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334화
[발신자 표시 제한]
-네, 김유신입니다.
부산항에서 신대륙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왔던 전화 한 통.
바로 홍율로부터의 전화였다.
유신이 전화를 받은 시점에, 그녀는 이미 전투기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 태평양에 가서 네메시스와 결판을 내러 간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유신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결심을 굳히기 위해서인지 이미 마나 폭주 주사를 맞은 상태였다. 상황이 뭐가 어떻게 되든, 그녀는 몇 시간 내에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다.
결국 유신은 설득을 포기하고 딱한 가지만을 요구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으로.
-우리가 네메시스를 몰아붙일 수 있다면, 정신을 회복할 기회가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올 겁니다. 그때 새끼손가락을 들어서 신호하시면 제가 네메시스를 벗길 마법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많이도 필요 없어요. 딱 2초 정도만 몸을 되찾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새끼손가락이 신호였다.
네메시스는 홍율과 융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
치열한 전투 속에서 홍연의 박치기에 얻어맞은 네메시스가 잠시 황금빛 눈동자로 돌아오는 것을 유신이 캐치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홍연의 일격을 맞은 뒤로는 쭉 금빛 눈동자였다.
홍율의 신호를 본 유신은 네메시스의 방해 때문에 마법이 실패한 척, 시전 중이던 8공정의 혼돈을 슬그머니 취소했다.
네메시스는 승리를 확신했고, 유신은 스스로 타이탄이 되려는 척 연기 하면서 계속 그녀의 방심을 끌어냈다. 그리고 정신을 되찾은 홍율의 손에 스펙터를 전이시켜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현재.
홍율의 몸에서 흐르던 적광기가 검은 마력으로 바뀌고 있다. 그녀가 타이탄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타이탄화가 진행될 수록 네메시스가 괴로워 하는 게 느껴진다. 몸을 비틀며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결과적으론 성공이네.'
타이탄 마법을 전수해 준 제6대 마탑주 로이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네를 도우려는 것뿐이야. 잘 생각하게.
-인류가 타이탄이 되는 것이 아니면 재앙을 막을 방법이 없어. 자네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전수해 준 그 마법을 쓰게.
처음에 유신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로이스트가 네메시스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베르나, 로이스트나.
둘 다 제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아."
유신은 넋을 놓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홍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뒤는 부탁해."
"……선배?"
이제 마지막 단계다.
네메시스는 사실상 클리어할 수 없는 재앙이 맞다.
그 누가 네메시스를 죽여도, 네메시스는 계속해서 몸을 바꿔 버릴 것이다. 그녀가 몸을 빼앗는 행위 자체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고통스러워하던 영혼 상태의 네메시스가 결국 홍율의 가슴에서 빠져나와 이번에는 홍연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상황이 조금 틀어졌지만 네메시스는 다시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돌아가려 했다.
수호자의 몸을 네메시스에게 빼앗기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유신은 바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계 창조>
새까만 공간이 유신의 몸을 중심으로 풍선처럼 확장했다.
자신과 대상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공백의 세계.
그 대상은 홍연을 향해 날아가는 네메시스였다.
[무슨 짓을……!]
어둠이 네메시스를 집어삼켰다. 이제는 이 칠흑 속에 유신과 네메시스만이 남았다. 영혼이 된 네메시스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네메시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네메시스가 유신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큭!"
세상이 뒤흔들렸다.
유신은 강한 구토감을 느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머릿속이 뒤엉키며 몸에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유신의 머릿속에 네메시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을 뭐라고 생각해?]
어느새 몸을 지배하던 고통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물음이 머릿속에 자리한다.
[인간은 지성과 감성을 통제할 수 있고 자기비판의 능력을 가진 존재지. 하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의 안락과 이득만을 추구해. 바탕부터가 그렇게 설계된 거야.]
유신의 머릿속에, 그간 인류가 벌여온 끔찍한 행각들이 파노라마처럼 재생된다.
공장 폐수 때문에 강 위에서 배를 내민 채 둥둥 떠다니는 죽은 물고기들.
과잉생산으로 버려진 토마토로 벌겋게 물든 들판.
상아만 베어낸 채 버려진 코끼리 떼의 시체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 총을 쥐여주고 포로 처형을 종용하는 어른들과, 그 옆에서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깔깔 웃는 군인들.
[인간에게 이타적인 행동이란 존재하지 않아. 그들이 주장하는 '선의' 또한 극히 주관적인 성향을 띄는 자기만족 장치에 불과해.]
전쟁. 기아. 오염.
탐욕. 질투. 증오.
수 많은 광경들이 유신의 머릿속에서 흘러지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그런 광경들을 볼 때마다 피해자의 감정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유신은 아비를 쏜 아들이었으며, 쇠틀에 묶여 죽은 원숭이였다. 생생한 경험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끔찍한 분노와 원한과 울분을 머릿속 메모리에 채워나갔다. 온 마음으로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
[인간은 태생부터가 죄악이야.]
평소의 신념과는 다르게, 유신은 네메시스의 사상에 빠르게 감화되는 것을 느꼈다.
이게 바로 사상의 교화.
[정화의 업은 필연.]
네메시스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신의 두 눈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간다.
[나와 함께하지 않을래?]
유신이 입꼬리를 찢었다.
"X까."
그리곤 가슴 위의 마법진에 손을 올렸다.
<인체시술 - 타이탄>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유신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네메시스가 움찔 하더니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이 개자식이 또오오오오오오!]
그녀의 고통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유신은 내심 만족스러웠다.
사상의 융합 도중에 강제로 신체를 타이탄으로 바꾸어 네메시스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됐어.'
네메시스의 교화 상태에서 벗어나자 정신이 빠르게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유신은 신대륙을 건넜을 때처럼, 결계의 크기를 자신의 몸 사이즈로 줄였다.
그리고 걸었다.
마치 홀로 죄악을 짊어지고 걷는 구세주처럼.
웅성거리던 헌터들이 좌우로 물러나며 길을 만들어주었다.
바깥도 거의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세상에서 사라지자 울티오 몬스터들은 프리징이 걸린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안에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설명 좀 해봐!"
바깥에서 싸우던 헌터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그때 내부에서 온 헌터들이 이어마이크로 상황을 보고 했고, 그제야 모두가 아연실색하며 유신을 보았다.
'네메시스를 자기 몸에 가뒀다고?'
오래 걸리지 않아 유신의 시야에 마탑이 보였다.
조금 떨어져 있던 마탑을 사미아가 근처로 옮긴 것이다.
멤버들은 모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치열한 전투를 겪은 뒤라 슈트가 피로 시뻘겋게 물들었거나 다리를 저는 등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유신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다들 괜찮아요?"
그 말을 기점으로 주위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유신은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가 당장에라도 유신에게 뛰어들 기세였지만, 고작 수 미터 앞에 서로가 있었지만.
그들은 엄연히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 우주 반대편처럼 서로 먼 거리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가 한계.
유신은 제일 앞에 있는 진보라를 보았다.
"돌아온다는 약속. 못지킨 게 아니라 진행형이라고 생각해 줘."
"……선배님."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솔이를 잘 부탁해."
그녀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은 손목을 들어 올렸다. 진보라가 건네준 풀 팔지는 반쯤 타들어갔지만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다.
"난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녀는 대성통곡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사미아와 김사랑 이 양옆에서 진보라를 부축했다.
"서진아."
"예, 탑주님."
정서진도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다음 마탑주는 너야. 재앙이 사라진 세계에선 마법 실력보다는 다른 능력들이 더 필요할 거야. 네가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해."
정서진은 고개를 숙였다.
"탑주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남은 사람들을 잘 부탁해. 그리고 내가 억지를 부릴 때도 묵묵히 따라와 줘서 고마웠다."
"제가 더 영광이었습니다."
유신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얼굴이 엉망인 은솔이 보였다.
"솔이, 일루와. 요 말괄량이."
"으어어어엉, 오빠야아아아!"
"건강하고, 맨날 다이어트한다고 끼니 거르지 말고, 그리고……"
유신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다니던 학교는 졸업하자. 알았지?"
그녀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은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예린에게는 정말 잘 해왔고 지금처럼만 하라는 이야기를, 차도연에게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사미아와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사랑에게는 보너스를 약속했다.
"야."
높은 울림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한윤정이 눈이 벌게진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잘린 팔은 엘릭서를 부어 회복시켰는지 붕대로 감싸고 있었다.
"아주 현자 났네, 현자 났어. 이번에도 너 혼자 짊어지려고? 니가 뭐 신이라도 돼?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끝까지 말도 안 해주고……!"
유신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말 안 해줘서 삐졌냐?"
"닥쳐! 사람이 진지하게 말하면 좀……!"
결국 그녀도 울먹임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유신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
"희생이 아니라 최선. 난 언제나 최선을 선택할 뿐이야."
그녀와는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갈게.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꺼져. 그리고 꼭 돌아와."
"당연하지."
유신은 한윤정과도 이별하고 마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냐?"
그 목소리에 유신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오고 있는 홍율이 씩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협회장님."
"개뿔, 이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누나라고 불러."
"네, 누님."
"뒈질래?"
유신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홍율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슥슥 문질렀다.
"그거 100% 타이탄 마법이 아니라 인스턴스형 마법이에요."
유신이 입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릴 거예요. 보라가 약 보내드릴 건데 5년간 꾸준히 복용하세요. 안 그럼 후유증으로 미쳐 버릴 수 있어요."
"내가 지금 당장 너 땜에 미치겠는데 뭔 약이야."
그렇게 말하며 홍율은 한 걸음 다가왔다.
"5년 만에 보는 우리 유신이. 보자마자 또 헤어져야 하는 거야?"
"죄송해요."
"뭐, 그래도."
그녀가 주먹을 뻗었다.
"역시 내 새끼답다 진짜."
유신도 주먹을 뻗는 시늉을 했다.
주먹이 닿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인사했다.
"너 같은 애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X발. 다 이 누나가 능력 딸리는 탓이지. 누굴 탓하겠어."
"아녜요. 네메시스전은 누나의 결정적인 역할 덕분에 이긴 거예요."
"그런 소린 X까고."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유신을 보았다.
"돌아와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네."
홍율과도 헤어져서 이제는 마탑의 문 앞. 마지막에는 홍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섰다.
피차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잠시 작별이네."
유신이 운을 떼자, 필사적으로 참고 있던 홍연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흐느낌을 참았다.
"정말……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요?"
"이 방법이 최선이야. 그리고 전에 말했듯."
유신이 검지를 들고, 홍연을 가리키며 웃었다.
"이제는 네가 날 구해줄 차례야. 그러면 되잖아?"
"……선배."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마법진을 슥슥 그리기 시작했다.
"잠깐, 너 지금 뭐 하는……!"
"따라 하는 거예요. 두 번이나 본 그 마법."
홍연은 아까 유신이 그렸던 '인스턴스 타이탄' 마법진의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유신의 눈이 부릅떠졌다.
마력이 돌아가고 있는 이 흐름은 틀림없이.
'서클……! 어느 틈에 완성한 거야?'
그녀는 스스로의 몸에 간이 타이탄화 마법을 걸고는 유신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꼬로로로록!
그녀의 두 발이 붕 떠올랐다.
마치 검은 바다와도 같은 심연, 유신 혼자 남은 그 세계에서 그녀는 헤엄쳐 유신에게 다가왔다.
"위험하잖아! 이게 뭐하는 짓……!"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가와, 유신의 입에 키스했다.
"……."
유신은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그녀를 붙잡고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두 사람은 둘뿐인 세계에서 격정적으로 키스했다.
타이탄이 된 그녀에게 네메시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바보야."
오랜 시간 키스를 하고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한번 하려고 그 위험한 마법을 자기 몸에 걸어?"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 지었다.
"몇 번이고 할 수 있어요."
그녀가 유신의 손을 잡아 들어 두손으로 꼭 쥐었다. 그러곤 이마를 톡 하고 올렸다.
"약속할게요. 제가 반드시 선배를 구해내겠어요."
"……그래. 기다릴게."
다시 유신의 세계가 움직인다. 홍연의 몸은 물살에 밀려나듯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고맙다."
그렇게 유신은 홍연과도 이별했다.
짙은 여운을 느끼며 마탑의 정문앞에서 걸음을 멈춘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탑 멤버들은 물론, 신대륙에 넘어온 수십만 명의 헌터들이 유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유신은 이어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저를 따라 신대륙에 와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희생된 사람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세요."
유신은 가슴에 달고 있던 인류 총사령관의 훈장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천천히 마탑의 정문을 짚고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나 마탑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유신은 그동안 모두와의 추억이 살아 있는 1층 로비를 둘러보았다.
관리자들이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환상처럼 그려졌다.
유신은 애써 고개를 돌리고는 로비를 지나 마법진 엘리베이터를 탔다.
제9층, 마탑주의 방.
유신은 책상에 올려져 있는 차원좌표 목걸이를 목에 건 다음, 마법진이 그려진 침대 위에 누웠다.
"에아, 시작해 줘."
-…… 알겠습니다.
에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마탑 행성 전이 프로토콜 발동.
-본 행성은 가망이 없음을 확인. 다음 재앙이 의심되는 마나 행성으로 이동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유신은 눈을 감고 말했다.
"동의한다."
주위의 마나가 파란 물방울이 되어 올라온다.
유신은 눈을 감고 침대 위에 그려놓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신대륙을 건널 때 쓰던 인스턴스가 아니다.
매개체를 이용해 만드는 100% 오리지널 마법.
<레퀴엠>
화아아아아악!
마법이 발동되며, 유신의 정신은 누구도 깨울 수 없는 의식세계의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간다.
"부디 편안한 여행 되시길."
빛무리와 함께 내려온 에아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구원자시여."
그렇게,
유신과 네메시스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