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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51화 (251/337)

나 혼자만 마탑주 251화

천공성의 꼭대기 층.

세계길드의 수장들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상황은 3:1.

유신, 마르첼로, 마리 골드.

그리고 공인 1급인 알베르가 대면했다. 유신은 데바스타를 켠 채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정면 승부는 힘들어. 수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해.'

제일 먼저 움직인 건 역시 유신이었다. 그가 데바스타를 밟고 이동했다.

부우우우우웅!

검은 연기와 함께 알베르의 등 뒤로 돌아간 유신이 소름 끼치는 궤적을 그리며 발차기를 날렸다.

타악!

알베르가 팔을 들어 막자, 거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주위의 물건들이 덜컹댔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알베르가 날개를 펼치고 유신이 다리를 회수했다. 바로 이때 정면으로 쇄도한 빛의 십자가가 알베르의 몸뚱이를 강타했다.

<신의 심판>

카가가가가가가각!

날개를 앞세워 막아낸 알베르가 바닥에 긴 상흔을 남기며 물러났다.

이어서 마리가 팔을 휘두르자 그녀의 주위를 회전하던 유령들이 날아가 알베르의 후면으로부터 들이닥친다.

알베르가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그의 몸이 하늘로 솟구치고 십자가 와 유령이 부딪치며 서로 증발했다.

'빠르다!'

세 사람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천장에 발을 붙인 알베르가 손가락을 빙글 돌렸다.

쿠궁!

"……!"

순식간에 주위가 뒤집혔다.

어느새 바닥에 있는 건 알베르고, 천장에 발을 붙인 것이 세 사람이었다.

'성을 뒤집었어!'

그들의 몸이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바닥이 된 천장을 디딘 알베르가 날개를 펼쳤다. 한 발 한 발 장갑탄을 웃도는 위력의 깃털들이 대기를 찢으며 세 사람에게 날아간다.

마르첼로가 십자가를 붙잡았다.

쏘아져 나간 순백의 섬광이 깃털에 부딪혀 상쇄시킨다.

마리가 두 팔을 뻗는다. 소울오러가 거울의 형상처럼 변하고, 대량의 마력을 머금은 깃털들에 마력이 벗겨져 사라진다. 물리력만 남은 깃털들은 그녀의 몸을 그대로 통과한다.

유신은 마력을 일으키며 쉴드를 펼쳤다.

콤보 캐스팅. 쉴드가 펼치지는 동시에 '수호의 진'을 더해 쉴드를 강화시킨다.

부딪혀 온 깃털이 쉴드를 바로 뚫지 못하고 힘 싸움을 하는 사이에 유신이 몸을 던져 피해낸다.

'된다.'

알베르의 저 공격에 당한 이후로 대비는 했다. 저 두 사람처럼 깔끔하게 막지는 못하지만, 무력하게 당했던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펄럭!

알베르가 하늘을 날아오르며 깃털을 날린다. 동시에 다시 한번 성이 뒤집히며 위아래가 바뀐다.

'진짜 욕 나오는 수작 부리네!'

마르첼로와 마리가 방어로 돌아서는 사이, 유신은 과감하게 데바스타를 켜고 반대쪽 벽으로 이동한다.

그때 유신의 얼굴을 붙드는 손길이 있었다.

"……!"

독수리가 사냥감을 낚아채듯, 순식간에 유신의 머리를 붙든 알베르가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유신의 몸이 물로 변해 떨어지고,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유신이 다리를 휘두르고 있다.

<데바스타 - 커터>

카가가가가가가가각!

검은 반달형의 칼날이 다가오자 알베르가 다급히 날개를 접었다. 깃털들이 사방으로 휘날리며 그의 인상이 굳어졌다.

유신이 혀를 차며 바닥으로 내려왔고, 나머지 두 사람도 무사히 깃털을 막거나 피했다.

까아앙!

날개를 비틀어 데바스타 커터를 빗겨낸 알베르가 목을 붙잡고 꺾었다.

뚜둑거리는 소리가 성에 울렸다.

"이상한 기술을 쓰는군."

"그쪽도 마찬가지."

뒤집히고 왔다 갔다 하려니 유신은 속이 울렁거렸다.

게다가 시작부터 데바스타를 난사해 버린 덕분에 그리 페이스가 좋지는 않다.

'미치겠네. 특별히 대단한 걸 보여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공략할 포인트가 없는 거야?'

심플한 강함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 울 줄은 몰랐다.

공격, 방어, 스피드까지 최고 수준의 레벨이다. 상대방을 공략해 약점을 붙잡고 늘어지는 유신에게는 최악의 상성이었다.

"후배에게 다 맡겨둘 순 없죠."

마르첼로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바람 한결 불지 않는 실내에서 성의(聖衣) 자락이 정신없이 펄럭인다. 그의 몸에서 신성력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마르첼로가 십자가를 붙잡고 목에서 뜯어내자 내용물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그가 십자가를 잡은 왼손을 총처럼 뻗었다.

<징벌의 관>

십자가에 눈부신 섬광이 일어난다.

발달하는 빛은 순백의 나무뿌리를 엮어내며 꼭대기 층 전체를 뒤덮는다.

뒤이어 나무뿌리들이 일제히 알베르를 붙잡기 위해 달려든다.

"흠."

알베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음속을 돌파한 속도로 비행하는 알베르를 뒤따라 백색의 줄기들이 뒤쫓는다.

치열한 비행전. 파공음만으로도 두쪽 모두 어마어마한 속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허공에 그어지는 백색의 선들과, 이카루스가 비행할 때마다 남기는 녹색의 궤적이 주위를 어지럽게 수 놓는다.

유신은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탑클래스들은 다르긴 달라.'

그러나 알베르는 바로 대처법을 마련했다.

그가 날아갈 때마다 흩날리는 깃털들이 빛의 줄기들을 찢어놓는다. 몇개의 줄기를 찢으며 여유 시간을 번알베르가 직접 날개에서 깃털을 뽑아내던졌다.

무심하게 날린 깃털들이 중간에서 한 번 가속하고, 마르첼로에게 닿을 때쯤에는 탄도 미사일 급의 물리력을 가지게 된다.

마르첼로는 다시 방어로 돌아선다.

'서포트.'

유신이 뒤로 손을 보내 스펙터의 손잡이를 붙잡는다. 가속된 집중력이 알베르의 이동 방향을 완벽하게 계산해 놓는다.

슈슉!

스펙터가 알베르의 뒤로 돌아간다.

알베르는 거의 본능적인 반응으로 날개를 넓게 펼쳐 뒤를 가린다.

맞다. 그 어떤 금속보다 단단한 알베르의 이카루스에 후면 공격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 어떤 강자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힘에 자신감을 가지고 원없이 펼치는 것이야말로 강자의 기본이니까.

사냥꾼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총열이 폭발하는 걸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그러니 다들 이 기술의 제물이 되는 거다.

<데바스타 - 체인홀>

스펙터의 검면에서 열린 작은 블랙홀이 알베르의 몸을 날개째로 빨아들인다.

"지금입니다 마르첼로! 다 쏟아부어요!"

마르첼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펼쳤다. 무수한 순백의 줄기들이 벼락처럼 흘러나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다.

뒤이어 공의 크기가 작아지더니, 공간이 확대되듯 늘어나며 웅장한 암흑 폭발을 일으킨다.

쿠구구구구구구!

튕겨 나온 여러 물체 중에, 하늘로 튀어나가는 알베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아까처럼 날개로 몸을 감싼 채 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제길!'

"아직입니다."

나무뿌리들이 출렁이며 중앙에 있는 십자가에 모여든다.

어느새 마르첼로는 거대한 신성력의 활을 겨누고 있었다.

웅.

시위에서 달려나간 순백의 화살이, 마치 날아가는 과정을 생략한 것처럼 알에 적중하고 그대로 함께 천장꼭대기에 처박힌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괴성에 유신은 귀를 틀어막았다.

"내 차례야."

마리가 두 팔을 벌렸다. 말벌처럼 득실거리던 유령들이 창의 형상으로 변하며 천장으로 향했다.

검은 폭발과 신성력 화살에 이은, 가드가 불가능한 회색의 창들이 알베르에게 꽂히며 제3의 폭발이 터져나온다.

아다만티움 천장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잔해를 떨어뜨렸다.

"아……"

그때 마리의 유령창들이 이카루스에 연기를 일으키며 흔적도 없이 증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즉, 알베르는 저 소울오러 분량의 마나를 소진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날개를 펼치며 모습을 드러낸 알베르는 더 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의 눈동자가 세 사람을 한 번씩 살폈다.

"한 명 한 명 쉬운 상대가 없군."

"……말도 안돼."

마리가 몸을 떨었다.

"멀쩡할 리가 없어! 대체 마나량이……"

"흐으음."

마르첼로도 굳은 얼굴로 턱을 쓸었다.

"이제 저도 공인 1급의 경지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군요."

"다시 생각해도 아깝다."

알베르가 지상으로 내려와 말했다.

"한 명 한 명이 젊고 대단한 포텐을 가졌어. 20년 정도 지나면 이 셋중 누군가는 내 자리에 도달할지도 모르겠군."

"……."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물러나라. 내 적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유신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헌터의 적은,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이지."

"나는 인류를 위해 메스를 들려는 것뿐이다. 썩은 환부는 도려내지 않으면 전부 죽는다."

"죽어도 말 안 통하네."

알베르가 날개를 펼치고 깃털을 발사할 준비를 했다.

"끝까지 싸우겠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고는 그가 손가락을 휘저었다.

천공성 역전의 신호다.

"……?"

"미안."

벽에 손을 짚고 있던 유신이 씩 웃어 보였다.

"이제 이 성은 내 거야."

-천공성 일체화 성공. 해킹 완료.

-천공성의 비행을 중지합니다.

-좌표 위치 고정. 차원지기가 마탑 전이를 시도합니다.

알베르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걸……!"

"이계에서 넘어온 모든 것들은 마나의 영향을 받아. 그리고."

유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마나는 내 명령을 받지."

-탑주. 마탑의 차원 전이가 시작했습니다.

알베르가 날개를 펼치며 데바스타를 웃도는 속도로 날아왔다. 즉시 마르첼로가 유신의 앞으로 뛰어들며 십자가를 쥐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각!

순백의 방패가 알베르를 틀어막았다.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비켜라! 아크 비숍!"

"그건 안 되겠습니다."

마르첼로가 팔을 파르르 떨면서도 미소 지었다.

"이 사람이 우리의 희망이니까요."

쩌적! 쩍!

알베르가 이카루스의 위력을 높였다. 마르첼로의 신성력 방패가 깨지려는 그때, 알베르의 옆으로 거대한 검이 들이닥친다.

꽝!

알베르가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어느새 마리의 등 뒤로 혼령체로 보이는 괴물의 상반신이 두 개의 검을 잡고 떠 있었다.

이 넓은 공간이 좁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죽어."

마리가 팔을 휘두르자, 혼령체 또한 두 개의 검을 휘두르며 알베르를 공격했다.

그사이에 유신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계속해서 천공성의 제어권을 붙잡아 두었다.

-탑주! 전이에 성공했습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이곳 밖에서 강력한 진동이 느껴진다. 마리와 마르첼로 모두 격한 흔들거림에 바닥을 짚었다.

유신은 데바의 눈을 확장시켜 벽너머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마탑이 천공성의 위로 제대로 떨어졌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공성이 서서히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마탑주……"

알베르의 입안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네, 이걸로 종결입니다."

유신이 빙그레 웃었다.

"해독제도, 감염 탄두도, 전부 막혔네요. 이제 어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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