 이라도 나타나는 건가?'
재준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입으로 상점을 불러봤다.
“상점.”
화려한 무언가를 내심 기대했지만 정작 눈앞에 나타난 건 시스템 창이었다.
익숙한 신호음도 함께였다.
띠링
[더게이머 상점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더게이머 상점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더게이머 상점은 골드로만 거래됩니다.]
[구매] [판매]
[보유한 상점 골드 : 10]
역시 재준의 생각이 맞았다.
골드는 상점에서 사용하는 화폐였다.
퀘스트 그렘린 사냥을 완료하고 얻은 골드 10개가 표시되었다.
재준은 구매 버튼을 눌렀다.
구매 밑으로 카테고리가 주르륵하고 나타났다.
[무기]
[방어구]
[물약]
[음식]
[스킬]
[특전]
우선은 무기부터 봐볼까.
재준이 버튼을 눌렀는데 기대했던 무기의 목록은 보이지 않았다.
[보유한 골드로 구매 가능한 무기가 없습니다.]
골드가 없으면 구경도 하지 말라는 건가.
치사하네.
재준이 제일 기대했던 스킬 창도 같았다.
‘골드는 어디서 모으지?’
이번에는 시스템이 재준의 말을 들은 것처럼 바로 창이 떠올랐다.
[마정석을 판매하면 골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마정석이 없습니다.]
돈을 벌든 골드를 벌든 이래저래 필요한 건 마정석이군.
“쩝.”
골드는 퀘스트로도 주는 것 같았지만 퀘스트는 재준이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정석을 얻으려면 E등급 이상의 던전으로 가야 했다.
어떻게든 상위 던전을 들어가야 할 이유가 늘었다.
‘이만 돌아가 볼까.’
던전의 탈출구는 죽은 홉그렘린 근처에 생성되어 있었다.
재준은 탈출구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이 홉그렘린을 향했다.
‘그래도 보스몹인데 뭐라도 주지 않을까?’
축 늘어진 홉그렘린을 살피는데 반으로 잘린 머리 안쪽에서 뭔가가 반짝거렸다.
‘혹시?’
몬스터의 뇌수와 피가 꺼렸지만,재준은 손을 뻗었다.
머리에 박혀있는 건 밤톨 크기만 한 마정석이였다.
확실히 보스몹이라 다르구나.
[최하급 마정석]
등급 : E급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홉그렘린의 독침을 발견했습니다.]
[획득하시겠습니까?]
“획득한다.”
[홉그렘린의 독침이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인벤토리라고?’
재준이 속으로 생각하자 작은 칸으로 나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작은 칸 중 하나에 단검 모양의 이모티콘이 자리 잡은 게 보였다.
‘이건가?’
재준이 그 칸으로 손을 뻗자 손위로 송곳 모양의 단검이 잡혔다.
단검의 날은 녹색으로 번들거렸다.
[아이템 : 홉그렘린의 독침]
등급 : E급.( 희귀)
능력 : 근력플러스15
특수능력 : 출혈
설명 : 홉그렘린의 독침으로 만든 단검.
찔리게 되면 대상자에게 출혈 부여.
[출혈 : 찔린 상대의 상처 회복력을 저하시키고 체력을 감소시킨다.]
‘으음.
나쁘지 않네.’
재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희귀 등급이라 그런지 출혈이란 특수능력이 붙어 있었다.
E급이라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
출혈효과를 생각하면 가끔 보조 무기로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다만 E급 아이템이라 기본적인 능력 수치는 A급 서리칼날에 현저히 부족했다.
재준은 새삼 A급 무구의 가치를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우 그놈이 보물 고블린이였군.’
재준은 더는 살필 게 없자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탈출구를 통과했다.
처음 게이트를 통과할 때와 마찬가지로 눈앞의 배경이 확 바뀌었다.
도시의 건물과 헌터 협회에서 세워놓은 바리케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더럽고 퀴퀴한 하수구에서 지구로 넘어오자 공기가 맑게 느껴졌다.
슈우우욱―
재준이 빠져나온 게이트는 점차 쭈그러들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
“어?
최재준 씨?”
안경을 쓴 젊은 남자였다.
서류를 들고 재준과 사라진 게이트가 있던 자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벌써 클리어하신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아직 1시간밖에 안 지났는데요?”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뭐?
생각보다 오래?’
남자는 안경이 삐뚤어진 지도 모르고 입을 쩍 벌렸다.
보통 F급 던전이라고 해도 기본 3시간 이상은 소모되었다.
더구나 혼자서 공략하는 거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서 말하는 재준이 어이가 없었다.
‘서류가 잘못된 건가?
분명 F급이 맞는데···.’
남자가 서류만 뚫어지게 보고 있자 보다 못한 재준이 말했다.
“그냥 가면 됩니까?”
“아,아니.
그,잠시만요!”
원래대로라면 처음 재준이 들어갈 때 있었던 여자 직원을 불러야 했지만,그녀는 현재 헌터 협회에 잠깐 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좀 난처했다.
남자는 이내 결정했는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며 재준에게 말했다.
“여기 F급 던전 공략 성공 수당 보내드릴 계좌 번호 좀 적어주세요.”
재준은 서류에 자신의 주로 쓰는 계좌 번호를 적었다.
“보통 마정석이 나오면 저희 헌터 협회에서 우선 구매하고 있는데···.
마정석은 없으시죠?”
보통 F급 던전 몬스터에게서는 마정석은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이미 확신하듯 물었다.
하지만 재준은 주머니에서 홉그렘린에게서 나온 최하급 마정석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보스를 잡으니까 주더라고요.”
“운이 좋으시네요.
F급은 웬만해선 안 나오는데.”
남자는 품에서 펜같이 생긴 물품을 꺼내 마정석 위에 갖다 댔다.
삐이익―
“E급 최하급 마정석이고요.
지금 당장 저희한테 판매하시면 세금은 면세해드려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마정석을 팔아 더게이머의 골드를 얻을 것이냐,아니면 현금을 얻을 것이냐였다.
하지만 재준은 팔기로 마음먹었다.
“팔게요.”
얼마 안 있으면 빚 이자와 월세가 나가는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동생의 생일도 이맘때쯤이었지?
“네.
돈은 공략 수당하고 같이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
재준의 집은 서울 외곽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였다.
번호키를 눌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아직 안 왔나 보네.’
힐끔 시계를 확인해보니 저녁 9시였다.
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11시 넘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열심이네.’
재준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던전에서 사냥하면서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뜨거운 불 속에서 계속 몸을 움직여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재준은 씻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몸은 팔팔한데 정신적으로 피곤했는지 잠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자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상태창’
[이름 : 최재준]
[레벨 : 30]
[칭호 : 없음]
[HP : 285]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45]
[스탯]
근력.( D) : 114.( 51) 체력.( E) : 39 민첩.( E) : 39 지구력.( E) : 39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5
[스킬]
패시브 스킬 : 없음
액티브 스킬 : 파이어 F급
아침만 해도 불과 레벨 3이었는데.
겨우 반나절을 던전에서 보내고 벌써 30레벨이 되었다.
상태창을 보니 하루를 바쁘게 보낸 게 절실히 느껴졌다.
근력 스탯도 보정을 받았다지만 100을 넘었고 다른 스탯들도 모두 39였다.
재준의 예상이지만 몸놀림만으로 이미 F급은 뛰어넘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재검사를 받아야지.’
그래야 높은 등급의 던전도 들어갈 수 있고 빠른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위잉
베개 옆에 두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문자였다.
발신인은 헌터 협회였다.
[ F급 던전 공략 수당 플러스 최하급 마정석 판매 비용까지 총 200만 원을 헌터님 계좌에 넣어드렸습니다.
확인 바랍니다.]
200만 원?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공략 수당 50만 원을 제외하면 E급 마정석의 하나의 값이 150만 원이었다.
‘헌터들이 부자가 되는 이유가 있었군.’
재준은 은행 어플에 들어가서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현재 잔액 : 3573400 원]
겨우 350만 원이다.
월세 50만 원,빚 이자 100만 원,이번 달 여동생의 약값 150만 원을 계좌이체로 보내고 나니 남는 건 겨우 50만 원이었다.
빠듯하군.
만약 오늘 던전 공략을 통해 돈을 벌지 않았다면 이번 달은 위험했을지도.
'후우'
어쨌거나 재준은 오늘 하루 만족했다.
‘희귀급의 단검을 얻기도 했고 강해졌으니까.’
한동안은 F급 던전을 싹쓸이하면서 레벨업을 해도 되고 쓸만한 공략대를 찾는 방법도 있었다.
‘정 안되면 내가 공략대를 만들어도 좋겠지.’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재준은 계속해서 더 강해질 생각이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