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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39화 (239/337)

나 혼자만 마탑주 239화

"네? 저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네. 다음이 마지막 차롑니다."

……망했다.

나대용이 분위기를 끌어올린 바로 다음에 올라가야 한다니, 갑자기 긴장된다.

"잘 하고 와! 김 대표!"

이자벨 킴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며 내 등을 찰싹 때렸다. 시간에 딱 맞춰서 스타일링도 끝나 있었다.

"감사합니다. 누님."

"어머어, 내가 그 호칭은 나이 들어 보인다고 했지!"

"가, 감사합니다. 누나."

강단 뒤에서 대기하고 있으려니 나대용이 뒤편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스승님! 파이팅입니다!"

"…… 고마워요."

나는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강단위로 올라갔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열정적인 나대용 헌터의 말씀 감사합니다! 자, 그럼 다음 순서! 사실 설명회 식순에는 없었지만, 무척이나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사회자가 손으로 착 신호를 보냈다.

"전대미문! 21세기 마법 혁명의 주역! 미궁던전의 영웅이자 아프리카의 해방자! 지금은 세계길드에 도전하고 있는 공인 2급의 헌터!"

술렁술렁하는 소리가 점점 폭발 직전의 환호성으로 바뀌어 갔다.

……부담 100배다.

"대마도사, 아니, 이제는 마탑주! 알케인의 대표 김유신 헌터님을 모십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나는 체념하며 걸음을 옮겼다.

"시, 실화냐?"

"진짜 김유신이야?"

"오오오오오오오!"

"미쳤다!"

"잘 생겼어요!"

나는 잘 생겼다는 소리가 튀어나온 관중석 쪽으로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끼야아아악!'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뭐냐고, 이 반응.

"김유신! 김유신! 김유신! 김유신!"

다들 벌떡 일어나 내 이름을 연호한다.

내가 비전투계들에게 인기 있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나는 말려달라는 눈빛으로 사회자를 슬쩍 보았지만, 그녀는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흠흠, 아아. 김유신입니다."

내가 마이크 앞에서 입을 열자 주위가 바로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법사 후보생들의 눈빛이 부담스럽게 번쩍였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뭘 이렇게까지 해요? 다들 영상에서 수백 수천 번 돌려봐서 질리는 얼굴 아니에요?"

곳곳에서 웃음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실물 깡패 김유시이이인!"

"감사합니다."

나는 그쪽으로 콕 집어 감사 인사를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앞선 두 분이 너무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저는 그렇게 할 말이 없네요. 알케인에 대해서는 신나라 대표님이, 마법사로서의 끈기 와 열정은 나대용 헌터가 말씀해 주셨죠. 마법에 대한 팁은 강의에 다나오는 거고……"

나는 팔짱을 끼며 고민하다가 관중쪽을 보며 물었다.

"저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을 고찰해보겠습니다. 한번 물어볼게요. 뭐가 제일 힘들어요?"

"몬스터 사냥이요!"

"필드 던전에 자리가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마법은 이론과 실전이 병행되어야 완성할 수 있는 건데, 가장 기본이 되는 1~4랭크 사냥터가 턱없이 부족하죠."

세상이 재앙이니 균열이니 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플레이어들은 사냥터가 부족하다고 하는 걸까?

간단히 예를 들자면, 1~5랭크 몬스터가 출몰하는 통제구역이 있으면 최소 입장 조건은 5랭크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5급 공인 헌터부터다.

균열 사태나 재앙파트도 마찬가지.

이건 연맹 지침이고 세계적 규제 사항이라 예외는 없다.

그런 문제 때문에, 공인헌터가 되고 길드라는 소속이 생기면 사냥터가 없기는 커녕, 일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중소 길드에 들어가면 혹사당해서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헌터들도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헌터 후보생들을 위한 '안정적인 1~4랭크 사냥터'가 부족하다 보니 가면허 헌터의 육성이 어렵다.

물론 이것도 전 세계적인 추세다.

땅덩어리가 좁아터진 한국은 그 정도가 좀 심하고.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전 세계 최초로,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습니다."

나는 작게 헛기침을 흘린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마탑은 현재 가면허 플레이어들을 위한 새로운 던전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이 던전에 여기 있는 여러분을 테스터로서 지금 당장 초대하려 합니다."

"!!"

웅성거림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마나가 풍부한 공간이라 마법을 익히기에도 더 없이 좋은 공간이죠. 문제는 여러분의 스케쥴인데……"

"빼겠습니다!"

"이건 무조건 가야지!"

마법사들이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지금 바로 가는 건가요?"

"예, 지금 갑니다."

그때 제일 앞 자리에 앉은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협회에 연락해서 입던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나요?"

"국내던전에 가는 게 아니라서 신고만 해두면 문제없습니다. 저희가 갈 던전은 이 세상에는 없는 장소니까요. 워프 마법을 써서 이동할 겁니다."

이 세상에 없는 장소라는 말에, 몇몇 사람들이 당황하며 눈치를 보았다.

"선택은 여러분 몫입니다. 아직 테스트 단계인 만큼 저희가 상정하지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강요할 생각까지는 없네요."

"던전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네. 베이스는 동굴형이고 각 랭크별로 몬스터 분포 지역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뒤를 보며 손짓 했다.

헌터 슈트를 빼입은 차도연, 소심희, 김사랑, 조용희가 올라왔다. 나대용도 얼른 그들 옆에 합류했다.

"1기 마법사들도 함께 가서 여러분을 도와줄 겁니다. 마법에 대해 궁금한게 있다면 뭐든 물어봐도 좋아요."

"오오오오오오!"

"자세한 사항은 여기 있는 차도연 헌터가 이야기해 줄 겁니다."

내 시선을 받은 차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일정은 2박 3일입니다. 일반 던전처럼 간단한 혈압 측정과 워프 테스트를 받으시겠습니다. 합격하신 분은 번호표를 배부받고 저희 마탑의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던전으로 넘어가시게 될 겁니다. 숙박과 식사는 저희 측에서 제공합니다. 혹시 가면허가 없으신 분은……."

와, 말 잘 하네.

4층팀에서 별명이 '여자 정서진'이 라더니, 일 처리 하나는 정말 꼼꼼하게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들에게 나머지 설명을 맡기고 내려왔다.

"누가 김 헌터님 아니랄까 봐, 이번 일정도 파격의 연속이네요."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나라가 미소 지었다. 나도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확실히 이슈화되겠죠? 아케인은 이런 복지혜택도 있다. 같은 느낌으로."

"당연히 큰 도움이 되죠! 하지만 김 헌터님 해독제 일로 바쁜 거 아니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좀 남거든요. 그사이에 이런 저런 준비를 해두려고요."

공인 1급 알베르.

기습이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에게 깨졌다.

이기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비빌줄은 알았는데, 대단한 것도 없이 그냥 정면으로 날아온 공격에 무력화됐다.

마탑의 마나를 모으는 것 이전에, 나 스스로도 대비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 *

이번 마나 광선 투어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아무 예고도 없이 즉흥적인 일정이라 50명 정도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숫자였다.

이들을 옮길 방법도 준비해 놓았다. 5층의 워프게이트를 통하지 않고, 마나 동굴 내부의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바로 가는 포탈을 만들었다. 이 경우엔 마탑의 마나도 절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신사옥에서 바로 마나 광산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게이트이동 한 번에 20명씩 구겨 넣어서 광산으로 보냈다.

'우윽, 비좁아.'

나도 그 이십 명에 포함된 사람이었다.

잠시 후 참여를 확정한 모든 인원이 안전하게 광산으로 넘어왔다.

"와……!"

"예쁘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 여러분 주목!"

차도연이 박수를 치며 이백 명의 사람들을 주목시켰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여러분 수준에 맞는 몬스터를 사냥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1, 2랭크 몬스터를 사냥하실 분들은 지금 이 자리에 기다려 주세요. 3~4랭크 몬스터를 사냥하실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2구역으로 가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빠르게 두팀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던전의 광석은 마탑의 사유재산입니다. 나가기 전에 검사 마법진에 들어가겠지만 절도행위가 발각되면……"

내가 차도연의 어깨를 짚었다. 그녀는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나고 내가 이어서 설명했다.

"설명회에 오신 여러분들의 사연 모두 읽어봤어요."

내가 프린트된 자료들을 흔들며 말했다.

설명회에 참가하려면 신청서를 써야 했는데, 거기에 자신이 설명회에 꼭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쓰는 칸이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최대 글자 수가 차도록 빽빽하게 써냈다.

"감동도 받았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이 중에서 몇 명이 알케인에 들어오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마탑주로서 여러분을 끝까지 함께 갈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록 알케인이 아니더라도 다들 마법계에서 중책을 맡으시게 되겠죠."

주위가 조용해졌고, 나는 웃는 얼굴로 이어 말했다.

"사실 여러분을 여기 데려온 건 저로서도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마나광산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던전이고, 광물 절도 문제도 있어서 반대가 많았거든요. 경영진을 설득하느라 고생 좀 했죠. 그러니까 이번 만큼은 제 면을 세워주세요."

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3일 동안 안전하게 던전을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나머지 인원 통제는 차도연에게 맡겼다.

-인상적이군요 탑주.

에아가 말했다.

'내가 좀 그렇지?'

-사연을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표정 한 번 안 바뀌고 말하는 게 특히 그렇습니다.

'…… 좀 봐줘라. 나도 여기 와서 신 대표님한테 막 들은 거라고.'

이번 마나 광산에 뉴비들을 부른 건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목적은 마탑의 마나량 회복. 마나 광산을 그냥 두는 것만으로도 마나는 회복되지만, 이곳에서 식하는 몬스터를 제거하는 것으로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원래는 골렘들이나 4층팀을 동원해서 한 번 싹 밀어버릴 생각이었는데 겸사겸사 좋은 일도 하기로 했다.

사냥에 굶주린 뉴비들은 3일 동안 이 구역의 몬스터의 씨를 말려 줄 테고, 그게 전부 우리 마탑의 마나가 된다.

둘째는 새로운 인재 확보다. 여기 있는 4층팀 멤버들은 뉴비들의 도우미 역할로 왔지만, 사실 진정한 목적은 스카웃.

재능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미리 미리 체크해서 영입 리스트를 작성할 생각이다.

당장 내가 채워줘야 하는 자리만 두 개다.

6층 마나 광산의 관리자와, 협회장이 부탁한 마법 관리부에 들어갈 인재까지.

1서클 마법사들 중에서도 최고의 재능들만 모아놨으니 괜찮은 사람들이 몇 명 걸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중에서 6층 관리자 감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4층팀에서 차출해도 되지만, 이 사람들은 케미가 워낙 좋아서 떼어놓기가 좀 그렇다.

4층팀은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가장 빛이 난다. 웬만하면 이 팀은 계속 유지하고, 새로운 인재를 뽑고 싶다.

본인들도 관리자가 되어서 흩어지는 것보다는 4층에 계속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그런데 탑주는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에아가 물었다.

'4구역에 가는 거야. 나도 알베르를 상대하기 전에 빌드업 좀 하러 가려고.'

이대로 다시 알베르를 만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여기 신인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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