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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37화 (337/337)

Epilogue 3

"자! 숨을 쭈욱~ 내쉬면서! 허리를 굽혀주세요! 복부에 힘주세요 힘!"

요가 수업을 듣고 있는 진보라가 낑낑대며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 내려놓은 휴대전화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아, 휴식시간엔 업무 전화 좀 하지 말라니까.'

그녀가 투덜거리며 눈으로 휴대전화를 살폈다.

사미 아로부터의 연락이었다.

그녀는 강사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얼른 휴대전화를 들고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밖으로 이동했다.

"네, 사미아 헌터님. 무슨 일 있어요?"

사미아의 대답이 들려왔다.

타악.

그녀의 휴대전화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냈다.

"작년 상반기 실적입니다."

마탑 그룹 본사 9층 회의실.

싸늘한 분위기가 휘감고 있는 가운데, 정서진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입이 뚫려 있으면 말씀해 보시죠."

안경 쓴 중년 남자가 달달 떨며 서류를 들었다.

"포, 포션 사업 관련 악재와 시장정체가 영업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적자 폭이 늘어나면서 시장 전망치는……"

"저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정서진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조혁신 정책 실패, 부산물 재료수급 미흡. 앞으로도 포션 사업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 겁니다. 세계의 추세에 맞게 알케미아의 전략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해서는 안 되겠죠."

그가 깍지를 꼈다.

"우리는 제약계에 뛰어들 겁니다."

웅성 웅성 웅성.

"젊고 유망한 제약 회사들을 다수 인수하겠습니다. 포션은 몬스터가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그때 테이블에 놓여 있던 정서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가 손을 들어 모두의 양해를 구한 후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

"예, 정서진입니다."

정서진이 등을 돌렸다.

"네, 그렇습니다. 네."

잠시 회의가 중단되자, 임원들은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렸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전화가 정서진의 분노를 중간에 끊어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사의…….

우탕탕!

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정서진이 충격받은 얼굴로 자리에서 넘어졌다.

"회,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정서진은 팔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미친 사람처럼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끄러졌는지 삐끗하며 무릎을 바닥에 찧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무릎으로 기어서 회의실밖으로 나갔다.

"회장님! 회장님!"

"가, 갑자기 왜 저러셔?"

"솔아! 야, 은솔! 솔쓰!"

책상에 앉아 창밖의 정경을 바라보던 은솔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오늘 수업 끝나고 스벅 신상 먹으러 고고?"

"고."

"하여튼 시크한 척은 다 해요. 근데 혼자 뭐 마셩?"

친구가 은솔의 손에 든 캔을 빼앗아 들었다.

"……솔잎의 눈? 으으, 또 이상한 음료수."

"아 씨! 뒈질래?"

은솔이 다시 캔을 빼앗아 들며 화를 냈다.

"동네 아재들이나 먹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내 맘."

"맨날 똥상 지으며 먹는 거 보면 진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내 맘이라고!"

은솔이 친구가 앉아 있는 의자를 원격조종으로 홱 빼버렸다. 그녀가 꺅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능력! 너 또 교실에서 능력 썼지? 담탱한테 다 이른 다 진짜아!"

"네, 네. 그러시등가요."

은솔이 손을 휘휘 젓고 있는데 벨 소리가 들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그 반응 뭔데? 남자? 몇반? 잘 생김?"

갑자기 교과서가 날아와 친구의 안면에 떨어졌다. 은솔은 다급히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 * *

상계동 통제구역.

"하아. 하아."

차에서 내린 진보라가 숨을 헐떡이며 통제구역으로 뛰어왔다. 수풀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벌써 온 사람들도 있나?'

그녀가 수풀을 걷어내며 공터로 나왔다.

"보라 언니야!"

"잘 지내셨죠?"

먼저 도착한 은솔이 방방 뛰며 손을 흔들었고 수다를 떨던 차도연과 김사랑, 신나라도 인사를 해왔다.

진보라가 웃었다.

"와하, 죽어도 연락 안 되던 바쁜 사람들이 한걸음에 달려온 것 좀 봐."

다들 부정은 하지 않고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허억! 허억!"

그때 머리와 정장에 온통 나뭇잎을 묻힌 남자가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현 마탑주 정서진이었다.

"느, 늦었습니까?"

"아뇨. 딱 맞춰오셨어요!"

다들 반갑게 인사했다. 진보라가 인상을 구기며 다가와 그의 머리에 묻은 나뭇잎을 털어주었다.

"내가 다 부끄럽게 꼴이 그게 뭐야? 누가 보면 자연인인 줄 알겠네."

"미안해. 급하게 오느라."

진보라가 정서진의 나뭇잎을 털어주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워프게이트가 열렸다.

이번에는 사미아와 파라오 한윤정, 홍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홍율 헌터님!"

"다들 안뇽!"

휠체어에 탄 홍율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레전드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차도 연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90도로 인사했고, 김사랑은 살갑게 웃으며 농담을 틱틱 던졌다.

진보라는 한윤정과 사미아를 보고 있었다.

"뭐예요 이 어색한 조합은?"

"거래를 했다."

사미아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탄자니아를 향한 일체의 도발 전쟁행위를 중단하는 대신, 이날이 오면 함께 한국에 데려가 주는 걸로."

"이봐, 계약 조건을 제삼자한테 함부로 말해도 돼?"

한윤정이 얼굴을 붉히며 투덜거렸다. 대답하려던 사미아의 갑자기 눈이 커지며 앞으로 향했다.

"시작한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탁 트인 벌판에 마나가 일렁이며 모여들고 있다. 모두가 미소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몇몇은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서로 손을 잡았다.

"오래 기다렸어."

"드디어 우리도 완전체네요."

재앙이 사라진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행복한 일이었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마음속 어딘가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푸른 광휘가 일렁이며 허공 한가운데로 모여든다.

십수 년 전, 서울에 떨어진 탑의 전설이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재현되고 있다.

"어서 와요."

두 손을 모은 진보라가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선배님."

이제는 새로운 시대-탁 트인 벌판 한가운데 펼쳐진 푸른 광휘가 우뚝 솟은 탑의 형상을 빚어냈다.

-Fin.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작가 일제사격입니다.

연재 시작일인 작년 ~1월 26일부터, 완결인 바로 오늘까지!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신의 이야기를 지켜봐 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 구상할 때는 '과몰입 하는 마법사.'라는 설정으로 시작했는데, 스케일이 이렇게 커져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무시당하던 비전투계 능력자가 공인 1급 찍고 세계의 구원자까지! 쑥쑥 커가는 유신이의 성장이 뿌듯했고 제 자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유신이가 진급할 땐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시도해 보는 무휴일연재, 기무 진출, 그리고 전업작가 생활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네요.

지칠 때도 있었지만 제 글을 보고 즐거워해 주시는 독자분들 덕에 꺾이지 않았습니다. 댓글을 보면서 기쁨에 몸서리치고 방안에서 소리 지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연재하는 내내 행복했던 시간이었네요.

이제는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네요. 저는 글을 쓰는 게 좋습니다.

한 이야기를 완결까지 이끌어가며 배운 점이 많습니다.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로 갈지 고민 중이지만, 다음 작품도 짜임새 있는 에피소드와 매력적인 컨셉으로 여러분의 일상에 톡톡 튀는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감히 약속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유신의 모험에 따라와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완독 목록에 제 소설 <나 혼자만 마탑주>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작가로서 최고의 영광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더 재미있는 차기작으로 인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뒤숭숭한 시기에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작가 일제사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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