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3화 (3/143)

00003 [EP1.마나수치가 MAX?]―

[EP1.마나수치가 MAX?]

“레벨이 올랐다고?”

재준은 상태 창을 열었다.

융합된 영혼은 능력 [더게이머]의 사용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름 : 최재준]

[레벨 : 3]

[칭호 : 없음]

[HP : 150]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10]

[스탯]

근력.( F) : 12 체력.( F) : 12 민첩.( F) : 12 지구력.( F) : 12 마력.( SSS) : 999999999

추가분배 가능 포인트 : 2

[스킬]

패시브 스킬 : 없음

액티브 스킬 : 파이어 F급

지난 1년간 재준이 수도 없이 봤던 상태 창이었다.

다만 수치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레벨이 올랐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가면서 레벨당 스탯이 1씩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얼토당토않은 것은 마력 수치였다.

999999999

구억구천구백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구.

이것은 마족의 마나가 재준의 몸에 깃들면서 [더게이머] 능력에 생긴 오류였다.

심지어 MP 수치는 측정 안됨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 어떤 마법을 써도 마나가 부족해서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준이 놀란 것은 스탯 포인트였다.

단지 최성우를 죽였을 뿐인데 스탯이 올라갔다.

다르게 말하면 사냥만 해도 끝없이 강해진다는 말이었다.

마치 게임에서처럼 말이다.

그래서 능력의 이름이 [더게이머]였군.

스탯이 2 수치만큼 올랐지만 아직은 확연한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사냥하다 보면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재준은 능력 [더게이머]에 담겨있는 잠재력에 전율했다.

최대한 빨리 레벨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최성우가 떨어뜨린 검을 잊고 있었다.

검을 들어서 살펴보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띠링

[서리칼날]

[등급 : A급.( 일반)]

[능력 : 근력플러스51]

[특수능력 : 없음]

[설명 : 빙하에만 서식한다는 얼음 드레이크의 비늘을 갈아 만든 검.

사용 시 검 주변에 서리가 맺힌다.]

과연 A급 무구였다.

재준의 근력이 겨우 12에 불과한데

서리칼날은 무려 51이나 추가로 근력 수치가 붙었다.

‘최성우에게 생각보다 좋은 선물을 받았군’

설명 창을 보고 있어서일까.

서리칼날을 쥐고 있자 손에 들어가는 힘이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시험해볼까.’

주위를 둘러보다 침대 끝부분의 철을 꽉 잡았다.

끼이익―

철은 녹은 엿가락처럼 너무나도 쉽게 휘었다.

재준의 두 눈이 빛났다.

지금도 겨우 근력이 조금 올랐을 뿐이지만 엄청난 힘이었다.

만약 나중에 레벨업을 통해 모든 스탯이 끝없이 성장한다면?

마왕보다 강한 인간이 탄생하지 않을까?

재준은 자신이 한 가정이 웃긴지 피식 웃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기분 좋은 상상은 없었다.

재준은 서리칼날을 품에 숨기고 병실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모든 병원비는 ‘더 어나더’ 길드에서 내준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온 재준은 가장 먼저 컴퓨터부터 켰다.

인터넷으로 헌터 협회에 접속해서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했다.

비록 F급이래지만 헌터 자격증이 있었고,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도 있었다.

우선은 게이트부터 검색했다.

전국에 현재 입장할 수 있는 게이트 목록이 주르륵―떴다.

거리가 먼 것들을 제외하니 6개가 남았다.

[F급 그렘린 하수구]

[E급 슬라임 동굴]

[E급 개미굴]

[D급 스켈레톤 무덤]

[C급 하피 둥지]

[C급 놀의 언덕]

가능하면 강한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F급인 재준이 신청 가능한 건 최대 E급까지였다.

밑의 3개를 제외하니 남은 건 3개뿐이었다.

[F급 그렘린 하수구]

[E급 슬라임 동굴]

[E급 개미굴]

F급 던전은 몬스터들이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기 때문에 팀 없이 개인도 입장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헌터들은 대부분 F급 던전을 꺼렸다.

F급 던전의 몬스터들에게서는 마정석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으로 따지면 오히려 재준이 게이트 짐꾼으로 일하는 게 더 돈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재준은 돈보다는 사냥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F급 던전을 포함해서 3개 모든 던전에 참가 신청을 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재준은 참가 신청 후에도 협회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검색했다.

예전의 그였다면 게이트 짐꾼 카테고리에서 구인 글을 보고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재준이 현재 보고 있는 건 용병 카테고리였다.

공격대를 이룬 그룹 중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지거나 사정이 생겼을 때 급하게 구인을 하는 곳이었다.

재준은 몇 군데에 연락을 해봤지만.

“F급?

장난해요?”

“경험이 한 번도 없다고요?”

“혹시 기절헌터?”

라는 말과 함께 안된다는 반응이 대부분 이었다.

‘사냥 한번 하기 힘드네.’

재준은 결국 용병 일은 포기하고 컴퓨터를 종료했다.

그때 재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위잉―위잉―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혹시 협회에서 온 연락인가?

재준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헌터 협회 던전 관리과에서 연락드립니다.

헌터 최재준 씨 맞으시죠?>

협회에서 온 전화가 맞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딱딱한 사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준은 기대감에 목소리가 살짝 들떴다.

“네 맞습니다.”

<던전 신청하신 것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아무래도 최재준 헌터님이 던전 공략 경험이 없으시다 보니까 E급 슬라임 동굴하고 개미굴은 힘드시고요.>

“그렇군요.”

<대신에 F급 그렘린 하수구는 F급 혼자서도 공략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오실 수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그럼 제가 보내드리는 게이트 위치로 와주시겠어요?

몇 분 정도 걸려요?>

위치는 아까 헌터 협회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했었다.

“15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앞에서 기다릴게요.>

사무원은 바쁜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재준은 바로 나갈 채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 몰라서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재준이 게이트 앞으로 다가가자 헌터 협회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혹시 최재준 씨?”

“네 맞습니다.”

여자는 통화할 때 느꼈던 딱딱한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안경을 추켜올리며 재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사무적으로 외운듯한 말을 내뱉었다.

“F급 던전에서 나오는 마물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인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요.

대신 마물들에게서 나오는 마석이 값어치가 없어서 돈을 벌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여자는 서류 한 장을 재준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협회 측에서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F급 던전 공략팀에게는 특별 수당을 지급해드리고 있어요.

많지는 않고 50만 원 정도지만요.”

서류에는 방금 여자가 했던 말이 그대로 문서화 되어있었다.

그리고 제일 밑에는 두꺼운 글씨로 '게이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는 협회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 말이었다.

길드에 소속된 헌터라면 길드에서 보험을 들어주지만 헌터 협회의 경우 돈 문제로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길드에 들어서 공략대를 이루는 게 대부분이었다.

재준은 서류에 바로 서명을 하고 여자에게 넘겼다.

“서류는 됐고···.

지금 바로 들어가실 건 아니죠?”

“지금 바로 들어갈 겁니다.”

“..저기요.”

여자는 재준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역시 F급은 이래서 안돼 라는 표정이 보였다.

“아무리 F급이라지만 기본적인 의료용품이나 음식은 챙겨야 가는 거 몰라요?

본인 S급도 아니고.

뭐 그리 당당해요?”

피식.

재준은 가볍게 웃으면서 여자를 지나쳐갔다.

당황한 여자가 재준을 불렀다.

“아,아니 최재준 씨!”

재준은 게이트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뒤를 힐끔 돌아봤다.

“금방 나오죠.”

재준은 여자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할 말을 잃고 게이트를 멍하니 쳐다봤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게이트를 통과하자 눈앞의 배경이 확 바뀌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시멘트벽과 물이 흐르는 어두운 하수구였다.

발목까지 차 있는 물에서는 뭔가 썩는 듯한 악취가 풍겼고 죽은 쥐의 시체 같은 게 떠다녔다.

하수구 깊은 곳에서 조그만 짐승의 울음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파이어’

[파이어를 시전합니다.]

[불꽃의 크기에 따라 마나 소모량이 달라집니다.]

[1초당 마나 100이 소모됩니다.]

재준은 불 마법인 파이어를 시전했다.

상태창에 등록된 유일한 스킬이었다.

화르르륵

재준의 한 손이 불꽃에 휩싸이면서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마나 소모량은 재준에게 전혀 의미 없는 알림이었다.

재준의 마나 수치는 MAX였기 때문이다.

겨우 F급 스킬로는 재준의 마나 수치의 단 1프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화르르륵!

[1초당 마나 500이 소모됩니다.]

재준은 불의 크기를 세배는 더 크게 만들었다.

넘실거리는 불꽃이 손을 타고 천장까지 혀를 날름거렸다.

재준의 뒤로는 두꺼운 철장이 가로막고 있고 앞으로만 길이 나 있었다.

첨벙첨벙.

하수구 앞쪽으로 걸어가는데 익숙한 신호음이 귓가를 울렸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렘린 사냥]

[0/200]

[하수구의 어둠 속에 숨어 사는 그렘린들이 지긋지긋하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몰살시켜라!]

[보상 : 상점 골드 10]

[실패 : 던전 탈출 불가]

‘퀘스트?’

재준은 잠시 멈춰서서 창을 확인했다.

하수구에 사는 모든 그렘린을 죽이라고?

재준은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그러려고 했다.

‘상점 골드는 뭐지?’

상점이라는 것도 있었나?

아직까지 재준에게 [더게이머]의 시스템이 전부 공개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하나하나 벗겨지는 양파 같은 느낌이랄까.

‘퀘스트를 완료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재준은 최대한 숨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을 둘러봤으나 그렘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 숨었나?’

재준은 헌터 협회 사이트에서 그렘린에 대해서 검색을 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사람을 경계하고 빛을 싫어한다고 했나?’

지금 재준의 파이어 때문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나하나 찾아서 사냥하기에는 하수구가 너무 넓었다.

재준이 있던 하수구 통로를 벗어나자 여러 갈림길이 나왔다.

휘잉.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벽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첨벙첨벙

하수구의 더 깊은 곳으로까지 걸어가던 재준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주변을 둘러봤다.

빛이 닫지 않는 안쪽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희미하지만 붉은 빛덩어리 수십 개가 깜빡이며 재준의 주변을 맴돌았다.

꾸루룩

꾸루루룩

그렘린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렘린들은 이미 주변을 포위한 상태였다.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재준을 노려봤다.

‘쪽수로 해보겠다?’

재준은 일부로 천천히 불꽃을 유지하는 마나량을 줄이면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불이 작아질수록 하수구에 숨어있던 그렘린들이 재준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꾸루루룩

꾸루룩

‘한방에 처치한다.’

그렘린들은 겁이 많았다.

그래서 동료가 죽거나 상대가 조금이라도 강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몸을 숨겼다.

재준의 손에서 타오르던 불이 어느새 바로 발밑까지만 비출 정도로 줄어들었다.

꾸루루

꾸루루룩

그렘린은 바로 한발자국 거리까지 다가왔다.

놈들의 빛에 반사되는 수십 쌍의 붉은 눈동자 밑에 바늘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치익

재준의 손에서 불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찾아왔다.

캬아악!

캬악!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수십 마리의 그렘린들이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재준은 웃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