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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32화 (332/337)

나 혼자만 마탑주 332화

"어…… 언니?"

홍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언니, 언니! 대체 어떻게!"

흥분한 홍연이 다가가려 하자 유신이 팔을 뻗어 막아 세웠다.

"진정해. 뭔가 이상하지 않아?"

홍율은 여유롭다 못해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도 예전과 달랐다.

거칠고, 터프하고, 야성적인 느낌의 그녀가 지금은 세상을 초월한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유신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뇽, 내 새끼."

유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5년 만이야, 유신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그만."

유신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그 몸으로 지껄이지 마. 네메시스."

"제법 눈치는 빠르네?"

싱긋 미소 지은 그녀가 다리를 풀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황금빛 눈동자가 변색되더니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농담……이죠?"

홍연이 유신의 옷자락을 꾹 쥐며 말했다. 멘탈이 상당히 나간 듯,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달달 떨리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 줄까?"

그녀가 홍연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희보다 여기 먼저 온 사람이 있었어. 그래, 너희 인류의 공략대 전체보다, 그 한 명이 더 앞섰지."

홍율, 아니, 네메시스는 당황해하는 홍연과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멸망을 앞둔 세상이나 자매의 어긋난 재회.

이 모든 게 그저 여흥에 불과해보였다.

"그녀는 단독으로 전투기를 타고 신대륙 수만 미터 상공에서 몸을 던졌어. 수십 겹의 막을 부수고 내려와 기어코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지."

그녀가 등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뼈마디가 삐거덕거리고 살갗은 문드러진 병자의 몸으로 내게 싸움을 건 거야. 그동안 쭉 이 행성을 지켜 봐 왔지만 수호자 말고는 날 상처입힐 인간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손길이 쓰러져 있는 네메시스의 하얀 몸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는 그 인간에게 패했어."

"……!"

"마력 폭주 주사를 자기 몸에 수십발씩 꽂고, 고통과 광기에 취해 울부짖으면서 덤벼들더라. 그건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였지. 지금까지 수 많은 세계를 무너뜨렸지만 그런 인간은 만나본 적 없었어."

그녀는 가슴을 감싼 붕대를 살짝 당겨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붉은 붕대가 핏물이 새어 나오며 더 붉게 변했다.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상처였다.

"그래, 그 인간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몸으로 나와 공멸하려 했던거야."

"그만! 그만!"

홍연이 부르르 떨며 소리쳤지만 네메시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실제로 날 죽였어. 인정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날 죽인 뒤는 생각 못한 것 같네."

유신은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무렴 어때?"

네메시스가 이를 보이며 웃었다.

"결국 나는 최강의 몸을 손에 넣었어. 이제 너희들이 대영웅이라고 부르며 칭송하는 이 몸으로 세상을 멸망시킬 거야. 재미있겠지?"

"……절대로."

홍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온몸에서 시뻘건 적광기가 피어올랐다.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겠습니다. 내 몸이 부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을 막겠습니다."

"흐응."

그러자 네메시스의 몸에서도 적광기가 폭발적인 기세로 피어올랐다.

[한번 해봐.]

그녀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 * *

대영웅 홍율.

여동생인 홍연이 공인 1급이 되자, 홀연히 은퇴를 선언하며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표면적 은퇴 이유는 부상의 악화.

사실 적광기는 인간이 다루기엔 너무나 위험한 힘이었다. 20대 최전성기 시절의 그녀에게는 문제없었지만, 나이를 먹고 부상을 연이어 입으며 적광기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내린 뒤로는 힘을 쓸 때마다 그녀의 몸이 망가져 갔다.

수명을 깎는 대가로 얻는 거대한힘. 그럼에도 그녀는 그 어떤 헌터보다 많은 전장에서 뛰었다.

그런 홍율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 후엔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에도, 함께 싸운 동료들에게도, 가족인 홍연에게도 마찬가지.

그저 세상에서 지워진 것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대영웅이 작정하고 몸을 숨기니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홍연도 그간 언니가 겪은 아픔을 알고 있었기에, 무리해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뿐이다.

정부에서 홍율을 찾으려고 할 때는 펄쩍 뛰며 반대하기도 했다.

언제나 헌터의 수는 부족했고, 은퇴를 선언한 대선배들이 죽을 때까지 전장에 뒹구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으니까.

그래서 홍연은 다른 사람들이 홍율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싫어했다.

하지만 사실 홍연은 알고 있었다.

홍율의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그녀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결국 홍율은 돌아왔다.

다시 전장으로.

답답한 후배들을 등지고, 쥐꼬리만큼 남아 있는 그 수명까지 불태워 가며, 그녀는 네메시스와 홀로 싸웠다.

만약 네메시스가 죽은 뒤에 상대의 육체를 빼앗는 힘이 없었더라면, 홍율은 단신으로 이 세상에 평화를 선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되지 않았다.

"후우우우우."

유신은 길게 심호흡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대체 이런 일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하는 걸까.

재앙. 그리고 마인.

이렇게 인간의 마음을 멋대로 짓밟고 재단하는 저런 존재가 끔찍할 만큼 증오스러웠다.

<디포메이션 마에스터>

유신은 청색의 깃털을 휘날리며 화려한 청의로 갈아입었다.

"지긋지긋해."

그가 오른팔을 들자 허공에 무수한 마법진들이 펼쳐졌다. 그 마법진들 앞으로 버프 마법진들이 펼쳐졌다.

<파이어캐논 - 가속, 증폭>×1000

"여기서 다 끝내자. 재앙."

[그거 좋네.]

최후의 재앙은, 홍율의 얼굴로 웃고 홍율의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공략대를 한 명도 남김없이 없애면, 인류는 항복하려나?]

유신이 거칠게 팔을 휘두르자 화염구들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에 네메시스가 '얍'하는 소리를 내며 장난스럽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장난스러운 주먹질에 뻗어 나간 붉은 파장이 천 개가 넘는 파이어캐논을 없애고 후방에서 있던 헌터들까지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아아아아아악!

몰아치는 후폭풍에 헌터들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뿌리뽑혔다.

[좋은데.]

그녀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뒤로 돌아온 유신이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그림 같은 발차기를 날렸다.

터엉!

"……!"

유신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상대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반응했다. 곧게 뻗은 검지가 유신의 다리를 정확히 중간에서 차단한 것이다.

데바스타까지 터졌지만, 그녀는 어떤 타격도 받지 않은 듯 멀쩡히 제자리에서 있었다.

[접근전을 하는 마탑주라. 특이하네.]

후우우우우우웅!

그때 전면의 자욱한 폭발 연기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며, 홍연의 검이 수직으로 내달렸다.

터업!

하지만 이번에도 네메시스는, 검지와 중지만으로 검을 받아냈다.

[하지만 약해.]

두 사람이 부들부들 떨며 다리와 팔에 힘을 가했지만 네메시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산과 맞서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약해. 약해. 약해. 약해.]

네메시스가 교차한 두 팔을 펼치자 적광기가 그녀의 몸에서 원을 그리며 폭발했다.

두 사람은 다급히 공격을 중단하고 폭발의 반경에서 빠져나왔다.

[수호자와 마탑주. 너희 둘이 인류최강 아니었어?]

그녀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오른팔을 당겼다.

[이 여자 쪽이 애피타이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메인디쉬였네.]

"피해!"

네메시스가 휘두른 주먹의 방향으로 붉은 기둥이 뻗어 나갔다. 반응할 새도 없이 헌터 다섯이 화력에 휘말려 사라졌다.

[재밌어, 이 몸.]

다리를 크게 내디딘 그녀가 이번에는 허공에 연타를 날렸다. 그때마다 슈트로 무장한 헌터들의 몸이 펑펑터져 나갔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그때였다. 네메시스의 머리 위에서 주먹을 불끈 쥔 가브리엘이 번개처럼 들이닥쳤다.

터어어어엉!

가브리엘의 일격이 그녀의 등에 틀어박혔다.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신음을 흘렸고 주위의 돌바닥이 파편처럼 솟구쳤다.

"머, 먹혔다!"

"역시 가브리엘이야!"

그러나 정작, 주먹을 내지른 가브리엘의 표정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쫄았잖아.]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가브리엘의 주먹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

꾸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살과 뼈 따위가 압축 프레스에 짓눌리는 소리가 나며,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고깃덩이가 삐져나왔다.

"크으으으읍! 크으으으으!"

악에 받친 가브리엘이 반대쪽 주먹을 네메시스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카드드드드득!

그녀는 얼굴을 적광기로 보호했다.

가브리엘의 호박만 한 주먹이, 믹서기 날에 부딪힌 크림 케이크처럼 갈려나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극도의 고통에 가브리엘이 울부짖었다. 네메시스는 팔을 뻗어 그의 입을 우악스럽게 붙들었다.

[꽥꽥 소리 지르는 입은 질색이야.]

"끄륵! 콜록! 그, 그만……! 제발!"

가브리엘이 부들부들 떨며 애원하자 네메시스는 즐거운 여흥에 깔깔대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표정은 사랑해~]

붙잡은 얼굴을 놓아준 네메시스가 그대로 반대쪽 주먹으로 턱을 쳤다.

가브리엘의 목이 뽑혀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이럴 수가!"

유신에게 밀렸지만, 가브리엘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선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헌터였다.

네메시스는 그런 그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모두들 정신 차려!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샴이 소리쳤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쏴! 화력이 남아 있으면 지금 다 퍼부어!

헌터들이 자세를 다잡으며 총기 디바이스의 방아쇠를 당겼다. 마력탄과 각종 고유 능력들이 쏟아졌지만 네메시스가 두른 적광기에 모조리 갈라지고 찢어졌다.

-중력 능력이 통하질 않습니다!

-저주 효과까지 적광기가 찢어버립니다!

-어떻게 돼먹은 힘이야?

홍율의 무력이 몬스터와 마인들에게로 향해 있을 때는 몰랐지만, 적으로 돌아서니 이렇게 상대하기 괴로운 능력도 없었다. 게다가 네메시스가 장악한 그녀의 몸은 전성기 이상의 힘을 내고 있었다.

"다들 물러나세요."

홍연이 검을 붙잡고 걸어 나왔다.

"어쭙잖은 공격은 방해가 될 뿐이에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유신은 하늘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홍연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분노, 슬픔, 절망, 죄책감. 수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검을 붙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유신은 이어마이크를 붙잡고 말했다.

"연아, 침착해."

-네, 선배.

그녀가 자세를 낮추었다.

-저는 침착합니다.

그녀가 돌바닥을 박살 내며 앞으로 날아갔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도 되지 않을 시간에 30M의 거리가 1로 좁혀졌다. 홍연이 검을 휘둘렀고, 네메시스가 주먹을 뻗었다.

터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검과 주먹이 부딪쳤다고는 생각하기도 힘들, 폭발적인 굉음이 울려퍼졌다.

홍연의 금안이 번뜩이며 연격으로 넘어갔다.

검이 수백 갈래로 휘둘러 지며 붉은 사선이 하늘에 수없이 그려졌고, 네메시스는 스텝을 밟으며 궤적이 다가오는 사이 사이마다 주먹을 꽂아넣어서 파훼했다.

귀가 먹먹하다.

세상천지가 붉은 불똥과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붉은 타격이 터진 곳으로 지면이 움푹 들어가거나 쩍쩍 갈라지며 지형이 마구 뒤바뀐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싸움이란 말인가? 헌터들은 전율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두 사람의 싸움엔 지상도 좁았다.

어느새 하늘로 날아오른 두 사람이 적광기를 허공에 터뜨리며 공방을 주고 받았다.

촤아아악!

네메시스의 다리가 홍연의 뺨에 검상과도 같은 상처를 내고 지나간다.

홍연은 함성과 함께 허리의 검집을 뽑아 내질렀고 이번엔 네메시스의 복부에 상처가 흐른다.

적광기 능력자에게 검과 검이 아닌 것의 경계가 없다. 손에 잡은 건 뭐든 세상 무엇도 벨 수 있는 명검으로 둔갑시킨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두 사람의 주먹과 검이 다시 한번얽혔다가 흩어진다.

그때 네메시스의 옷이 덜렁거리며 그녀의 복부가 드러났다.

"……!"

홍연의 눈이 커졌다.

발달한 복부 근육 사이로, 무수히 많은 갈라진 상처와, 주사 자국 등이 보였다.

[이 여자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니? 수호자.]

네메시스가 웃었다.

[미련한 인간이야. 안쓰러울 정도로 미련해. 대영웅이라고 불릴 만큼 수 많은 재앙에 참전했던 것도, 그렇게 몸 다 상해가며 쫓기듯 싸웠던 모든 게, 사실은 하나 남은 혈육을 위한 일이었단 걸 동생은 알려나 몰라?]

"……."

[그녀는 동생을 위해선 뭐든 양보하지. 자신의 힘도, 지휘도, 심지어.]

네메시스의 주황색 눈동자가 유신을 향해 움직였다.

[마음까지.]

까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주먹과 검이 얽히며 불통이 튀겼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혀를 멈추지 않았다.

[그거 알아? 사실은 네게 적광기를 쏟아부은 뒤로 그녀의 적광기 면역체계가 무너졌다는 걸.]

[적광기 전수 중 네가 아프다고 울부짖을 때, 그녀는 뒤에서 피눈물을 쏟아냈다는 걸.]

[널 위해, 전부 널 위해서.]

홍연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지만 당신은 내 언니가 아니야!"

카가가각!

주먹과 검이 불똥을 튀며 힘 싸움을 하는 그때.

네메시스가 미소를 지었다.

일그러진 미소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순간, 홍연의 검에 힘이 빠지며 궤적이 옆으로 비틀어지고, 그 빈틈을 네메시스의 팔이 뻗어왔다.

적광기를 두른 우악스러운 손길이 홍연의 얼굴을 찢어놓으려는 순간.

으적!

수직으로 내달려온 검은 궤적이 네메시스의 안면에 꽂혔다.

-침착하라니까!

데바스타를 켠 유신이 네메시스의 안면을 발로 짓밟은 채 수백 미터를 내려왔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그대로 지면과 충돌, 바닥에 순식간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이게……!]

네메시스가 팔을 뻗어 다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윙골렘을 켜서 물러난 유신이 팔을 뻗었다.

<아마겟돈>

하늘에서 유성들이 쏜살같이 내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네메시스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유성들이 내려오는 중간에 깨져서 폭발했다.

하늘이 화산재로 뒤덮였다.

'아직 안 끝났어!'

<라크나로크>

유신이 이를 악물며 두 팔을 비틀었다.

네메시스를 중심으로 지면이 살아 있는 것처럼 꺾여 올라갔다. 그녀가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유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꾸드드드드드드드득!

지반이 둥글게 말리며, 그대로 중심을 향해 모여든다.

네메시스는 거대한 흙공 속에 갇혔다. 유신이 손바닥을 올리자 흙공이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그러곤 주먹 쥔 손을 옆으로 비틀었다.

까드드드득!

흙공이 압축되며 크기가 반의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7공정이라도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중심부로부터 금이 가며 적광기의 붉은빛이 새고 있었다.

유신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다음 7공정을 준비했다.

<글레이셜 피리어드(Glacial Period)>

하늘에 떠오른 흙공의 표면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이내 미스릴 급의 강도를 자랑하는 고강도의 얼음이 흙공을 뒤덮었고, 이제는 지면을 뒤덮다 못해 빙하를 형성했다……흙공의 20배가 넘는 굵기로 퍼져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에는 얼어붙은 소행성 하나가 만들어졌다.

"……실화냐?"

"이젠 놀랄 힘도 없다."

헌터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유신은 바닥으로 내려와 크게 숨을 내뱉으며 두 다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오른팔을 크게 뒤로 당겼다. 유신의 마력이 빠르게 그의 손 안으로 모여들었다.

마지막은 총통마저도 무너뜨린 회심의 일격.

<둠스데이 (Doomsday)>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모든 것을 분쇄하는 푸른 섬광이 얼음 소행성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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