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240화
마탑의 마나도 모을 겸 몰려드는 몬스터를 처치하며 4구역으로 향했다. 광산이 제법 넓었다.
'진짜 마나가 풍부하긴 하다.'
조금 과장해서, 상시 마나 엘릭서를 마시고 있는 느낌이다. 2공정 마법들을 쓰고 얼마 안 있어 다시 마나가 차오른다.
[마나 호흡 특성이 Lv.6에 도달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안 오르던 마나 호흡 특성의 성장까지! 나는 기분 좋게 4구역에 도달했다.
마치 전등을 켠 것처럼 밝았던 나머지 구역들과는 달리, 4구역은 어두운 느낌이 강했다.
-크르르.
언더하운드. 삐쭉삐쭉 솟은 금속의 털을 가지고 있는 5랭크 개과 몬스터다.
"시작하자. 에아."
내가 마력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런데 탑주.
"응?"
-빌드업 연습이란, 정확히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하자면 이런 거지."
나는 손가락을 뻗어 파이어 캐논하나를 날려 보냈다.
언더하운드는 제자리에서 훌쩍 점프해서 화염구를 피해냈다.
"이제 이런 2공정 마법 몇 개로는 상위 몬스터를 사냥하기가 쉽지 않잖아? 재빠른 애들은 이렇게 피해버리니까."
-그렇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가 해온방식은 이거였어."
나는 팔을 크게 허공에 휘둘렀다.
<파이어 캐논>×10
화염구들이 순차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언더하운드는 세 발까지 피해내다가 네 발째는 피하지 못하고 화염에 휘말려 바닥을 뒹굴었다. 뒤이어 날아오는 파이어 캐논들이 몬스터를 한 줌의 잿더미로 만들었다.
"물량전. 한두 발로 못 맞추면 그냥 맞을 때까지 계속 쏴댔지."
-네, 그게 탑주의 스타일이었죠.
또 다른 언더하운드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이젠 6공정에 도달했고, 더 좋은 방법이 생겼어."
나는 파이어 캐논 마법진을 시전하고 그 앞에 '가속의 진'과 '증폭의진'을 순서대로 깔았다.
이어서 발사되는 화염구가 두 개의 진을 통과했다.
위력과 발사 속도가 증가 된, 적색과 녹색 빛이 일렁이는 화염구가 언더하운드의 몸에 직격했다.
더 쏠 것도 없이 일격에 언더하운드의 몸이 녹아내린다.
-고성능의 6공정 버프 마법. 마탑주 미네르바가 강조했던 거군요.
"그래."
이제 기존의 2공정 마법은, 6공정 버프 마법과 합쳐져 완전히 새로운 효율성과 위력을 낼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마법은 퇴화하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마법과의 새로운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이게 바로 마법의 멋진 점이다.
-탑주의 설명에 긍정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면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바로 이거야."
나는 허공에 파이어 캐논, 가속의 진, 증폭의 진을 동시에 펼쳤다.
제일 먼저 파이어 캐논이 완성되고, 그다음에 가속의 진과 증폭의 진이 순서대로 펼쳐지며 빛을 발했다.
"마법의 템포가 늘어져 버려."
-확실히 그렇군요.
아무리 시전 속도에 강점이 있는 6공정이라고는 하지만, 이 버프 마법들은 은근히 무거웠다. 죽어도 2공정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었다.
실전에서 세 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파이어 캐논이 발사된 뒤에 버프진이 펼쳐지거나, 시전한 버프진 효과를 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시간 남을 때 이런 부분을 좀 보완하려고."
-어떻게 보완할 수 있죠?
"공격과 버프 마법을 원 패턴으로 묶어버리는 거야."
각기 다른 마법을 세 번 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패턴을 완성하는 데 신경 쓰는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세 가지 마법진을 동시 발동했다.
'여기서 스톱.'
시전 중간에 눈을 뜨고 마법진 작업을 멈췄다. 절반도 그려지지 않은 마법진들이 허공에 떠 있었다.
<파이어 캐논> - 28%
<가속의 진> - 21%
<증폭의 진> - 17%
-과연, 완성도가 각기 다르군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에아. 가속의 진과 증폭의 진의 베이스 구축 패턴을 통일시키자."
-탑주의 의견대로 시행할 경우, 가속의 진이 증폭의 진의 속도에 맞추느라 구축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해."
-패턴 활성화 시스템 시작, 수식전개, 패턴 분석 및 오차분석 완료, 활자 개선 및 변화 부여.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유도에 따라와 주십시오
"알겠어, 간다!"
나는 이번에도 마법진을 만들고 일정 단계에서 멈춰 섰다.
<파이어 캐논>- 28%
<가속의 진>- 19%
<증폭의 진>- 19%
"좋아!"
가속의 진과 증폭의 진은 어느 정도 속도를 맞췄다. 하지만 파이어캐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파이어 캐논은 사출 수식까지만 작성하고 대기, 나머지 진을 작성 후 한 번에 통합해서 올리는 걸로 하자."
나와 에아는 끊임없이 마법진의 밸런스를 맞춰 나갔다. 계속해서 달려드는 언더하운드는 좋은 실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언더하운드의 시체가 언덕을 쌓을 즈음.
[콤보 캐스팅을 습득하셨습니다.]
[콤보 캐스팅 특성을 얻었습니다.]
"됐다!"
마법의 정석에서 나온 대로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또한 마리의 달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팔을 뻗었다.
세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열린다.
파이어 캐논이 가장 빠르게, 두 개의 마법진이 천천히 완성된다.
그러다 파이어 마법진의 속도가 느려지고 두 개의 마법진이 빠르게 따라잡아 밸런스를 맞춰 나간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세 개 마법진이 수식이 통합 처리되며 동시에 펼쳐진다.
<파이어 캐논 - 가속, 증폭>
즉각 날아간 파이어 캐논이 몬스터의 몸에 폭발한다. 언더하운드는 일격에 잿더미가 되었다.
"좋아! 지금 이 감이 굳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거야!"
-예, 탑주.
이게 바로 빌드업 훈련의 기본이다.
여러 개의 마법을 놓고, 마법의 완성 순서를 섞어서 최선의 방법으로 배열한 다음, 마지막 순간 동시에 완성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단축키를 누르면 해당 스킬연계가 바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습관화시키는 거다.
사실 내가 처음에 생각한 <파이어캐논 - 가속, 증폭>의 가동 원리는 심플했다.
하지만 반복 사용할수록 이 세 개의 마법진은 하나의 연계 생태계처럼 움직였다.
세 개의 수식 중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설정하고, 그 부분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으로 연산 과정을 계속 간소화해 나갔다.
마나 엘릭서를 마시며 무수히 반복하니 이제는 하나의 마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으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미러 쉴드>
빛 계통 공격을 반사 시키는 윈슬로의 오리지널 마법. 이것도 카피해놨다.
내 경우에는 조금 리뉴얼 시켜서 마법의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개조했다.
그다음엔<파이어 캐논 - 가속, 증폭>앞에 세 개의 미러쉴드를 설치하고 발사해 보았다.
화르르륵!
적색과 녹색이 섞인 파이어 캐논이 날아가 미러쉴드에 부딪혀 방향이 위로 꺾인다. 그 위에 대기하고 있던 미러쉴드가 날아오는 파이어 캐논을 아래로 찍어 내린다.
퍼어어어어엉!
내리꽂히는 화력에 또한 마리의 언더하운드가 사라졌다.
'이것도 좋네!'
2공정 마법을 단순 직선 공격에서 다양한 루트로 바꿀 수 있게 됐다.
'한 번 더!'
<파이어 캐논 - 가속, 증폭.>
<미러쉴드>
<미러쉴드>
<미러쉴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여섯 개의 마법을 동시에 써야 해서 실전에는 도저히 써먹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퀵슬롯된 파이어 캐논은 하나의 마법 취급, 두 가지 종류의 마법을 시전하는 난이도다.
머릿속 메모리에 훨씬 여유가 생긴다. 나는 완성된 파이어 캐논을 언더하운드에게 발사했다.
화르르륵!
정면으로 날아가는 화염구가 가속의 진과 증폭의 진을 통과해 강화되고, 미러쉴드에 부딪혀 꺾이고, 꺾이고, 꺾였다가 마지막으로 펼친 미러쉴드에 부딪쳐 언더하운드의 등 뒤를 노린다.
피한 줄 알고 내게 똑바로 달려들던 놈은 뒤에서 날아온 화염구에 집어 삼켜져 사라진다.
"아주 좋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사용할수 있을 것 같다.
하나같이 상대방의 혀를 쏙 빼놓는 마법들.
이 빠른 마법들을 이용해 발동이 걸리기 전까지 시간을 번다.
이후에 집중력을 충분히 끌어올려 4공정, 5공정, 체인홀 같은 무거운 마법들로 마무리하면 완벽하다.
"에아.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돼."
-밤새우실 생각이군요.
에아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흐름이 끊기는 건 싫거든. 그래도 언제 알베르 잡으러 출동할지 모르니까 무리는 안 할게."
-그냥 이리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참. 에아도 여기 올 수 있지?
자꾸 깜빡깜빡한다.
-어제 탑주가 장 봐놓은 걸로 만든 지중해 식단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좋지! 부탁한다."
나는 다시 한번 기합을 넣고 마법진을 펼쳤다.
* * *
시간이 흘렀다. 세계정세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흘러 갔다.
연맹을 비롯한 전 세계의 화학업체가 해독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사람들의 불안감은 점점 더 증폭되어만 갔다.
이에 따라 연맹에 대한 압박도 심해졌다. SNS 세계 연맹 계정에 수 백 가지의 언어들로 항의와 아우성이 빗발쳤다.
[해독제를 내놔! 그렇지 않으면 연맹을 해체해!]
[세계 연맹은 GOT와 협상해야 합니다.]
[인명이 최우선!]
[핵무기를 폐지하십시오! 인종 차별주의자는 처형해야 합니다!]
[왜 누군가를 구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의 기득권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급기야 GOT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핵무기 폐지, 인권 문제 같은 민감한 제안들이 분란에 휩싸이며 사람들은 서로 분열하여 싸웠다.
여론이 어떻든, 연맹은 마인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마인과 거래한 선례를 만드는 짓이기도 했고, 약속을 들어준다고 한들 정말로 해독제를 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아아."
로비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던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진보라가 포션솥에 불을 올리고 포션을 만들고 있었다.
"보라야! 들어가서 쉬라니까!"
"전 괜찮아요! 온종일 누워있으면 무력해지고 졸리기만 하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티가 나지 않도록 긴 팔과 목티를 입고 있었지만, 진보라의 손목 사이로 검은 혈관이 슬쩍 드러나 있는 게 보였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GOT가 밝힌 바에 따르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1~4주 정도의 잠복 기간을 거친 끝에 혈관이 검게 변하고, 빠르면 2주 안에 몬스터가 된다.
이제 1주가 다 지나가는 시점.
……나는 몬스터가 된 진보라를 죽일 수 있을까?
애써 고개를 흔들어 불안한 생각을 털어냈다.
약한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속으로 맹세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그녀를 잃을 수는 없다.
"탑주! 문제가 생겼습니다!"
에아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계속 나쁜 뉴스만 듣던 차라 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독이 배신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최악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