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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43화 (243/337)

나 혼자만 마탑주 243화

뿌드득! 알바레즈가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당장 저 새끼 눈코입 따로 담아서 내 앞에 가져와!"

"예!"

뒤에서 대기하던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상의를 벗어 던지고 헌팅 디바이스를 뽑아 들었다.

검신이 형광빛으로 번뜩이는 게 마치 광선검 같다.

'흠.'

유신은 눈썹 끝을 긁적였다.

요즘 물건들은 몬스터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까지 화려한 건 안쓰는데. 엄청 구식인 모양이다.

"전부 쳐!"

다부진 체격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들이닥친다.

자세를 낮춘 유신의 몸이 창처럼 쇄도하여 조직원 한 명의 머리를 무릎으로 강타했다.

쩍! 소리와 함께 그의 코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촤아아악!

조직원들이 다급히 브레이크를 걸며 멈췄고, 유신은 그들을 지나쳐 지면에 착지했다.

"개자식이!"

모두가 유신의 후방에서 달려든다.

유신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오른쪽 데바의 눈이 제일 먼저 뛰어든 조직원이 검의 궤적을 읽는다.

이내 유신의 몸이 매끄럽게 움직이며 조직원의 품 안으로 파고들듯 바짝 붙는다.

잔상조차 남지 않는 속도로 뻗어진 주먹이 조직원의 얼굴을 강타하고 백 미터 넘게 날려 버린다. 뒤이어 그의 몸이 180도 회전해 또 다른 조직원의 얼굴을 걷어찬다.

'잡았다!'

후방에서 들어온 조직원이 들어 올린 검을 내려치려는 순간, 갑자기 무릎에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충격을 받으며 하체가 무너져 내린다.

<윈드 사지타리우스>

하체가 무너진 조직원의 머리를 짓밟은 유신은, 다른 방향에서 검을 휘두르는 조직원의 팔을 붙잡아 강하게 끌어당겼다.

"……!"

갑자기 동료가 앞에 나타나자 검을 휘두르려던 조직원이 다급히 검을 멈췄다.

그때 동료의 목 너머로 두 개의 손가락이 슛! 소리를 내며 그의 눈을 찔렀다.

"아아아악!"

유신은 눈을 찌른 팔을 접고 팔꿈치를 세워, 붙잡아둔 조직원의 팔에 내려쳤다.

까드득!

팔이 접히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접혀 버렸다.

"끄윽! 끄어어어어!"

알바레즈는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원이 각성자인 일곱 명을 상대하는데도 압도하고 있다. 마치 유신의 시간만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헌팅디바이스를 휘두르는 남자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빠악!

마지막으로 주저앉힌 조직원을 발등으로 후려친 유신이 다리를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곱 명 모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유신은 바로 다음 적을 주시했다.

'또 저격이네.'

타아아앙!

각기 다른 방향에서 세 개의 총알이 날아왔다.

푸른 막 앞에서 카각! 거리며 회전하는 총알들을 바라보던 유신은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탄환 궤적 계산 완료. 저격수의 위치를 포착했습니다.

에아가 저격수가 숨은 곳을 크로스헤드로 표시해 주었다.

유신은 레피드 에로우 세 개를 깔고, 그 앞에 네 장의 가속의 진을 '콤보 캐스팅'으로 펼쳤다.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레피드 에로우들이 시위에 걸린 화살처럼 파르르 떨며 대기했다.

'지금이야.'

-발사 개시.

후우웅!

거친 파공음을 일으키며 레피드 에로우들이 날아갔다.

잠시 후 아득한 거리에서 퍽! 하는 파열음들이 어렴풋하게나마 들렸다.

에아가 세 명 모두 다운됐음을 알렸다.

유신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알바레즈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쩔래?"

"크, 크윽;"

알바레즈는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았다.

남은 인원은 총으로 무장한 비각성자 네 명.

저택의 모든 경비 시스템과 자율화기는 방금의 토네이도로 무력화된 상태.

단순 보병 전력으로 저 젊은 헌터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까지 판단을 마친 알바레즈는 표정관리를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위엄 있는 동작으로, 박수를 세 번 짝짝짝 쳤다.

"훌륭하다, 한국의 헌터! 하지만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왜 자네 같은 인물이 연맹 따위를 위해 일하고 있지?"

"……음?"

유신이 눈을 깜빡거렸다.

"언제까지 쥐꼬리만 한 급료로 착취당하며 살 생각인가? 우리는 자네의 가족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네. 무조건 자네가 받는 급료의 열 배를 약속하지! 어떤가? 우리와 함께하는 건……."

"그거 알아?"

유신이 허공에 레피드 에로우들을 띄우며 말했다.

"나도 돈은 존X 많이 벌어, 새끼야."

파바바바박!

황금빛 화살들이 날아가 총을 든나머지 조직원들까지 전부 쓰러뜨렸다. 이제는 알바레즈 혼자 남았다.

"크, 크윽!"

알바레즈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유신은 소매에 골렘볼 네개를 발사해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지면에 그려진 마법진을 밟았다.

<가이아>

도망치던 알바레즈의 앞에 흙의 벽이 솟아올랐다.

"헉!"

헛숨을 내뱉은 그가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벽에서 튀어나온 골렘의 팔이 알바레즈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어서 다른 골렘 팔이 알바레즈의 양다리까지 붙잡은 상태가 됐다.

"이걸로 오늘 일과도 끝."

유신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알바레즈가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쳤다.

"이 자식!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나 마약왕이야!"

"헌터 일하다 보니까 그런 소리 한 두 번 들은 게 아닌데, 지금까지는 무사하더라고."

유신은 손가락을 펼쳤다. 윈드포트가 발동하며 쓰러진 조직원의 총이 유신의 손에 착 들어왔다.

철컥!

그러곤 총구를 알바레즈의 얼굴에 겨누었다.

"내가 아무리 더럽게 총 못 쏜다지만, 여기서 쏘면 맞겠지?"

"자, 자, 잠깐!"

막상 죽음의 공포가 코앞까지 훅닥치자 알바레즈가 다급해져서 말했다.

"뭐가 필요한가? 돈? 여자? 명예? 뭐든지 주겠네! 살려만! 목숨만 살려주게!"

유신이 피식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총성이 일고, 알바레즈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총알은 알바레즈의 눈 바로 옆의 벽에 박혔다.

"허어억!"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온 알바레즈가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유신이 시선을 내리자 그의 바지가 흥건히 젖어 있는 게 보였다.

"에이, 안 맞았네. 역시 총은 쏠게 못 된다니까."

유신이 씩 웃으며 다가와 알바레즈의 멱살을 붙잡아 벽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지면 아래로 향했다.

<아이언 캔서>

바닥에 펼쳐진 마법진에서 자글자글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사철로 이루어진 금속이 솟구쳐 올라 알바레즈의 두 팔을 단단히 결박했다.

"허튼짓 말고 따라와라."

알바레즈는 넋을 놓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의 총성으로, 그는 마음 어딘가가 꺾여 버린 것을 느꼈다.

"사미아……아, 아니다."

유신은 버릇처럼 사미아에게 워프를 열어달라 하려다 참았다.

마탑 마나 아껴야 하니까.

유신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운전할 줄 알지?"

* * *

다시 유령대 본부로 돌아가는 길이다.

유신은 조수석에서 뒷머리를 받친채 앉아 있었고, 알바레즈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기분이 참 비참했다. 유령대에 넘겨지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죽으러 가는 장소를 직접 운전해서 가야 한다니.

"눈 까딱거리지 마."

그 말에 움찔한 알바레즈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운전을 계속 했다.

이상하게 이 남자에겐 저항할 수 없었다.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눌때의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율적인 공포를 느꼈다.

한편 유신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피곤하네.'

가는 일이 대부분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라서 고생이었다.

물론 그간의 일정도 많이 빡셌다.

그동안 계속 마나 광산에 틀어박혀콤보 캐스팅을 연습했고, 마리를 설득하러 멕시코에 들어오자마자 전투와 전투의 연속이었다.

결국 몸을 몇 번 뒤척이던 유신의 눈이 스르륵 감았다.

"……!"

운전하며 유신 쪽을 힐긋거리던 알바레즈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기회다!'

그의 머릿속에 여러 플랜들이 떠올랐다. 이대로 운전해 부하들이 있는 아지트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저 괴물은 어떤 규모의 병력도 다 박살내버릴 것 같았다.

최선은 여기서 차를 멈추고, 몰래내려서 도망치는 거다.

알바레즈는 최대한 부드럽게 차의 속도를 낮추다가, 이내 완전히 멈춰세웠다. 여전히 유신은 잠들어 있었다.

'두고 보자! 이 수모는 절대로 잊지 않으마!'

알바레즈가 슬쩍 차 문을 열고 다리 한쪽을 빼는 그때였다.

"이야, 좋은 선택인데?"

알바레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곤 목각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유신이 웃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 이제 다 끝났다.'

유령대에 가기 전에 일단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알바레즈는 생각했다. 그때 유신이 말했다.

"내가 출출한 건 또 어떻게 알았어? 기왕 멕시코에 왔으니 타코는 먹어봐야지."

"……예?"

알바레즈가 시선을 돌려보니 차를 세운 곳 옆에 타코 매점이 있었다.

세상에, 알바레즈는 마치 그 매점이 마치 자신을 구하러 온 구세주처럼 보였다.

"어, 어떤 거로 드시겠습니까? 소소기, 돼지고기, 생선, 새우, 소 곱창이 있습니다!"

"넌 뭘 추천하냐?"

"처음 입문하시는 거면 역시 간장으로 구운 소고기 타코가 무난합니다! 옥수수와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얇은 반죽에, 각종 야채와 튀긴콩이 함께 나옵니다!"

"그럼 난 그걸로 해."

"예, 알겠습니다!"

알바레즈가 얼른 차에서 뛰어내려길거리 매점으로 향했다.

타코 매점 주인은 날아다니는 파리를 쫓고 있다가 알바레즈를 보고 기겁했다.

'으아악! 마, 마약왕이 왜 여기에?'

알바레즈가 직접 오다니! 상납을 좀 미뤄서 그런가? 그런 일로 마약왕이 직접 오는 거야?

"이봐."

알바레즈가 착잡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매점 주인은 다급히 엎드려 숨을 준비를 했다. 틀림없이 총을…….

"수아데로 타코 두 개. 하나는 살사 많이 넣어서."

그가 동전 몇 개를 좌판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예?"

매점 주인이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

알베레즈가 눈을 부릅뜨자, 주인이 얼른 '예!' 하고 대답하며 요리를 시작했다.

타코에 넣을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며, 알바레즈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게 살아서 먹는 마지막 타코구나.'

* * *

"오, 이거 맛있네."

길거리에서 산 타코는 고기도 큼직큼직하고 야채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겉보기엔 양이 작아 보였는데, 하나만 먹어도 꽤 배가 불렀다.

맛도 장조림 느낌이 나서 익숙한 맛이다.

그렇게 유신이 인생 첫 멕시코 전통 타코를 즐기고 있을 때, 운전대를 잡은 알바레즈가 말했다.

"허, 헌터님.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10분만 더 가면 도착입니다."

"벌써? 빠르네."

가만히 창가를 바라보고 있던 유신의 동공이 확 커졌다.

달리는 도로 너머로, 유령대 본부가 있는 마을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카르텔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수습됐을 텐데?

"야, 빨리가! 속도 더 올려!"

"네, 넵!"

알바레즈가 액셀을 세게 밟으며 속도를 높였다.

잠시 후 눈에 선명히 보일 정도로 시가지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전투도 한창인 듯, 곳곳에서 비명 소리,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유신은 눈을 치켜뜨며 알바레즈를 노려보았다.

"너 이 새끼……"

"아, 아, 아, 아닙니다! 전 정말 아닙니다!"

유령대가 공격받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알바레즈를 구하러 온 카르텔이 유령대를 급습했을 가능성이다.

"여기서 멈춰."

유신은 근처 텅 빈 차고지에 주차하도록 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유신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내가 가볼 테니까 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아이언 캔서>

차의 몸통에서 튀어나온 철근들이 알바레즈를 단단히 묶어서 차 몸체에 고정했다.

"이렇게까지 할 건……! 웁웁!"

"그럼 내가 그냥 풀어주겠냐? 죽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라."

유신은 알바레즈의 입까지 틀어막은 다음, 곧장 윙골렘을 켜고 날아올랐다.

'대체 무슨 일이야?'

유령대들이 시가지 전역에서 전투중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보다 훨씬 인원이 많은 걸 보니 재앙을 막으러 갔던 유령왕 마리가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상대는 카르텔이 아니었다.

'……사자선단!'

틀림없다. 저 몸에 착 달라붙은 잠수부 같은 헌터 슈트는 전부 사자선단의 것이다.

유령대와 사자선단 간의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저 사람들이 여긴 왜 온 거야?'

뭐가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유신은 윙골렘의 속도를 더 높여 유령대 본부로 돌아왔다. 이쪽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유령대 2인자인 마르케스가 사자선단의 한 헌터와 힘겹게 검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부상이 심한 듯 허벅지 쪽에 핏물이 보였다.

"마르케스!"

유신이 하늘에서 최고속도로 내려오며 사자선단 헌터의 머리를 발로 후려 찼다. 헌터의 몸이 붕 떠올라 벽을 부수고 나가떨어졌다.

"괜찮아요?"

"허억, 헉! 구해주셔서 고맙…… 큭!"

그가 비틀거리며 검을 바닥에 박은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설명해 봐요! 왜 사자선단이 유령대와 싸우고 있는 겁니까!"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마리님이 유령대에 복귀하기 무섭게 사자선단이 우릴 공격했습니다! 선전포고도 없는 일방적 기습입니다!"

"유령왕은 어디 있죠?"

"……제독 샴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유신은 바로 데바스타를 켜고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튕겨 나가듯 하늘로 날아간 그가 윙골렘을 최고속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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