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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02화 (302/337)

나 혼자만 마탑주 302화

알렉산드로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카락, 전부 해치워."

제일 처음 우리를 공격했었던 우락부락한 마인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왔다. 그의 몸이 불룩거리더니 열 한 군데에서 금속 촉수가 뻗어나갔다.

마인들과 싸우고 있던 모든 골렘들이 촉수에 부딪혀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몸은 완전히 관통당해 있었다.

'빠르다.'

촉수를 회수한 그가 옷을 벗어 던졌다.

까만 피부의 악마종 몬스터가 입에서 연기를 흘렸다. 두 팔을 펼치며 가슴을 퉁기듯 앞으로 내밀었다.

촤르르르르르륵!

도합 120개의 금속 촉수들이 다발로 쏟아져 나온다.

나는 쉴드를 포기하고 데바의 눈으로 궤적을 보고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어깨와 허벅지 등에 생채기가 나며 촉수들이 지나갔다.

-탑주! 괜찮으십니까?

'으, 쓰려라.'

눈동자를 굴려 옆을 보았다.

홍연은 그저 한 손에 검을 쥔 채로 편안히 제자리에서 있었다. 그러고는 검을 빙글 돌려 검집에 집어넣었다.

찰칵!

주위에 시커멓게 있던 촉수들이 마치 섬유 조각처럼 분해되어 흩날렸다. 그녀는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 발검했다.

번뜩이는 붉은 궤적이 세상을 갈랐다. 그 궤적에 맞닿아 있던 악마 종의 몸이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그녀의 팔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스르르르르르릉!

마치 깍둑썰기. 마인의 몸이 직육면체로 분해되어 후두두둑 떨어졌다. 그녀가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팔을 내렸다.

"조심해!"

끝나지 않았다. 깍둑 썰린 마인의 몸에서 금속 촉수가 쏟아진다.

팔다리를 꺾어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 그녀가 살벌하게 빛나는 금안으로 마인을 노려보았다.

"그럼 이번엔 원자단위로 분해해드리겠습니다."

각축전이 벌어진다. 그녀가 마인들과 싸우는 사이, 1급 위험도의 알렉산드로는 서둘러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나는 바닥에 그려놓은 마법진을 힘껏 밟았다.

<가이아>

건물 바닥이 불쑥 일어나 차의 전면을 벽처럼 막아섰다.

하지만 알렉산드로는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에 시동이 걸리며 마치 폭발과도 같은 엔진 소리가 들린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바퀴가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회전한다. 차의 뒷면이 열리며 부스터 장치가 덕지덕지 튀어나온다.

개조 차량이었다.

화아아악!

부스터가 불꽃을 뿜었다. 차량은 그대로 돌진. 콘크리트와 흙으로 만든 벽에 구멍을 내며 빠져나갔다.

'이런 망할……!'

저딴 식으로 차를 꼬라박아 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말도 안되게 빠르다.

순식간에 데바의 눈이 볼 수 있는 한계 거리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선배!"

홍연이 뛰어왔다. 그녀를 상대하던 악마종 마인은 정말로 원자단위로 분해되기라도 한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다른 마인들은 전부 목이 떨어져바닥을 뒹굴었다.

"미안, 놓쳤어."

"저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네요."

그녀가 콘크리트 벽에 뚫린 커다란 구명을 보며 중얼거리더니 이어마이크를 켰다.

"여기는 사령관. A루트로 타깃 빠르게 도주 중."

치직! 치직!

-CI 가드 라인 붕괴!

-CO 지점 돌파!

-마력탄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당신들을 왜 데려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붙잡아요!"

격벽 폐쇄와 민간 통제 지시를 내리는 그녀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이게 남들이 보던 평소 홍연의 모습인가?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쩌죠?"

"당연히 추격해야지. 내게 맡겨."

나는 마력을 방출하며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제 막 준비가 끝났다.

"일할 시간이야, 케일(Cheir)."

금속판을 연상케 하는 7공정 마법진이 허공에서 회전을 시작한다.

7공정은 창조의 마법. 해당 물건의 구조만 꿰차고 있다면 만들지 못하는 게 없다. 케일의 입구가 열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건.

"……아?"

멋들어진 빨간색 스포츠카다. 그것을 본 홍연이 얼빠지는 소리를 냈다. 나는 그녀를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타시죠 레이디."

그녀는 당황했지만 엉거주춤 차량에 올라탔다. 나도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닫았다.

내가 만들었지만 일단 겉보기엔 일반적인 차량과 거의 비슷하다. 핸들과 의자의 가죽 감촉도 살리려고 노력했다. 물론 당연하지만 평범한 '차'는 아니다.

"이, 이거 안전벨트는 없나요?"

"아 참."

내가 허공에 손짓하자 즉시 안전벨트가 생겨났다. 그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허리에 벨트를 맸다.

"정말 마법사 같네요."

"마법사 맞아."

나는 씩 웃으며 핸들을 붙잡았다.

-탑승을 환영합니다.

전면의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며 화면이 켜진다. 당연히 에아의 목소리였다.

"가자. 에아."

"……에아는 누군가요?"

"내 파트너야."

내가 차체를 두들기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아아아아아아앙!

시작부터 계기판 눈금이 홱 돌아가 200에 닿는다. 굉음과 함께 차가 발진하여 뚫려 있는 콘크리트 구멍으로 빠져나왔다.

"읏!"

그녀가 속도감에 몸을 움츠렸다.

250, 300, 350.

점점 더 빨라진다.

"에아. 위치 띄워줘."

-알겠습니다.

내비게이션 스크린에 알렉산드로와 주위 사람들의 위치가 표시된다.

알렉산드로는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미친 속도로 페스티벌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사람을 표시하는 작은 점들이 알렉산드로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자식이 정말……!"

홍연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다행히 도로에 사람은 없네. 꽉 잡아."

내가 액셀을 더 강하게 밟았다.

부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초고속으로 달려나간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제 바깥이다. 별이 보이는 까만 밤하늘 위로는 화려한 폭죽들이 터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여유롭게 감상할 시간은 없다.

놀란 사람들의 외침과 경악성이 귓가에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알렉산드로가 초토화해 놓은 도로를 빠르게 뒤따른다.

-탑주 500M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오케이."

오른손으로 기어를 놓고, 클러치페달을 밟은 채로 핸들을 확 꺾었다. 이내 액셀을 강하게 밟으면서 클러치를 떼자 차량의 엉덩이가 미끄러지듯 드리프트하며 내려온다.

"우왓!"

그녀가 손잡이를 꾹 붙잡았다.

커브 구간 통과. 다시 액셀을 밟으며 쏘아져 나간다.

"좋아, 어떻게든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탑주! 전면에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영화 속고질라를 연상케 하는 중형 몬스터가 건물을 공격하고 있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레이더에 저런 건 없었다.

"알렉산드로가 우릴 방해하려고 보낸 것 같네요."

"어쩔래?"

"한시가 급합니다. 저건 다른 헌터들에게 맡기고……"

그때 몬스터가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팔을 뻗는 모습이 보였다. 홍연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떨더니 이내 소리쳤다.

"내려주세요! 제가 막고 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핸들을 꺾어 몬스터에게로 돌진했다. 동시에 케일 마법진을 조작해서 차량 윗면이 열리게 했다.

"내릴 필요도 없어! 기회는 한 번이야!"

"네!"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의자 등받이를 밟고 일어나 상체를 차 위로 빼냈다. 몬스터의 팔이 넘어진 민간인에게 다가간다.

"하아아아아앗!"

차량이 몬스터를 지나치는 동시에 그녀가 검을 찌르기 자세로 내질렀다. 붉은 섬광이 번뜩이며 몬스터의 머리가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갔다.

"잘 했어!"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탑주. 알렉산드로가 몬스터를 추가로 뿌렸습니다.

페스티벌 도로에 여섯 마리의 몬스터가 보였다. 민간인들을 쫓아가기 전에 처치해야 했다. 나는 그쪽으로 차를 돌리며 외쳤다.

"다음 준비해!"

"네, 네! 하지만 찌르기로는 한 번에 한 마리씩만……"

"베기로 하면 가능하지?"

나는 몬스터를 향해 차를 몰면서 케일 마법진을 조작했다. 차체가 반으로 금이 가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졌다.

이내 위쪽 차체가 통째로 뒤로 넘어가 트렁크 쪽에 쿵! 소리를 내며 닿았다.

좌우 사방이 뻥 뚫리게 됐다. 잠시 놀라 벙쪄 있던 그녀가 이내 소리내어 웃으며 검을 붙잡았다.

"이게 무슨 차예요!"

"차 맞거든."

몬스터들이 우릴 향해 팔을 휘둘러 온다.

나는 순간적으로 차체를 틀어 피해냈다. 서 있는 홍연이 한번 휘청했지만 바로 자세를 다잡았다.

나는 몬스터의 다리 사이를 통과했고, 홍연은 무릎을 낮췄다.

스릉!

붉은 파문이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효과가 일어났다. 이내 여섯 마리의 대형 몬스터 모두 상 하체가 반으로 갈라진 채 피를 쏟으며 허물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나이스!"

내가 핸들을 잡은 반대쪽 손바닥을 펼쳤다. 얼른 조수석으로 돌아온 그녀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뒤로 갔던 차체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안전하게 덮어주었다.

안전벨트부터 멘 그녀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잔챙이를 상대하는 사이 거리가 더 벌어졌어요!"

"에아. 따라잡을 방법은?"

-…….

잠시 조용하던 그녀가 대답했다.

-탑주가 지금 머릿속에 떠올린 그 방법뿐입니다.

"역시 그거밖에 없지?"

홍연이 불안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이번엔 뭘 하시려고요?"

"보면 알아."

제일 먼저 핸들에서 손을 뗐다. 운전은 에아에게 맡기고, 오롯이 마법에 집중했다.

"후우우."

천천히 심호흡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내 생각을 읽은 에아는 속도를 더 올리고 있었다.

다시 200, 300, 400.

"서, 선배! 뭐 하시는 거예요!"

홍연이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차가 스스로 속도를 높이며 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나는 타이밍을 쟀다.

3.

2.

1.

'지금!'

전진하는 차량 앞으로 쉴드 한 장이 형성되더니 일렬로 촤르르르륵 펼쳐진다.

쉴드가 모여 도로를 이루고 차가 그 위로 올라탄다.

"꺄아아악!"

부우우우우우웅!

차가 하늘에 펼쳐진 도로를 따라달리고 있다. 에아가 운전했고, 내가 레일을 깔았다.

나는 7공정 마법사다. 1공정의 수식 따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에아가 속도를 높이면 나는 더 빠른 레일 설치로 그녀를 따돌렸다.

최전성기에 달한 내 두뇌는 오랜만에 하는 폭주에 기쁨을 터뜨리며 폭발적으로 수식을 처리해 나갔다.

"아……."

홍연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난리에 도망치던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손가락을 뻗는 모습이 보인다.

"더! 더! 더!"

완전히 마나에 몰입한 내가 소리쳤다.

차체 뒤에 부스터가 다섯 개쯤 추가로 달리며 불을 뿜는다. 이쪽도 레일의 설치 속도를 두 배로 높였다.

쿠구구구구구!

바로 옆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지나가고 있다. 한 바퀴 회전하는 롤러코스터처럼 나도 레일을 원형으로 깐다.

우리의 몸이 완벽하게 360도로 회전하다가 다시 내려온다. 울먹이며 비명을 질러대던 그녀는 아예 눈을 질끈 감으며 손잡이를 쥐었다.

"으하하하하하!"

나는 속도의 스릴감에 미쳐 있었다.

-탑주! 저기 타깃이 보입니다!

에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전면에 알렉산드로가 달리고 있는 차가 보였다. 이대로 후문 쪽 출구를 부수고 빠져나갈 셈이다.

그렇게 둘 수야 없지.

나는 원격 영창으로 레일을 위쪽으로 깔다가 멈췄고 우리가 탄 차는 공중으로 부웅 날아올랐다. 이제 차는 아무 발판도 없이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연아! 눈 떠!"

그녀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눈을 뜨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조수석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릎 사이를 안았다.

"지금이야 에아!"

덜컹!

차체가 열리며 우리는 그대로 차에서 빠져나왔다.

불타듯 이글거리는 차량의 계기판에 최대치를 찍는 것이 보인다. 모든 차체에서 부스터가 튀어나오며 일제히 불꽃을 뿜었다.

그리고.

그저 붉은 기둥이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쿠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업화가 알렉산드로의 차량을 집어삼키며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홍연을 안은 채로 아이올로스를 일으켜, 공중에서 천천히 그쪽으로 내려갔다.

그녀도 이제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배."

홍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선배가 허구한 날 죽을 위기에 빠지는지 알 것 같습니다."

"괜찮아. 안 죽어."

"……그거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유언 순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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