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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09화 (309/337)

나 혼자만 마탑주 309화

-케르륵!

-끼이이이이이이!

마나마의 하늘에 열린 균열에서 몬스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는 아이언 골렘들의 보호를 받으며 제자리에 떠 있었다. 채팅창에서는 경악의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여러분, GOT는 균열을 없앤 게 아닙니다."

내가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쌓아뒀던 거죠."

쿠웅! 쿵!

도시 내의 빌딩과 도로, 공원과 골목 등을 순식간에 몬스터들이 점거했다.

"마인들이 정확히 어떤 능력을 썼는 알 수 없지만, 대기 중 운용 마력량과 시간당 마나 소모량을 계산해 봤을 때 지금으로부터 약 6개월. 여러분이 보고 있는 바로 이 현상이 마나마에 발현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에는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다.

"네메시스. GOT의 마인들은 네메시스 발현과 동시에 인류의 뒤통수를 때릴 생각이었습니다. 이곳 바레인은 물론이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크, 이란, 이라크 등 다른 모든 GOT 가맹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채팅창의 반응은 더 없이 폭발적이다.

"GOT는 희망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마인은 어떤 경우에도 인류에 이로운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사람들이 지금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캔슬레이션으로 마인들의 능력을 해제시켰고, 그동안 쌓여 있던 균열들이 일제히 발현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 이론을 증명하는 건 좋지만, 아무리 마인들의 도시라고 해도 균열을 열어버리면 도시에 사는 죄 없는 민간인들이 위험하다는 지적들도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나는 드론 카메라로 시청자들이 도시 곳곳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균열 몬스터들은 떨어지자마자 살인 행각을 일삼는다. 인간들을 찾아 죽이고 곳곳을 요란스럽게 뛰어다닌다.

그런데 균열로 떨어진 몬스터들 모두.

[…….]

쥐죽은 듯이 제자리에서 있었다.

고요했다.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눈알도 굴리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 가만히.

이런 대규모 균열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그에 동반되어야 할 그 어떤 비극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균열 몬스터의 제1 본능은 인간 말살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균열로 떨어진 몬스터들이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 몬스터들의 이런 모습이 뜻하는 바가 뭐겠습니까?"

균열에서 막 떨어진 몬스터들은 자신의 감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간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마치 굳어버린 듯 동상처럼 멈춰 버린다.

이런 몬스터들의 행동을 '프리징'이라고 부른다.

지금 몬스터들이 보이는 행동은 전형적인 프리징 증상이다. 즉.

"사실 이곳 마나마에는 단 한 명의 인간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댓글이 미친 듯이 폭발했다.

"죽었거나, 감염되었거나, 몬스터나 마인이 됐거나, 실험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겁니다. 이 도시에 있는 인간들은 전부 마인들뿐, 이게 바로 GOT의 실상입니다."

-탑주, 완성했습니다.

내가 고개를 들자 에아가 공들여 만든 수십 겹의 버프 마법진의 포대가 깔려 있었다.

나는 마력을 일으켜 그곳으로 깃털들을 날려 보냈다. 모든 위력 증강효과들을 두른 깃털들이 하늘 위로 끝없이 올라갔다.

"그러므로 세계길드 마탑은, 이 '몬스터 소굴'을 정당한 룰에 의거하여 파괴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맑은 하늘에서 붉은 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고 있다면 마치 별똥별이라도 떨어지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마겟돈>

세상 무엇보다 압도적이고 강대한 폭력이 지금 이 도시에 내려온다.

그리고 충돌.

귀에 이명이 울린다. 지상이 불꽃과 점멸하는 순백의 섬광에 뒤덮인다. 높은 빌딩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고, 트럭과 보트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몬스터들은 잿더미가 되어 휘날리고 지반은 무너져서 도시가 통째로 가라앉는다.

압도적이다 못해 전위적인 폭력의 향연에 채팅창의 댓글도 순간 멈췄다.

'이 정도면 됐어.'

나름대로 출력을 조절했다. 그냥 바레인 나라 자체를 바닷속으로 가라앉힐 수도 있었지만, 이 도시 외에 다른 곳에는 민간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제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도시 전체를 뒤덮은 연기와 불꽃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마탑은 GOT와의 전면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인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며, 네메시스 이전까지 마인들을 제거해 두지 않으면 우리 인류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겁니다."

다시 내 시선이 드론 카메라로 향했다.

"GOT가맹국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뿐입니다. 마인을 도와 우리와 싸우거나, 아니면 우리와 함께 마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거나. 마탑뿐만이 아니라 연맹과 세계길드 전부 도와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나는 통신을 종료하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잘 하셨습니다. 탑주.

-꺄아앙! 오빠야 최고!

이마에 흥건한 땀을 소매로 닦았다.

역시 난 방송 체질은 아닌 것 같다.

* * *

GOT가 사실 인류의 뒤통수를 칠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미 서아시아 최고의 헌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사우디는 내 방송당일에 GOT 가맹국 탈퇴를 선언하며, 국내에 머무르고 있던 GOT관계자들과 마인들을 전부 사살했다.

이들이야 뭐, 필요에 따라 GOT 가맹국이 된 것뿐이라서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방송 당일 예멘, 쿠웨이트, 이 크의 상위층이 마탑과 연맹에 연락을 취해왔다. GOT에서 독립하고 싶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였다.

확실한 개입 명분을 얻은 사무총장 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연맹의 최정예 특공대를 파견해서 고위층인사들을 보호하고 마인들의 주요시설을 타격했다.

분위기가 형성되자, GOT를 아니꼽게 보고 있던 M10과 유럽의 강대국들도 앞다투어 나섰다.

그간 자국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파견은 커녕 본인 나라에서만 헌터를 굴리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즉각 중동에 병력을 파견해 대규모 마인 소탕작전을 감행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이번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정서진의 해설에 의하면 중동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들을 경계하는 거라고 한다.

마인들이 네메시스에 맞춰 유럽 본토에 핵을 떨어뜨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유럽국들이 이때다 싶어서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중동에 무상으로 주둔군을 두기로 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민간인들은 당분간 몬스터의 위협에서 벗어날수 있으니 환영하는 눈치다.

"……갑자기 불려와서 이게 무슨 난리야."

한윤정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나는 옆에서 웃으며 말을 받았다.

"엄살 그만 부리고 일이나 하세요. 파라오님."

"너 때문이잖아!"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하여튼 일을 벌여도 미친 듯이 벌인다니깐! 연맹이랑 아무 상의도 없이 바레인을 날려 버리는 건 대체 어떻게 된 정신머리인데?"

"오죽 답답하면 내가 나섰겠냐. 다들 눈치만 보면서 엄중 경고 같은 소리나 해대니까 내가 총대 멘 거야. 그리고, 중동이 GOT에게 점령당하면 네메시스 때 가장 위험해지는 건 이집트였을 걸?"

"아, 네에! 알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하네요 증말!"

그녀도 이틀 내내 철야 중이라 민감해졌을 따름이지, 내 말에 반박은 하지 않았다.

투덜거리긴 해도 그녀도 이 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야."

한동안 말없이 모래를 펼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왜."

"근데 너,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고 한 거야?"

"당연하지."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막 꼬이고 꼬여서 세계 3차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려고 했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철저하게 각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움직인 거야. 그리고 당장 6개월 뒤에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그런 거 따지게 생겼냐?"

"하이구, 그런 결단력은 대단하긴 하네요. 마나마가 마인 도시라는 소스는 어디서 얻었는데?"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1급 위험도의 마인계 거물, 알렉산드로."

"아, 그 자식 한국 갔다가 잡혔다더니."

"놈이 들고 있던 전자기기랑 개인 정보로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어냈어."

현재 홍연은 직접 스페인으로 넘어가서 알렉산드로의 자택을 싹 조사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알렉산드로 작전에 내몫도 있다며 거기서 얻어내는 모든 정보들을 공유해 준다고 약속했다.

괜찮은 정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 됐어."

능력을 모두 사용한 한윤정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럼, 캔슬레이션 시작한다."

나는 바레인에서 했던 것처럼 캔슬레이션 마법을 사용했다.

잠시 후, 하늘에 무수한 구멍이 뚫리며 몬스터들이 지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나마에서 한번 봤던 바로 그 광경이다.

"뒤는 맡길게."

"오냐."

어느새 주위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로 우글거리게 되었다.

지면에 떨어진 몬스터들은 프리징이 걸리거나, 혹은 우리들을 발견하고 달려 들었다.

그녀는 기다렸다가 능력을 일으켰다.

지면 전체가 출렁이기 시작하더니 위아래가 파도처럼 일어났다. 이내 지면이 공처럼 말아지며 몬스터들은 그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

'파라오의 힘이 대단하긴 해.'

나는 일찌감치 아래로 내려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새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모래공이 내 머리 위에 생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발밑에는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 시티'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천미터 상공이다.

"이걸로 쿠웨이트도 끝!"

그녀가 팔을 뻗자 거대한 모래공이 움직였다. 이내 도시를 지나서 바다까지 오자, 그녀가 능력을 해제했다.

모래공이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

퍼엉! 하고 산더미만 한 물보라가 솟구쳤다.

"저걸로 다 죽은 거야?"

"그럼.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을 즘에는 살점이 모래랑 섞여 갈려져 있을 거야."

도시 아래에서는 마인 소탕작전이 한창이다. 그리고 나와 한윤정의 역할은 균열을 막고 있는 힘을 캔슬레이션으로 치우고,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남김없이 파괴하는 것이었다.

밀린 숙제 대신해 주는 격이니 중동 정부에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근데 말이야."

지상으로 내려오며, 한윤정이 말을 걸었다.

"네메시스가 일어나면 진짜 어떻게 되는 거야?"

"세상이 멸망하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물론 안 멸망할 수도 있고."

"아 씨! 바보야. 장난칠 기분 아니라고."

"그러니까 나도 멸망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잖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스타트는 나름대로 괜찮게 끊었다고 자평한다.

마인들의 천국이 된 중동에서 대대적인 소탕작전, 완전히 놈들의 씨를 말라진 못해도 전력을 큰 폭으로 깎았다. 그리고 이번 세계 합동 소탕작전은 앞으로 있을 공략대 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때 내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홍연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어, 연아. 무슨 일이야?"

한윤정의 눈썹이 꿈틀했다.

-선배.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뭔데 그래?"

-알렉산드로에게서 알아낸 정보입니다. 그리고 이건…… 마탑과도 큰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드디어 올 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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