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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31화 (331/337)

나 혼자만 마탑주 331화

대량의 미사일들을 쏟아낸 워프게이트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 화력 지원이면 충분했다. 공략대는 약해진 울티오 군단을 향해 진군했고, 기어이 철벽의 진형을 뚫어내는데 성공했다.

"가진 카드는 다 털었어."

유신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젠 진짜 우리 힘만으로 뚫어야해."

"네."

거침없이 전진하는 공략대의 앞에, 드디어 핵심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선명히 보이는 붉은 막.

대서재 기록에서의 묘사와 동일하다. 저 내부가 바로 네메시스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마력. 틀림없이 네메시스는 저기에 있다고 유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신대륙 전역에서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준비하도록. 휴식 없이 계속 간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을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진군했다.

-7시 방향 비행형 몬스터 다수 접근!

"끝도 없군."

최강의 염력 능력자 사무엘이 날아올랐다. 그의 손가락이 춤을 추자 비행형 몬스터들이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맥주캔처럼 짜부라졌다.

"위는 내가 맡을 테니 신경 쓰지 말…"

선혈이 튀었다.

난데 없이 사무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사, 사무엘 님!"

"방금 뭐가……"

퍼억! 퍽!

최전방 헌터들의 몸에도 구멍이 뚫리며 허물어졌다.

"적습이다!"

"어디서 공격하는 거야?"

주위를 훑던 베테랑 헌터들의 시선이 이내 전면으로 모였다.

네메시스가 있는 붉은 막. 바로 그앞에 일렬로 서 있는 몬스터들이 뭔가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저렇게 멀리서 쐈다고?"

일반적인 울티오 계열 몬스터들과는 달랐다.

마치 적색 갑주를 입은 기사처럼 전신을 붉은 뼈로 감싸고 있었고, 장창을 연상케 하는 과대하게 큰 한쪽 팔을 헌터들 방향으로 겨누고 있었다. 장창의 끝에는 작은 구멍이 보였다.

그들의 팔이 덜컹거리며 반동하자, 한 줄기의 궤적이 음속을 돌파한 속도로 내달려 헌터들의 몸에 숭숭 구멍을 뚫어냈다.

-아군 피해가 너무 크다! 공중 전력으로 부터의 화력을 요청한다!

-좀 더 접근해야 합니다!

-마력 반응 다수! 지면을 조심하십시오!

쿠르르르르르릉!

이번엔 바닥이었다. 모래를 뚫고 뱀과 같은 형상의 울티오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이 구토를 하듯 입을 벌리자 점액이 묻은 작은 몬스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지상에 몬스터 출현! 추정 5, 000기 이상!

-공중에서 2, 000기의 비행형 몬스터 접근 중!

-이것들이 갑자기……!

인류가 본진 앞까지 도달한 만큼 네메시스 측도 필사적이었다. 이제는 양측이 총공세다.

헌터들이 다시금 돌파 진형을 짜려고 했지만, 전면에서 쏟아지는 붉은 울티오의 공격에 최상위급 헌터마저도 구멍이 뚫려 허무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모두들 흩어지기에 바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방의 울티오 잔당들도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포위당한다.

보다 못한 유신이 이어마이크를 붙잡고 소리쳤다.

-여기는 총사령관, 진형 유지는 포기합니다. 지금부터는 개인 생존에 집중하고, 죽을 힘을 다해 네메시스까지 달리세요. 뒤처지면 죽음뿐입니다.

* * *

처절한 전투가 이어졌다.

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붉은 울티오 때문에 진형을 유지하는 게 큰의미가 없어졌다.

거의 '작은 둠스데이'를 슝슝 날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단적인 화력. 헌터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섬광에 휩쓸려 사라져 갔다.

어떻게든 접근해서 저 붉은 것들을 제거해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좌우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공세가 거셌고, 지면에 솟아 나온 몸길이가 40M가 넘는 초대형 몬스터들이 팔을 휘둘러 대고 있었다.

"선배, 이번에야말로 제가 가겠습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커지자 결국 홍연이 나섰다. 유신도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쉘터에서 빠져나간 그녀는 아군 진형 앞으로 뛰어나가 이어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대한민국 협회장 홍연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총사령 대리로 지휘하겠습니다.

헌터들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그녀를 알고 있었다. 처음엔 대영웅의 여동생으로, 이제는 극악 극강의 헌터라는 악명으로.

그때 그녀를 향해 붉은 울티오의 섬광이 날아왔다.

카가가각!

뒤를 돌아본 그녀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러 섬광을 튕겨냈다. 그것은 역으로 날아가 한 붉은 울티오의 가슴을 꿰뚫었다.

말도 안 되는 묘기에 헌터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우리가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현 상황에서 인류의 희망은 우리 뿐입니다. 우리가 주저앉으면 오라클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

-일어나세요. 그리고 달리세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홍연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을 강하게 디뎠다. 붉은 스파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전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다른 헌터들도 그제야 힘에 겨운 신음을 토하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상황은 더 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이었다.

상대는 하나하나가 강력한 울티오 계열 몬스터들이다. 어딜 가면 한 길드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실력자들도 여기서는 한 명의 병사에 불과했다.

비행 전력 쪽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 하늘에서 천공성이 자욱한 연기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었고, 유령선은 산산조각이 나서 초대형 몬스터의 입에 들어가고 있었다. 유령대 헌터들이 다급히 난파된 배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유신은 쉘터 안에서 눈을 시뻘겋게 뜨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인 3급 안세현, 머리가 날아가며 사망.

공인 3급 장웨이,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사망.

공인 2급 자이언트, 가슴에 구멍이 뚫리며 사망.

공인 2급 나이트워커, 전신이 잿더미가 되며 사망.

유신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이 나서봐야 상황은 반전되지 않고, 네메시스 보스전에서의 승률만 떨어질 뿐이다.

내가 데려온 사람들의 죽음을 짓밟고 올라가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공인 3급 스콜피온, 심장이 관통당해 사망.

공인 3급 오호승, 몬스터에게 뜯어먹히며 사망.

공인 2급 임남진, 관통사.

공인 1급 그리즐리, 과다출혈로 사망.

유신을 태우고 있는 소라게 괴물도 이제 한계였다. 붉은 울티오의 저격에 구멍이 숭숭 뚫리더니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엎어졌다.

유신은 재빨리 몸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퍽! 퍽! 퍽!

붉은 울티오의 후속 공격에 쉘터는 고깃덩이가 되었다.

유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직접 자신의 발로 뛰었다. 저 정교한 원거리 공격 앞에서 윙골렘을 켜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건 날 쏴달라고 광고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탑주! 전면입니다!

유신이 보고 있는 시야에서 갑자기 노란색 섬광이 들이닥쳤다.

<데바스타>

거의 본능적으로 발동시킨 데바스타 덕분에 유신의 몸이 옆으로 튀어나가 흙바닥을 뒹굴었다. 그 뒤의 헌터 다섯 명은 다리만 남은 채 풀썩풀썩 쓰러지고 있었다.

"망할……!"

유신이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주홍색 눈동자의 울티오가 마나블레이드를 치켜들고 있었다.

<플레임 타우로스>×10

몬스터의 몸에 즉각 마법진들이 그려지며 폭발했다. 거의 동시에 주홍색 검격이 자욱한 폭발 연기를 가르며 내려왔다.

"큭!"

유신은 발을 굴려 뒤로 피해냈다.

역시 스피드 타입의 마법으로는 저 단단한 외피에 타격을 줄 수 없다.

이게 울티오 몬스터의 평균이라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울티오가 재차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대표님!"

조용희가 뛰어와 독으로 범벅이 된 오른팔로 울티오를 붙잡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발버둥치던 울티오의 몸이 이내 축 늘어졌다.

"조용희 씨!"

"괜찮으십……!"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유신의 동공이 허망하게 흔들렸다.

전면에서 섬광이 날아왔고, 조용희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구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었는데 손도 쓰지 못했다.

-탑주!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유신은 이를 악물고 계속 달렸다.

섬광이 빗발치고 몬스터들의 집요한 공세가 이어지지만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총사령관님을 보호해!

몇몇 헌터들이 유신을 알아보고 호위해 주었다.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대신 상대해 주기도 했다.

유신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전장에서 이탈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다행스럽게도, 선두에서 달리던 홍연이 몬스터들을 돌파해 드디어 붉은 울티오에 도달했다.

악에 받친 그녀가 함성과 함께 검을 휘두르자, 미사일도 막아내던 붉은 울티오들의 몸뚱이가 쩍쩍 갈라졌다. 뒤따라 합류한 베테랑 들도 홍연을 따라 붉은 울티오 제거에 합류했다.

"빌어먹을!"

한 헌터가 울티오의 심장을 창으로 미친 듯이 찌르며 말했다.

"대체 이 새끼들 때문에 몇십만 명이 죽은 거야?"

"……."

끔찍한 악몽과 같던 붉은 울티오는 정리되었고,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는 강박에서 빠져나온 헌터들은 한숨 돌리며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선배!"

모든 붉은 울티오를 제거한 홍연이 유신에게 뛰어왔다.

유신은 숨을 헐떡이며 그녀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난 괜찮아.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 조용희 씨도."

"저도 오호승 헌터를 잃었습니다."

그녀가 눈을 꾹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떠서 네메시스의 붉은 막을 바라볼 때는 결연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이제 싸울 준비가 된 모양이다. 유신은 이어마이크에 손을 올렸다.

"여기는 총사령관. 시간이 없으니 지금 당장 네메시스의 영역에 진입하겠습니다. 보스전은 공인 2급부터 진입을 허용합니다. 3급 여러분은 밖에 남아서 다른 울티오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세요."

곳곳에서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신은 손을 내리며 말했다.

"가자."

"네."

두 사람을 시작으로 헌터들은 네메시스의 영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붉은 막 내부로 들어오자 주위의 배경이 바뀌었다. 불길한 적갈색의 하늘에 붉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두 사람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유신은 눈을 깜빡였다.

"아래다."

유신이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훨씬 큰 해군 제복을 입은 소녀가 옷을 질질 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제독…… 이십니까?"

"면목이 없군, 두 번 죽었다."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는 샴의 말에 유신은 속으로 웃었다. 이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진짜 생존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아, 죽는 줄 알았어."

녹초가 된 한윤정이 유신의 곁으로 다가왔다.

마나 고갈 증상을 보이는 듯, 눈밑이 새까매졌고 중간중간 힘에 겨워 비틀거리기도 했다.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묘지기들 피해는 어때?"

"궤멸 수준."

그녀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반드시 복수하겠어."

유신과 한윤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밖에도 가브리엘, 마리, 루치아등 상위 헌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팔다리 한쪽이 없거나, 피투성이가 되는 등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회복 능력자들이 빠르게 응급조치를 했다.

"총사령관님! 앞에……!"

그때 전면에 자욱하던 붉은 안개가 서서히 걷혀가며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이제 나옵니다! 네메시스입니다!"

"전원 대비!"

헌터들이 손에 쥔 무기에 힘을 주고는 걷혀가는 붉은 안개를 응시했다.

"저게 네메시스라고?"

붉은 안개가 흐려지며 몸길이가 거의 200M에 육박하는 몸집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체는 없고 나무뿌리처럼 몸이 바닥에 고정된 형태였으며 온몸이 새하얀 뼈 장갑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네메시스는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부근이 기형적으로 꺾인 채 비틀어져 있었다. 곳곳에 청색의 피가 가득했다.

"……죽은 거 아냐?"

한윤정의 말에 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재앙의 주체인 네메시스가 죽었다면 이 재앙 전체가 멈춰야 했다.

"계속 수색해 보겠습니다. 절대 방심하지 마세요."

헌터들은 네메시스를 향해 점점 접근해 들어갔다. 꽤 지근거리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네메시스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킁킁.

냄새를 맡던 마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불길한 마력이 느껴져."

"저기 누가 있다!"

누군가의 외침에 유신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망가진 네메시스의 몸뚱이에 누군가 걸터앉아 있었다.

사람이었다.

"누, 누구야?"

"……벌써 네메시스를 잡았다고?"

유신은 데바의 눈을 최대한으로 확장한 채 앞을 응시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사고가 멈춰 버릴 정도로 전위적인 충격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홍연도 뒤늦게 그 모습을 보고는 입술을 달달 떨었다.

붉은 머리카락, 고혹적인 황금빛 눈동자, 그리고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줄무늬 정장형 슈트와 그 사이로 보이는 가슴을 감싼 붕대 아이템까지.

틀림없다.

"어…… 언니?"

홍율이 무너져 내린 네메시스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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